나무네 공장 광합성 원료 사업 번창하고 주가가 치솟아도 소득세 재산세 한 푼 낸 적 없지 햇볕도 공짜, 물도 공짜, 바람도 공짜
그래도 나무는 자선 사업가 무상 임대주택은 새들의 차지 시원한 그늘 밑은 마을 노인정 달고 향기로운 과일도 공짜 새들에게도, 사람들에게도
하늘 향해 활짝 팔 벌린 나무 다음 생엔 나도 공짜 나무가 되어도 좋으리
▶ 시인의 말
나무는 모든 것을 공짜로 받아서 살아갑니다. 땅도 공짜, 햇볕도 공짜, 물도 공짜, 바람도 공짜. 그렇지만, 나무는 자기의 것을 모두 다 공짜로 나누어 줍니다. 넉넉한 품도, 시원한 그늘도, 달콤한 과일도, 끝내는 자기 몸까지도 나누어 줍니다. 우리도 나무가 받는 모든 것을 공짜로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나누어주지 못합니다. 어쩌면 다음 생엔 나도 공짜 나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계 최초 필즈상 수상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는 지난 2022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한국계 수학자로는 최초 수상이었다. 4년마다 수여하는 필즈상은 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했다. 필즈상을 수여하는 국제수학연맹은 “허 교수는 리드 추측을 비롯해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 있던 문제들을 독창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초중고와 석사 학위까지 마치고 미시간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와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고교 중퇴 학생 허준이 교수는 1983년 부모님이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 태어나, 2살 때 부모님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그는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버거워했고, 수학에 큰 관심도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수학에 관심이 생겨서 경시대회나 과학고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선생님이 이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고 동네 일반고인 상문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런데 건강상의 문제와 야간자율학습에 얽매인 생활이 힘들어 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고등학교를 1년만에 자퇴했다. 그후 1년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문학책을 읽으며 지내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에 한계를 느껴 시인의 꿈을 접게 된다. 이후 과학에 관심을 갖고 과학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재수학원에 들어가 입시준비를 했다. 거기서 실력이 급상승하면서 서울대 물리학부에 입학했고, 물리천문학부와 수리과학부를 복수전공했다. 대학에 와 보니 주변에 뛰어난 친구들이 많아 공부를 게을리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성적표엔 F가 가득했다. 다행히 4학년 때 위상수학이라는 과목을 들으면서 순수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당시 서울대 초빙석좌교수로 있던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대수기하학 강의를 들으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첫 과학기사로 히로나카 교수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수업을 열심히 듣고, 그에게 다가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때 히로나카 교수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들으며 그는 전공을 수학으로 바꾸고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다.
늦깎이 천재 수학자 그가 석사를 마치고 미국 대학교 12곳에 박사 과정을 지원했지만, 일리노이 주립대(UIUC)를 제외한 모든 학교에서 거절당했다. 그래서 일리노이 주립대 박사과정에서 엄청난 열의로 학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박사과정 1학년 말에 50년 가까이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증명해냈다. 리드 추측이 해결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미시간 대학교 수학과의 러브콜을 받고 학교를 옮겨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Rota’s conjecture)을 풀어내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휩쓸었다. 이후 그는 연달아 수많은 수학적 난제들을 해결하며 눈부신 업적을 쌓았고, 2022년에 미국인으로서는 14번째, 한국계로는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수학난제연구소 개소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1주년을 맞아 지난 7월 한국고등과학원은 허준이 교수의 이름을 딴 수학난제연구소를 열고 ‘허준이 펠로우’ 제도를 만들어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 수학자들을 위한 자율적이고 장기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 20년 내에 두 번째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것이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의 목표다. 허준이 교수는 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 특강연에서 ‘인생과 수학에는 단 두가지 질문이 있다. 무엇이 참인가? 왜 참인가?’라는 말을 소개하며, “결국 깨끗하고 정확하게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생각을 반영하듯 그의 연구실 책상에는 모래시계, 노란 노트, 샤프연필, 그리고 그의 연구 주제인 정다면체 모형이 전부다. 연구에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매일 똑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모래시계를 뒤집어 생각에 집중하고 떠오른 생각을 노트에 써 내려가며 정리한다. 매일 혼자서 똑같은 식당에 가서 똑같은 음식을 먹고, 연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일상의 모든 자극을 차단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목표가 없다고 한다. 연구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느끼며 즐겁게 지낸다고 한다. 그저 수학이 재미있어서 연구에만 몰두하고 싶은 진정한 수학자다.
세포라에서 일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도난 사건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거예요. 특히 메이크업 제품들은 크기가 작고 숨기기가 쉬워서 거의 매일 도난 사고가 일어났어요. 물론 도난방지 부서에서 감시하고, 도난 현장이 포착되면 바로 달려와 제지하지만, 담당자가 쉬는 날이나 퇴근 후, 또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에는 놓치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직접 경험한 도난 사건들도 여러 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어이 없는 사건 두 가지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세상 스윗한 남편 그날은 저녁 7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어요. 한 부부가 9살 정도 된 남자 아이와 함께 매장으로 들어왔어요. 여자분은 평범했고, 남자분은 영화 ‘토르(THOR)’의 주인공 크리스 햄스워즈의 스몰 사이즈 느낌이었는데 출연료 입금되기 전의 홈리스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양쪽 팔에는 ‘수묵화’가 가득했고, 긴 머리는 꽁지머리로 묶었고, 러닝셔츠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이었어요. 들어오자마자 남자분은 향수 코너를 맴돌았고, 여자분은 랑콤 앞에서 서성거리더니 저에게 물었어요. “아르마니 파운데이션 써 봤어요?” 아르마니 파운데이션 소문은 들어봤지만 제가 직접 써 본 적은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희 매장에서는 취급하지 않지만 직영점에서 취급할 수도 있으니 몰 안에 있는 직영점을 확인해 보라고 얘기했죠. “내가 웬만한 건 다 써 봤는데 이상하게 제 피부에는 다 뜨더라고요. 그나마 랑콤이 좀 괜찮았는데…….” 그래서 여자분의 피부 타입을 물어보고, 혹시 다른 브랜드 제품을 써 볼 의향이 있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하길래, 샬럿 틸버리 섹션으로 함께 갔어요. 샬럿 틸버리 섹션은 세포라 매장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해 있어서 매장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향수 코너와는 반대 방향이었어요.
파운데이션을 덜어서 스폰지로 그 여자분의 손등에 발라주었는데 파운데이션을 바르자마자 이 여자분이 갑자기 오바 육바를 하면서, “이것 봐요!!! 이렇게 뜬다니까!!! 봐봐요, 봐봐!!!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전혀 뜨지 않았거든요. 속으로 ‘파운데이션이 뜬다는 게 뭔지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본인이 뜬다고 오도방정을 떠니 어쩌겠어요. 그래서 다른 파운데이션을 발라보자 하고 로라 메르씨에 섹션으로 와서 다시 손등에 파운데이션을 발라주었어요. “봐봐요!!! 또 뜨잖아요, 봐봐!!! 나 샬럿 틸버리도 써 봤고 로라 메르씨에도 다 써 봤는데 이렇게 떠서 반품했던 것 같은데……. (남편 쪽을 향해서) 자기야! 내가 반품했던 게 샬럿 틸버리 맞지? 그리고 로라 메르씨에도 반품했었지?” 하니까, 향수 코너에 있던 그 남자분이 저희 쪽으로 오면서 그러더군요. “맞아, 그 브랜드 다 반품했잖아.” ‘아니, 와이프가 한두 번 쓰고 반품한 브랜드들을 다 기억한다고?!?! 자상함이 저 세상 레벨이네!!!’ 그런데 그 여자분이 자기는 그나마 랑콤이 잘 맞았다고 해서, 그럼 랑콤 제품을 발라서 다른 제품들과 발림성을 비교해보자 하고 다시 랑콤 섹션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랑콤 파운데이션을 손등에 발라줬더니, “이게 그나마 낫지만 이것도 뜨잖아요. 봐봐요!!” 아니, 내가 보기엔 씹던 껌 어금니에 ‘촥’ 달라붙은 것처럼 밀착력이 좋기만 하구만, 자꾸 뜬다고 하니 이 분은 파운데이션이 뜬다는 의미를 모르는 게 확실하다 싶었어요. 그래서 화장한지 반나절이 지나서 뜨기 시작하는 제 이마의 파운데이션을 보여주며 말했죠. “여기를 보세요. 파운데이션이 피부에 밀착되지 않고 피부로부터 분리된 거 보이시죠? 이 정도를 뜬다고 하는 건데, 고객님이 바른 파운데이션은 잘 밀착되어 있는 걸로 보여요. 물론 알맞는 프라이머를 사용하면 훨씬 더 마무리가 좋겠죠. 일단 오늘 테스트 해본 파운데이션들 제가 샘플을 만들어 드릴테니 집에 가서 며칠간 사용하며 비교해보세요.” “그냥 직영점에 가서 아르마니를 구입해야겠어요. 사고 싶었던 게 그거라서 다른 제품 사면 후회할 것 같아요.” 그래서 흔쾌히 그렇게 하시라고 했죠. 그러니 남편을 부르더군요. “자기야, 아르마니로 사기로 했어. 직영점으로 사러 가야 해.” 그러자 남자분이 흔연히, “렛츠 고!!! 직영점이 어딘데?” “타코마에 있는 몰에 있어.” “그럼, 당장 태워다 줄게!” 저는 또 한번 깜짝 놀랐어요. 저녁 8시가 다 되어가는데, 40분이나 걸리는 곳까지 와이프 파운데이션을 사기 위해 데려다 준다고?!?! 그래서 제가 그 남자분에게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말했어요. “진짜 좋은 남편이시네요!!! 와이프의 쇼핑을 위해서 이 시간에 40분 운전을 기꺼이 해주시다니!!!” 그러자 남자분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 하고 갔어요.
알고보니 도둑놈 그리고 휴식 시간을 끝내고 돌아온 동료가 향수 코너의 몽블랑 향수 테스터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어요. 도난 방지를 위해 향수에 붙여 놓았던 시큐리티 장치만 덩그러니 남아 있더라고요. 그 시간에는 도난방지 부서의 직원이 이미 퇴근한 후라서 제가 다음 날 아침 세포라 매니저에게 보고를 했어요. 그러자 세포라 매니저가 도난방지 부서로 가서 카메라를 돌려보고 와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양쪽 어깨에 문신 잔뜩 있고, 머리 묶고, 펑키하게 생긴 남자랑 아이 데리고 온 여자랑 커플 같던데 기억나? 너랑 샬럿 틸버리에서 파운데이션 보는 동안 그 남자가 훔쳐갔어.” 으아니!!!이런 수박 씨발라 먹을 놈이!!!!!! 자상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결국 도.둑.놈.이셨쎄요?!?!?!? 세상에!!! 어린 아들래미까지 데리고 와서 마누라는 직원 붙잡고 오도방정을 떨며 바람잡이 하고, 그 사이에 남편놈은 도둑질이라니…….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지 손가락 치켜 세우며 ‘굿 허즈번’이라고 칭찬한 내 주둥아리를 미싱으로 오버로크 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런데 이 일이 있고 불과 며칠 뒤에 또 어떤 남자한테 깜빡 속았으니 가슴을 칠 노릇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스터 빈 며칠 후 한 중년 남성이 저희 매장에 와서 혹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하냐며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자기는 밸뷰(Bellevue)에 있는 세포라에서 22년간 일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면서. 그 사람의 인상착의가 하도 특이해서 이걸 묘사하지 않고는 이야기가 안 되니 일단 설명을 해드릴게요. 여러분 혹시 ‘미스터 빈(Mr. Bean)’ 아시나요?
그 남자는 미스터 빈보다 약간 호리호리한 체형이어서 말하자면 살 빠진 미스터 빈 얼굴이었어요. 복장도 미스터 빈 그대로, 심지어 붉은 넥타이와 옷 색깔도 그대로였어요. 얼굴에 얇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가에는 반짝이는 큐빅을 군데군데 붙이고, 입술은 보톡스를 과하게 맞아서 물에 빠지면 입술만 물 위에 동동 뜰 것 같은……. 그런데 향수는 또 얼마나 뿌렸는지 너무 역해서 정신이 나갈 정도였어요. 그래도 양복을 갖춰 입고, 메이크업도 하고, 향수도 뿌리고 와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하냐고 물으니 콜스 백화점의 부매니저와 얘기해 보라고 연결해주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잠시 후 그가 너무나 신이 난 모습으로 저에게 다시 오더라고요. “매니저가 지금 사람 구하고 있대요. 아마도 2주 안에 같이 일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파운데이션을 골라 달라는 거예요. ’22년간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했다는 사람이 자기 파운데이션을 골라 달라고??? 지금 내 실력을 테스트하는 건가? 아니면,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는 말이 거짓말인가?’ 어쨌든 골라 달라고 하니까 ILIA 브랜드의 틴티드 모이스춰라이저를 추천해줬어요. 그리고 색깔을 하나 골라서 그의 손등에 테스트를 했는데, 오 마이 갓!!! 열 손가락의 손톱에 때가 까맣게 끼어서 느무느무 드러웠……. 게다가 손에는 온통 긁힌 상처에, 지문이 다 벗겨져 맨들맨들한 것이 너무 이상했어요. 손님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이 손 관리를 이렇게 했다면 자질이 부족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처음 테스트한 파운데이션 색깔이 너무 밝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다른 색을 권했어요. “이건 너무 밝은 것 같은데, 조금 어두운 쉐이드도 한번 발라보죠.” “난 이거 좋아요. 이걸로 할게요.” 그런데, 그 색이 정말 너무 밝았단 말이죠. 분명히 하얗게 뜰텐데 본인이 좋다고 하니, 게다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고 하니, 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싶었죠. 그래서 알겠다고 하니 제품을 들고 세포라 매장 밖으로 그냥 나가려고 하는 거예요. “아, 세포라 제품은 매장 안에서 계산하셔야 돼요, 혹시 콜스에서 쇼핑하실 거면 제가 제품 홀드하고 있다가 계산하실 때 도와 드릴게요.” “오, 알겠어요. 그러면 아까 추천해주셨던 어두운 톤의 파운데이션 샘플도 만들어줄래요?” 그래서 계산대로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샘플을 만드는 동안 정적이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제가 물어봤어요. “세포라에서 일하셨다고요?” “네, 제가 18살 때 밸뷰에 있는 세포라에서 일했어요. 저 지금 4X살이에요.” “어머, 저랑 동갑이시네요! “ “저랑 동갑이라고요? 정말 어려 보이네요.” “그쪽도요!!! (돈 안드는 영혼 없는 칭찬 멘트 아시죠?) “저는 원래 밸뷰에 살았는데 2주 전에 이 동네로 이사 왔어요, 여기 세포라가 있다는 거 알고 너무 신났잖아요. 그래서 일해 보려고요.” “어머, 환영해요! 좋은 소식 있으시면 좋겠네요.”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그가 구입한 파운데이션을 스캔하고 세포라 뷰티 인사이더 리워드가 있는지 물었어요. 그런데, 없다네요!?!? ‘으잉??? 세포라에서 22년을 일했는데 세포라 리워드가 없다고???’ 어쨌든 결제를 부탁드렸습니다. “현금카드, 신용카드 되죠?” “그럼요! (으잉? 현금카드, 신용카드 안 되는 체인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카드를 긁었는데 승인거부! 뭔가 불안했는데 역시나였어요. “카드 승인이 거부되었는데, 혹시 다른 카드 있으세요?” “아니요.” “그럼, 현금 있으세요?” “아니요.” “…….” 저는 그분의 결정을 기다렸죠. 그런데 그분이 곤란한 표정으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고요. 그러더니 이렇게 묻더라고요. “혹시 카드사가 본인이 아닌 사람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카드 승인이 거절된 걸까요?” “글쎄요, 이유는 나오지 않으니 저도 알 수가 없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또 다시 저를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있어서 아무래도 제가 마무리를 지어야겠더라고요. “이 파운데이션 제가 홀드하고 있을테니 나중에 다시 오시겠어요?” “오케이, 그럴게요.”
그 사람은 그렇게 매장을 나갔습니다. 그가 나가자마자 동료와 눈이 마주쳤는데 박장대소하는 거예요. “너, 저 사람이랑 얘기해 봤어?” 그러자 그 동료가 질색팔색하며, “노우!!! J(도난방지 부서)가 워키로 저 사람이 전에 여러 번 물건 훔친 적 있다고 했는데 못 들었어?” “WHAT?!?!” 제가 영어로 아직 멀티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서 미스터 빈과 대화하느라 이어폰으로 들리는 J의 말을 놓친 거였어요. 으아니!!! 자기가 물건 훔친 가게에서 일하겠다고 다시 오는 그 뻔뻔함이라니!!!
다음날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 친구 왈, “어, 누구 얘기하는지 알 것 같아!!! 미스터 빈 닮은 키 작은 남자 말이지? 그 남자 몇 달 전에 와서 향수 훔치려다가 들켜서 다 내려놓고 그냥 갔어.” 에휴~ 또 당했네. 또 당했어!!! 그래도 파운데이션 들고 가려는 거 막았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네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 정보, 일상생활, 문화 차이 등을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이자 <엘리네 미국 유아식>, <엘리네 미국집> 책의 저자. [email protected]
조직화를 잘하는 리더 예전에 기자 생활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미국에서 스테파니 윈스턴이라는 유명한 ‘오거나이저(organizer)’가 내한해 기자회견을 한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국내 유수의 언론기관에서 정치부 기자를 보냈다. 오거나이저를 ‘조직 전문가’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는 업무·시간관리 분야의 경영 컨설턴트였다. 임원 코칭을 할 때 가끔 그때의 웃픈 해프닝이 떠오른다. 리더십에서 오거나이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록새록 실감하기 때문이다. 사람, 일, 시간의 조직화는 리더십의 처음이자 끝이다. 늘 일은 많고 시간과 인력은 부족하다. 세상에 바쁘지 않은 리더는 없다. 따라서 바쁘지 않게 조직의 작동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탁월한 리더십이고, 이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성과를 내는 리더는 바쁜 리더도, 잘난 리더도, 성실한 리더도 아닌 ‘조직화’를 잘하는 리더다.
리더의 등급 한비자는 리더의 등급을 이렇게 설명한다. ”3류 리더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일하고, 2류 리더는 부하의 힘으로 일하고, 1류 리더는 부하의 지혜까지 동원해 일한다.” 즉, 일과 사람에 따라 넘길 건 넘기고 집중할 것에 집중해야 동기부여도 되고, 조직도 쌩쌩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일의 성격에 따라 버릴 일, 넘길 일, 직접 할 일, 긴 시간 끈질기게 매달릴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1류 리더는커녕, 늘 제자리, 아니 지하실 밑으로 떨어져 업무 과부하에 허덕이는 4류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당신은 리더로서 몇 등급에 해당하는가?
1류 리더의 업무방식 버-전-처 파 다시 오거나이저 스테파니 윈스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가 제시한 오거나이징의 법칙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버-전-처-파’였다. 간단히 말해, 버릴 것은 버리고, 전달할 것은 전달하고, 직접 처리할 것은 당장 처리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은 파일링 해 추적하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시간관리 방식을 보면 리더십이 보인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조언이었다. 버-전-처-파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버릴 것은 무엇인가? 일단 버려야 숨 돌릴 공간이 생긴다. 매일의 스케줄이 꽉 차 있다면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할 틈이 없다. 인생의 모든 일이 다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 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판단해서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2. 전달할 것은 무엇인가? 조직 총량의 법칙을 명심하라. 리더가 직원의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들의 일을 도맡아 할수록 직원들은 수수방관하게 된다. 책임과 권한을 알맞은 사람에게 넘기고 위임하라. 리더가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은 오직 ‘일과 사람과 시간의 분배’를 잘하는 것이다.
3. 당장 처리할 것은 무엇인가? 신속한 의사결정과 조급한 의사결정의 차이는 무엇일까? 평소 자신의 의사결정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 놓았느냐의 차이다. 원칙을 세워 놓으면 판단이 빨라진다. 그리고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은 ’10일’ 일찍 끝내는 습관을 들여라.
4. 파일링해 장기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단기 성과에 치우치다 보면 장기 목표를 놓치기 쉽다. 그날그날의 긴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장기 목표를 소홀히 하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목표들을 파일링해서 관리하며 불독같이 매달리는 끈기가 필요하다.
오거나이저 공자는 제자 자하(子夏)가 한 마을의 태수로 부임하며 신임 리더로서 명심할 사항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마라. 급하게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欲速不達), 작은 것에 매달리다 보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欲巧反拙).” 다시 말해 욕속부달(欲速不達)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욕교반졸(欲巧反拙)은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늘 일은 많고 사람은 부족한 환경에서 필요한 리더는 똑똑한 오거나이저다. 버-전-처-파, 당신의 업무에서 어떻게 실천하겠는가?
흙수저 창업자 한국의 배달 앱 1위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이 창업 13년만에 배민 의장직을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다. 공고 출신의 흙수저 창업 신화, 스타트업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한국에 배달의 시대를 연 주역이다. 김봉진 의장은 1976년 전라남도 완도의 작은 섬 소안도의 부속 섬인 구도에서 4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이후 가족이 광주로 이사해서 살다가 다시 서울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화가가 되기를 꿈꿨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예술고등학교 대신 수도공고 전자과에 진학해 일주일에 10시간 이상씩 납땜을 했다. 그는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당의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대표적인 흙수저였다. 화가를 꿈꾸던 그에게 공고에서 배우는 기술과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다. 친구들과 놀기만 하는 그를 보다 못한 부모님이 어렵게 학비를 마련해 고등학교 3학년 때 디자인 학원에 보내주었다. 내신 16등급 중에 거의 최하위인 14등급을 받은 그는 지원한 거의 모든 대학에서 떨어지고, 그나마 실기 비중이 높은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실내디자인학과에 간신히 합격했다. 대학 졸업 후 군대에 다녀온 그는 2002년 디자인 그룹 이모션에서 웹 디자이너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 설보미 씨를 만나 5년간 연애 후 결혼하여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2003년에 네오위즈 웹 디자이너로 이직해 2005년까지 일했다. 그런데 대학 시절 다큐멘터리에서 본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동경해 가구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네오위즈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특기와 전공을 살려 가구점을 창업했지만 부도가 나면서 2억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아내 설보미 씨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퇴사한 후 육아 공백이 길어지자 남편이 창업한 가구점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가구점 사업이 망하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든 생활고를 겪었다. 김봉진 의장은 자신이 사업에 망한 이유가 작가주의에 빠져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임을 깨닫고, 이후 작품 대신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는 모토를 갖게 되었다.
고마운 아내 2008년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월급을 많이 주는 네이버에 웹 디자이너로 재취업했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디자이너로 실력을 인정받아 재취업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낮에는 네이버에서, 밤에는 웹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하며 투잡을 뛰었다. 그런데 동료들이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우리 아이도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가 며칠 동안 생각을 정리한 후 이렇게 말했다. “아이에게 아무리 투자해도 아이가 어리면 그 투자를 알 수 없대요. 그냥 돈만 많이 드는 거죠. 차라리 그 돈을 당신에게 투자해서 나중에 아이가 커서 하고 싶은 것이 생길 때 무엇이든 지원해줄 수 있는 남편을 만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아내가 아이 대신 김봉진 의장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한 후, 매달 약 30만원 정도의 책값은 물론, 대학원에도 가라고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첫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봉진 의장이 다시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그를 전적으로 지지해주었다. 김봉진 의장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자신이 발간한 책 <책 잘 읽는 방법>에서 ‘해가 지날수록 더욱 좋아지고 존경하게 되는 보미씨’라고 표현했다.
배달의 민족 창업 대학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IT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IT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셋째 형 김광수 씨에게 사업을 제안했는데, 김광수 씨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우아한 형제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김봉진 의장은 셋째 형과 예전 직장 동료, 학창 시절 친구 등 5명을 모아 스마트폰 앱 기반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며 급변하는 시기였다. 여전히 첫 사업 실패 후 남은 빚이 있던 김봉진 의장은 직장을 다니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창업자 5명은 낮에는 각자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고,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맡은 일을 하고 주말에는 카페에서 만나 프로젝트를 진척시켰다. 그런데 처갓집에 갔을 때, 비싸고 예쁜 냉장고에 치킨집, 중국집, 피자집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이걸 없애는 비즈니스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음식 주문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김봉진 의장과 공동창업자들은 배달의 민족 초창기 버전인 음식점 전단지 앱을 개발하여 2010년 ‘배달의 민족’ 앱을 출시하였다. 앱을 만들기 위해 김봉진 의장은 새벽마다 아파트를 돌며 전단지를 주우러 다녔고,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
창업 아이디어보다 실행력 배달의 민족이 출시되기 전 이미 ‘배달통’, ‘배달 114’ 등 경쟁자들이 먼저 나와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은 출시하자마자 주요 앱 스토어에서 1위에 올랐다. 김봉진 의장 특유의 B급 감성 디자인과 발로 뛰면서 음식점 데이터를 열심히 모은 덕분이었다. 배달의 민족 앱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봉진 의장은 2011년에 우아한 형제들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알토스벤처스와 6개월간의 협의 끝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명문대 출신 스타트업이 즐비한 상황에서, 공고, 전문대, 웹 디자이너 출신인 그가 수백억의 투자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는 김봉진 의장의 실행력을 높이 샀다고 말한다. “김봉진 대표는 무엇보다 실행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창업이라는 게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건 결국 실행력이거든요.”
고객 중심의 마케팅 배민은 10년만에 3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그 성장 비결은 크게 ‘배민다움’의 브랜딩과 ‘고객 중심’의 마케팅으로 귀결된다. 사업 초기 김봉진 의장은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서비스는 실패한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마케팅의 타겟을 계속 좁혀 나갔다. 예를 들어 샴푸 시장에 들어온 후발 주자가 1등을 하기는 어렵다. 1등을 하려면 타겟을 좁혀야 한다. 비듬 샴푸 시장으로, 10대 후반~20대 중반으로, 고등학생으로. 그래도 1등을 하기 어려우면 서울지역 2학년 남자 고등학생 중 가계소득 상위 20%이상으로 좁혀가는 식이다. 그래야 조직에 자신감을 주고 확실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배달음식 주문을 누가 하나 살펴보니 회사에서는 막내, 친구들 사이에선 가장 만만한 친구가 담당했다. 그래서 김봉진 의장은 첫 타킷을 20대, 홍대 문화에 익숙한, 성격이 친근하고 만만한 가상의 인물을 정했다. 그들에게 먹히는 것이 바로 B급 감성이었다. 그는 이를 배민 신춘문예, 배민 치믈리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관성 있게 보여주며 10년간 공들여 브랜딩을 했다.
배민은 배달을 하지 않는 유명 맛집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 배달 용품 및 식자재를 유통하는 ‘배민상회’, 반찬 및 가정식 배달 서비스 ‘배민찬’ 등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며 배달 앱 1위를 고수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기로에서 김봉진 의장은 배민을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57억 유로(약 7조 6800억원)에 매각하고, 우아DH아시아 의장으로 취임해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 7월, 배민 창업 13년만에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의장직을 내려놓고 배민을 떠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는 배민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자기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떠났다. 브랜드도 개인도 자기다울 때 가장 행복하고 빛난다. 그리고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는 창업자가 떠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 미국 채식주의자들 홀린 K냉동김밥 품절 대란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김밥 제조업체 ‘올곧’이 지난 달 미국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통해 판매를 시작한 냉동김밥이 한 달도 안 돼 품절 대란을 빚으며 ‘초대박’을 터뜨렸다. 김밥 250t 규모의 물량이 순식간에 완판된 것이다. 상품명은 ‘김밥(Kimbap)’이라는 한국어를 그대로 쓴다. 가격은 3.99 달러다. 올곧 측은 “영하 45도에서 급속 냉동해 식감을 유지하고, 김밥 한 줄을 3등분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편의성을 높인 게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소불고기·참치마요 김밥 등 10가지 종류를 판매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육류 수출에 제약이 있어 유부가 들어간 식물성 제품만 공급하고 있다. 김희철 올곧 영업관리팀 마케팅과장은 “오는 10월 알디(RD) 본사가 있는 독일 식품박람회에도 초청돼 냉동김밥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경남 하동군에 위치한 ‘복을 만드는 사람들’(복만사)이 제조한 냉동김밥은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농업회사법인과 손을 잡고 K김밥 수출길을 뚫으면서다. 복만사 냉동김밥은 10t 규모로 영국 H마트에 판매될 예정이다. 미국 소셜미디어에서는 한인 교포가 냉동김밥 조리법을 소개한 틱톡 영상에 ‘좋아요’ 77만여개, 댓글이 3,600여개가 달렸다. 계란을 풀어 김밥에 담근 후 프라이팬에 데워 먹거나 불닭볶음면 같은 라면과 함께 즐기는 먹방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품절과 대기 영상도 화제다. 새로 배달되는 김밥 박스를 기다렸다가 10개를 한꺼번에 사 갈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미국에서 생활비 저렴한 곳 – NC 히커리가 1위 차지 미국에서 주거비를 포함한 생활비가 가장 저렴한 곳은 어디일까? 최근 US뉴스가 ‘전국에서 생활비가 가장 저렴한 지역 탑10’을 발표했다. 이번에 집계된 도시별 생활비에는 모기지 융자 상환액 또는 렌트비 및 재산세, 유틸리티 비용 등이 포함된 주거비와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이용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포함됐다. 그리고 대망의 1위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히커리(Hickory)가 차지했다. 히커리는 샬럿과 애쉬빌 사이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인구 36만 4,877명이 거주한다. US뉴스가 선정한 ‘살기 좋은 도시’에서 25위를 차지한 바 있다. 히커리 주민들의 평균 연봉은 4만 4470달러이며, 주거비로 가구 중간소득의 18.95%를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비싼 집값에 소형 주택 선호, 식사 공간 없애고 거실 줄여 미국에서 새로 건축되는 주택의 크기가 과거에 비해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신축 주택의 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신축주택 중개 플랫폼인 리버블(Livabl)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착공된 신축 주택의 평균 넓이는 10% 감소했다. 특히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럿과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신축주택 면적은 14% 감소했다. 이 지역들은 최근 수년간 인구 유입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지역이다. 건설업자들은 별도의 식사 공간을 없애고 거실의 넓이를 줄이는 방식으로 과거보다 면적을 300~400스퀘어피트 줄이는 대신 가격을 5만~7만 5000달러 낮춘 신축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시작, 수협 “방사능 물질 나오면 조업 중단”, 문 닫은 부산 자갈치 시장 횟집 지난 24일부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 전국수산업협동조합(수협)은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과 괴담 수준의 불확실한 정보 확산 속에 이미 해산물의 소비는 오염수 방류 전부터 급감하기 시작했고, 수산물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 수산업은 존립 자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2.4%가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수협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시하겠다고 약속하며,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될 경우 조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의 자갈치 시장의 횟집들은 점심시간임에도 단체손님을 맞는 2층을 아예 닫았다.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면 향후 1~2년 안에 제주 광어 양식장 중 30%는 폐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수산물 소비 급감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업 단체급식에 수산물 공급 확대와 어촌 관광지 방문 장려, 기념품·명절에 수산물 사용 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사내 급식에 수산물 메뉴를 늘리며 수산물 소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2. 남자가 늙어서 꼭 필요한 것 5가지는? ① 아내 ② 부인 ③ 와이프 ④ 집사람 ⑤ 애들 엄마
3. 여자가 늙어서 필요 없는 것 단 한 가지는? _____________________
혹시 ‘남편’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그렇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정답은 ‘귀찮게 구는 남편’이다. 아내를 도와주고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편은 늙어서도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 외에, 우리가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흔히 건강의 3대 요소를 운동, 영양, 휴식이라고 한다. 또 어떤 분들은 쾌식, 쾌변, 쾌면이라고 한다. 여기에 긍정적 사고, 좋은 인간관계, 보람 있는 일 등을 더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 ‘딱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정답은 놀랍게도 ‘잠’이다. 밤에 7~9시간의 꿀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 = 조기 사망 수면 부족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밤에 잠 한 숨 못 자는 불면증이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은 완전히 망가진다. 실제로 가족성 불면증(FFI, Fatal Familial Insomnia)라는 희귀한 유전병이 있는데, 이 질병은 치료법도, 치료제도 전혀 없다. 모든 환자는 진단을 받은 지 10개월 이내에 잠을 자지 못해 사망한다. 더 일찍 사망하는 이들도 있다. 계속 잠을 자지 않아서 죽음에 이른 개별 사례들도 있다. 2012년 중국의 장 샤오샨(Jiang Xiaoshan)은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의 모든 경기를 시청하겠다고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 그리고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했다. 12일째에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인턴사원 모리츠 에어하트(Moritz Erhardt)는 업무 과다에 따른 급성 수면 부족으로 간질 발작이 일어나 목숨을 잃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젊은이들 중에는 10시간~50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다가 극도의 피로와 탈수에 의한 심장마비, 혈전증, 호흡곤란 등으로 급사하는 사례들이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다.
동물 연구들은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전면적인 수면 부족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1894년 러시아 과학자 마리아 마나세이나는 강아지를 대상으로 수면박탈 실험을 했다. 10마리의 강아지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잠을 재우지 않고, 다른 한 그룹은 음식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잠을 재우지 않은 강아지들은 모두 5일 내에 사망했고, 음식을 주지 않은 강아지들은 3주까지 생존했다. 이어 1983 시카고 대학교 연구진이 쥐들을 대상으로 전면적 수면박탈과 부분적 수면박탈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수면을 완전히 박탈당한 쥐들은 평균 15일만에 사망했고, 수면을 부분적으로 박탈당한 쥐들은 평균 45일만에 사망했다.
잠을 안 재운 쥐들은 잠을 푹 자는 쥐들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하는 동안 체중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수면 결핍으로 인해 면역계가 망가지면서 피부 전체에 궤양이 생겼고, 발과 꼬리에 상처가 가득해졌다. 사후에 부검을 해보니 신체 장기들도 완전히 손상되어 있었다. 허파에 물이 차고, 장기 곳곳에 출혈과 온갖 합병증이 일어났다. 반면 감염과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부신샘 같은 기관들은 뚜렷하게 부풀어 있었고, 불안 관련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의 분비량이 대폭 증가해 있었다. 이처럼 수면 부족은 몸의 모든 생리 체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무수한 장애와 질병-암, 당뇨병, 심장마비, 알츠하이머, 뇌졸중, 우울증, 양극성 장애, 자살, 만성 통증, 불임, 체중 증가, 비만, 면역 결핍, 등-을 초래한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의 기록은 1964년 미국의 랜디 가드너가 세운 11일 1분이다. 그런데 수면 부족에 따른 위험성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이후에 이 부문은 결국 폐지되었다.
수면 부족 = 졸음 운전 미국에서는 졸음으로 인해 매년 120만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이 말은 30초마다 졸음 운전 사고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졸음 운전은 음주 운전에 비해 훨씬 가벼운 일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졸음 운전이 음주 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음주 운전자는 종종 브레이크를 늦게 밟고, 회피 운전 반응이 느리다. 하지만 졸음 운전자들은 ‘깜빡 졸아서’ 미세 수면에 빠지는 2초 동안 브레이크를 밟거나 사고 회피 반응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 결과 졸음으로 생기는 차 사고는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졸음 운전은 트럭 운전자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미국 트럭 운전자의 약 80%가 과체중이고, 50%는 비만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준이다. 그래서 트럭 운전자들은 수면 무호흡증이 생길 위험성이 높고, 심한 코골이가 동반되면서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그 결과 수면 부족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200~500% 더 높다. 그리고 트럭 운전자가 졸음 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면,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 4~5명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잠을 줄이면 수명도 줄어든다 그런데 졸음 운전과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하루에 평균 5~6시간의 잠을 자며 인생을 매우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데이비드 딩어스(David Dinges) 연구진은 2주 동안 매일 8시간, 6시간, 4시간, 그리고 며칠 간 잠을 아예 못 잔 사람들 그룹으로 나누어 운전 시뮬레이터에서 차선을 완전히 벗어나는 횟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8시간 수면집단은 차선을 벗어나는 실수를 거의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데 6시간 수면집단은 10일이 지나자 24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사람들의 수준으로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4시간 수면집단은 48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사람들과 같은 수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 수행 능력은 계속 더 떨어졌다.
호주의 연구진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집중력은 19시간 동안 계속 깨어 있으면 음주 운전에 걸릴 수준(혈중 알코올 농도 0.08%)으로 취한 사람들만큼이나 심각한 인지 장애가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당신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깨어 있다가 새벽 2시에 차를 몰고 귀가한다면, 당신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운전 능력은 음주 운전자만큼 심각한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잠을 5시간 이내로 잔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자동차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3배 증가했다. 그런데 4시간 이하로 잠을 잔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11.5배 증가했다. 수면 시간이 1시간씩 줄어들 때마다 충돌 위험은 급격히 높아졌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감안할 때 우리는일상생활에서 ‘잠’에 대해 훨씬 더 높은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일과 행복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친구들이 대부분 은퇴하고 노는 이때에 나에겐 아직 일이 있고,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축복이다. 그래서 일이 들어오면 대체로 수락한다. 일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일이 없다면 굉장히 불행할 것 같다. 나는 건강만큼 중요한 게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지키는 것만큼 자기 일을 지켜야 그 일도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내게 일은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몸이 건강해도 할 일이 없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할 수 있다면 나는 평생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2014)』라는 책에 있는 ‘일과 행복’에 대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국과수 원장 정희선의 이야기 삶의 화학반응은 느닷없이 온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게 재미있는 것을 택했다. 지속적인 삶의 화학반응을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할 때 엄청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걸 경험했다. 가짜 꿀이 기승을 부릴 때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꼬박 1년을 매달렸다. 다음에는 가짜 참기름 파동을 해결하기 위해 3~4년을 바쳤다. 내 힘으로 뭔가를 해결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내가 원해서,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까. 그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정말 굉장했다. 삶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다 미국에서 소변을 통한 마약 검출법이란 걸 알게 되었고, 우리만의 소변 테스트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그 이후로 몇 년간 오줌 속에서 살았고 자타가 공인하는 마약전문가가 되었다.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내가 여자라는 점이 불리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희소성의 가치를 드러냈다. 살아보니 삶에는 영원한 불리도 영원한 유리도 없다. 중요한 건 당장의 유불리에 개의치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용기다. 사람들은 주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직장을 가졌는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 질문 대신 “왜 이 일을 하는가, 정말 이 일을 원하는가?”를 질문해봐야 한다. 내게 행복이란 일에 대한 사랑이다. 이게 없으면 애를 쓰고 노력하는 자체가 고통스런 일이 된다. 하지만 이게 있으면 달라진다. 좋아서 할 수 있다. 좋으면 나중에 장인이 되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자기 일을 사랑할 때 나도 나를 인정하고, 남도 나를 인정한다. 그게 행복이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이야기 나는 정말 행복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과 행복이 분리된 삶을 살고 있지만, 내게는 일이 곧 행복이다. 방황하고 방황하다 마지막 순간에 이걸 찾았다. 너무너무 고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는 일 사이에 틈이 있다. 그 틈이 클수록 삶이 힘들다. ‘내가 지금 뭘 하며 살지?’라는 회의가 수시로 밀려온다. 둘 사이에 틈이 작으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충만감이 커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굶어 죽은 사람은 없다. 굶어 죽는 건 좋아하는 일이 아니어서 그렇다. 핵심은 명쾌하다.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게 뭔지 알 때까지 악착같이 찾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방황이다. 가만히 있는데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다. 책도 읽고, 도움될 만한 사람도 찾아가보고, 두드려 보고, 찔러보고, 해부해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 것이다. 일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일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반을 일을 하며 보내는데, 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어디에서든 행복을 찾긴 쉽지 않을 것이다. 행복의 비밀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동시에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들이 멀어진 이유 아버지께서 췌장암으로 돌아가실 무렵,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다며 노여워하시던 생각이 난다. 어머니께서 오래 병상에 계시는 동안 발길이 뜸해진 친지들에 대한 원망까지 더해져, 힘들 때 멀어져 간 사람들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셨다. 아버지가 그들에게 밥이라도 사주고 용돈이라도 쥐어줄 때는 친한 척, 존경하는 척하던 사람들이 막상 아버지가 힘들고 아플 때는 등을 돌리는 모습에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 깊어지시는 듯했다. 항암치료의 고통과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만큼이나 아버지를 괴롭혔던 것이 그 고립감과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물론 세상에는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거나, 손해가 난다 싶으면 당장 멀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마도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때로는 그런 이기심보다, 큰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거리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왜 이렇게 소식이 뜸하시냐, 아버지께서 보고 싶어하신다”고 연락을 하자 한 친지가 말하기를, “가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파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겠냐고 했다.
불편한 감정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생을 마감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가지세요”, “힘 내세요”라고 말하기도 어색하다. 그 병에 무슨 음식이 좋다더라는 이야기조차 부질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차라리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맘이 편하다. 해결해주지 못할 바에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낫다 싶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 때문에 상실과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곁에서 뒷걸음질 친다. 불편한 감정, 도와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 이 불편함은 어쩌면 도와준다는 의미를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남편이 힘들어 하는 아내의 곁을 지키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해줘도 행복해지지 않는 아내를 보며 무력감에 슬슬 피한다. 아내는 깊은 늪을 지나는 남편을 향해 정신 차리라고 채근하거나 그의 감정 상태를 서둘러 고치려고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통을 겪으며 힘들어할 때 그런 건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진짜 고생이 뭔지 몰라서 배부른 소리한다고 오히려 타박한다. 위기에 수반되는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이 그 감정을 고쳐주려고 하거나, 고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피해 버리는 것이다.
곁에 있어주는 사람 저명한 목회상담가인 폴 투르니에는 <고통보다 깊은>이라는 책에서 고통과 위기가 닥쳐오는 순간을 코앞에서 기차가 지나는 것에 비유한다. 눈 앞에서 무서운 기세로 지나가는 기차의 경적소리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기차가 지나가고 저만치 사라져갈 때까지 우리는 기차의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 기차가 내 앞을 지나가는 순간에는 옆에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는다. 그때는 그냥 그 사람을 붙잡고 가만히 서 있는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어느 교회의 세미나에서 한 자매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몇 년 전 청년집회에 참석해 내게 상담을 받았단다. 그런데 그때 내가 해준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자기가 엄청나게 울었던 것만 기억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는 어찌어찌 잘 해결되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하며 울었나 싶다며 멋쩍게 웃길래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사실 나도 그때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무슨 말을 해주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상담자로서 해주는 지혜의 말은 누군가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좋은 말 몇 마디로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위기에서 구해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먼저 실컷 울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기차가 거센 바람을 몰고 경적을 울리며 내 앞을 지나갈 때, 그 엄청난 위압감에 풀썩 주저앉아 목놓아 울 수 있게 가만히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함께 웃는 날 성경은 우리에게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롬 12:15, 16)’고 말한다. 상담의 기술을 나열한 수많은 교재보다 이 한마디의 말씀이 상담의 핵심을 더 무게있게 전달하는 것 같다. 상실과 고통을 지나가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하지 않다. 섣부른 조언이나 성급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마음 편히 실컷 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그 어둠의 골짜기를 잘 지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화나고 외로운지 말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어느 순간 기차는 지나간다. 터널 끝에서 빛을 만나고, 함께 웃는 날도 온다.
“아픈 사람 옆에서 굳이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보고 싶은 얼굴을 보는 것으로 족하지 않겠느냐”는 나의 말에 그 친지는 아버지의 병문안을 왔고, 오랫만에 마주한 얼굴이 반가워서 아버지의 얼굴도 환해졌다.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아버지가 세상과 작별하는 마지막 여정 속에 그저 함께 있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 상실감이 조금은 옅어졌는지, 남겨진 가족들이 아버지를 기억하며 함께 웃곤 한다. 그 위기와 상실의 시간을 온전히 경험하고 지나가신 아버지도 지금은 천국에서 웃고 계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