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공짜, 햇볕도 공짜, 물도 공짜, 바람도 공짜로 얻은 생 ©문화재청

공짜

아무 땅이나 차지하고 살면
거기가 집이요 일터

나무네 공장 광합성 원료
사업 번창하고 주가가 치솟아도
소득세 재산세 한 푼 낸 적 없지
햇볕도 공짜, 물도 공짜, 바람도 공짜

그래도 나무는 자선 사업가
무상 임대주택은 새들의 차지
시원한 그늘 밑은 마을 노인정
달고 향기로운 과일도 공짜
새들에게도, 사람들에게도

하늘 향해 활짝 팔 벌린 나무
다음 생엔 나도
공짜 나무가 되어도 좋으리

▶ 시인의 말

나무는 모든 것을 공짜로 받아서 살아갑니다.
땅도 공짜, 햇볕도 공짜, 물도 공짜, 바람도 공짜.
그렇지만, 나무는 자기의 것을 모두 다 공짜로 나누어 줍니다.
넉넉한 품도, 시원한 그늘도, 달콤한 과일도, 끝내는 자기 몸까지도 나누어 줍니다.
우리도 나무가 받는 모든 것을 공짜로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처럼 모든 것을 나누어주지 못합니다.
어쩌면 다음 생엔 나도 공짜 나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