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운전 사고는 음주 운전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clipartkorea

가장 중요한 것
여러분도 아마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1. 여자가 늙어서 꼭 필요한 것 5가지는?
① 돈 ② 딸 ③ 건강 ④ 친구 ⑤ 찜질방

2. 남자가 늙어서 꼭 필요한 것 5가지는?
① 아내 ② 부인 ③ 와이프 ④ 집사람 ⑤ 애들 엄마

3. 여자가 늙어서 필요 없는 것 단 한 가지는? _____________________

혹시 ‘남편’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그렇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정답은 ‘귀찮게 구는 남편’이다. 아내를 도와주고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편은 늙어서도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 외에, 우리가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흔히 건강의 3대 요소를 운동, 영양, 휴식이라고 한다. 또 어떤 분들은 쾌식, 쾌변, 쾌면이라고 한다. 여기에 긍정적 사고, 좋은 인간관계, 보람 있는 일 등을 더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건강에 가장 중요한 것 ‘딱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정답은 놀랍게도 ‘잠’이다. 밤에 7~9시간의 꿀잠을 자는 것이 건강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 = 조기 사망
수면 부족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밤에 잠 한 숨 못 자는 불면증이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은 완전히 망가진다. 실제로 가족성 불면증(FFI, Fatal Familial Insomnia)라는 희귀한 유전병이 있는데, 이 질병은 치료법도, 치료제도 전혀 없다. 모든 환자는 진단을 받은 지 10개월 이내에 잠을 자지 못해 사망한다. 더 일찍 사망하는 이들도 있다.
계속 잠을 자지 않아서 죽음에 이른 개별 사례들도 있다. 2012년 중국의 장 샤오샨(Jiang Xiaoshan)은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의 모든 경기를 시청하겠다고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 그리고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했다. 12일째에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인턴사원 모리츠 에어하트(Moritz Erhardt)는 업무 과다에 따른 급성 수면 부족으로 간질 발작이 일어나 목숨을 잃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젊은이들 중에는 10시간~50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다가 극도의 피로와 탈수에 의한 심장마비, 혈전증, 호흡곤란 등으로 급사하는 사례들이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다.

동물 연구들은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전면적인 수면 부족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1894년 러시아 과학자 마리아 마나세이나는 강아지를 대상으로 수면박탈 실험을 했다. 10마리의 강아지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잠을 재우지 않고, 다른 한 그룹은 음식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잠을 재우지 않은 강아지들은 모두 5일 내에 사망했고, 음식을 주지 않은 강아지들은 3주까지 생존했다.
이어 1983 시카고 대학교 연구진이 쥐들을 대상으로 전면적 수면박탈과 부분적 수면박탈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수면을 완전히 박탈당한 쥐들은 평균 15일만에 사망했고, 수면을 부분적으로 박탈당한 쥐들은 평균 45일만에 사망했다.

잠을 안 재운 쥐들은 잠을 푹 자는 쥐들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하는 동안 체중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수면 결핍으로 인해 면역계가 망가지면서 피부 전체에 궤양이 생겼고, 발과 꼬리에 상처가 가득해졌다. 사후에 부검을 해보니 신체 장기들도 완전히 손상되어 있었다. 허파에 물이 차고, 장기 곳곳에 출혈과 온갖 합병증이 일어났다. 반면 감염과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부신샘 같은 기관들은 뚜렷하게 부풀어 있었고, 불안 관련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의 분비량이 대폭 증가해 있었다.
이처럼 수면 부족은 몸의 모든 생리 체계에 악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무수한 장애와 질병-암, 당뇨병, 심장마비, 알츠하이머, 뇌졸중, 우울증, 양극성 장애, 자살, 만성 통증, 불임, 체중 증가, 비만, 면역 결핍, 등-을 초래한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의 기록은 1964년 미국의 랜디 가드너가 세운 11일 1분이다. 그런데 수면 부족에 따른 위험성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이후에 이 부문은 결국 폐지되었다.

수면 부족 = 졸음 운전
미국에서는 졸음으로 인해 매년 120만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이 말은 30초마다 졸음 운전 사고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졸음 운전은 음주 운전에 비해 훨씬 가벼운 일로 간주되지만, 사실은 졸음 운전이 음주 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음주 운전자는 종종 브레이크를 늦게 밟고, 회피 운전 반응이 느리다. 하지만 졸음 운전자들은 ‘깜빡 졸아서’ 미세 수면에 빠지는 2초 동안 브레이크를 밟거나 사고 회피 반응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 결과 졸음으로 생기는 차 사고는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졸음 운전은 트럭 운전자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미국 트럭 운전자의 약 80%가 과체중이고, 50%는 비만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준이다. 그래서 트럭 운전자들은 수면 무호흡증이 생길 위험성이 높고, 심한 코골이가 동반되면서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그 결과 수면 부족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200~500% 더 높다. 그리고 트럭 운전자가 졸음 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을 때면, 평균적으로 다른 사람 4~5명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잠을 줄이면 수명도 줄어든다
그런데 졸음 운전과 관련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하루에 평균 5~6시간의 잠을 자며 인생을 매우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데이비드 딩어스(David Dinges) 연구진은 2주 동안 매일 8시간, 6시간, 4시간, 그리고 며칠 간 잠을 아예 못 잔 사람들 그룹으로 나누어 운전 시뮬레이터에서 차선을 완전히 벗어나는 횟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8시간 수면집단은 차선을 벗어나는 실수를 거의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데 6시간 수면집단은 10일이 지나자 24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사람들의 수준으로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4시간 수면집단은 48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사람들과 같은 수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 수행 능력은 계속 더 떨어졌다.

호주의 연구진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집중력은 19시간 동안 계속 깨어 있으면 음주 운전에 걸릴 수준(혈중 알코올 농도 0.08%)으로 취한 사람들만큼이나 심각한 인지 장애가 나타났다. 다시 말해 당신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깨어 있다가 새벽 2시에 차를 몰고 귀가한다면, 당신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운전 능력은 음주 운전자만큼 심각한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협회 교통안전재단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잠을 5시간 이내로 잔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자동차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3배 증가했다. 그런데 4시간 이하로 잠을 잔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11.5배 증가했다. 수면 시간이 1시간씩 줄어들 때마다 충돌 위험은 급격히 높아졌다.

이런 여러 가지 사실들을 감안할 때 우리는일상생활에서 ‘잠’에 대해 훨씬 더 높은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