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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칼럼] 영어 공부와 원어민 친구 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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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KoreanEnglish.org 운영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자 contact@koreanenglish.org

여러분이 일상에서 대화할 수 있는 원어민 친구는 몇 명인가요? 한국을 떠날 때는 미국에 가면 영어도 금방 될 것 같고, 원어민 친구도 쉽게 사귈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영어도 쉽지 않고, 원어민 친구를 사귀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영어학습과 원어민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어민 친구 사귀기
요즘은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어 교육에 대한 한국인들의 뜨거운 열망이 미국, 영국, 호주로부터 많은 원어민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서울 시내 어디서나 원어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분명 영어 학습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됩니다. 영어책이나 수업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던 영어를 일상에서 배울 기회가 생긴 것이죠.
영어 학습자들은 학원, 사교활동, 각종 모임을 통해 이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만남이 우정이나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원어민 친구를 오래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원어민들은 우리가 영어를 위해 그들과 친해지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룻밤 비즈니스
한국 사람끼리는 한 번의 술자리로도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면 금세 발전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어민과의 술자리는 어떨까요? 일단 영어가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인 관계라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초월한 관계 형성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룻밤 술자리 비즈니스는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원어민들이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다가간다면 원어민들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더해 마음의 장벽까지 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도 얻는 것이 있어야
20년 전 델라웨어에 있을 때 델라웨어 대학에 다니는 미국인 친구들을 소개 받았습니다. 어학연수로 미국에 간지 3개월 후였으니 영어 실력은 초보 수준이었죠. 그럼에도 그들과 어울리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저를 그들의 파티에 불러주고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제안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부족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잘 어울리는 한국 청년을 부담 없이 마음으로 받아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20대 초반이었으니 그런 순수함이 있었던 것이죠. 한국에서 일하는 원어민보다 미국에서 유학하며 만난 원어민을 사귀기가 쉬운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보면, 한국에 와서 일하는 원어민은 그들에게도 어느 정도 이득이 있어야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우리와 만남을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그들에게 접근한다면 그들이 마음을 닫게 되는 것이죠.
‘이득’이라는 것이 꼭 금전적 이득이나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부족한 것과 필요한 것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면 됩니다. 우리에게 영어가 필요하듯 그들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제공한다면 만남이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분들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나의 영어 연습만을 위해 대화 친구가 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점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천 과제 1 : 자신을 돌아보기
누구나 친한 친구 한두 명은 있기 마련입니다.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있거나 취미가 비슷해서 친구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원어민 친구를 사귈 때도 공통분모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취미 생활, 잘하는 것 등을 생각해보며 자신에 관해 공유할 거리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원어민과 공유할 것이 많으면 그 중에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부분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예를 보면, 10년 전 학원에서 만난 시카고 출신 미국인과 등산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로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여러 번 함께 등산을 하며 좋은 친구로 발전했습니다. 지금보다 영어 실력이 현저히 낮았던 10년 전, 북한산으로 등산을 가자고 제안한 것이 첫 시작이었죠.
한국인 기준으로 8살 아래의 동생이고 사고방식이나 생활모습이 많이 달랐음에도 가까운 친구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등산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습니다. 현지인이 소개해주는 한국의 멋진 산들이 그에게는 마음의 이득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실천 과제 2 : 만남 전 사전 준비
원어민 친구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의도적인 준비도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흥미를 유발할 화제를 준비하는 것이죠. 영어 뉴스를 읽거나, 재미있는 유투브 영상을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미래의 친구를 위한 준비라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머리로 생각해도 되지만 글로 써보면 더 명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전 준비는 영어 실력이 부족할 때 실전 대화에서 사용할 말을 미리 준비하는 것입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데 공유할 컨텐츠도 없다면 그 대화는 흥미로울 수가 없을 테니까요.

인간관계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영어에 유창해질 때까지는 이런 노력을 통해 원어민과의 초기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의 영어 실력도 향상되어 갈 것입니다.

[영어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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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니얼의 영어 편지는 KoreanEnglish.org를 통해 매주 금요일에 발송됩니다. 쉬운 영어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연결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분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Are you wandering around in your life? Or are you moving forward to achieve some great goals in your life?

The word “life” is something that I should talk about more or maybe talk about less. Why is it that?

There are hundreds of layers in life, if not thousands. Layers of experiences, layers of achievements, layers of pleasures, layers of relationships, layers of whatever you could think of.

Some people live through multiple layers of multiple things. They experience hardships, sufferings, successes, ups and downs in several things.

Other people live through just a couple of layers of a few things. Mostly jobs, relationships and pleasures.

Which side is better?

I can’t say that one is better than the other. But one thing I can tell you is that learning English should definitely be considered a new layer of your life.

“Is it that big of a deal?”
Yeah, it is that big of a deal.

“But many of the industry experts or gurus have said that learning English should be pretty simple and we could get fluent by putting in a certain amount of time and effort. Is what they have said a series of lies?”

I wouldn’t say they have lied to you. What they’ve been saying is somewhat true. But there’re some things they don’t tell you along the line.

“English is easy to learn.”
=> “English is easy to learn if you learn it for the sake of learning. It’s much easier than learning math or science.”

“You can become fluent if you spend 10~20 minutes every day learning English in the way we offer.”
=> “You can become fluent if you spend 10~20 minutes every day for 50 year.”

어느 전문가의 말처럼 유창해지기 위한 학습 시간을 1만 시간으로 보면, 하루 20분씩 계산해 정확히 걸리는 시간은 “82년”입니다.
Keep learning, and you will become fluent one day.
=> Keep learning, and you will end up giving up at a certain point and forget about what we promised before.

삶에는 여러 레이어(층)가 있고, 영어는 그 레이어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영어라는 레이어를 충분히 경험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훨씬 더 멋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영어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레이어가 되려면 영어라는 레이어를 꼭 얻어야겠다는 다짐과 액션이 뒤따라야 합니다.

1년 후, 2년 후, 3년 후,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영어 측면에서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모습일까요, 아니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일까요?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개발하지 않으면 후퇴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어라는 레이어는 우리 인생에서 분명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레이어입니다. 오늘도 건투를 빕니다.

[영화칼럼] 내가 누구인지 내가 정하기, 문라이트

박성윤
캐롤라이나 열린방송에서
‘박성윤의 영화는 내 인생’ 코너 진행
parksungyoontree@gmail.com

문라이트 ( Moonlight, 2016)
감독: 베리 젠킨스
주연: 알렉스 R. 히버트
애쉬튼 샌더스
트레반트 로즈

뒤바뀐 최우수 작품상
극작가 타렐 엘빈 맥그리니의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달빛 아래에서 검은 소년들은 푸르게 보인다) 』를 각색한 베리 젠킨스 감독의 영화 문라이트는 89회 아카데미 8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최우수 남우조연상, 각색상, 그리고 영예의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상의 맞춤형인것 같았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제치고 흑인 감독의 독립영화 문라이트가 오스카상을 받은 것은 영화 역사상 매우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시상식에서 실수로 수상자 봉투가 잘못 전달되어 수상작이 라라랜드로 호명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5분만에 실수를 바로잡고 최우수 작품상이 문라이트의 베리 젠킨스 감독에게 돌아갔지만, 최악의 해프닝으로 인해 이 극적이고 감동적인 순간의 의미가 반감되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흑인으로서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베리 젠킨스 감독 ©Fortune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다
문라이트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흑인 감독이 수상한 최우수 작품상, 최초로 모든 출연진이 흑인 배우인 최우수 작품상, 최초로 LGBTQ 스토리 최우수 작품상, 그리고 최저 제작비의 최우수 작품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문라이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게이 소년인 샤이론의 어린 시절,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세 가지 시간대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1부: 리틀
마이애미의 가난한 동네에 사는 샤이론은 왜소한 몸집과 약한 힘 때문에 ‘리틀’이라고 불리며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어느 날 다른 아이들에게 쫓기다가 사람이 없는 집으로 숨어 들어가 위기를 모면하는데, 그곳을 자신의 마약 창고로 쓰고 있던 마약거래상 후안이 샤이론을 보게 된다. 후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샤이론을 식당으로 데려가 밥을 먹이고, 자신의 여자친구 테레사에게 데려가 함께 시간을 보낸 후 샤이론의 집으로 데려다준다.
마약중독자인 엄마에게서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샤이론에게 후안과 테레사는 고통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안식처가 된다.
어느 날 저녁 후안은 해변에서 샤이론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는데 세상 한가운데서 믿음을 통해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수영을 통해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물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하는 샤이론을 바라보며 말한다.
“언젠가 너는 네가 무엇인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거야.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말아라.”

2부: 샤이론
고등학생이 된 샤이론은 여전히 주위의 또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마약중독이 더욱 악화된 어머니로 인해 정서적 균열이 깊어진 샤이론은 더욱 불안하고 말이 없고 날카롭다. 그의 안식처였던 후안도 이미 죽고 없었다.
어느 날 밤 샤이론은 어머니를 피해 무작정 기차를 타고 후안과의 추억들이 있는 바닷가에 간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샤이론을 자신만의 닉네임 ‘블랙’으로 부르던 유일한 친구 케빈을 만나게 되고,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샤이론은 마침내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너무 울어서 어떨 땐 내가 물방울로 변할 것 같아.”라는 고백 뒤에 케빈과 샤이론은 야릇한 분위기에 빠지고 서로 입을 맞추게 된다. 케빈은 샤이론을 가만히 어루만져준다. 누군가의 애정어린 손길을 받아본 적이 없는 샤이론은 당황해서 케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샤이론을 늘 괴롭히던 테렐이 케빈에게 “게임을 하자”며 자신이 지목한 사람을 때려 눕히면 케빈이 이기고, 못하면 진다는 조건을 내건다. 물론 그 표적은 샤이론. 테렐과 그 패거리들이 둘러싼 상황에서 케빈은 어쩔 수 없이 샤이론을 때려 쓰러뜨린다. 샤이론이 쓰러지자 테렐과 그 패거리들이 샤이론을 잔인하게 밟아버린다.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던 케빈에 대한 배신감과 테렐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 샤이론은 마음의 상처와 억압된 분노가 폭발한다. 샤이론은 학교로 돌아가 자신을 두들겨 팬 테렐을 의자로 내려쳐서 쓰러뜨린다. 샤이론은 곧 경찰에 붙잡혀 끌려가고 케빈은 그 모습을 괴로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3부: 블랙
테렐을 폭행한 죄로 소년원에 간 샤이론은 감방에서 만난 지인의 소개로 출소 후 마약거래상이 된다. 30대 성인이 된 샤이론은 더 이상 유약하고 수줍음 많은 소년이 아닌, 근육질의 몸매에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블랙’으로 불리며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편안하지 않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로 인한 트리우마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어머니를 재활원에 홀로 남겨두고 자신은 애틀랜타에서 마약 거래로 생활하던 어느 날 새벽, 샤이론은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시간이 되면 어미를 좀 만나러 와 다오.”
대충 전화를 끊고 자려 하니 다시 전화가 울린다. 짜증이 난 상태로 전화를 받으니 어머니가 아닌, 학창시절의 친구 케빈이었다. 케빈은 자신이 지금은 식당의 요리사가 되었다며 자기가 일하는 식당으로 샤이론을 초대한다.
샤이론은 재활원에 찾아가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던 샤이론은 어머니와 어색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때 어머니가 말한다. “어린 시절 내가 너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은 전부 다 내 잘못이다. 그 때문에 네가 날 싫어하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미인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는 나처럼 잘못된 길을 걸어가선 안 된다. 네게 맞는 길을 찾아가거라.” 어머니의 진심어린 고백에 샤이론 역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용서한다.
어머니를 만난 후 케빈이 일하는 식당으로 간 샤이론은 10년만에 케빈과 재회한다. 과거의 유약한 모습이 사라져버린 샤이론을 보고 생경해하는 케빈이 샤이론에게 묻는다.
“넌 누구야, 샤이론?”
“나는 나야.”

나는 나야
영화 문라이트는 빈곤이나 범죄, 인종, 그리고 성 정체성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는다.
10년만에 재회한 케빈이 옛날과는 완전히 변해버린 샤이론에게 던진 질문, “넌 누구야?”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 내면의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부 ‘리틀’에서 샤이론이 후안에게 ‘호모’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후안은 동성애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소년 자신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를 권하지만,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 인식에 따라 샤이론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지 못하고 성장을 포기한다.
2부의 제목이 ‘샤이론’의 이름 그대로인 것은 첫사랑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고 정의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샤이론은 자신이 놓인 적대적인 환경을 부수고 나가 바깥 세상에서 자아를 찾으며 끊임없이 방황한다.
3부 ‘블랙’은 과거 잔인했던 자신의 환경과 경험에 대한 방어 메카니즘을 보여준다. 위협적인 외모와 힘을 기르는 모습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사회적 외압에 대한 방어적 투쟁이며, 사실은 그 단단해 보이는 갑옷 뒤에는 여전히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어휘가 부족한 약하고 부서질듯한 작은 아이가 있다.
샤이론 같이 수줍고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소년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가며 스스로를 왜곡하고 심지어 금욕주의자가 된 모습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젠킨스 감독의 영화적 기교는 놀랄 만큼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며 강렬하다. 단순한 몸짓과 눈 깜박임으로 한편의 아름다운 시 같은 영화적 질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인상주의적 색채의 시각효과와 촬영기법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인물들의 내면 세계를 응시하고 이들의 고통과 갈망을 관객들에게 전염시킨다.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예술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며 특히 마지막 케빈과의 재회에서 주크박스 씬은 이 영화의 가장 따뜻하고 낭만적인 순간으로 손꼽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샤이론은 파란 달빛 아래서 뒤를 돌아본다. 샤이론의 가장 순수했던 영혼은 어둠 속 달빛 아래에서 아름답게 빛나며 이제 막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나서는 샤이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후안과 테레사의 보살핌과 사랑, 그리고 케빈과 함께 했던 서정적인 경험은 샤이론의 회귀 의지를 불러온다. 이들이 샤이론에게 전해준 사랑이 영화 문라이트가 비참함에 빠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새롭게 정의할 힘이 되어준다.

[미술관 나들이] NC 미술관의 “Art in Bloom”

박영진
NC 미술관 안내원
yopark.kwise@gmail.com

NC 미술관의 꽃꽂이 축제
해마다 3월 중순이면 NC 미술관은 온통 생화로 가득찬다. 이는 NC 미술관 기금을 마련하는 연례 행사인데, 딱 4일간만 진행하기 때문에 이때는 정말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 행사는 3/21(목)-3/24(일)에 진행된다.
이 행사가 준비되는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우선 미술관에서는 50명 이상의 꽃꽂이 전문가들에게 서관 미술관에 있는 그림들을 한 점씩 무작위로 배당해준다. 꽃꽂이 전문가들은 꽃꽂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 가든 클럽에 소속된 사람, 취미로 꽃꽂이를 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그림을 배당받은 꽃꽂이 전문가들은 그 그림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영감으로 그림을 꽃꽂이로 표현해낸다. 어떤 꽃꽂이는 1,000송이 이상의 꽃으로 한 그림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꽃꽂이 전문가들은 꽃뿐만이 아니라 그 작품에 어울리는 꽃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장식품을 구하기 위해 몇 달씩 고민하고 발품을 판다. 작년에 만난 한 꽃꽂이 전문가는 잉카 문명에 대한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할 모든 꽃을 멕시코에서 직수입하기도 했다.
행사 전날이 되면 서관 미술관은 문을 닫고 하루 종일 꽃꽂이 전문가들이 자신이 맡은 그림 옆에서 꽃꽂이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을 보는 것은 정말 ‘예술을 표현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탄을 자아낸다. 이 행사 동안에는 꽃꽂이 데모, 워크샵 등 다양한 볼 거리도 많다.

생화를 미술관에 들여오려면
꽃술과 꽃가루는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에게는 최악이다. 따라서 생화가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화를 미술관 안에 들여올 수 있을까?
먼저 생화의 꽃술과 꽃가루는 모두 없애야 한다. 그리고 집에서 기른 꽃이나 들에서 자란 꽃은 미술관에 들여올 수 없다.
행사가 진행되는 4일동안 꽃꽂이 전문가들은 매일 물을 주고 시든 꽃을 갈아주며 자신의 작품을 정성스럽게 보살핀다. 나와 같은 봉사자들은 각 작품에 쓰인 꽃 이름을 외우고 이 작품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생각하느라 바쁘다.

작품명 : 메리 고다드(Mary E. Goddard) 제작년도 : 1630–1635년경작가명 : 프랭크 드베넥(Frank Duvenneck), 미국 (1848–1919)
규격 : 59 x 31 in (149.9 x 78.7 cm), 재료 : 유화 소장 : NC 미술관

위에 소개한 꽃꽂이 작품은 작년에 전시된 것 중 하나로 미술관장과 방문객들의 투표로 최고의 꽃꽂이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림 작품은 메리 고다드(Mary E. Goddard)의 초상화이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이탈리아 플로렌스를 여행하는 동안 미국인 화가 프랭크 드베넥이 그린 것이다.
그녀가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와 허리선에 있는 양손의 장갑,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쥐어진 부채가 꽃꽂이 작품으로 잘 형상화되어 있다. 옹기 항아리 꽃병은 빨간 드레스를 나타내고, 옹기 항아리를 가로지르며 곡선으로 늘어진 빨간 장미와 빨간 백합은 드레스의 주름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위쪽의 빨간 글로디오스 꽃은 그녀의 상체를 형상화하고 있다. 가운데에 있는 여러 다년생 잎들과 꽃은 메리 장갑과 부채를 멋지게 표현해주고 있다.
그림과 꽃꽂이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이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NORTH CAROLINA MUSEUM OF ART
2110 Blue Ridge Road, Raleigh, NC 27607
T. 919-839-NCMA

한국어 안내도 가능합니다.

[미국생활기] 미국에 살 만큼 살았다고 느낄 때

미국에 온지 이제 햇수로 5년째 접어듭니다. 저의 지난 포스팅을 하나씩 읽어보며 추억도 좀 곱씹고, 또 낯설던 미국 문화와 미국 생활 관련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아~ 이땐 이렇게 느꼈구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라고 느껴진 것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나도 이제 미국 살 만큼 살았구나~’라고 느껴질 때가 언제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신발 신고 집안을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때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집에 인터넷 설치 기사나 다른 누군가가 올 때 신발을 신고 집안을 돌아다녀서 정말 싫었어요. 거실은 카펫이 아니라 마루라서 나중에 닦으면 되지만 그 외의 공간은 카펫이라 밖에서 신던 신발로 집안을 들락날락하는 게 너무 신경쓰이더라고요. 게다가 그때 와플이가 두 돌도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죠.
누군가 신발을 신고 제 집을 다녀가고 나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생각, ‘저 신발을 신고 공중화장실도 다녀왔겠지?’
문제는 인터넷 설치 기사뿐만 아니라 같이 사는 남자인 와플이 아부지도 가끔씩 신발을 신고 집안을 들락날락하기도 했어요. 이미 신발을 신고 외출을 하려다가 갑자기 급하게 집안에 들어와야 할 일이 생기면 신발을 벗지 않고 그냥 집안에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미국 생활 4년차를 지나면서 이제는 제가 그냥 신발 신고 집안을 막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ㅎㅎㅎ 일부러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와플이 아부지처럼 이미 신발을 신었는데 다시 벗기가 귀찮거나, 앞문에서 뒷마당으로 나갈 일이 있을 때 신발을 벗었다가 다시 뒷마당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신발을 신은 채로 집안을 가로질러 가기도 합니다.
왜 이게 적응이 된 걸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국의 집은 한국처럼 방바닥 생활을 하지 않으니 바닥에 눕거나 앉을 일이 그다지 없어요. 한국에서는 겨울에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 덮고 누워서 TV도 보고 상 펴놓고 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식사는 식탁에서 하고 바닥에 이불 덮고 눕는 일은 거의 없어요.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좌식 생활 문화를 유지하시는 분들은 예외겠지만요.)
물론 아이들이 있다보니 종종 바닥에 앉아 있는 일이 있지만, 아이가 없는 집이라면 사실 바닥에 앉을 일도 거의 없지요.
그렇게 점점 바닥에서 생활하던 습관을 잊어가니 바닥은 그냥 발이 닿는 공간이라 집안에서 신발을 신어도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답니다. 심지어 그 반대로 맨발로 집 밖을 뛰어 다니는 일도 종종 있어요.ㅎㅎㅎ
그렇지만 한두 명이 집안에서 신발 신고 지나다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집에서 파티를 하거나 손님들이 많이 오셨을 때 그 손님들이 모두 신발을 신고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까지는 아직도 적응을 못하겠어요.

미국 사람들은 옷장에 신발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일 엘리 블로그

2. 팁이 아깝지 않을 때
맨 처음 미국에 와서 제일 아깝게 느껴졌던 돈이 바로 팁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내가 먹은 밥값만 내면 되었고, 일본에서는 내가 먹은 밥값에 세금만 더해서 내면 되었는데, 미국에 오니 내가 먹은 밥값에 세금을 더하고 거기에 왜 팁까지 더 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심지어 미국서 나고 자란 남편이 일본 생활 4년 하더니,
“일본인들은 팁을 안 받아도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훨씬 더 친절한데, 왜 미국인들은 친절하지도 않고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면서 팁이 필요한 거야?” 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오타쿠 미국인이 4년간 일본 물을 마시면 일본 사람이 되는 것일까요?
아무튼 미국에서 음식값이 비싸지면 그만큼 팁도 올라가니, 팁으로 내는 돈이 10불을 넘어가면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4년간 미국 물을 마셨더니 미쿡 사람이 된 건지, 이젠 팁을 막 더 퍼주고 싶은 지경까지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내는 돈이라 아깝던 팁이,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팁도 음식값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메뉴에 씌여진 가격이 아니라 팁까지 포함한 가격을 음식값으로 생각하니 아깝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졌어요.
게다가 서버가 정말 친절하거나,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느껴지면 팁의 적정 수준이라는 15%~20% 이상을 주는 게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주게 되는 날도 오더라고요.
특히 아이들이 있다보니 아이들에게 어떤 특별한 서비스를 해주면 그에 대한 답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거든요.

3. 형광등보다 백열등이 더 편할 때
한국의 밝은 형광등에 익숙했던 제가 남편과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남편은 형광등을 불편해 하고 저는 어둡고 답답한 백열등을 불편해 하는 포스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백열등이 어두워서 싫다며 불만을 터뜨렸던 저였건만……. 세상에! 저는 이제 밝은 형광등이 싫어요.ㅎㅎㅎ
이제는 백열등이 집안을 더 안락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게 해서 밤이 되면 노란 불빛이 있는 게 훨씬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리고 창 밖으로 새어나오는 노란 불빛도 너무 예쁘고요.
밝은 형광등인 day light은 요리할 때 사용하기 위해 주방에만 설치했고, 그 외에 식사를 하는 식탁과 거실, 각 방에는 모두 warm light의 은은한 백열등이에요.

4. 재채기 소리를 들으면 자동으로 ‘블레스 유~’가 나올 때
미국인들은 옆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블레스 유~ (Bless you~!)”라고 해주는데요, 미국인 남편과 살다보니 제가 재채기를 할 때마다 늘 ‘블레스 유’를 해줘서 그건 익숙해졌지만, 미국에 오니 저를 모르는 사람들도 “블레스 유~”를 해주더라고요.
쇼핑 하다가 재채기를 했더니 어디선가 들려오는 “블레스 유~”. 두리번 두리번하다가 부끄러워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땡큐…….”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저도 누군가가 재채기하는 소리를 들으면 자동으로 “블레스 유~”가 나옵니다. 그게 누구든 상관없어요. 그냥 내 몸의 생리 현상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마치 방구가 나오면 냄새도 따라 나오는 것처럼, “엣취~”가 들리면 “블레스 유~”가 따라 나오거든요.
그리고 “블레스 유”와 “땡큐”는 세트죠. 누군가가 제 재채기에 “블레스 유”라고 해줬다면 “땡큐”가 자동적으로 따라 나오거든요.
이게 정말 의미없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고 느껴졌던 게, 한 번은 제가 재채기를 했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블레스 유”를 해줄 사람이 없었는데 저 혼자 “땡큐” 하고는 민망했던 적이 있어요. 작년에 한국 갔을 때 저 혼자 재채기하고 저 혼자 땡큐 날리니까 옆에 있던 사람이 ‘이기 미칬나?’ 하는 눈빛으로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도 했어요.
제가 재채기할 때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블레스 유”를 해주지 않으면 왠지 섭섭한 생각도 들어서 ‘아~, 내가 미국 생활에 너무 적응을 했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주로 적절한 카드를 골라 서명만 해서 보낸다. ©스마일 엘리 블로그

5. 카드에 사인만 해서 보내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미국인들은 카드를 보낼 때 안에 내용을 쓰지 않고 이미 내용이 씌여진 카드를 사서 자신의 서명만 해서 보내는 게 일반적이에요. 물론 내용을 따로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서명만 해서 보냅니다. 또 그렇게 하라고 카드회사에서 고심해서 카드의 문구를 창작해내는 카피라이터들을 고용해 카드를 만들죠.
카드는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든 ‘기프트 카드’가 최고지만, 머니가 들어 있지 않다면 보낸 이가 정성들여 쓴 내용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한국인 마인드였던 저는 이 카드 문화가 처음에 익숙하지 않아서 시어머님이 아무 내용도 없이 서명만 해서 보낸 카드를 받고 섭섭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미국 생활 4년만에 카드 작성 문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 편리한 문화를 완.전.내.것.으로 받아들여 아주 만족하며 잘 이용하고 있답니다.
초반에는 그래도 시부모님이나 시조부모님께 보내는 카드에는 한두 줄이라도 뭔가 내용을 써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왠걸요~! 그냥 유머러스한 카드를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르면 그걸로 제 마음을 대신하고 서명만 달랑 해서 보내는데도 복부에서부터 솟구치는 그 뿌듯함!!! 마치 내가 그 유머러스한 문구를 생각해낸 것처럼요.
더 웃긴 건 심지어 남편이 서명만 달랑 해서 보낸 카드를 읽고 제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답니다. 남편이 고심해서 직접 쓴 문구도 아닌데 카드에 씌여 있는 내용이 남편의 진심이라고 찰떡같이 믿게 되는 지경까지 와서 그 문구가 너무나 감동적인 나머지, “아~ 역시 이 사람에게 난 이런 존재구나!” 하며 눈물을 펑펑… 그러다 나중에 제 정신이 돌아오면 ‘지가 쓴 게 아니지!’ 하긴 하지만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은 미국 생활이지만 이 정도면 뭐 미국 살 만큼 살았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smileellie777@gmail.com

[참지 말고 사이다] 니가 휴직하고 우리 엄마 병수발 좀 해줘

와이프가 차려준 따끈한 밥상?
결혼 2년차이고, 아직 아기는 없어요. 남편과 저 둘 다 전문직이고 벌이는 비슷해요.
신혼 때 남편이 퇴근 후 와이프가 차려준 따끈한 밥상 받아보고 싶다길래, “나도!^^”라고 대답했더니, 그 일로 대판 싸우고 합의본 게 도우미 이모님이에요. 그래서 집안일은 일주일에 두세 번 도우미 이모님 오셔서 청소, 반찬 해주고 가세요. 남편 입이 댓발 튀어나왔지만, 어쩌겠어요. 일이 바쁜데.

니가 니휴직하고 시어머니 병수발 들어
일주일 전쯤 시어머님이 계단에서 넘어지셨어요. 수술하고 입원중이신데 거동이 많이 불편하세요. 몇 달 입원하셔야 된다네요.
시아버님은 어릴 때 돌아가시고 남편은 홀어머니에 외아들이에요. 엄마 사랑하는 남편 덕분에 자주 찾아뵙고 식사하고 같이 여행다녔어요. 불편할 때도 있지만 괜찮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어머님 병간호를 저보고 하라네요. 저는 당연히 싫다 하고 간병인 쓰자 했죠. 그런데 남편은 자기 엄마를 남한테 맡길 수 없다며 저한테 휴직하고 어머님 좀 돌봐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벌어 생활비랑 책임질테니 남편이 쉬면서 어머님 병간호 해드리라고 했어요. 사실 저는 그러면 남편이 저한테 고마워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한테 섭섭하다면서 투덜거리더니 그런 건 여자가 하는 거랍니다. 엄마도 며느리가 도와주면 딸 같아서 좋을 것 같다 그러셨다네요.

너 같이 정 없는 애랑 못 살아!
간병인도 싫다, 자기가 하기도 싫다, 그러니까 휴직하고 내가 해라? 고생은 제가 하고 생색은 자기가 내겠다는 건가요? 너무 웃기네요.
좋게도 말해보고 화도 내봐도 입 튀어나와서 내가 했음 좋겠다길래, ‘아, 얘는 생각이 글러먹은 애구나!’ 싶어서 며칠 대판 싸우다 이혼하자 했어요. 그랬더니 자기도 저같이 이기적이고 정 없는 사람하고는 같이 못살겠다길래 오늘 일찍 퇴근해서 짐싸서 문앞에 던져 놓고 현관 비번 바꿨습니다.
결혼할 때 집이랑 가전은 다 제가 했고, 남편은 냉장고랑 스타일러만 들고 왔어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슬프지도 않고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예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딱 제 남편과 시어머님 얘기네요. 누굴 탓하겠어요. 제가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었던 것을…….
그런데 남편이 이런 사유로는 이혼 못해준다고 난리네요. 시댁의 오랜 빚 덕분에 매달 둘이 벌어 300씩 갚아드렸는데 그것도 알아서 하라 하고, 남편이 음주로 면허취소라 운전도 못하는데 어머님 뫼실 때마다 택시타고 잘 다니라고 해야죠.
병간호에 대해 남편 왈, 엄마가 옆 병상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헌신하는 모습에 딸 같아서 부러우셨다 하더라. 정말 휴직하고 간병일 하라 할 생각은 없었다. 제가 너무 단호하게 싫다 해서 제 고집도 꺾어보고 싶었고, 말이라도 ‘그래, 어머님 내가 뫼실게^^’ 하면 자기가 ‘아니다’ 하고 어머님께는 며느리는 어머니 돌봐드리고 싶어하는데 자기가 못하게 했다 말할 생각이었다. 둘 중 한 명만 몇 달 쉬어도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부담되는데, 자기가 정말 병간호하라 했겠냐. 화도 나고 섭섭해서 그랬다고 하네요. 호구 같은 저 버리가 아까운지 가슴 시릴 만큼 남편이 매달리네요. 마음이 차가워질수록 억울하고 화가 나요. 정신차리고 상담받으러 가야겠어요.
출저: 네이트 판

[상담칼럼] 차이를 인정하며 시작하는 연합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lifeplusfamilycenter@gmail.com

성격 차이
새롭게 시작하는 가정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주례사 중 두 번째 단계는 바로 연합이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 2:24)”라는 하나님의 말씀은 떠남에 이어 연합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연합의 과정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혼 사유의 50%를 훌쩍 넘어선 가장 많은 표면적 이유가 소위 ‘성격차이’다. ‘성격차이’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을 때부터 이미 전제된 것이다. 사람마다 독특한 개성과 자라난 환경이 다르니 자신과 똑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는 더 많이 부딪치기 마련이어서 애초에 서로 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성격차이’를 운운하는 부부를 만났을 때, 그러면 자신과 똑같은 성격의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았겠느냐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No’이다.

목적지향적인 남자 vs 관계지향적인 여자
연합의 원리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배우자와 내가 서로 다른 인격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정생활과 인간관계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남녀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에서 진정한 연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남녀의 차이에 관한 책의 고전이 된『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는 남자의 목적지향적 성향과 여자의 관계지향적 성향에 관한 비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자들은 목적을 성취해내는 능력을 통해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반면, 여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남녀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편들은 대부분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긴다는 목적이 분명하고 결과도 단순 명료하다. 3:0이든 2:4 든 결론이 분명하고 목적과 결과의 상관관계도 깔끔하다.
반면 대부분의 아내들은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과 관계들에 따라 울고 웃는다. 한 드라마 안에 몇 쌍의 커플이 존재하더라도 그들 사이의 모든 역동을 다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내 옆에서 기웃거리며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던 남편들은 가끔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한다. “저 남자가 왜 저기 가 있지? 이 여자가 그때 그 여자야?” 아내들의 짜증 섞인 보충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남자 vs 관심을 바라는 여자
이런 차이에서 파생되는 남녀 차이의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반면, 여자들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 동안 크게 인기를 누렸던 한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새로 페인트 칠한 집에 들어갔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 그런데 창문을 열어 놓자니 매연이 너무 심해. 창문을 열고 있어야 될까, 닫고 있어야 될까?”
이럴 때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머리를 안 아프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매연을 마시는 것이 더 나을지, 페인트 냄새를 견디는 것이 더 나을지 고민하며 좀 더 효과적이고 올바른 해결책을 찾으려고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이 질문에서 여자들이 바라는 대답은 창문을 열거나 닫으라는 것이 아니다. 정답은 “자기, 괜찮아?”이다. 두통에 대한 해결책보다는 나에 대한 남자의 관심과 보살핌을 바라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본능을 가진 남자들에게 여성들이 바라는 관심과 보살핌은 상황에 따라 너무 알쏭달쏭하고 막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남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여자들은 어떻게 그것도 모를 수가 있냐고 서운해 한다. 서로 말이 안 통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맞장구치기’이다. 남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아내가 투덜거리면 바로 해답을 준다. 아내가 만약 누가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서운해하면 “당신이 잘못한 게 있겠지” 한다. 일하는 게 힘들다고 하면 “그럼 때려쳐.” 한다.
“맞아, 당신 말이 이해가 가, 너무 화났겠다, 속상했겠다” 등등 여성들이 바라는 공감적인 대화는 남자들이 보기엔 결론이 없는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인정을 바라는 남자 vs 사랑을 바라는 여자
가정에서 남자가 원하는 것과 여자가 바라는 것도 다르다.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인정과 감사와 격려이다. 잘했다고, 잘할 수 있다고 믿어주며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말이 남편을 더 남편답게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고,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남편이 아내를 믿어준다며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내버려 두면, 아내는 사랑이 식었다고 느낀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꾸 물으면, 남편은 불필요한 간섭으로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가끔이라도 말이 통하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다. 이런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를 고치려고만 들면 연합은 고통스러운 전쟁이 되어 버린다.

한 몸이 되라는 연합의 명령은 서로 다름에서 시작된다. 차이가 없다면 굳이 연합을 강조할 이유도 없다. 하나님께서는 나와 배우자를 다르게 만드셨다. 연합은 하나님의 명령이 필요할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래서 가정생활은 지루하지 않다. 따라서 내 배우자와의 좁힐 수 없는 차이를 연합의 기쁨을 더하는 축복으로 받아들이자.

[코칭칼럼] 굳이 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

김종명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
iamcoach@naver.com

어느 팀장의 이야기
팀장들과의 그룹 코칭을 마무리할 때였다. 그동안 진행된 그룹 코칭을 통해 느낀 점과 실천한 것에 대해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팀장이 ‘입으로 하는 경청’의 효과와 실천 경험에 대해 말했다.
“저는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모든 말에 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저희 팀에 말을 많이 하는 팀원이 있었는데, 이 직원이 말을 길게 하면 저도 지지 않으려고 이 팀원보다 말을 더 길게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마치고 나면 두 사람 모두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꼭 싸움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칭 시간에 굳이 답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입으로 하는 경청’만으로 충분할 때가 더 많다는 말을 듣고, 저는 입으로 하는 경청을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입으로 하는 경청
‘입으로 하는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간결하게 요약해서 되돌려주는 것이다. “이렇다는 말씀이군요?”, “이렇게 해야 된다는 거군요?” 등의 방식으로 상대방의 말을 요약해 입으로 반응을 해주는 것이다.
차드 멩 탄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 의하면 이 방식을 루핑(Looping)이라고 부른다. 루핑은 ‘의사소통의 고리를 완성한다(Closing the Loop of Communication)’는 뜻이다. 루핑, 즉 입으로 듣는 경청을 통해 의사소통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팀장이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 후에 말을 길게 하는 그 직원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답답했겠네.’ 하면서 입으로 듣는 경청을 실천했습니다.
중간에 답답해서 말을 자르고 싶었지만 꾹 참고 무려 30분 넘게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팀원이 말했습니다. ‘팀장님,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팀장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이 직원은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고 고집이 세서 정말 설득되지 않는 골칫덩어리였습니다. 그런데 굳이 답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고 그저 입으로 듣는 경청을 했을 뿐인데 이 직원이 스스로 설득되어 제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 받아주기
직장에서는 이 팀장의 사례처럼 굳이 답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목표가 너무 많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다, 우리 조직은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 직원들이 이런 불만을 털어놓을 때, 과연 상사에게 그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일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다. 직원들도 상사에게 그럴 만한 권한과 해결책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직원들은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상황과 처지를 알아 달라는 거다.
이럴 땐 굳이 답을 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설명하거나 설득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저 ‘입으로 듣는 경청’을 하기만 하면 된다. 입으로 듣는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입으로 듣기
입으로 듣는 경청은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필요하다.
매사에 충고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아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을 때다. 친구는 오랜만에 아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그때 아들이 군대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요즘 군대도 군대냐? 내가 군대 생활을 할 땐 말이야~” 식사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 그 일이 있은지 얼마 후 친구가 내게 물었다. “야, 내가 뭘 잘못했냐? 아들이 걱정이 돼서 충고를 한 것뿐인데…” 내가 말했다. “그래, 억울했겠다. 넌 아들이 걱정이 돼서 진심어린 충고를 한 건데 아들 반응이 그렇게 나오니까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냐. 힘들었지?” “아니, 뭐 힘든 건 아니고 너라도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비난
사실 그때, 내 입에서 맴돌았던 말이 있다. “야, 네 아들이 얼마나 군대 생활이 힘들었으면 너한테 그런 얘기를 했겠냐? 그냥 마음만 알아주면 되지, 왜 굳이 아들한테 충고를 하냐? 네가 충고를 한다고 해서 군대 생활이 달라질 것도 아니잖아? 그냥 아들 마음만 좀 알아주지, 왜 그랬냐?”
내가 만약 이대로 말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친구의 진심어린 조언이 아들에게 비난으로 느껴졌던 것처럼, 내가 조언을 했다면 친구에게도 역시 비난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부탁받지 않은 조언과 충고는 비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된다
그러나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조언과 충고의 경계를 자주 넘나든다. 아슬아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 경계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굳이 어떤 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다. 나의 조언과 충고는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그저 들어 주기만 해도 된다. 굳이 답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명상칼럼] 아들을 눈물짓게 한 아버지의 일기장

얘야, 저게 뭐니?
여든 살이 넘은 할아버지가 명문대를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창가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저게 뭐니?” 아들은 까마귀라고 대답했습니다.
몇 분 뒤에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또 물었습니다. “얘야, 창가에 보이는 저게 뭐니?” 아들이 다시 대답했습니다. “까마귀예요.”
조금 있다가 할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습니다. “까마귀요, 까마귀!” 거실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떼었습니다. “얘야, 창밖에 움직이는 저게 뭐니?” 그러자 참다못한 아들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버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저건 까마귀예요. 아시겠어요? 왜 같은 질문을 계속하시는 거예요, 네?”

아빠, 저게 뭐야?
할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거실에는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 후에 그는 아주 오래된 일기장을 들고 나와 어느 날의 하루를 적은 일기를 아들에게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나는 이제 3살이 된 아들과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때 창가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 저게 뭐야?” “응, 저건 까마귀란다.”
아들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했다. 아이는 23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고, 나는 그때마다 사랑을 가득 담아 아들을 껴안으며 “저건 까마귀란다.” 하고 대답해 주었다.
이 천진난만한 아이가 계속 같은 질문을 해도 전혀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순수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

I’m sorry…
아버지가 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아들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아들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된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출저: Peace Woods

여성 골퍼들을 위한 골프 상식

박영진
여성, 어린이 전문 골프 강사
USGTF Certified
yopark.kwise@gmail.com

여성 골퍼분들!
“핸디캡이 얼마예요?”라는 질문을 가끔 받아보셨을 것이다. 그리고 스코어 카드에 적혀 있는 핸디캡을 보셨을 것이다. 오늘은 골프장의 스코어 카드를 이해하고 자신의 핸디캡을 계산하는 방법을 배워보도록 하자.

[사진 1] 스코어 카드 예시 ©http://www.golfeaglecrest.com/scorecard/

스코어 카드 이해하기
먼저 한 골프장의 스코어 카드를 한번 살펴보자. [사진 1]
위쪽에 있는 파란색(Blue tee), 흰색(White tee) 줄은 주로 남성골퍼, 노란색(Gold tee)은 주로 연장자골퍼, 빨간색(Red tee)은 주로 여성골퍼들의 성적을 적는 곳이다. 색깔별로 각 홀마다 다른 거리가 적혀 있다. 예를 들면 빨간색 1번 홀은 티박스에서 그린의 가운데까지가 294야드이다. 중간에 “파(Par)” 라고 쓰여 있는 줄은 각 홀마다의 기본 파 수이다.
“Ladies Par” 줄은 빨간색 티 박스에 해당되는 여성골퍼들을 위한 각 홀마다의 기본 파 수이다. 빨간색 1번 홀은 파4 홀이다. 두 개의 “핸디캡(Handicap)” 줄이 있는데 이는 각 홀의 난이도를 나타낸다.
아래에 있는 “핸디캡(Handicap)” 줄은 빨간색 티 박스에 해당되는 여성골퍼들을 위한 각 홀의 난이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여성골퍼들에게는 12번홀이 핸디캡이 1로 가장 어렵고 4번홀이 핸디캡이 18로 가장 쉽다는 것을 말한다.
각 홀 색깔 옆에 두개의 숫자(70.4/121)는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Course rating, Slope rating)을 말한다. 이것은 나중에 핸디캡을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할 때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전반 9개홀 뒤의 마지막 칸은 “OUT”, 후반 9개홀 뒤의 마지막 네칸은 “IN”, “TOT”, “HCP”, “NET”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OUT” 은 클럽하우스를 떠나서 시작하는 전반 9개홀을 말하고, “IN”은 다시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후반 9개홀을 말한다. 전후반의 각각의 9개홀의 총거리가 “OUT”과 “IN”에 적혀 있다. 그리고 각자가 9개홀에서 친 합을 적는 칸이다. “TOT”는 “OUT”과 “IN”의 거리를 합한 칸으로 골프장의 18홀 총거리를 보여주고 골퍼들이 18홀 동안 친 총타수를 적는 칸이다. “HCP”는 경기자의 핸디캡을 적는 칸이다. 그리고 “TOT”에서 “HCP”를 뺀 점수를 마지막 “NET” 칸에 적는다.
스코어 카드의 가운데 그림은 각 홀의 모양이고, 오른쪽 그림은 각 홀의 퍼팅 그린에 있는 핀의 위치를 말한다. 각 홀의 형태를 통해 그 홀의 생김새, 해저드나 벙커가 어디에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핀의 위치는 멀리에서 홀컵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많은 골프장에서 핀의 위치는 주로 핀대에 파랑색, 흰색, 빨간색의 깃발을 달아서 표시한다. 파랑색은 홀컵의 위치가 뒤쪽에, 흰색은 가운데, 빨간색은 앞쪽에 있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스코어 카드처럼 핀의 위치를 나타내는 그림이 있다면 홀컵이 그린의 앞뒤에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좌우까지 좀 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체크인할 때 오늘의 핀의 위치는 “2번이다” 또는 “4번이다” 라고 말해준다.

[사진 2] 스코어 카드 기록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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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캡 적용하기
다음은 핸디캡에 대해 알아보자. 핸디캡은 서로 실력이 다른 골퍼가 비슷한 환경에서 공평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핸디캡은 18홀을 통틀어서 적용하는 경우가 있고, 각 홀마다 스코어 카드에 적혀 있는 핸디캡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앞에서 살펴본 예처럼 핸디캡이 11인 Frank와 핸디캡이 2인 Joe가 함께 경기를 하고, Frank가 두 사람의 핸디캡 차이인 9타의 혜택을 받은 것은 18홀을 통틀어서 핸디캡을 적용한 경우이다.
각 홀마다 핸디캡을 적용하는 방법도 살펴보자. 예를 들어 9번 홀이 파 4인 홀인데 “홀 핸디캡”이 2이다. 따라서 이 홀에서 Frank가 핸디캡 1을 받고 시작한다고 치자. Joe와 Frank 둘다 5타를 쳤으나 Frank가 핸디캡 1타를 받았기 때문에 Frank는 “파”를 한 것이므로 이 홀에서 Frank가 이긴 것이 된다.

골프 점수 용어
이제 골프 점수용어를 살펴보자. 파와 버디, 보기는 이미 설명했다. 골프는 공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기에 기본적으로 새의 이름을 많이 사용한다.
기본 파 수보다 2개 적게 치면 이글(Eagle), 3개 적게 치면 알바트로스(Albatross)라고 부른다. 이글과 알바트로스를 기록하면 스코어 카드에 표시할 때 동그라미의 개수를 더한다. 반대로 기본 파 수보다 2개 많게 치면 더블 보기, 3개 많게 치면 트리플 보기라고 부른다.
파 3홀에서 한 번에 공을 홀 컵에 넣으면 홀인원(Hole-in-one) 이다.

스코어 카드 기록하기
아래 [사진 2]는 스코어 카드에 점수를 기록한 한 예이다. Joe와 Frank가 경기를 한 기록으로 전반 9개홀과 마지막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1번 홀에서 두 명 모두 4타를 쳤다. 1번 홀의 칸에 자신의 이름 옆에 숫자 “4”를 적는다. 1번 홀은 기본 파수가 4이고, 두 명 모두 “파(Par)”를 기록했기 때문에 숫자 4만 적으면 된다.
2번 홀에서 Joe는 3타를 쳤다. Joe는 2번 홀 칸에 숫자 “3”을 적고, 2번 홀의 기본 파수가 4이므로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친다. 이것은 Joe가 기본 타수보다 하나 적은 버디(Birdie)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5번홀에서 Frank는 6타를 쳤다. 5번 홀의 기본 파수가 5이므로 Frank는 숫자 “6”을 적고 숫자 위에 네모를 친다. 이것은 기본 타수보다 하나 많은 보기(Bogey)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전반 9개홀을 돌고 그 합계를 “OUT”에 적는다.
Joe는 전반 9개홀에서 35타로 기본 타수 36보다 하나 적게 쳤다(one under). Frank는 40타로 기본 타수 36보다 4개 많이 쳤다(4 over).
마찬가지로 후반 9개홀도 채운 후 “IN”과 “TOT”점수를 적는다. 전체적으로 Joe는 73타이고, Frank는 80타를 쳤다. 두 사람의 핸디캡이 각각 2와 11이므로 순수 점수(Net score)는 Frank가 69로 승리했다.

핸디캡 계산하기
그렇다면 핸디캡은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아보자. 골프장은 코스 설계자의 특징을 반영하여 디자인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파 72홀이라도 상대적으로 쉽거나 어려울 수 있다.
코스 레이팅(Course Rating)은 스크래치 골퍼(이븐 치는 골퍼)를 대상으로 한 기준이고, 슬로프 레이팅(Slope Rating)은 보기 골퍼(핸디캡이 +18인 골퍼)를 대상으로 한 기준이다.
코스 레이팅이 72보다 낮으면 평균 72를 치는 사람이 그보다 더 좋은 점수를 낸다는 뜻으로 스크래치 골퍼에게는 상대적으로 좀 쉬운 골프장이 된다. 반대로 72보다 높으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이다. 마찬가지로 슬로프 레이팅이 113보다 낮으면 상대적으로 쉬운 골프장이고, 113보다 높으면 어려운 골프장이다.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을 이용하여 자신의 핸디캡을 계산할 수가 있다.
핸디캡 실적(소수점 1자리까지) =(총 타수–코스 레이팅) x 113 / 슬로프 레이팅
핸디캡 = (20개중 상위10개의 핸디캡 실적)의 평균 x 96%

그런데 실제로는 많은 골퍼들이 자신이 평균적으로 치는 오버 타수(파 72를 넘은 타수)를 자신의 핸디캡으로 말한다. 서로 실력이 다른 골퍼가 함께 즐기도록 핸디캡이 존재하는 것이므로 자기 핸디캡을 속이지 말고, 또한 “핸디캡이 얼마예요?”라고 질문을 받을 때 핸디캡이 없다고 말하지 말고, 자신이 평균적으로 치는 오버 타수를 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