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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이야기] 미국 산삼의 다양한 효능과 호전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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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용 박사

한국에서 산삼은 신비하고 귀한 약재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 만큼 몸값도 높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좋은 산삼이 자라는 애팔래치아 산맥 부근의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산삼이 훨씬 더 대중적인 약재입니다. 산삼을 채취하는 가을을 맞아 미국 산삼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미국 삼과 한국 삼의 성분 비교
미국 삼(Panax Quinquefolius L.)은 한국 삼(Panax Ginseng C.A. Meyer)과 종류는 다르지만 둘 다 오가피과(family) 인삼속(genus)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한국 삼의 명칭은 1843년 러시아의 식물학자에 의해 정식으로 등록되었는데, 학명에 사용된 ‘Panax’는 그리스어로 “cure all” 즉, ‘만병통치’라는 뜻입니다.

미국식물위원회(ABC)는 연구자료를 통해 미국 삼의 사포닌(진세노이드) 함유량(1.1%)이 한국 삼(0.59%)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1998년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재배삼에 함유된 사포닌의 종류는 한국 삼(18종)이 미국 삼(15종)보다 몇 가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산삼과 한국 산삼을 똑같은 조건에서 먹어 보고 실험한 자료는 없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마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며, 다만 개인별로 병 증상에 따라 다른 효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미국 산삼과 한국 산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 산삼은 음기가 강하고 한국 산삼은 양기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삼은 열이 있거나 고혈압이 있는 분은 드시면 안 되지만, 미국 산삼은 누구나 드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산삼의 효능
예로부터 산삼은 기사회생의 명약으로, 막 숨을 거두는 환자가 산삼을 먹고 다시 살아나 수십 년을 더 살았다는 전설들이 내려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산삼을 먹고 당뇨병, 성병, 아편중독, 고혈압, 간경화, 각종 암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으며, 또한 복용 후 눈이 밝아져 안경을 쓰던 사람이 안경을 벗었다는 실제 사례도 많습니다.

산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진정작용과 흥분작용을 하며, 순환계에 작용하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혈작용을 하고 혈당을 낮춰주며, 간을 보호해 줍니다. 또한 내분비계에 작용하여 성행동이나 생식효과에 유효하게 작용하며, 항염 및 항종양 작용이 있고, 피부를 보호하며 부드럽게 하는 작용도 합니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진 산삼의 일반적인 효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기 회복: 산삼은 병 후에 원기를 회복하는 데 가장 좋은 약입니다. 피로회복은 물론, 저항력이 약한 사람들의 원기 회복에도 좋습니다.

당뇨 치료: 당뇨 환자들 중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산삼을 복용한 뒤에 혈당이 내려가고, 당뇨 환자들이 자주 느끼는 갈증, 권태감, 어깨결림, 가슴답답함 같은 증상이 크게 개선됩니다.

암 예방 및 치료: 산삼이 신체의 노화를 억제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특히 암 환자들이 복용하여 효과를 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노화 방지: 산삼에는 적은 양의 구리, 코발트, 비소, 게르마늄, 인, 알루미늄 성분 등이 있습니다. 이것이 노화되는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는 작용을 촉진시켜 신체의 노화를 지연시킵니다.

성 기능 활성화: 나이가 들면서 남성들에게는 발기부전이 나타나거나 성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산삼을 복용하면 성기능이 다시 활성화되고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정자 부족으로 불임증이 있는 남성들이 효과를 본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혈압 조절: 산삼은 혈압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줍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을 낮춰주고, 저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덕분에 고혈압 환자들이 산삼을 복용해 중풍을 예방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피로 회복: 산삼의 항피로 효과에 대한 약리작용은 동식물을 통한 산삼 성분 비교에서 이미 그 작용이 규명되었습니다. 따라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분들이나 수험생들에도 매우 적합합니다.

기타: 치매 예방를 비롯해 알레르기성 비염, 신경통, 류머티즘, 갑상선, 불면증, 피부염, 만성피로, 호흡기 질환자, 회복 중인 결핵환자, 신경쇠약자 치료와 회복, 그리고 뇌 활동 촉진, 위장강화, 심장 강화에도 효과적입니다.

미국 산삼의 효험 사례들
* 당뇨로 혈당이 높았는데 혈당 수치가 많이 내려가서 더 복용할 생각 * 위염으로 고생했는데 복용시 위가 따끔하면서 따스한 기를 느끼며 좋아져 * 손발이 차가웠는데 손발이 따뜻해지고 발바닥의 각질도 없어지고 피부가 매끈해져 * 어머니가 고혈압이신데 혈압 수치가 내려가고 탈모현상도 없어짐 * 요로 결석으로 고생했는데 소변과 함께 결석이 빠져나감. 매우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임 * 과로로 항상 다리에 힘이 없어 걷기가 힘들었는데 발걸음이 가벼워짐 * 불임으로 고생했는데 아랫배가 따뜻해지고 아들을 임신해서 너무 기쁨 * 아버지의 암수술 후 빨리 회복하셔서 산삼의 효과를 보았다고 좋아하심 * 팔순을 넘기신 부모님이 기력이 없으셨는데 요즘은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도 하심 * 평소에 밥맛이 없어서 뭐든 먹는 게 고역이었는데 요즘은 밥을 잘 먹음 * 심장이 약해서 깜짝깜짝 잘 놀랐는데 요즘은 놀라는 일이 별로 없음 * 눈이 침침했는데 시력이 밝아져 사물을 볼 때 인상쓰는 일이 줄어들었음

산삼 복용시 명현 현상
산삼을 먹으면 몸에 열이 나서 화끈거리거나 맥이 빠져 나른해지고 의식이 몽롱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명현 반응이라고 합니다.

명현 현상 중에서도 특이한 증상이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를 ‘삼꽃’이라고 부릅니다. 신체 말단부위에 있는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혈액 공급량이 많아질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삼꽃은 피하지방이 많고 뚱뚱한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납니다. 그리고 삼꽃 부위가 약간 가렵거나 의식이 혼미해져 졸음이 오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잠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밖에 일시적으로 설사를 하거나, 여성의 경우 월경이 몇 개월간 많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부작용이 아니라 한의학에서 말하는 명현 현상(Adaptation effects)으로 질병 치료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호전반응입니다. 임상적인 통계로 보자면 명현 반응은 약 20~30%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며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산삼은 인삼과 달리 체질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지만, 어떤 음식이나 약재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산삼이라도 체질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잘 관찰하여 상식적으로 대응하시면 되겠습니니다.

칼럼에 대한 피드백이나 추가 질문은 koreanlifehealth@gmail.com으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칼럼] 인간다움을 생각하다, 쉰들러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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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윤, 캐롤라이나 열린방송에서 ‘박성윤의 영화는 내 인생’ 코너 진행 parksungyoontree@gmail.com

쉰들러 리스트 (1993)
Schindler’s List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니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며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에 대해 ‘인종 청소’라는 미명 아래 대학살을 자행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학살 중 하나였던 이 ‘홀로코스트(대학살)’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바로 쉰들러 리스트이다.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를 비롯한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필수 인력 vs 비필수 인력
1939년 독일은 폴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들에게는 학살 명부가 될 호적을 등록시키고 크라코우(Krakow)라는 도시로 대이주를 시켰다. 이때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전쟁의 혼란을 틈타 사업을 하려는 속셈으로 크라코우로 와서 유대인 회계사 아이작 슈텐을 종용하여 유대인 회사를 싼 값에 인수한 다음 전쟁에 필요한 철제 그릇을 제조하는 공장을 운영했다.

당시 독일군은 유대인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하나는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필수 인력’이었고, 나머지는 노동 능력이 없는 ‘비필수 인력’이었다. 장애인, 노약자, 여자, 아이들, 랍비, 음악가, 인문 교사 등이 이 ‘비필수 인력’으로 구분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학살 대상이었다. 쉰들러의 회계사였던 슈텐은 이 ‘비필수 인력’을 금속세공사나 철제 그릇 기술자로 위조해 쉰들러의 공장 노동자로서 ‘필수 인력’으로 둔갑시킨다.

그런데 히틀러는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여러 수용소에 분산시켜 전쟁 물자 생산 인력으로 이용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크라코우의 유대인 거주 지역을 폐쇄하고 수용소로 이주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오고 그때부터 나치의 학살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늙거나 병든 유대인은 바로 총을 쏘아 죽여 버리는 독일군의 잔혹함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실제로 유대인인 스필버그 감독은 이 장면들을 촬영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으며, 영화 촬영 내내 극도의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독일의 근대 문명과 야만성
한바탕 살육의 회오리가 몰아친 후 죽음의 정적이 흐르는 밤. 도망친 유대인들이 숨어 있는 건물 곳곳에는 독일군들이 잠복하고 있었다. 피아노에 숨어 있던 한 유대인이 몰래 나오다 그만 피아노 건반을 건드리고 그 소리에 잠복해 있던 독일군들이 들이닥쳐 샅샅이 수색을 벌이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발견 즉시 총살해 버린다.

그때 독일군 중 한 명이 피아노 앞에 앉아 바흐의 영국 조국을 연주한다. 감정이 절제되고 테마를 쫒고 쫒는 대위법 형식으로 건조하게 연주되는 이 곡은 광란의 살육 현장에서 무감각한 독일군의 야만을 절묘하게 대변한다.

그리고 독일군 두 명이 이런 대화를 나눈다. “이거 바흐야?” “아니, 모짜르트.” 틀린 대답을 하는 이 짧은 대화 속에서 독일의 진보한 문명에 대한 조소가 느껴진다. 홀로코스트의 원시적 야만성은 독일의 과학 기술의 발달과 이성주의에 입각한 근대적 진보 문명과는 이율배반적인 부정합을 이룬다.

영화에서 오스카 쉰들러 외에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살인을 ‘놀이’처럼 자행하는 광기 어린 냉혈한인 나치의 아몬 괴트 소령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수용소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라이플 저격총으로 유대인들을 아무나 쏘아 죽이고 나서 태연하게 소변을 본다. 그에겐 살인이 마치 생물학적 욕구인 배설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또한 그는 히틀러에게 무비판적으로 복종하며 히틀러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헬렌이라는 유대인 하녀를 좋아하면서도 그녀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통해 아몬 자신의 자아와 욕망 또한 나치즘에 의해 억압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
유대인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백만 명을 죽음의 수용소로 이송시킨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후『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을 했다.

인종 학살에 적극 가담했던 아이히만이 악마적 본성을 가진 포악한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생각할 능력이 없는, 즉 판단력이 마비된 채 명령에 충실했던 평범한 가장이자 관료였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히만이 나치 이데올로기를 신봉한 극렬한 반유대주의자였다는 사실을 두고 여러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인간이 환경과 상황, 특히 특수한 권력에 의해 내재되어 있던 악이 표출된다는 ‘루시퍼 효과’의 심리학자 짐 바르도의 그 유명한 ‘감옥 실험’이 오버랩된다.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는 인간이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절대권력을 만나 잘못된 신념을 구축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려 할 때 비로소 악의 화신 ‘아몬 괴트 소령’과 명령에만 충실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세속적 인간의 터닝 포인트
크라코우에서 1만 명의 유대인 시체가 소각되고, 살아 있는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로 가는 수송기차에 태워진다. 수용소의 유치원 아이들은 해맑게 노래를 부르며 기차에 올라타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절규한다.

그날 밤 쉰들러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큰 가방에 집안의 모든 현금을 모아 담는다. 그리고 괴트 소령을 찾아가 자신의 고향 체코 슬로바키아에 군수 공장을 세울 예정인데, 그 공장에 유대인들을 고용하고 싶다고 말하고 몸값으로 막대한 돈을 제시한다. 괴트 소령은 뭔가 꺼림칙했지만 결국 쉰들러와 불법 협상을 한다. 쉰들러는 슈텐과 함께 자신의 공장 노동자였던 1,100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슈텐은 한 명 한명의 이름을 생명을 다루듯 소중하게 서류에 기입을 한다.

쉰들러의 군수 공장에서 나오는 탄환은 심사에서 매번 떨어져 매출이 없고, 쉰들러는 유대인 노동자들의 생계를 돌보고 독일 장교들을 매수하느라 파산 직전에 놓인다. 쉰들러의 파산이 걱정된 슈텐은 쉰들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외에 다른 재산이 있는지 묻자 쉰들러가 이렇게 대답한다. “없어. 자네가 알고 있는 게 전부야. 하지만 우리가 만든 탄환이 잘 날아가면 그것도 싫지 않겠나?”

많은 유대인을 죽음에서 구해낸 쉰들러에게 우리가 은근히 기대하는 ‘영웅’의 진중함이나 카리스마 따위는 없다. 오히려 지극히 세속적이고 평범한 인물이기에 그의 내적 변화는 어쩌면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감독은 영화적 장치로 관객들에게 그의 터닝 포인트를 전달한다.

‘인간다움’의 각성
승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쉰들러는 유대인들이 무수히 학살 당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개처럼 수용소로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쉰들러의 눈에 빨간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가 들어오는데, 영화 전체가 흑백인데 반해 이 소녀만 컬러로 등장한다. 그 아비규환 속에 어디론가 걸어가는 소녀를 따라 가던 쉰들러는 나중에 유대인의 시체를 소각하는 곳에서 주검이 된 빨간 코트의 이 소녀를 보게 된다. 그 순간 쉰들러가 느낀 충격과 슬픔, 그리고 거듭남을 관객 또한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자기 안의 ‘인간다움’을 각성한 쉰들러는 수용소에 찾아가 슈텐에게 냅킨에 싼 과일 조각을 건네고, 괴트 소령에게 학대받는 헬렌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의 입맞춤을 하며, 뜨거운 여름 수송 기차에서 탈진한 유대인들에게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뿌려 더위와 갈증을 해소해준다. 그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을 했다.

수송 기차에서 탈진한 유대인들에게 물을 뿌려주는 쉰들러 ©playwares

호스가 짧아 수송 기차 뒷쪽에 있는 사람들이 물을 먹지 못하자 공장에 다른 호스가 있다며 가져와 연결해야겠다고 다급히 독일 장교에게 부탁하는 그는 자신의 속내가 들통나 위험에 빠지는 것 따위는 더 이상 안중에 없었다. 그저 갈증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1분 1초가 절박할 뿐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뒤를 계산하지 않는 무모하고 바보같은 사람이 보여주는 인간애, 쉰들러는 그런 ‘인간다움’을 보여준다.

한 생명을 구하는 자
연합군의 승리로 전쟁이 종료되고 나치당원이었던 오스카 쉰들러와 독일군들은 하루 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쉰들러가 떠나기 전날 유대인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금니를 뽑아 ‘한 생명을 구하는 자가 세상을 구한다.’라는 탈무드 문구가 새겨진 금반지와 혹시나 연합군에게 붙잡힐 것을 염려해 1,100명의 서명이 담긴 종이를 쉰들러에게 전해준다. 쉰들러는 “내가 입고 있는 이 옷, 이 금배지, 이 차, 이런 것들을 팔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해냈을 텐데…” 하며 흐느낀다. 스필버그 감독의 휴머니즘이 녹아 있는 이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가슴에 오래 기억되는 장면이다.

야만의 시대, 따뜻한 인간애
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것은 영화 ‘스타워즈’와 ‘수퍼맨’의 작곡자인 존 윌리암스의 음악이다. 특히 유대인이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펄만의 섬세한 비브라토와 따듯한 음색은 듣는 이에게 핍박받는 이들을 향한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몇 년 전 신나치주의 극우 정당인 스웨덴의 국민당이 이민금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을 때 당국에서 내린 조치는 이 쉰들러 리스트의 메인 테마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로 일그러진 그들에게 이 애절한 선율이 과연 어떤 느낌으로 와 닿았을지 궁금하다.

지금 전세계에 만연한 인종주의와 사회 곳곳의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증오와 핍박은 홀로코스트의 본질이었던 인간의 야만적 공격성과 궤를 같이 한다. 그 원시적 야만의 표출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타인을 향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양심을 갖춘 따뜻한 ‘인간다움’에서 비롯되기를 바래본다.

[골프 칼럼] 골프의 기초 5편 – Driver swing key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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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케빈오 골프아카데미 원장 hanafos69@daum.net

어려운 첫 샷 드라이버
초보 골퍼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가 드라이버의 Slice로 인한 OB(Out of bounds)이다. OB란 코스의 경계를 넘어서 플레이를 계속할 수 없는 곳으로, 흰 말뚝으로 표시되어 있다. OB 특설 티박스가 없는 곳은 원래 공을 쳤던 곳으로 돌아가서 1벌타를 받고 다시 쳐야 한다. 원구를 친 후 OB가 의심될 땐 잠정구를 하나 더 치고 플레이를 진행하고, 공이 떨어진 지점에서 원구를 찾아보고 없을 땐 잠정구를 이용해서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다.

이처럼 드라이버는 초보 골퍼들이 다루기 어려운 클럽이고, 또한 경기를 시작하는 첫 샷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크다. 첫 드라이버 샷이 좋으면 그날 게임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스윙 정리
드라이버 샷의 목표는 공을 원하는 지점으로 정확하게, 그리고 최대의 비거리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드레스 자세가 견고해야 한다. 양 발의 스탠스 간격은 어깨보다 살짝 넓게 하며 공은 왼발 뒤꿈치에 오도록 한다.

테이크 어웨이 동작에서 아래 그림과 같이 양 팔의 삼각형 모양을 최대한 유지한다. 팔을 회전시키기보다는 상체 전체를 회전시켜 백스윙을 한다. 초보 골퍼들의 경우 팔로 백스윙을 하려다보니 삼각형이 무너지고 백스윙의 리듬이 불안정해진다.

다운스윙에서는 오른쪽 어깨가 볼을 향해 간다는 느낌으로 움직인다. 팔로 스윙을 하기보다는 몸통을 회전해 팔이 뒤에 따라온다는 느낌으로 다운스윙을 시작하며 왼쪽 하체의 리드로 체중을 왼발로 이동시켜 파워를 만들어 낸다. 다운스윙시 코킹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오른쪽 무릎까지 내려와 헤드의 가속도를 이용해 오른팔을 뻗으며 던진다.

임팩트는 왼팔과 클럽이 일자가 되며 볼을 스윗스팟에 정확하게 맞춘다는 이미지를 그리며 팔로우스루까지 머리는 움직이지 않고 임팩트 위치를 지킨다.

피니쉬는 왼발에 힘이 수직으로 실리도록 하고 허리에 무리가 없게 곧게 선다. 이것을 반복해서 연습한다면 슬라이스로 인한 좌절감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드라이버 슬라이스 교정 – 손목 로테이션
슬라이스의 원인은 골퍼마다 다양하지만, 먼저 손동작에서의 원인을 파악해보자. 공을 가격하고 난 직후 손 모양으로 살펴보자. 백스윙 때는 왼쪽 손등이 하늘을 보고 있다가, 다운스윙 때는 목표 방향으로 돌며, 공을 가격할 때는 왼손 장갑의 상표가 목표 방향과 직각이 되어야 한다. 이어 왼쪽 손등이 땅을 보며 오른쪽 손등은 하늘을 가르키게 된다. 즉, 로테이션을 해야 되는 것인데, 로테이션이 늦을 경우 푸시된 볼이 우측으로 날아가 버려 슬라이스가 되는 것이다.

로테이션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풀스윙을 하기보다 하프 스윙 동작으로 원리를 이해하며 천천히 스윙연습을 하며 몸에 완전히 체득이 될 때까지 감을 익히도록 한다.

드라이버 슬라이스 교정 – 임팩트시 손의 위치
어드레스시 손의 위치와 임팩트시 손의 위치가 다를 경우 슬라이스의 원인이 된다. 이는 공을 가격할 때 오른쪽 어깨와 손의 힘이 과하여 코킹이 일찍 풀어지며 오른손의 힘으로 왼손이 어드레스 때 손의 위치를 벗어나 헤드가 손보다 뒤에 따라옴으로써 헤드가 열린 채 타격을 하게 될 때 슬라이스가 된다.

비거리 욕심을 내어 오른쪽 어깨와 손목에 과한 힘으로 오버스윙을 할 경우, 손목이 타격 지점을 벗어나며 헤드가 열린 채 내려 오기 때문에 로테이션 연습과 마찬가지로 하프 스윙으로 어드레스 때의 지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구간에서 공을 타격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 외에 공을 힘껏 치려는 생각으로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왼쪽 어깨가 일찍 오픈되어 공을 가격할 경우에도 슬라이스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늘 기본에 충실한다는 마음으로 먼저 기본 스윙 자세부터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맛있는 집밥] 쇠고기 버섯 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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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재,  맛있는 집밥, 건강요리 연구가 renzitaylor1@gmail.com

화창하고 선선한 가을, 주말에 식구들과 푸짐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쇠고기 버섯 전골을 만들어 보세요. 쇠고기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과 버섯의 향 덕분에 가족들과 아주 행복한 한 끼를 즐기게 되실 겁니다.

▶ 재료(2~3인분): 쇠고기 불고기감 1 파운드, 새송이버섯 2개, 표고버섯 3개, 느타리버섯 1팩, 양파 1/2개, 청경채 1단, 대파 2대, 홍고추 2개, 당면 약간

▶ 육수: 다시마 2장, 물 8컵, 멸치 25마리, 국간장 3T, 소금 1T, 후춧가루 약간

▶ 양념: 간장 3T, 다진파 2T, 다진마늘 2T, 참기름 2T, 후춧가루 약간

▶ 방법
1. 당면은 물에 30분 정도 불린다.
2. 불고기감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은 후 썰어둔 쇠고기에 양념장 1T 넣고 조물조물 밑간을 해둔다.
4. 냄비에 물과 다시마, 멸치를 넣고 끓여 육수를 내고 간을 한다.
5. 야채들을 씻어 손질한 후 냄비에 동그랗게 가지런히 넣는다. 양파는 채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청경채는 한 잎씩 떼어 가지런히 넣는다. 새송이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느타리버섯은 밑둥을 잘라 가락가락 떼어서 넣는다. 표고버섯은 밑둥을 떼어내고 편으로 썰고, 대파, 홍고추는 어슷 썰어서 넣는다.
6. 양념한 쇠고기를 냄비 가운데 얹고, 육수를 부은 후 불에 올린다.
7. 거품을 걷어내며 끓이다가 거의 익었을 때 불려둔 당면을 넣는다.
8. 남은 양념장으로 간을 맟춘다.

조리팁
1. 쇠고기 양지나 사태가 있으면 그걸로 국물을 내면 더 깊은 맛이 납니다.
2. 청경채가 없으면 배춧잎을 넣어도 됩니다.
3. 쑥갓을 좋아하시면 아주 조금만 얹어 드세요.
4. 먹다가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국물에 조랭이 떡이나 만두, 우동 사리 등을 넣어 드세요.
5. 국물이 자작하게 남았을 때 건더기들을 잘게 자른 후 밥, 계란 2개, 김가루, 참기름 넣고 볶음밥을 해서 먹어도 별미입니다.

[코칭 칼럼] 롱런하려면 페이스를 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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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고수의 페이스
무라카미 하루키의『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대충 알 수 있다. 누구나 한두 권 정도의 베스트셀러를 쓸 수는 있지만 꾸준히 이런 일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재능을 가진 것과 그 재능을 갈고 닦아 직업으로 하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편소설을 쓸 때 하루에 200자 원고지로 20매씩만 규칙적으로 쓴다는 대목이다. 영감이 떠올라도 더 이상 쓰지 않고 딱 거기서 멈춘다는 것이다. 반대로 잘 안 된다 싶어도 어떻게든 20매까지는 쓴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든지 하면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타임 카드를 찍듯 하루에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장편소설을 쓰는 데는 1년 가량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고 1년을 살아가려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라톤을 뛸 때 아무리 힘들어도 왼발과 오른발을 규칙적으로 내딛어야 하는 것처럼, 또 초반에 아무리 힘이 있어도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장편소설을 쓰는 과정도 규칙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바로 페이스 조절인 것이다.

인생의 페이스
글쓰기뿐 아니라 강의에도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톤을 조절해야 한다. 처음에는 가능하면 낮은 톤으로 말도 천천히 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속도를 내고 톤도 올려야 한다. 강조할 때 강조하고, 목소리를 높일 때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나중에는 감당하지 못한다.

높은 산을 오를 때도 그렇다. 욕심이 앞서 빨리 걸으면 숨이 차 걸을 수 없다. 높은 산을 보면서 걸으면 쉽게 지친다. 최선은 멀리 보지 않고 땅만 보며 걷는 것이다. 시야를 좁게 하면 경사는 그다지 가파르지 않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도 최선은 기어를 가볍게 놓고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오르는 것이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멀리서부터 속력을 내다 가속도를 이용해 언덕을 오른다.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 정상까지 오르기엔 역부족이다.

사장 자리를 목표로 죽기살기로 일한 친구들 중에 사장이 된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그런 생각 없이 꾸준히 일한 사람이 사장이 될 확률이 높다. 모든 일의 핵심 중 하나는 페이스를 잘 지키는 것이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오버 페이스
뭐든 갑작스런 것은 좋지 않다. 갑자기 운동하고 다이어트해서 뺀 살은 얼마 후 원위치가 된다. 효과가 단기적이고 원래 상태보다 나빠질 확률이 높다. 갑자기 부자가 된 벼락부자도 그렇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져 들어온 돈을 감당하지 못한다. 형제간에 싸움이 나고, 자식들은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고, 본인은 이혼을 하고,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 말아먹고… 수없이 듣는 얘기다. 벼락치기 공부도 효과는 없다. 평소에 책 한번 들여다보지 않다가 시험 전날 갑자기 집어넣은 지식이 내 지식이 될 수는 없다. 시험을 본 후 그대로 반납이다.

내 속도로 살기
나는 내 속도로 살고 싶다. 내 페이스대로 살고 싶다. 매일 아침 서너 시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과 운동, 일주일에 세 번쯤 강의하는 것, 필요한 사람을 만나 코칭하고 자문하는 것 그 정도가 딱 좋다. 분수에 넘치게 유명해지는 것은 사절이다. 책 내용이 별로인데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불편하다.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내 실력만큼 살고 싶다.

제일 두려운 건 갑자기 뜨는 것이다. 뜬다는 것은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는 것이고 조만간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뜨기보다는 내 힘으로 날고 싶다. 날기 위해서는 날개를 만들어야 하고, 날갯짓을 위한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이는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다. 여러분은 뜨고 싶은가, 날고 싶은가? 자신의 날개가 있는가, 그리고 날개짓을 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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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칼럼] 8 의료 영역의 자동화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난 호부터 회계, 금융 분야를 시작으로 전문직에서 자동화 진행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의료 영역에서 컴퓨터가 어떻게그 역할을 확대해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의료, 인간의 영역을 넘어
회계, 금융 분야의 중심 데이터는 화폐의 양을 나타내는 숫자라서 컴퓨터가 이미 오래 전부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더해진 컴퓨터의 역할이 점점 더 확대되어 관련 업무를 더 잘 알아서 처리하도록 발전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호에서 다루게 될 의료 영역은 이와는 좀 차원이 다르다. 의료 행위는 인간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아우르는 건강과 질병을 다루기 때문에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통념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의료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인간의 몸을 투시해 뼈와 장기들을 촬영하는 X-선 사진은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이 X-선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컴퓨터로 합성해서 좀 더 정확한 영상을 얻는 기술이 CT(Computed Tomography) 촬영이다. 더 나아가 자기 공명 현상을 이용해 많은 양의 물리적인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수학적 모델에 따라 처리해서 더욱더 정확한 영상을 얻는 기술이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다.

이런 투시 촬영 기술의 발전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의료 분야의 기술 발달을 잘 보여준다. 양질의 기초 데이터를 잘 수집하면 영상 이미지를 출력하는 수준을 넘어 질병의 종류와 단계는 물론, 치료 방법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이 시도되고 있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MRI처럼 인체를 투시할 수는 없으니 이는 의료 기술이 인간 의사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 고유의 영역, 그 모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고유의 영역, 즉 의사 선생님의 손이 닿아야만 하는 치료 영역이 오랫동안 남아 있지는 않을까?

이 질문과 관련해 구더기 요법의 역사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구더기 요법은 심한 외상을 입은 병사가 며칠 동안 전쟁터에 방치되어 상처에 구더기가 들끓다가 후송된 후 상처에 구더기가 없던 다른 병사들보다 빨리 치유되는 것을 보고 착안한 치료법이다. 의사의 주된 업무는 몸에 발생한 이상을 고치는 것인데, 구더기 요법에서 외상을 실제로 치료하는 것은 구더기이고 의사는 구더기 요법이라는 처방을 내린다. 여기서 구더기가 하는 일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구더기 요법을 선택한 의사의 처방을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불러야 할까? 참 애매하다.

의료 분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인간의 역할이 남아 있을 전망이지만 기계가 담당하는 영역과 인간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며, 인간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선 전문의(Radiologist)
질병 진단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외과,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신경과, 치과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X-선, 초음파 등을 이용해 영상을 얻는 방사선 촬영(Radiology)이다. 이 영상은 방사선 전문의가 판독해 결론을 내린다.

방사선 전문의는 많은 교육과 임상 훈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높고 인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의료영상을 판독하는 소프트웨어가 연구되었고 최근에 인공지능을 이용해 방사선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영상을 판독하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이 시스템은 그동안 누적된 수많은 의료영상을 학습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질병을 정확하게 판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은 방사선 전문의가 계속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방사선 전문의는 영상 판독외에도 다른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방사선 전문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라는 예측은 섣부른 짐작이다. 다만 방사선 전문의 업무가 이런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는 쪽으로 진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로봇 수술(Robotic Surgery)
라식(LASIK) 수술, 모발이식 수술 등은 인간이 직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계가 수행해왔다. 인간이 해오던 심장수술, 관절수술 등에도 원격조종 로봇의 사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로봇 손과 팔은 사람의 손과 팔보다 훨씬 작고, 길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서 수술 부위를 많이 절개하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하다. 또 아주 작은 부위를 수술할 때도 의사가 손으로 직접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원격조종 로봇 수술은 2000년에 미국 식약청(FDA)이 미국 의료용 로봇 제조회사 Intuitive Surgical이 만든 원격조종 로봇을 사용한 da Vinci Surgical System을 허가한 후로 확대 일로에 있다. 이 원격조종 수술 로봇은 바로 옆에서 의사가 실시간으로 로봇의 내시경에서 보내는 영상을 보면서 원격으로 조종해야 하므로 자동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자동 수술 로봇도 시도되고 있다. 한 예로, 2016년에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진이 만든 Smart Tissue Autonomous Robot(STAR)은 돼지의 작은 창자 봉합수술을 인간의 도움을 일부 받아 자동으로 수행했다.

심장 수술을 하고 있는 원격조종 수술 로봇의 모습 ©Mayo Clinic

보조 인공 신체 기관
의수, 의족과 같은 보철은 최소 수백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이 전통적인 인공 수족은 접합된 신체부분의 움직임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여 제한된 역할만 했지만, 최근 들어 컴퓨터의 발달로 인간의 신경과 연결되어 능동적인 제어를 할 수 있는 인공 수족이 나오고 있다. 또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러 회사들이 동력형 외골격(Powered exoskeleton) 제품을 출시해 군사용,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양한 동력형 외골격 제품들 ©therobotreport.com

인공 수족에서 나아가 인공 골반, 인공 심장, 인공 방광, 인공 간, 인공 허파, 인공 귀, 인공 눈, 그리고 두뇌 보조장치까지 여러 가지 인공 인체 기관들이 출시되고 있다.

간질 환자 뇌에 삽입된 초소형 컴퓨터 ©Wall Street Journal

위의 X-선 사진은 간질 환자 에밀리 보르가드(Emily Borghard)의 두개골 안에 삽입된 작은 컴퓨터를 보여주고 있다. 에밀리 보르가드는 하루에 많게는 400번의 간질 증상이 일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약물 치료 등의 효과가 없자 그녀는 의사들의 권고에 따라 19세가 되던 2011년 두뇌에 컴퓨터를 임플란트했다. 임플란트된 컴퓨터는 그녀의 뇌파를 감지해 데이터를 Neuropace의 중앙 컴퓨터로 보내 발작 증세가 임박했는지를 판단한다. 발작 증세가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그녀의 두뇌에 임플란트된 컴퓨터에 발작 억제 전기 신호를 뇌에 보내라고 명령한다. 이 신경기술(neurotech) 장치 덕분에 발작이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줄어들어 그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위 Neuropace의 기술 혁신은 진단과 처방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의료기기 및 휴대전화, 스마트 워치 등의 휴대기기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고, 뇌와의 직접 통신이란 측면에서 의미 심장한 발전이다.

생체 감지기(Bio-Sensors)를 이용한 (자가) 검진
스마트워치처럼 몸에 부착하는 기기들에 맥박, 체온, 혈액 성분 등을 측정하는 생체 감지기를 부착시켜 감지된 데이터를 컴퓨터에 전송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연구가 최근에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여러가지 생체 감지기 제품과 분석 시스템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피를 뽑지 않고도 심장의 이상 동작의 원인 중 하나인 칼륨 함량을 추정해낸다.

AliveCor회사에서 만든 심전도 기록 애플워치 앱 KardiaBand ©Wall Street Journal

다음 이미지는 생체 감지기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을 수치로 보여주는 Edwards Lifesciences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을 알려주는 Edwards Lifesciences사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Wall Street Journal

의료문서의 디지털화

의료계에서 대부분의 정보 처리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종이에 의존해 왔다. 의사들이 종이에 알아보기 어려운 필기체로 휘갈겨 쓴 처방전은 환자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에게도 종종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의료사고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에 제정된 건강한 경제 및 임상 보건을 위한 의료정보 기술 법률(일명 HITECH Act) 이후로 종이를 사용하던 각종 의료 기록이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 기록으로 대폭 바뀌었다. 의료정보가 전자기록, 다시 말해 디지털로 바뀌면 Machine Learning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가 쉬워졌다.

IBM의 Watson과 인공지능 암 센터
IBM은 인공지능 Watson의 기술을 가지고 야심차게 암치료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230개의 병원이 Watson으로 시험 운용 중에 있고 한국에서도 인천 길병원 등 7개 병원이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 암센터를 시작했다. 아직은 양질의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료문서의 디지탈화를 통해서 양질의 컴퓨터 훈련용 데이타가 대폭 늘어 가고 있으므로 머지 않아 성공을 거둘 전망이다. IBM은 또 암과 같은 종양 분야 뿐만 아니라 게놈 분석과 제약 개발에도 Watson을 진출시키고 있다.

영국의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
영국에서도 Babylon Health라는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 회사가 Watson과 비슷한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서 이미 2만 6천명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한편 이 시스템은 영국의 한 의사 시험에서 인간 합격자들 평균 72%보다 꽤나 높은 82%를 받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국의 의료 인공지능
중국은 정부 주도로 인공지능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수년간 수백억달러를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값싸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 하려는 많은 시도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의 컨설팅 회사 ‘이우지능’(亿欧智库)에 따르면 130여개의 회사가 인공지능을 의료분야에 적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중국의 iFlytek과 칭화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의료용 인공지능 시스템은 중국의 의사 자격증 시험에서 인간 응시자들의 96%보다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틀린 부분은 상식과 윤리에 관한 문제들이었다. 앞으로 인공지능 개발을 이끄는 지도자들에 중요한 결과다.

이번 호에서는 보다 ‘인간적’인 영역인 의료 분야에서 컴퓨터 및 인공지능 이용 현황과 전망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의료분야보다 더 ‘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복잡한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인 법률 분야에서 컴퓨터가 어떻게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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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칼럼] 말하기 학습을 위한 실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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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KoreanEnglish.org 운영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자

지난 호에서 듣기 학습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듣기는 운동 선수에게 달리기와 같습니다. 어떤 종목 선수이든 매일 해야 하는 것이죠. 이번 호에서는 말하기 학습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말하기 학습의 두 방향
영어 학습은 크게 입력 학습과 출력 학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입력 학습은 우리가 ‘공부’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것들이고, 출력 학습은 실전 말하기나 글쓰기가 해당됩니다.

그런데 말하기에는 입력 학습과 출력 학습이 둘 다 이루어집니다. 표현이나 문장을 익히는 것은 입력 학습이고,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말하거나 다른 사람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출력 학습입니다.

말하기 학습 측면에서 모국어를 배우는 상황과 외국어를 배우는 상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모국어 학습에서는 상당한 양의 출력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자연스런 듣기 학습을 통해 입력 학습이 병행되지만 눈으로 보고 구조적으로 이해시키는 입력 학습은 아닙니다. 반면, 외국어를 배우는 상황에서는 엄청난 양의 입력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심지어 출력 학습 없이 입력 학습만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런 출력 학습량의 차이가 몇 년 후 흥미로운 결과를 낳습니다. 원어민 아이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해도 말은 곧잘 합니다. 이에 반해, 외국어를 배우는 성인들은 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유창하게 말을 못합니다. 10여 년을 영어와 씨름했지만 출력 학습량이 부족해 결국 ‘말’을 하기 위해 다시 기초 영어부터 배웁니다.

양방향 학습
중요한 것은 입력 학습과 출력 학습, 이 두 방향을 병행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실력 향상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학습자들 중에는 입력 학습량이 많으면 출력 학습량이 적어도 말을 잘하게 되리라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많은 양의 입력 학습이 전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입력 학습만 하게 되면 출력 학습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어 근육”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출력 학습은 실전 대화지만 글쓰기를 통해 출력 학습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실전 대화와 글쓰기가 제공하는 영어 근육 훈련은 두뇌에 떠오른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출력 학습량 측면에서 4~5년 미국인들과 생활한 유학생이 평생 영어와 씨름한 토종 영문학 교수보다 유창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화 상대의 부족
그런데 문제는 출력 학습을 위한 대화 상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대화 상대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원어민입니다. 하지만, 참을성 있게 학습자의 서투른 영어를 받아줄 원어민은 생각처럼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유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의 일부 영어 전문가들이 대안을 제시하곤 합니다. 이태원 거리에서 원어민에게 말을 걸거나 혼자 중얼거리며 말을 하는 방법입니다. 전화영어, 화상영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모든 학습자에게 알맞지는 않습니다. 결국 대화 상대가 부족한 것이 대다수의 학습자들에게는 출력 학습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실천 : 말하기 학습
말하기 학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영어 표현, 문장 익히기를 일주일에 6~10시간 한다면, 그 중 약 30~40%는 출력 학습에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방법은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전화영어, 온라인 개인 튜터, 언어 교환 친구, 심지어 다른 한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둘째, 하루 10분~20분 빠른 글쓰기를 연습을 합니다. 글쓰기는 학습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실전 말하기의 대안으로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대화에서처럼 빠르게 글을 써 보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모르는 표현은 글을 다 쓴 후 찾아서 익힙니다.

셋째, 주 단위로 출력 학습 시간을 체크하고 자신을 평가해 봅니다. 출력 학습시 모든 학습자가 갖는 생각은 생각보다 말하기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부분이 안 되는지,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체크해보고 그 부분을 먼저 공부합니다. 단어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알고 있는 문장 패턴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으며, 문법 규칙을 몰라 보다 긴 문장 구성이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학습 방식은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표현을 계속 익히는 것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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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어울림: 왼손잡이에서 양손잡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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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택 목사 UMC 연합감리교회 은퇴 목사

왼손잡이 외톨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잡이였다. 누가 가르쳐 주거나 누구에게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왼손이 먼저 나갔다. 이 버릇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닌 듯했다.

그런데 집에서는 괜찮지만, 밖에 나가면 따가운 시선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쓰라린 기억 속에 한평생 왼손잡이로 살아온 내 모습을 잠시 돌이켜본다.

어릴 때 동네 아이들은 항상 나를 ‘왼 빼’ ‘짝 빼’라고 놀렸다.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할 때는 물론, 공을 던지고 받을 때도 나는 항상 왼손이었다.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지면 상관없지만, 내가 이기면 아이들은 꼭 트집을 잡았다. 왼손으로 하는 것은 무효라는 거였다. 나는 왼손잡이였기에 또한 외톨이였다. 늘 따돌림을 당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왕따’였다.

나의 왼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이웃집 아저씨가 내가 왼손을 쓰는 것을 보고는, “야! 요놈 봐라, 왼손잡이네! 두 번 다시 왼손을 쓰면 손목을 잘라 버릴 테다!” 하며 내 버릇을 고치겠다고 부엌칼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몰랐지만, 이유가 있다면 나의 왼손 때문이었다. 그때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섬뜩하다.

결혼을 하고 서른이 지나서 시골에 살 때였다. 나는 평소 동네 어른들에게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어른들과 식탁에 앉았을 때였다. 한 노인이 갑자기 소리치셨다. “아니, 나이 삼십이 넘도록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소?” 그 어른의 말씀을 이해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환경에 따라 처신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왼손잡이에서 양손잡이로
언젠가 내 손의 상처 자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릴 때 난 상처들은 모두 오른손에 있었다. 연필을 깎던 칼이나 가위는 물론, 중학교 실습시간에 밭에서 쓰던 호미와 낫으로 인한 상처들이었다. 그때는 모든 도구들이 오른손잡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몰랐다. 그저 오른손으로 서투르게 사용하다 상처를 입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피리와 오카리나를 배우게 되었는데 왼손과 오른손을 함께 움직이는 게 나는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클라리넷을 배웠다. 트럼펫이나 트롬본 같은 금관악기는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피스톤을 누른다. 하지만 피리 모양의 클라리넷은 바람구멍을 막는데 양손이 똑같이 필요하다. 왼손잡이로서는 그것이 큰 감동이었다. 클라리넷을 배우며 나는 왼손잡이로서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뛰어난 왼손잡이들
왼손잡이는 유전과 환경의 영향이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왼손잡이며 한국은 5%정도라고 한다.
왼손잡이들 중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있다. 알렉산더 대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아이작 뉴턴, 베토벤, 나폴레옹, 빅토리아 여왕, 잔 다르크, 마크 트웨인, 프리드리히 니체, 헨리 포드, 마리 퀴리, 마하트마 간디,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이름을 나열하지만 끝이 없다. 이들은 모두 왼손잡이로서의 불편한 삶을 극복한 사람들이다.

요즘은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왼손잡이는 서양에서도 천대받았다. 영어사전을 보면 left는 ‘약한, 가치 없는, 왼쪽’이고, right는 ‘바른, 정당한, 오른쪽’이다. 라틴어 어원에서도 왼쪽은 sinister(고약한, 불길한), 오른쪽은 dexter(능숙한, 운이 좋은)이다.

한국에서 늘 왼손 사용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미국에 와서 포크, 나이프, 숟가락을 양쪽에 나란히 놓고 사용하는 것을 보고 어릴 때부터 나를 짓눌러온 설움에서 해방된 감격을 맛보았다. 왼손잡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자유와 기쁨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1992년부터 왼손잡이 날이 제정되었다(8월 13일). 또한 요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키보드를 왼손, 오른손 구별 없이 사용한다. 참 좋은 세상이다.

더불어 어울림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따돌림에서 어울림으로의 삶이다. 내가 겪은 쓰라린 상처와 아픔 때문에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 삶을 성숙시키는 도구로 다듬어 가겠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내 경험을 돌아보며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듬어주며 살고 싶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을 볼 때마다 거친 두 손에 담긴 우정과 희생을 떠올리게 된다. 뒤러와 친구는 가난한 화가 지망생이었다. 친구는 뒤러가 먼저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탄광에서 일을 해 뒤러의 학비를 지원했다. 마침내 뒤러의 그림이 팔려 친구를 찾아왔을 때 그는 이런 기도를 하고 있었다. “하나님, 제 친구 뒤러가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의 손은 이미 노동으로 마디가 뒤틀려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 뒤러가 제 몫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나의 두 손에 그 삶을 담고 싶다.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은 아름다운 어울림 속에 더불어 가는 순례의 길. 얼마나 아름다운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기도하는 손”

 

 

 

 

[목회 칼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하박국 3: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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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목사 랄리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 하박국 3:17-19

모든 것을 잃게 된 순간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은 늘 노심초사하며 애쓴다. 그런데 만약 그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신앙이 좋은 사람도 어떤 마음이 될 지 알 수 없다.

성경에 실제로 그런 예가 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자 선지자 하박국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해야 하는 선지자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실망하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 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 내가 강포로 말미암아 외쳐도 주께서 구원하지 아니 하시나이다. 어찌하여 내게 죄악을 보게 하시며 패역을 눈으로 보게 하시나이까? 겁탈과 강포가 내 앞에 있고 변론과 분쟁이 일어났나이다. 이러므로 율법이 해이하고 정의가 전혀 시행되지 못하오니 이는 악인이 의인을 에워쌌으므로 정의가 굽게 행하여짐이니이다.” (하박국서 1:2-4)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의인이 악인에게 짓밟히고 정의가 굽게 행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힘들게 이루어 놓은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빼앗기게 될 때 선지자 하박국처럼 하나님께 불만과 원망을 토로하며 부르짖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일수록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하박국 선지자에게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이 약속을 믿는 사람이 의로운 사람이며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고 말씀하셨다.

죽음 앞에 선 순간
하나님의 약속을 들은 하박국 선지자는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먼저 삶의 풍요와 행복을 상징하는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감람나무의 열매가 없어진다. 밭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게 된다. 우리에 양이 없으므로 옷을 지어 입을 수도 없게 되고 양을 제물로 드리는 제사 또한 드릴 수 없게 되어 신앙생활조차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외양간에 소가 없어 다시 재기할 희망조차 없어진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니 그것은 곧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의미했다.

인간은 죽음 앞에 섰을 때 무엇이 진정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하박국 선지자는 죽음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하나님의 구원이 얼마나 귀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되었고,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라고 고백하였다.

시편 18편에 보면 다윗 왕 또한 같은 고백을 한 바 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요새이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요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요 나의 방패시요 나의 구원의 뿔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무화과 나무, 포도나무, 감람나무, 밭에 먹을 것, 우리의 양, 외양간의 소는 아무리 많고 풍성하여도 우리에게 반석이나 요새가 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오직 하나님만이 반석이요, 요새요, 건지시는 주요, 피할 바위요, 방패임을 믿고 살아야 한다.

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미국의 독립투사 패트릭 헨리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나의 전 재산은 가족들에게 처분을 맡긴다. 그러나 그들에게 한 가지 더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독교 신앙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구원이다. 누구에게나 죽음 앞에 홀로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신앙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칼럼에 대한 회신은 info@duraleigh.org 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샬롯밀알선교단 9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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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의교실 가을학기 개강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되는 밀알 사랑의 교실이 오는 9월 8일 개강했습니다. 사랑의 교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님을 함께 예배하여 영적으로 성장하게 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교육적, 사회적 발달을 돕는 무료교실입니다. 샬롯 사랑의 교실에서는 엄선된 교사들이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실시함으로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특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자녀의 장애로 인하여 상담이 필요하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샬롯밀알선교단으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2. 샬롯밀알 KOREAN FOOD FESTIVAL

샬롯밀알선교단에서 오는 10월 6일 토요일 ‘KOREAN FOOD FESTIVAL’을 개최합니다. 메뉴는 비밤밥, 불고기 도시락, 돼지불고기, 양념치킨, 순두부찌개, 김밥, 김말이, 떡볶이, 오뎅, 녹두전, 호떡 등이 준비되며 가격은 $5~$10입니다. 모든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센터 마련을 위한 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입니다.

장소: 남부한인장로교회 3619 Mckee Rd. Charlotte, NC 28270

날짜: 10월 6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3. 김창옥교수와 함께하는 밀알의 밤

오는 10월 19일 샬롯밀알에서 개최되는 ‘2018년 밀알의밤’에 메인게스트로 초청된 ‘김창옥 교수’는 이 시대 최고의 강연자, 대한민국 대표 소통 전문가로 통한다. <세바시>, <어쩌다 어른> 등 유명 예능 프로와 각종 기업, 학교, 지방자치단체에 강사로 초청되어 멋진 목소리와 재미있는 입담, 감동적인 멘트로 청중들을 웃기고 울리며 세상 풍파에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위로해주고 있다.

1973년 12월 17일, 제주에서 태어난 김창옥 교수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군복무 후 25살의 나이에 경희대 성악과에 입학하였다. 서울여자대학교 교목실 겸임교수로 재직 중 ‘김창옥휴먼컴퍼니’를 설립하였으며 현재 ‘소통’ 과 ‘목소리’를 주제로 활발한 강연활동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가 대한민국 제일의 소통 전문가가 된 데에는 역설적으로 제주도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영향이 컸다고 한다. 또한 가족 사이에서 항상 소통의 결핍을 겪었으며 가끔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터져버릴 듯 한 답답함도 느꼈었다. 보다 폭넓은 배움과 문화에 대한 갈급함과 결핍들이 마치 나팔꽃이 햇빛을 보려고 하는 것처럼 소통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됐다고 한다. 즉 김 교수의 소통은 불통과 단절이 낳은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창옥 교수는 청각장애 3급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곁에서 힘든 시간을 어렵게 버틴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김창옥에게 집은 소통이 되지 않는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었다. 그에게 집이 되어준 공간은 바로 교회였다.

“‘아버지’라는 단어를 아예 모르고 자랐어요. 아버지랑 소통을 하려면 종이에 글을 써서 해야 했는데 한계가 있었죠. 조선시대 사람들한테 ‘헬리콥터 알아?’라고 물으면 그 단어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저에게 아버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고1 때 친구의 소개로 처음 방문한 교회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김 교수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인식됐고 그에게 새로운 존재로 와 닿게 됐다.

김창옥 교수는 “보통 한 가정에서 부모가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들은 집에서 자신의 공간이 없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라며 “저도 제주도에서 집에 있는 시간보다 교회 공동체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제주도에 가면 집보다 교회에 먼저 들렸다 갑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교회에 가만히 있어도 가족공동체 같은 편안한 느낌이에요.”

공고를 다니고 있었던 김창옥은 우연히 두 편의 영화를 보게 됐다. 바로 영화 ‘더 미션’과 ‘시스터액트’, 이 두 영화를 보고 김창옥은 음악의 힘과 감동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됐다고 한다.

“공부도 그다지 못 했고 공고를 다니고 있었어요. 고1 때 ‘더 미션’을 보고 고3 때 ‘시스터액트’를 보고 음악의 힘에 매료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하고 우여곡절 끝에 25살의 나이에 경희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하면 사라질 줄 알았던 열등감과 갈급함이 새로운 형태로 그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만지는 것마다 황금알을 만드는 ‘미다스의 손’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손’이었다고 비유했다.

“내 자존감이 너무 낮으니까 내가 들어간 학교가 우스웠어요. 자존심만 엄청 세고 자존감은 낮은 이상한 사람이 돼 있더군요. 이게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연을 시작하고도 ‘어느 대기업에서 강의했다. 유명 인사를 만났다’ 이런 걸 자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소중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주길 바랬죠. 그런데 마음 한편이 씁쓸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재미있게 강의하고 난 뒤에는 허탈하고 외로웠던 거죠. 강연만 끝나면 핸드폰을 찾아 헛헛한 마음을 달래 줄 친구들에게 전화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던 중 하버드대학교 교수였던 ‘헨리 나우웬’의 책의 한 대목을 읽고 많이 자유로워졌습니다.”

가톨릭 신부이면서 심리학자인 헨리 나우웬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라르쉬’라는 지적장애인 공동체에 들어갔는데 하버드대학교를 알 리 없는 장애인들에게 헨리 자신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마치 하나님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처럼 한 인간을 둘러싼 화려한 명함이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통해 깨달은 것이 그의 마음을 치유했다는 것이다.

“그걸 보고 ‘아. 내가 앞으로 많은 커리어를 쌓는다고 해도 그러한 것들이 나 자신이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돈이나 경력들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것으로 인해서 내가 소중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죠. 지긋지긋한 방황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대하는 방식처럼 나도 나 자신을 그렇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제주에서 서울로, 그리고 성악에서 지금은 국내 최고의 스타강사이자 소통전문가로 김창옥 교수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에는 영화 <기술자들> <미씽: 사라진 아이>등에 출연하며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천천히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다.

“성악을 했다가 강연을 했다가 지금은 연기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 저의 직업적인 타이틀은 변화가 있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에요. 서울에 올라와서 경희대학교랑 가까워 처음 다니기 시작했던 서울동안교회에서 계속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를 안다’며 늘 가까이서 저를 품어주시는 아버지 하나님입니다.”

인생의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그분에 대한 간절한 믿음을 통해 단절과 고립, 불통을 소통과 이해, 포용으로 바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고 있는 김창옥 교수… 이번 밀알의밤 무대에서도 진솔하고 따스한 이야기로 삶의 무게에 지친 교포들의 마음에 한줄기 상큼한 위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글 | 이준수 목사 (미주 밀알 & 세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