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길 변호사

지난 호에서는 상대방 과실에 의한 자동차 사고시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위자료 등 각종 보상을 받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좋은지 아니면 혼자 처리해야 좋은지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실제 케이스 하나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김씨의 교통사고
지난 2018년 5월초, 김씨가 빨간 신호등에 정차해 있을 때 뒤에서 오던 차가 김씨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김씨의 차나 뒤에서 들이받은 상대방 차나 모두 손상은 경미하였다. 김씨는 경찰을 불렀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100% 상대방 과실로 판단하고 police report를 작성하였다.

사고로 인한 자동차 수리비가 $600 정도로 매우 경미함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사고 이튿날부터 허리, 어깨 등이 아파왔다. 그래서 집 부근의 urgent care를 방문하였고, 그 후 3개월간 카이로프랙틱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신고 전화만 1시간
김씨는 경미한 사고였기 때문에 본인이 혼자서 상대방 A보험사를 상대로 보상처리를 하려고 했다. 사고 차량을 운전하여 집에 도착한 후 곧바로 A보험사에 전화해 사고 신고를 하였다. 보험사 직원은 우수한 (quality) 서비스를 위해 대화 내용 녹음이 필요하다며 동의를 구한다. 미국 생활 10년째인 김씨는 미국 회사들과 통화할 때 이런 얘기를 늘 들어왔기 때문에 관행이려니 생각하며 녹음에 동의했다.

이어서 김씨의 이름부터 시작해 등 몇 가지 개인정보를 물은 뒤 본격적으로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김씨는 뒤에서 받혔기 때문에 100% 상대방 과실이라는 사실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질문에 대해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처음에 보험사 직원은 김씨의 부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이때 김씨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동차의 손상 정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모든 질문이 끝나자 보험사 직원은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것이며, 신속한 사건 처리를 약속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신고 전화를 끝내는데만 무려 1시간이 걸렸다.

상대 보험회사의 압박
며칠이 지나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고, $600짜리 자동차 수리 부분을 친절하게 도와 주었다. 그리고 김씨에게 몸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김씨는 사고 직후에는 별로 아프지 않더니 하루 자고 나니 몸 여기저기가 아파서 병원에 갔고 지금은 카이로프랙틱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보험사 직원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자신들이 police report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조사해보니 사고가 아주 경미한데 왜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받느냐며, 김씨가 치료를 받더라도 보험사에서는 치료비를 거의 줄 수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았다.

김씨는 뒤에서 받힌 죄밖에 없는데 보험회사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에 화가 났지만, 혹시라도 보험사에 밉보이면 보상받는 데 지장이 있을까 걱정되어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보험회사 직원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사고 후유증 때문에 몸에 계속 통증이 있기 때문에 치료비 걱정은 되었지만 카이로프랙틱에 다니며 치료를 계속했다.

보상금이 겨우 $300?
사고 후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300을 줄 테니 사건을 종료하자는 것이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300에 대해서도 3일 내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줄 수 없고, 그대로 사건을 종료하겠다는 보험회사 직원의 말이었다. 김씨는 너무 억울했지만 이 상황에서 보험회사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했다.

위자료는 고사하고 아직도 몸이 아파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를 하더라도 보상금을 줄 수 없다는 보험회사의 황당한 말에 너무 화가 났다. 급기야 김씨는 변호사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변호사를 선임하다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했고, 변호사는 곧바로 상대방 보험사에 연락을 취하였다. 그러자 그 보험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김씨에게 3일 내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던 입장을 싹 바꾸었다. 그리고 동시에 김씨 케이스의 담당자도 바뀌었다. 보험회사는 통상적으로 피해자 본인이 직접 보험금 청구를 할 때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담당자가 배치된다. 그러다 변호사가 선임되면 경험이 많은 담당자가 배정된다. 김씨 케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호사가 보험회사에 변호사 선임계를 보낸 직후부터 보험회사는 더 이상 김씨에게 일체의 연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사고 처리 협조 서류들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김씨에게는 더 이상 치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던 보험회사가 변호사에게는 그런 말을 일체 하지 않았다. 덕분에 김씨는 이제 마음의 평화를 갖고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겠다며 안심했다.

결론
변호사가 쓴 칼럼이기 때문에 변호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의 현실인 것을 어쩌겠는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들이 교통사고가 나면 본인이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변호사에게 맡기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한인 1세들 중에는 “내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보험회사가 나를 우습게 보고 보상금을 적게 주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보험회사들이 상대하는 절대 다수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들이다. 즉, 보험회사는 영어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변호사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사고를 처리한다. 따라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사고 현장에서 즉시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다. 그러면 경찰이 도착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부터 조언해 줄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호에서 계속된다.

교통사고에 대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T. 704-774-9654 또는 [email protected]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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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