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길 변호사

미국 생활의 필수품, 유언장
이번 호부터 미국 생활에서 꼭 알아 두어야 할 다양한 분야의 생활법률에 대해 다룬다. 그 중에서도 모든 분들이 꼭 알아 두어야 할 유언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한국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유언장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자식들이 결혼할 때 각자의 몫을 미리 나눠주거나, 나이가 들었을 때 가족들을 모두 불러 직접 말을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자필로 쓰거나 녹음을 해두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은 미국으로 이민온 한인 1세들에게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는 듯하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미리 유언장을 작성해서 공증을 받아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망자의 재산 상속에 있어 매우 엄격하게 법을 적용한다. 그래서 망자가 유언장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법원이 유산 관리자(변호사)를 임명해 유산을 정리하게 된다. 이때 임명된 유산 관리자(administrator)는 유산의 5%(법이 허용한 최대 금액)를 수수료로 청구한다. 따라서 미리 유언장을 작성해 두지 않으면 불필요한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야 하는 이유
첫째,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두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유언장은 본인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 없이 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과정도 간단하다. 가족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 몇 가지 개인정보만 있으면 이틀만에 유언장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부부 두 사람의 유언장 작성 비용은 보통 $500 이하다.
이 정도 비용으로 미리 유언장을 작성해 두면 나중에 법원 유산 관리자에게 5%의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소유물이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둘째,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두면 자신의 상속 재산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잘 분배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 재산이 모두 공개되나?
어떤 분들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면 자신의 재산이 다른 가족들에게 미리 낱낱이 공개될까봐 꺼리는 경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렇지 않다. 쉽게 말해서 유언장에 어디 땅은 누구에게, 어디 집은 누구에게 상속한다고 명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 땅이나 집, 차 등은 언제든지 팔 수 있는데, 동산이나 부동산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유언장을 고쳐 쓰는 것은 매우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언장에는 본인의 사망시 가족들에게 유산을 분배할 사람(executor/executrix)을 임명하고, 그 사람이 사망 당시 남아 있는 상속 재산을 일정한 비율로 분배하게 된다. 예를 들면, ‘남아 있는 재산을 두 자녀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는 식이다. 물론, 특정한 사람에게 특정한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그 내용을 유언장에 기록하면 된다.

유언장 작서에 필요한 정보
유언장 작성에 필요한 정보는 배우자와 자녀들의 영문 이름, 생년월일, 소셜시큐리티 마지막 4자리 숫자, 성별, 주소 및 거주하는 카운티 정보 등이다. 자녀가 한 명일 경우에는 가디언(Guardian) 역할을 해줄 사람의 영문 이름, 생년월일, 소셜시큐리티 마지막 4자리 숫자, 성별, 본인과의 관계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모 사망 후 재산 정리를 도와줄 사람이기 때문에 부모보다는 젊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좋다.

유언장의 요건
유언 및 상속에 관한 법률은 주법률에 해당하기 때문에 각 주별로 상이하다. 노스 캐롤라이나를 기준으로 보자면, 유언장은 18세 이상이면 작성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유언장은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또한 본인이 직접 서명을 해야 하고, 본인이 서명하는 장면을 두 사람의 증인이 눈으로 보고 증인으로 서명을 해야 한다.

법원에서 더 이상의 추가 절차 없이 유언장이 인정되려면 유언장 작성자와 두 명의 증인이 동시에 공증인 앞에서 유언장에 서명하고 공증을 하면 된다. 그러면 그 유언장은 그 자체로 법원이 인정하는 유언장이 된다.

다음 호에서는 이미 작성한 유언장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유언장을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겠다.

유언장 작성에 대한 상담을 원하시면 [email protected]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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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