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덮밥 등 볶음요리를 담당하는 요리로봇 ©ETTV 유투브 채널

로봇 요리사 도입 매장 늘어
미국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 일자리의 5분의 1인 8억 개가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5억 개~9억 개가 새로 창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방과 홀에 요리로봇이나 서빙로봇을 도입하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분식집은 모바일 앱 배달주문이 들어오자 직원이 떡과 어묵, 양배추, 고춧가루 양념 등을 그램(g) 단위까지 정량화한 식재료를 드럼통처럼 생긴 로봇 ‘오토웍’에 넣는다. 오토웍은 처음 4분간 고열로 천천히 돌다가 나머지 2분간 서서히 온도를 낮추어 6분만에 국물떡볶이 2인분을 완성했다. 세척도 자동이다. 식재료를 투하할 때를 제외하면 요리부터 담기, 설거지까지 사람의 손길이 전혀 필요없다. 맛 평점은 5점 만점에 4.6점으로 문을 연지 두달 만에 ‘동네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코로나19 사태와 1인가구 증가로 배달음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로봇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주방의 디지털 혁신에 뛰어든 젊은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로봇 요리사의 종류도 다변화되고 있다. 고기구이, 치킨,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덮밥, 누들, 샐러드, 음료, 아이스크림 등 메뉴도 다양하다.

가성비 높은 로봇 직원
요리로봇이나 서빙로봇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가성비 때문이다. 요리로봇의 가격은 1,000만원을 밑돌아 신참 요리사 3개월 치 월급이면 충당할 수 있다. 음식 메뉴를 만드는 비용을 최소 30%이상 낮출 수 있어 신선한 식자재에 돈을 더 투자하는 전략도 가능해진다. 또한 여러 가지 메뉴를 만들 때 식재료의 정량과 익힘 정도를 레시피에 따라 일정하게 조리하므로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빙로봇의 경우, 월 300만원에도 홀서빙 인력을 구하기 힘든데, 월 130만원에 서빙로봇 2대를 이용할 수 있어 알바생 1명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로봇은 주52시간 근무제나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24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식당의 업무효율성을 높여주는 자율주행 서빙로봇 ©Bear Robotics

한국에서 서빙로봇이 처음 도입된 곳은 서울이 아닌 강원도 속초였다. 속초의 3대 물회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이었는데, 홀서빙 인력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운 데다 일이 힘들다고 예고없이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나중에는 중앙아시아 사람들까지 고용했지만 언어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서빙로봇을 알게 되어 2대를 들이게 되었다. 약 4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4대로 늘리고 이듬해에는 7대를 추가해 현재 총 11대의 서빙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서빙로봇은 직원들의 업무 강도와 피로도를 낮춰주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칼국수집은 칼국수 4그릇을 한 쟁반에 담아 옮겨야 해서 직원들이 손목에 붕대를 감고 일을 하거나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서빙로봇 2대를 도입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3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직원수는 줄지 않았다. 대신 일을 그만두는 직원이 줄어들었다.
로봇 직원의 종류도 다양화되어 인간 친화적인 안내로봇, 영업담당 로봇도 있다. 영업담당 로봇은 모니터에 맥주 광고가 나오고, 쟁반에는 해당 맥주를 싣고 다니며 판매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 배달음식 1위인 치킨에 초점을 맞춰 조리부터 배달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만능 로봇도 개발 중이다.

자동화 · 무인화 시스템
AI와 빅데이터로 무장한 AI 로봇 요리사가 등장하면서 요리 솜씨도 진화하고 있다. 전문 셰프의 영역인 고급 요리까지 AI 로봇 요리사가 완벽하게 해낸다. 분자 센서를 통해 고기의 풍미를 결정하는 마이야르 반응까지 데이터화해서 학습한 AI 로봇 요리사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연어처럼 고기가 두툼한 캐주얼 다이닝 메뉴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 로봇이 구워낸 삼겹살 맛 평가에 나선 요리사들조차 놀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로봇 요리사는 1시간에 100인분 요리도 뚝딱 해낸다.
실제로 전국의 잘 되는 고깃집을 돌아보면서 자동화 시스템을 보고 적용해 근무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줄이고 연 매출 8억을 달성한 갈비집 사장님이 있다. 100평 매장에 정직원 2명, 알바생 3~4명(주말 5~6명)으로 월 2,000만원의 순수익을 내는 비결은 바로 자동화다. 대파 둥글게 써는 기계, 파절이 써는 기계, 오이채, 양파채, 양배추채 써는 기계, 고기 써는 기계, 갈비 구워주는 기계, 냉면을 뽑아서 바로 삶아주는 기계, 서빙로봇 등을 도입해 예전에는 다 사람 손으로 하던 단순 작업을 거의 대부분 자동화 기계로 대체한 것이다.

홀 없는 픽업·배달 전문 매장
한국에는 로봇 요리사 73명이 1시간에 10가지 요리를 1,000인분씩 요리하는 배달 전문 맛집이 있다. 강남역에 위치한 이곳은 홀은 없고 주방만 100평인데, 인간 요리사 1명과 로봇 요리사들이 협업해 모든 주문을 소화해낸다. 강남역 인근의 음식점 10곳이 이곳을 통해 자체 배달음식을 조리해 배달한다.

뉴저지의 BBQ Smart Kitchen 1호점의 내부 모습 ©제너시스BBQ

그리고 지난 달 뉴저지에는 비비큐 스마트키친(BSK)이 문을 열었다. 최소화된 대면접촉과 비접촉 푸드로커(음식 보관함)를 특징으로 하는 픽업·배달 전문 매장이다. 주문용 키오스크와 함께 음식을 꺼내갈 수 있는 푸드로커를 설치해 고객이 직원 없이 주문에서 픽업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구조다. 홀이 없는 소규모 매장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고밀도 지역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 모든 주문은 자동화하고, 픽업은 무인 로커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카운더를 관리하는 것보다 빠르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직원들은 음식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신속한 음식 제공을 위해 메뉴를 간소화해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과 떡볶이, 김치볶음밥 같은 K-Food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