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TIME

편집자주 – 트럼프 대통령을 ‘evil (악마)’ 또는 ‘idiot (멍청이)’이라는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한미간의 외교와 무역 문제는 물론, 북한 핵문제와 남북평화,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에 있어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에 쓴 『트럼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전문을 연재한다.

민주당의 수퍼 델리게이트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일주일 후인 2016년 7월 25일부터 7월 28일까지 4일간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개최되었다. 버니 샌더스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예상대로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다.

민주당의 경선 시스템은 공화당과 달리 두 그룹의 선거인단이 있다. 하나는 후보들이 각 주를 돌며 유세를 펼쳐 획득한 일반 선거인단이고, 또 하나는 민주당 출신 선출직 의원들과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정치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들이 자동으로 선거인단 자격을 갖게 된다.

각 주에 거주하는 일반 선거인단은 의무적으로 해당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하는 반면, 정치인 출신 선거인단은 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을 수퍼 델리게이트 (superdelegate)라고 부른다.

수퍼 델리게이트들은 민주당 전체 선거인단의 약 15%를 차지하는데, 그들은 정치 엘리트들로서 이미 오랫동안 클런턴 부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 사이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는 물론이고 힐러리를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사실 지난 2008년 오바마와 힐러리가 경선을 펼칠 때도 백인 위주인 수퍼 델리게이트들의 표심은 절대적으로 힐러리에게 유리했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터줏대감인 고(故)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를 면담한 후 공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수퍼 델리게이트의 힐러리 지지벽이 무너지며 오바마가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그런데 오바마 때와는 달리 버니 샌더스에게는 그런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언론들도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버니 샌더스 띄우기에 열을 올렸지만, 절대 다수의 수퍼 델리게이트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힐러리를 지지했다.

30여년의 정치 인생에서 사회주의자로 외길을 걸어온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정치 기득권 세력인 수퍼 델리케이트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나아가 샌더스와 힐러리의 TV 토론회를 앞두고, CNN의 정치 해설위원 도나 브라질이 토론 예상 질문을 미리 힐러리 선거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선 기간 내내 트럼프는 버니 샌더스를 동정하며 민주당의 짜고 치는 경선 시스템을 비판했고, 트럼프가 지적한 대로 힐러리는 무난히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다.

앞서나간 힐러리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힐러리는 컨벤션 효과와 더불어 주류 언론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따돌리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방법이 주류 언론과 달랐던 몇몇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제외하고는, 이런 양상은 선거 당일인 2016년 11월 8일까지 계속되었다. 그래서 힐러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주류 언론에서는 트럼프는 이미 끝났다며 일찌감치 힐러리의 승리를 자축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힐러리 대통령 시대에 대한 구상을 논의하며 앞서가는 정치 평론가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기 베라의 말처럼 게임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었다.

이준길 한미관계연구원 원장

현재 연재되고 있는 『트럼프와 대한민국』을 책으로 구입하고 싶으신 분은 [email protected]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종이책으로 출판할 예정입니다.

이준길 법학박사(SJD, 금융법전공), 변호사(미국 North Caro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