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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 한인 테니스 모임 친선경기 (클렘슨 대학 VS 조지아 주립대)

제롬, 사진가
jeromegraphy@daum.net

한인 테니스 친선경기
3월 24일, 미 동남부의 햇살은 봄을 만끽하기 충분한 날씨이면서 동시에 한낮에는 슬슬 여름이 느껴지는 때이다.
마침 하루 전에 대한민국 축구팀이 볼리비아를 이겼다는 기분 좋은 승전보를 들은 터에,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립대 중 하나인 클렘슨대학과 조지아 주립대의 한인 테니스 모임이 조지아 주립대에서 친선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지아로 향했다.
이번 대회는 조지아 주립대 테니스 코트에서 펼쳐졌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인 테니스 모임 친선경기는 봄에는 조지아 주립대에서 가을에는 클렘슨대학에서 번갈아 주최하고 있다. 또한 두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재직 중인 사람들이 주축이 되기는 하지만, 테니스를 좋아하는 주변의 지인들도 제한 없이 참가하여 같이 즐길 수 있는 모임이다.

시합 전에 주최측인 조지아 주립대에서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양팀을 대표하는 클렘스대학의 윤정록 교수와 임메니얼 컬리지의 정일용님을 만났다. 먼저 이 친선경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물어보았다.

클렘슨대학 대표 윤정록 교수와 조지아 주립대 대표 정일용님 ©제롬

“(윤정록) 아마 적어도 12년 정도 된 걸로 기억해요. 2007년부터 제가 친 기억이 있거든요.”
테니스를 좋아하는 한인들끼리 모여서 즐기는 친선경기이다보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한 모양새다.

지역 사회 한인 교류의 장
이런 모임이 한인학생회나 한인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정일용) 저희 조지아 같은 경우는 대학에 소속된 분들이 주축이기는 하지만, 이 지역에 있는 한인 주재원이나 단기로 다녀가시는 분들도 같이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모임이에요. 그래서 조지아 주립대 이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지역 한인 단체 모임들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교류와 소통이 활발하고 다른 이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윤정록) 저희 클렘슨은 한국 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에요. 그래서 저희도 클렘슨 지역 사회의 한인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그러면 클렘슨 지역의 한인들간의 교류도 조금씩 더 활발해 지겠죠.”
두 라이벌의 전적
이 대회가 적어도 12년 정도 되었다니 두 팀간의 전적도 궁금하다. 이번 경기에는 클렘슨에서 8명 4팀이 참가했고, 조지아는 10명 5팀이 출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지아 팀의 한 분이 대회 당일 아침에 손을 다치는 바람에 양쪽 다 4팀으로 동등한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역시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과거의 전적은 알 수 없지만, 최근 3년간의 전적은 조지아의 우세였다고 윤정록 교수가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모임 활성화 방안
앞으로 이 모임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까?
“(윤정록) 사실 클렘슨 같은 경우는 점점 인원이 줄어서 지금 이 모임을 유지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에요. 실제로 예전에 이 친선경기를 1년 정도 못한 적도 있어요. 우리쪽 선수들이 4명밖에 없었으니까 매치가 성사가 안 되었던 거죠. 아무래도 클렘슨이 한국에 잘 알려진 대학이 아니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대도시가 아니다보니 주변에 학교와 관련없는 일반 교민들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1년이나 2년 정도 단기로 다녀가는 경우는 드물어서 한번 들어오기만 하면 장기회원이 되는 장점도 있어요.”
“(정일용) 저희도 학교 소속이신 분들만으로는 어렵지만 지역 한인들과 같이 하면 회원 유지 걱정도 덜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의미도 있어서 계속 노력해야지요.”
자기 본업에 먼저 충실해야 하는 교직원이나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서로 부담 없이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모임을 ‘유지’만 잘 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넓은 네트워킹
대도시에서 열리는 한인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 참여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정일용) 그런 대회는 민간단체에서 주최하는 대회라서 우리 모임의 이름으로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저희는 다른 주에 있는 대학들과 친선경기를 시도하고 있어요. 예전에 저희는 조지아텍이나 테네시의 멤피스대학과 친선경기를 시도했었고, 클렘슨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립대와 연결을 시도해 봤어요. 그런데 이동거리나 인원 문제 때문에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다음주에 우리 조지아 주립대와 조지아텍이 먼저 친선경기를 해요. 그후엔 클렘슨이 합류하면 규모도 커지고 교류가 좀 더 활발해지겠죠.”
이번 경기는 박빙의 승부 끝에 3년만에 클렘슨이 조지아 주립대를 이겼다. 그런데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경기 후에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였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좋은 친구일 뿐이다.
앞으로도 이 친선경기가 각 도시 대학들의 연결고리가 되고, 나아가 각 지역 한인 사회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영화칼럼]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이터널 썬샤인

박성윤
캐롤라이나 열린방송에서
‘박성윤의 영화는 내 인생’ 코너 진행
parksungyoontree@gmail.com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2004)
감독: 미셸 공드리
주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릿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
이 영화의 제목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은 알렉산더 포프(1688~1744)의 시 ‘엘로이자가 아벨라르에게(Eloisa to Abelard)’의 한 구절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흠 없는 마음에 비치는 영원한 햇살)에서 가져온 것이다. 서정적인 제목처럼,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고 영원한 햇살처럼 비치기를 바라는 관객들에 의해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히며 개봉 10년만에 재개봉된 최고의 멜로영화 중 하나다.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 작가 찰리 카우프만과 다작의 뮤직 비디오 수상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비쥬얼 스타일리스트 미셸 공드리 감독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발렌타인 데이 아침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남자 조엘은 발렌타인 데이 아침에 출근을 하다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직장을 건너뛰고 무작정 롱 아일랜드의 몬탁 해변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리고 그곳에서 머리를 파랗게 물들인 명랑하고 활달한 성격의 여자 클레멘타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내성적인 남자 조엘과 자유분방한 여자 클레멘타인의 첫 만남 ©Mental Floss

그리고 영화는, 운전대를 붙들고 울면서 어디론가 가고 있는 조엘의 모습으로 다시 시작한다.

사랑의 기억을 지우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 사랑하던 오랜 연인이었다. 그런데 우울하고 내성적인 조엘과 자유분방하고 충동적인 클레멘타인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인해 자주 싸우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헤어지게 된다. 급기야 클레멘타인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주는 라쿠나 회사를 찾아가 조엘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린다.
얼마 후 조엘이 클레멘타인을 찾아갔을 때 그녀는 조엘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조엘은 분노와 슬픔으로 뒤범벅되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역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잃어버린 조각’이라는 의미의 라쿠나 회사는 하워드 박사가 두 명의 조수들과 함께 고객의 불행한 기억을 지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프론트 데스크에 앉아 있는 메리가 고객의 시술 스케줄을 관리한다.
“뇌에 손상이 가나요?”라는 조엘의 질문에 하워드 박사는 기억의 감성중추를 제거하면 기억이 소멸되는 원리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손상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깨어날 거라고 말해준다. 마치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것처럼.

몬탁에서 만나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가장 최근 것부터 차례로 지워져 나간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조엘의 기억삭제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조엘의 무의식이 클레멘타인과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제발 이 기억만큼은 남겨주세요. 이 순간만은!!!” 조엘이 아무리 소리치고 애원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자 조엘의 무의식은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잠재의식 속에서 투쟁을 시작한다.
공드리 감독은 조엘의 기억이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영화적으로 참신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의 얼굴이 비어 있고, 하늘에서 자동차가 떨어지며, 집이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그러면서 아픈 사랑의 기억마저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조엘은 삭제되는 기억속에서 클레멘타인을 지키려고, 급기야 자신의 무의식 속에 깊이 감춰두었던 어린 시절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그곳에 클레멘타인을 숨기려고 한다. 수치스러운 기억을 담대하게 꺼내서라도 사랑을 지키려 한 조엘은 이 과정을 통해 늘 위축되어 있고 성장하지 못했던 자신의 자의식을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
그러나 조엘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클레멘타인과 연결된 최초의 기억에 이르게 되고 마지막 기억이 사라지기 직전, 둘은 진심을 담은 작별인사를 나눈다.
“사랑해.”
“몬탁에서 만나.”

다음날 아침 조엘은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어난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하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몬탁 해변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그곳에서 그는 역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해변을 거닐고 있던 클레멘타인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래도 괜찮아
한편 하워드 박사를 남몰래 흠모하던 메리는 어느 날 하워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와 키스를 나누는데, 그 장면을 박사의 아내가 목격하게 된다. 하워드와 메리는 황급히 달려가 용서를 구하지만 아내는 힘없이 돌아서며 메리에게 말한다.
“너는 이미 저 남자를 가졌었어…….”
메리는 예전에도 자신이 하워드를 사랑했으며 유부남과의 사랑이 고통스러운 나머지 자신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을 경험한 메리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에게 그들이 서로의 기억을 지웠음을 알려주게 된다.
이들은 메리가 보내준 카세트 테이프를 듣고 자신들이 서로에게 질려서 헐뜯고 싸우다가 헤어졌음을 알게 된다. 이별을 예감한 클레멘타인은 “우린 또 이렇게 싸우고 서로를 미워하게 될 거야.” 하며 떠난다. 그러자 조엘이 클레멘타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괜찮아.”

Okay. 그래도 괜찮아. ©victor hugo Vasquez

이미 사랑과 이별의 진흙탕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조엘의 용기는 그의 자의식이 치유되고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고 자아가 성장하여 관점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그런데 이렇게 나의 의지로 치유되는 상처도 있지만 때로는 치유가 불가능한 상처도 있다. 그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라쿠나 회사에서 기억을 지우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왕년에 잘 나갔던 자신의 기억을 지우려는 트로피를 안고 있는 사람도 있고, 반려견이 죽어 슬픔에 빠져 있던 사람도 있다. 그리움은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멈춰지는 것이 아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의 기억을 지운 후 알 수 없는 공허감을 느낀 이유 역시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그리움’ 때문이었으리라.
메리는 기억을 지우는 일을 하는 하워드 박사와 라쿠나 회사를 자랑스러워하며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 삶에 망각이 필요한 이유는 망각이 아픈 상처를 잊고 우리의 삶을 더욱 명징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억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의식이 원하는 바가 발현된 착각과 재해석이 덧입혀진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생존 본능이다. 이렇듯 망각과 기억은 날실과 씨실처럼 얽히고 설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노근리 사건 등 미군의 양민학살 사건을 연구하는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당시 생존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이분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누구 하나 특별한 기억이 없이 평이하더라는 것이다. 잊고 싶은 트라우마적인 기억은 이렇듯 뇌에서 망각으로 전환되고 재구성되어 다시 기억된다.
‘운명의 상대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애절한 연애 신화 덕분일까. 복잡한 프레임과 심오한 주제로 두 번 이상 봐야 이해가 된다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2015년 BBC에서 주관한 미국영화 멜로 장르 1위를 차지했다.

서로 ‘다름’으로 인해 서로에게 끌리지만 결국은 그 ‘다름’으로 인한 성격 차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지게 되는 연애의 아이러니. 그러나 그 처음의 맹목적이고 설레던 감정은 지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 다시 반복되고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한다.

[미래교육칼럼] 19.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 2편

유문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munjo.yu@gmail.com

지난 호에 이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배움과 교육에 대해 계속 살펴보도록 하자.

탄탄한 정서적 기반
빠른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사람이 일정한 틀과 제도에 의존해 살아가다가 그 틀과 제도가 갑자기 무너지거나 심하게 변형될 때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인문적 소양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일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었지만, 동시에 핵폭탄,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과 같은 재앙도 불러왔다. 따라서 인류의 발전을 과학기술에만 의존한다면 인류는 늘 번영과 파멸 사이에서 불안한 시소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을 과학기술보다 더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인문교육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힘을 조율할 수 있는 인문적 소양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를 인식하고 제기하는 능력
인간의 역사는 문제를 던지고 해결해 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원시 부족시대부터 왜 질병이 생기는지, 왜 자연재해가 발생하는지 혹은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당시 부족한 지식으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신’이었다. 문명이 싹트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발견으로 얻은 답이 점차 신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류에게는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고, 그 문제들을 계속 해결하며 현대에 이른 지금은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일자리’이다. 이런 문제들은 해결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제기하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을 생각하지 못하고 이전의 피쳐폰의 문제점을 그저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을 때 그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해결가능성을 보았으며 스스로 해결했다. 그 후 애플이 iPad를 만들거나 다른 제품 개발할 때 스티브 잡스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 iPad가 왜 필요한지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같지가 않다. 때로는 기존의 영역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제기하고 해결하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기도 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예술가이자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그런 예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교육은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풀이식 교육보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인식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제기하는 훈련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배움의 원천의 변화
산업화 시대에 배움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교사들도 변화를 따라가기 바쁘다. 끊임없이 배우고 업데이트하지 않는 한, 그들이 가진 지식은 금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이 많은 사람이 더 지혜롭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 열리고 있고, 아이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훨씬 더 빨리 습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제 교사나 부모에게 묻는 대신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묻게 되었다.
지난 블록체인 편에서 잠깐 소개했던 비탈릭 부터린(Vitalik Buterin)은 19세때 블록체인 기술 2세대를 구축했고 현재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의 회사 Ethereum 및 블록체인 기술을 이끌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수학, 컴퓨터, 경제,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종합지식세트다.
과거에도 종종 어린 나이에 큰 업적을 남긴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수학이나 과학, 음악 등 특정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었고 다 빈치처럼 다방면을 마스터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적으로 충분한 역량이 있어도 다양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터넷 시대에는 웬만한 정보는 구글이 단 수 초만에 찾아준다. 부터린은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이 모든 분야에 충분한 지식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옥석을 가리는 능력
불과 한 세대 전인 30년 전만 해도 정보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잣집에 있는 백과사전 전집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영국의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갖고 있다고 한들,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서 간단히 찾아볼 수 있고, 또 비교적 최신 정보나 지엽적인 정보는 백과사전에 들어 있지도 않다.
예를 들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수학자 이임학에 대해 알아본다고 하자. 그에 관한 정보는 영국의 백과사전엔 실려 있지 않아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이리저리 찾아봐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중팔구는 그에 관한 책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여러 대학 수학과에 문의해 보아야 하고, 만약 운이 좋다면 그 천재 수학자에 관한 정보를 조금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에 몇 주나 몇 달이 걸려서 얻었을 정보를 단 몇 초만에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은 이미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데, 아직도 학교에서는 더 많은 지식을 주입시키고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정보가 귀한 시대가 아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능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이다.
인터넷에 유용한 정보들이 많은 반면, 진실을 호도하거나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상을 팔려는 달콤한 정보들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정보당국이 검열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이익집단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거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많은 정보들을 양산하고 있다.

거짓정보의 최면
아이들에게 진짜정보와 거짓정보, 더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를 가려내 더 중요한 진짜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또한 세뇌와 마인드 해킹이 무제한 허용된 세상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필자는 대학입학 전까지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역사적 사실도 단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에서 선배들이 추천해준 책을 읽으며 받은 충격, 내 정신세계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던 충격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베트남 전쟁에 대해 사악한 베트콩을 무찌르기 위해 우리나라 국군 장병들이 용감하게 월남을 도우러 갔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영희 선생의『전환시대의 논리』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미국이 월남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꼭두각시 정권인 딘디엠 정권을 세우자, 월맹이 베트남의 독립을 방해하는 미국과 싸워 승리한 처절한 전쟁이 베트남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그후 베트남 전쟁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면서 이영희 선생의 주장이 옳았음을 점점 더 확인하게 되었다. 이 경험 하나만으로도 필자의 정신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에 충분했고, 세상의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교과서에 베트남 전쟁이 그렇게 왜곡되었다면 다른 내용들은? 누가 왜 그렇게 왜곡했을까? 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초를 당할까?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6.25 전쟁은? 다른 전쟁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대학을 다녔던 많은 학생들이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거짓정보의 최면에서 깨어나는 것이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첫 걸음이었다. 그후 점진적으로 확대된 정치적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누리면서 한동안은 그 거짓정보들의 최면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라는 열린 사회에 와서 보니 그 최면은 수많은 최면 중의 하나였을 뿐이란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멋진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담배 광고, 근육질의 운동선수가 땀을 닦으며 마시는 설탕물 음료 등 우리는 수 많은 거짓정보의 최면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훨씬 더 많은 거짓과 왜곡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디지털 시대 배움의 부재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배움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을 습득하기 전 수 많은 아이들이 백해무익한 컨텐츠에 빠져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온라인 세계에만 빠져 실제 경험은 턱없이 부족한 배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상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도록 균형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마인드 해킹에 대비하기
지금까지는 왜곡된 정보들이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배포되었다면, 인공지능과 바이오텍이 더욱 발달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온라인상에 남겨진 우리의 개인정보와 취향, DNA 같은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특정한 개인을 타겟으로 한 마인드 해킹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마인드 해킹의 초기 형태를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여러 웹페이지 광고 등을 통해 이미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 거의 24시간 접속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인공지능에게 조종당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한국 교육의 현주소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 교육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앨빈 토플러는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에 SKY를 정점으로 한 획일화된 성취 경로는 한국의 교육개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실제로 한국인의 평균 IQ는 유대인의 평균 IQ 못지 않게 높고, 인구는 서너 배 많으며, 국민소득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보면 2017년 기준 203명 대 1명으로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TV 드라마 ‘SKY 캐슬’에서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부모들이 온갖 창의성을 발휘해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고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들이 시키는 대로만 한다. 이 빗나간 교육열과 후진적인 교육시스템은 지난 세기에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도 해왔지만, 자동화의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 최악의 시스템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런 변화를 주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변화에 나와 내 자식들, 그리고 내 공동체가 변화의 방향을 읽고 적응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 좀 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서는 4차혁명의 중추기술을 관통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살펴보며 이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다.

[영어칼럼] 말하기의 두 방향 : 정확성 + 유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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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KoreanEnglish.org 운영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자 contact@koreanenglish.org

모국어의 유창성과 정확성
모국어를 배운지 4~5년이 지난 아이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말하며 실수를 연발하는 것입니다. 이따금씩 부모가 교정을 해주기도 하지만, 아이가 말하는 양에 비하면 아주 미미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큰 관건은 생각의 속도만큼 자유롭게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주변 반응을 살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주변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 표현을 계속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이 얻게 되는 것은 모국어 사용의 ‘유창함’입니다. 단어 몇 개를 나열하든,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든, 주된 관심사는 스스로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어를 배우는 초기 과정에는 정확성보다는 유창함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유창함 위에 정확성을 더해지게 됩니다. 정확성은 오랜 시간에 걸친 언어 사용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교육을 통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의 영어학습
한국의 성인들은 영어를 배울 때 다른 언어 사용자에 비해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영어의 구조와 문화적 배경이 한국어와는 너무 다른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된 남미 사람들이 영어를 곧잘 하는 모습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모국어와 영어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미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와 외모가 비슷한 중국인들도 그런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어와 영어의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영어를 어렵지 않게 배우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중국인을 인터뷰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영어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도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중국인들이 꽤 있었습니다. 중국어와 영어의 유사한 구조 덕분에 쉽게 유창한 영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 성인들의 영어학습
한국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보통 문법 위주의 영어교육을 첫번째로 지적합니다. 하지만 문법이 없었다면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로 때문에 한국인은 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마치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듯 끊임없는 연습과 실생활 훈련을 통해 규칙을 스스로 깨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법 위주의 이론 학습은 정확성은 얻을 수 있지만 유창함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유창함을 기르기 위해서는 영어 지식을 배움과 동시에 아는 것을 떠올려 소리로 표현하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문법책을 보며 순발력을 기르는 것은 육상 선수가 동영상만 보며 달리기 연습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한국 성인이 영어 말하기 실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정확성과 유창함 두 가지 모두입니다. 한국어식 표현으로 정확하지 않은 영어를 하면 소통 자체가 안 될 수 있고, 정확한 영어를 하더라도 속도가 너무 느리면 상대방이 심리적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학습 단계에 따른 비중
몇 년간 영어 공부를 해온 중급 학습자들도 실력 향상이 되지 않는다며 고민을 토로하곤 합니다. 대부분은 학습시간 부족이 주된 원인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재 자신의 정확성과 유창성을 진단해보고 학습의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초 표현을 사용해 대화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항상 같은 표현만을 사용하는 학습자라면, 이런 분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표현을 입력해야 합니다. 더 많은 패턴을 익히고, 문법 규칙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며, 미묘한 어감의 차이도 익혀가야 합니다. 정확성을 얻기 위해 일정한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죠.
다음으로 리스닝 실력도 괜찮고 영어 지식도 어느 정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창함이 부족한 학습자라면, 유창함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이해하는 것과 스스로 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영어로 계속 말하며 실수를 연발하면서 스스로 교정하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다면 꺠어 있는 동안 계속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실천 과제
먼저 현재 자신의 영어가 정확성에 초점을 맞춘 영어인지, 유창함에 초점을 맞춘 영어인지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한국 성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유창함을 위한 노력이지만 학습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며 자신이 유창하면서도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적어보고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학습 비중의 조정해보면 현재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충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내게 될 것입니다.

[코칭칼럼] 인간관계는 가려서 맺으라

한근
한스컨설팅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kthan@assist.ac.kr

쓸데 없는 인연
불우(不遇)라는 말이 있다. 불우이웃, 불우한 삶 등에 쓰는 말이다. 아닐 ‘불’에 만날 ‘우’이니 만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기회를 만나지 못하고 때를 만나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나지 못하는 것도 불행이지만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불행이다.
대인관계하면 보통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걸로 생각한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과 모두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인생은 제한적이다. 제한된 사람들과 제한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관계를 가려서 맺어야 한다. 쓸데없이 인연을 맺지 않아야 한다.

관계는 항상 현재진행형
예전에는 친했는데 지금은 소식이 끊기거나 만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반대로 별 인연이 아닌 줄 알았는데 꾸준히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왜 그럴까?
관계는 늘 살아 움직인다. 예전에 친해도 지금은 만나지 않는 인연도 있고, 별 인연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하는 인연도 있다.
모든 것에는 유통기간이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았던 관계도 오랜 세월 관계를 맺지 않으면 퇴색하고, 별것 아니던 관계도 끊임없이 뭔가를 주고받으면 좋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런 면에서 관계는 늘 철저한 현재진행형이다.

인연은 자연스럽게
나는 자연스럽게 인연 맺는 것을 선호한다. 좋은 인연이면 계속 만나게 될 것이고, 인연이 아니면 노력해도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나자마자 ‘형님’ ‘아우’ 하면서 친한 척 하는 사람을 경계한다. 사람들과 인연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인간관계를 심플하게 하고 싶다. 도의상, 의무적으로 만나는 것도 거부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무엇 때문에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며 시간을 낭비하는가?

의리상, 도리상의 만남
그런 면에서 임경선의『자유로울 것』에 나오는 한 대목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녀의 말이다.
“의리상, 도리상 시간을 내서 만나는 것은 싫다. 의리나 도리라는 건 대개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 할 때 쓰는 말 아닐까? 만나기는 싫지만 그 사람에게 만족을 주고, 명분을 살리기 위해 지어낸 게 아닐까?
인간관계에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 오랜 기간 우정과 추억을 나눴던 사람일지라도 현재 그 사람과 인연이 없다면 사실 무용지물이다.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늘 관계에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만이 의미가 있다. 과거에 아무리 친했어도 현재 만나지 않고 인연을 이어가지 않는 사람은 과거의 사람으로 놔두는 것이 좋다.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떤 면에서 과거의 인연은 과거의 인연으로 놔두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을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소중한 추억까지 손상될 수도 있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법정 스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만나는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는 것은 쓸데없는 낭비다. 잘못 인연을 맺으면 이로 인해 삶이 힘들어진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 부은 결과다.”
여러분의 관계는 어떤가? 정답은 없지만 나는 관계에서도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싶다. 과거에는 친했지만 지금은 관계가 끝난 과거완료형, 과거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되는 현재진행형, 지금 시작했지만 미래까지 갈 미래진행형,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미래에 만나 인연을 맺게 될 미래형 등. 세상 모든 것이 변하듯 인간관계 또한 늘 자연스럽게 변해가야 한다.

[참지 말고 사이다] 할 말 다 하고도 사랑받는 우리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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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같은 며느리
저는 시댁에 빚진 게 많아서 온갖 구박과 괄시에도 찍소리 못하는 며느리예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같은 과 복학생인 남편과 눈맞아서 임신했거든요.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 2년 넘게 시댁에서 생활비, 학비 다 지원해주셨어요. 그래서 시댁엔 찍소리 못해요. 가장 큰 빚을 졌으니까요.

그분이 오심
그렇게 10년 정도 살던 와중에 우리 아주버님이 제작년에 결혼을 하셨는데, 형님이 아주 걸작이에요. 어딘가 천진하고 해맑고 푼수같고 외국인 같은? ㅋㅋㅋ 애교도 엄청 많고 쾌활하고 명랑하고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데 ㅋㅋ 요샌 형님 덕에 시댁 가는 게 너무 좋을 지경이에요. 그동안 있었던 일 몇 가지 나누며 같이 웃어요. ㅋㅋㅋㅋ

1. 설거지
형님이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밥 다 먹고 남자들이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니까 형님이, “잘 먹었으면 밥값 하셔들?” 하면서 설거지를 시키시는 거예요. 참고로 우리 시어머니는 아들만 둘. 김치 찢어서 아들들 숟가락에 올려주고 생선살 발라주는 그런 어머니입니다. 아들들 설거지하는 꼴 절대 못 보시는 분이죠. 당연히 시어머니 노발대발해서 소리지르셨어요.
시모: 어디 남자들한테 설거지를 시키냐? 집에서도 그러냐? 어디서 배웠냐?!!!
형님: 네! 시켜요! 지 똥도 지가 닦는데, 밥그릇은 왜 못 닦아요!
시모: 이게 똥이랑 같냐?!!!
형님: 다르죠! 그 드러븐 것도 닦는데, 지가 방금까지 먹던 밥그릇을 왜 못 닦아요!
시모: 남편한테 지가 뭐냐?!!!
형님: 그러게요!!! 죄송해요!!! 여보 미안!!!!!!
아무말 대잔치 시트콤 같았어요.

2. 꼬박꼬박 말대답
시모: 우리 손주(제 아들)가 지 애비를 닮았으면 공부머리가 있을 텐데, 어쩌고 저쩌고 …….
형님: 둘이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직업인데 엄니 심술도 참……. 굳이 며느리 머리를 그렇게 무시하고 싶을까.
시모: …….
아주버님이 형님에게 쌈 싸주심.
시모: 너무 마누라만 챙기면 되려 미움 받는다.
형님: 엄니 질투해요? 아버님 뭐하셔요? 엄니 쌈 좀 싸 드려요♡

밥 다 먹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
시모: 뭐하노, 안 치우고!
형님: 그니까요! 여보 뭐하노!

3. 담배
어머니의 두 아들이 다 담배를 피웁니다.
시모: 우리 아들들 담배 끊게 하는 것도 다 며느리들 몫이다. 어쩌고 저쩌고 …….
형님: 엄마야! 엄니도 못한 걸 왜 우리한테 떠넘겨요. 우리야 담배 피는 남자를 만났지만, 엄니는 담배 안 피는 아들을 낳아서 피게 만들어 놓고는 우리더러 책임지래~!
시모: ……. 너는 내 말에 흙 묻을까 겁나냐? 어째 내 말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따박따박 따지냐?
형님: 히히♥찡긋♥
시모: 내가 한마디 하면 너는 열 마디를 하냐?
형님: 히히♥찡긋♥

우리 아버님은 두말 할 것 없이 형님 이뻐 죽고, 어머님도 형님이 말대꾸할 때 얼굴에 미소가 깔려요. 저도 우리 형님 완전 좋아요!
출처: 네이트 판

[미국생활기] 미국에도 존재하는 고부갈등

미국에도 있다
제가 친구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너는 시어머니가 미국 사람이라 고부갈등 같은 건 없어서 좋겠다”라는 말입니다.
물론 저는 감사하게도 고부갈등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결혼 생활이 아직 길지 않은 탓도 있고,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만날 기회가 별로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절대로 시어머니가 ‘미국 사람’이라서 고부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미국사람과 결혼해 미국인 시어머니가 생겼지만, 고부갈등으로 힘겨워하는 제 친구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시집살이
제 친구는 일본인으로 미국인과 결혼해서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당분간 집을 구할 때까지는 시어머님과 함께 살기로 하고 임신 7개월 때 시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페이스북은 온통 “환영한다” “사랑한다” 등등 시어머니의 메시지로 도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친구가 남편의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며 신혼생활을 시작한 줄로 믿고 있었어요.
임신 7개월이었던 그녀. 식욕이 한참 땡기고, 미국 음식에 지쳐갈 때쯤 생선이 너무 먹고 싶어서 생선을 구웠다고 합니다. 물론 굽기 전에 시어머니에게 미리 허락을 받았지요. 그런데 냄새를 맡고 나타난 시어머니가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내 부엌에서는 생선은 굽지 말았으면 한다. 냄새 때문에 역겨워서 토할 것 같구나!”
시어머니의 말투가 너무 차갑고, 표현도 직설적이었기 때문에 친구는 모욕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들이 집에 돌아오자 아들 앞에서는, “오늘 먹은 생선 어땠니? 다음에도 니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요리해 먹으렴.”

내 허락도 없이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아기 정기검진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는데, 남편은 일을 하러 가니 차가 없는 친구는 시어머님께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시어머님은 제 친구가 이혼한 시아버지의 새 아내(새 시어머님)에게 자기 손녀를 안아보게 해줬다는 이유로 거절하셨다고 합니다.
“내 손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태워주겠지만, 내 전남편의 손녀를 태워줘야 한다면 자동차 가스비를 받아야겠구나.”
그리고 새 시어머니로부터 선물로 받은 포장도 뜯지 않은 아기옷들을 마음대로 버리셨다는군요. 친구가 시어머니에게 왜 자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버렸냐고 하자, 시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그럼 넌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 여자한테 받은 것들을 내 집에 가져온 거니?”

시댁에서 최대한 멀리
친구는 이미 시어머니와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하루라도 빨리 시댁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남편이 있을 때는 태도가 180도 바뀌어서 인자하고 다정한 시어머니가 되는 바람에 친구의 남편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네요.
물론 저 역시 친구의 이런 속사정을 깨닫지 못했던 게, 그녀의 페이스북은 매일매일 시어머니의 애정이 듬뿍 담긴 메시지들로 넘쳐나고 있었거든요.
그 메시지에 아래로 “시어머니가 너무 자상하시다” “네가 행복한 것 같아서 기쁘다” 라는 덧글들이 달렸지만, 정작 제 친구는 시어머니의 메시지에 어떤 덧글로 남기지 않았더군요.
나중에 친구의 사정을 듣고 친구가 이사갈 아파트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주었습니다. 친구가 제시한 첫번째 조건은 ‘시댁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이었어요. 친구가 남편과 아파트 계약을 마치고 시댁으로 돌아왔을 때, 시어머님이 자신도 아파트를 알아보았다며 시댁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답니다. 이미 계약을 했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멀리 이사가면 손녀 병원 정기검진 때 태워줄 수도 없고 불편할 거라며 근처의 아파트로 재계약할 것을 종용했지만, 다행히 친구는 계획대로 계약한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언론 플레이
그런데 이사 후, 일가친척이 다 읽어보는 시어머님의 페이스북에 시어머니가 글을 하나 남깁니다.
“나는 내 손녀가 보고 싶어도 자식들이 집 주소도 안 알려주고 이사를 가버려서 보러 갈 수가 없네.”
졸지에 친구네 부부를 온 일가족들에게 불효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죠. 물론 시어머니께 새로 이사한 주소도 알려드렸고, 아파트 위치도 알고 계셨답니다.
사태가 이쯤되자 친구의 남편도 자기 어머니의 이중성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더 이상 어머니의 이간질에 놀아나지 않겠다며 어머니에게 선전포고를 했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시어머님이 사라지셨다는군요. 지난 밤까지는 분명히 계셨는데 말이죠. 시어머니가 아들에게까지 외면당하자 페이스북에서 며느리를 차단시켜 버렸던 겁니다.
친구는 자신이 차단당한 줄도 모르고 시어머니가 화가 나셔서 페이스북을 탈퇴하신 건가해서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친구로 남아 있으니 아마도 어머니가 너를 차단시킨 것 같다고 알려줘서 알게 됐답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시어머니가 친구의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는 이렇게 얘기하셨답니다.
“세상에나! 니 와이프가 페이스북에서 나를 차단시킨 것 같구나!!!”
마침 그때 친구도 남편과 함께 있었는데 시어머니의 연기력은 아카데미 조연상급이었다네요.
자기 어머니지만 그 이중성에 진절머리가 난 남편은 급기야 화를 내며, 어머니가 차단하셔 놓고는 왜 거짓말을 하냐고 했더니 자신은 며느리를 차단시키지 않았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더랍니다.
친구는 오히려 차단당해서 잘 된 것 같다며, 어머니와 연락을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지요.

나도 차단!
그런데 웃긴 건, 시어머니에게 차단당한 이후로 시어머니가 남긴 글 목록이 한밤중이 되면 보이다가 다음날 아침에 보면 귀신같이 사라지고 없더랍니다. 너무 이상하게 여긴 친구가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엄마가 너 염탐하는 거야. 차단시켰는데 손녀 사진이 보고 싶으니까 너한테 안 들키게 한밤중에 차단해제시켜서 보고 다시 차단시켜 놓는 거지.”
친구는 이런 시어머니가 무섭기까지 해서 결국에는 친구가 시어머니를 차단시켜 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를 차단시킨 게 잘한 일인지, 다시 차단을 해제시켜야 할지 매일매일 갈등하며 편치 않은 마음으로 지낸다고 하네요.
미국 시어머니는 다 쿨하고, 자식들 사생활 존중하며,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죠?

안 보면 그만~!
구글에서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mother in law stresses me out)’로 검색해 봤더니 꽤 많은 고민글들이 나옵니다.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미국 며느리들도 많다. ©스마일 엘리 블로그

그리고 미국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와의 고충을 털어놓고 상담도 받는 ‘시어머니 이야기(www.motherinlawstories.com)’라는 사이트 인기가 있다고 하고, 시어머니를 소재로 한 농담도 많이 있습니다.

시어머니 팝니다 ©leakysquid.com

결국 시어머니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하는 것보다는, 시어머니 되시는 분의 성격과 인성에 따라 고부갈등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살아온 환경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고요.
다만 고부갈등이 생겼을 때 미국인의 자식들과 한국인의 자식들의 대처가 조금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일단 갈등이 생기면 그래도 자식들이 아랫사람으로서 어머니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드리려고 하고, 비록 마음이 상했더라도 할 도리는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미국인 친구들의 경우에는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싫으면 안 보면 그만~!”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겠다는 걸로 결론이 나더군요.
제 일본인 친구의 경우도 친구 남편이 먼저 친구에게 더 이상 어머니 신경쓰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군요. 그리고 결국 그 친구는 3년 전 남편과 아이와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 버렸어요. 아예 만날 수 없는 거리를 택해 버린 거죠.

또 다른 미국인 친구의 경우(부부가 다 미국인),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자신은 아예 연락 안 하고 산다고 합니다. 남편만 시부모님과 가끔 안부 전화하고, 시댁에 갈 때도 남편과 아이들만 보내고 그 친구는 안 가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이해가 좀 안 가서 그러면 남편이 섭섭해 하거나 같이 가자고 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서로 사이가 안 좋고, 보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강요한다고 해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없고, 오히려 그런 문제로 부부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으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로 강요하지 않고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나중에 어떤 계기가 생겨서 다시 사이가 좋아져 보게 될 수도 있고요.
제 친구들의 사례만으로 미국의 고부갈등에 대해 ‘이렇다~’ 결론지을 수는 없지만, 미국인 시어머니라서 고부갈등은 없겠다는 건 아니라는 거 이제 아시겠죠?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smileellie777@gmail.com

[상담칼럼] 싸움의 기술 :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심연희 대표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lifeplusfamilycenter@gmail.com

수용과 변화를 위한 건강한 갈등과 싸움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 2:24)”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주제로 ‘연합’에 관한 첫 번째 논점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서로간의 차이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만 그친다면 단순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아내와 남편간의 차이, 부모와 자녀의 차이,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차이는 수용(acceptance)과 변화(change)가 조화를 이룰 때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서로간에 차이가 있으면 그 다음에는 적응과 조정이 이어져야 한다. 차이가 있음으로 해서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싸움으로 번진다. 서로간의 차이가 어떤 관계에서나 있는 당연히 현상이라면, 갈등과 싸움 역시 인간관계의 당연한 한 부분이다.
갈등이 많고 싸움을 많이 한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관계는 아니다. 단, 건강한 관계의 지표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싸움에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사전달
싸움의 기술 중 첫 번째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사전달(Making it clear)에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흘러가는 사고의 과정을 상대방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다시 말해서 내가 머릿속으로 두세 단계를 거쳐서 생각한 바를 말하면, 듣는 사람은 내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빨리 이해를 못하니 나는 짜증이 나고, 상대방은 갑자기 날아드는 공격에 황당해지게 된다.

남편: (아내가 하루 종일 어린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겠다고 생각해서 저녁은 외식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에 들어서며 물어본다.)
“오늘 저녁은 뭐야?”
아내: (아이를 데리고 온종일 씨름하느라 지쳐 있는데,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저녁 메뉴를 물으니 화가 난다.) “집에 오자마자 밥타령이야! 여기가 무슨 식당인줄 알아?”
남편: (아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황당하고 화가 난다.) “아니, 묻지도 못해? 왜 갑자기 화를 내?”
아내: (아이를 데리고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를 못해주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당신이 뭐 하나 도와주기를 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애는 나 혼자 낳았냐!”
남편: (아무리 잘해줘도 만족을 못하는 듯한 아내의 태도에 무기력감을 느낀다.) “관두자. 외식하자고 말한 내 잘못이다.”
아내: (갑자기 황당해진다.) “무슨 소리야? 당신이 언제 외식하자고 했어?”
남편: “아까 했잖아!”

이런 대화는 일상에서 어느 부부나 겪는 크고 작은 말싸움이다. 상대방이 나의 선한 의도를 오해하고 왜곡해서 보는 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다.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절반의 책임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상대에게 나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못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 의도, 내 느낌,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비난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대는 서툰 내 의사소통 방식이 이런 갈등을 불러오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때로는 남녀의 차이가 의사소통에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성교제나 아버지 학교 등의 강의를 할 때 남성들이 자주 제기하는 문제가 있다. 여자들은 도통 속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하고 잠깐 운동하고 와도 되겠냐고 여자친구에게 물었는데, 분명히 그러라고 해놓고는 그 다음부터 며칠간 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또는 아내가 모임에 안 가겠다고 해서 나 혼자 갔다왔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따진다. 어떤 여자친구는 선물은 필요 없으니 사오지 말라고 해서 빈 손으로 왔더니 헤어지자고 한다. 남성에게는 정말 참 황당하고 헷갈리는 노릇이다.
반대로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센스가 없는 남자들이 답답하다.

그것도 몰라?
그런데 여성들이여, 남자친구나 남편이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알고 있을 거라고 절대 착각하지 말자. 간혹 유달리 세심한 성격의 남자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이 생일이나 기념일을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내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지 10년이 지나도 모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냥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 쓰는 통로가 다를 뿐이다.
따라서 기념일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미리 귀뜸하고 내가 원하는 선물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말 안 하고 기대하다가 나중에 삐지는 것보다 훨씬 낫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내 생각, 내 느낌에 대해 잘 모른다. 찰떡 같은 센스가 없는 상대방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말을 분명하게 하지 않은 내 책임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싸움의 목적은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이다. 그래서 많이 싸워야 하고, 잘 싸워야 한다. 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전쟁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연합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게 관심이 없다는 비난은 서로를 멀리 밀어낸다. 따라서 내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아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내 느낌과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자. 얻어지는 것은 후회일 뿐이다.

[목회칼럼] 신앙생활을 잘 ‘달리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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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상석 목사
친구교회 담임목사
sangbin64@gmail.com

사도 바울은 신앙생활을 ‘달리기’에 비유했습니다. 왜냐하면 달리기 안에 신앙생활을 위한 훌륭한 비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기의 비유에 담긴 신앙생활의 원리 몇가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몸은 가볍게
첫째,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몸이 가벼워야 합니다. 그래서 달리기를 할 때는 옷을 최대한 가볍게 입고, 몸에 걸친 악세사리나 소지품도 모두 내려 놓고 트랙에 섭니다.
달리기 연습을 할 때는 발목에 모래 주머니를 차고 달리기도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신발에 붙은 모래 한 알까지도 다 털어 버리고 최대한 가벼운 몸으로 달릴 준비를 합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회 때 100미터 달리기 경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1등을 하고 싶은 욕심에 신발마저 벗고 맨발로 달린 적이 있습니다. 신고 있던 운동화가 헐렁해서 달릴 때 방해가 될까봐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달렸던 것입니다. 그 덕분인지 정말로 1등을 했습니다.
신앙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성숙한 신앙인은 가능한 한 심령을 가볍게 하고 방해되는 것들을 최대한 털어 버려야 합니다. 탐욕, 이기심, 비교, 경쟁, 시기, 질투, 미움, 허영 ……. 불필요한 옷과 소지품, 장신구를 내려 놓고 신발에 붙은 모래 한알까지 털어버리듯,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들은 모두 털어버리고 가볍게 달리십시다.

뒤돌아보지 않고
둘째, 달리기를 할 때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전력질주를 하면서 내 뒤의 선수가 얼만큼 따라오는지 궁금해 고개를 돌린다면 그만큼 추진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만약, 내 뒤에 있던 선수가 내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면, 고개를 돌려 뒤를 한번 돌아본 그 행동 때문에 순위가 바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롯의 아내는 피신할 때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고 그토록 당부를 했건만 결국 고개를 돌려 뒤를 한번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셨지만, 롯의 아내는 불행하게도 실제 소금기둥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더 이상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의 학력과 경력, 권력, 지위 등을 돌아보아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상처에 연연해서도 안 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옛사람을 버리고 새 사람이 되었으니, 과거의 영광도 상처도 우리는 모두 벗어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과거의 그 어떤 영광이나 상처와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뒤에 있는 것에 연연하지 맙시다.

시선은 결승점에 고정
셋째, 달리기를 잘하려면 결승점에 시선을 고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잘 달려도 결승점을 향해 달리지 않으면 실격입니다.
몇 년 전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마라톤 대회에서 한 명만 1등을 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탈락하였습니다. 이유인즉, 마지막에 경기장으로 들어와 트랙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 한 명만 트랙의 정방향으로 돌고 나머지는 모두 반대방향으로 도는 어이 없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올바른 결승선을 향해 달리지 않는다면 결국은 탈락하는 쪽으로 열심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잘못된 열심입니다.
사도 바울은 “푯대를 향하여” 달려간다고 말합니다. 가장 잘 달리는 인생은 예수님이라는 푯대를 향해 달리는 사람입니다.

끝까지 완주하기
마지막으로, 끝까지 달려야 합니다. 남보다 조금 늦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코스를 끝까지 완주해야 합니다.
199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있었던 일 입니다. 영국의 마라톤 국가대표 선수인 데릭 레드몬드는 강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그런데 결승점 150미터 전방에서 그만 근육파열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경기 요원들이 레드몬드에게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고 말렸지만 그는 한 쪽 발로 절뚝거리면서 계속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관중석에 있던 한 남자가 달려나와 레드몬드를 부축했습니다. 그는 레드몬드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다친 아들을 부축하고 트랙을 돌아 결승선까지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는 1등 한 선수보다 더 큰 영예와 갈채를 받았습니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렸을 때 사람들이 ‘십자가에서 내려와서 능력 있는 메시야임을 증명하라’고 외쳤습니다. 이것은 구원사역을 중간에서 포기해도 되는 그럴싸한 유혹이었고, 십자가의 고통을 피해갈 수도 있는 좋은 구실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끝까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고 부활하셔서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이민생활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포기하고 싶을 때가 참 많습니다. 중간에 쉴 수는 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끝까지 달립시다.

[한방칼럼] 대상포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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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한의학 박사
행복쉼터한의원 원장 ljsomd@naver.com

대상포진이란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인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어릴 때 수두를 앓은 경우, 수두가 나은 후에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서 완전히 떠나지 않고 신경의 뿌리 부분에 해당하는 신경절 부위에 잠복해 있게 된다.
잠복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나이가 들거나 과로 등으로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신경을 따라 염증을 일으키는 피부질환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대상포진의 증상
대상포진의 증상은 발병 초기에는 감기몸살과 비슷한 근육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이후 일정한 신경절 부위를 따라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신체의 한쪽편으로 띠를 두르듯 옆구리와 허리를 둘러 발진과 수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그 외에 삼차신경을 따라 얼굴, 귀 등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은 가벼운 통증부터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어서 통증 부위의 피부표면에 발진과 수포가 나타난다. 이때가 되면 대상포진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피부증상은 통증 발생 후 짧게는 2일에서 길게는 3주 정도가 지나서 나타난다.
대상포진의 치료방법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듯이 대상포진도 발생 초기에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서양의학적 치료기준은 피부에 발진과 수포가 발생한지 72시간 내에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 위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서 질병 지속기간을 줄이고 통증을 완하시킨다. 그 외에 진통과 소염제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한다
대상포진의 한방치료는 주로 초기 치료보다는 후유증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먼저 환자의 몸 상태와 체질 등을 분석하여 한의학적 원인인 스트레스나 피로로 인한 간화와 습열을 없애고, 몸이 허약함을 보강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한약을 통해 치료한다. 최근에는 약침이나 봉침 등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의 통증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을 치료하고 예방하고 있다.

대상포진의 예방과 관리
수두와 달리 대상포진은 전염력은 약하지만 수포가 발생할 경우 전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히 어린 아이와의 접촉을 삼가야 하며, 손을 자주 씻고 주변환경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 수포와의 접촉으로 감염될 경우 수두가 발병할 수 있다.
또한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증상이 재발되고 후유증 또한 쉽게 유발되기 때문에 평상시 면역력 저하를 막고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하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가급적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2.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균형잡힌 식단,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3. 대상포진이 나타난 피부의 2차감염을 막기 위해 몸을 항상 깨끗이 하고 주변을 청결하게 한다.
  4.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느낀다면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통해 발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