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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5. 레 마미톤스에 한국의 맛을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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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Carmen Kim
셰프,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Canada Red seal Chef
(캐나다 국가공인 기술자격)
iamherishi@gmail.com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설날에 맞춰 한식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맛
캐나다에 오기 전, 저는 음식을 잘 먹기만 했지 직접 요리를 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는 음식이 입에 잘 맞지도 않고, 아무리 맛있는 것도 매일 먹기엔 물려서 마트에서 피클을 사다가 느끼함을 달래며 엄마가 해주시던 한국 음식을 그리워했답니다. 그러다가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우연히 한국 음식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는 너무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캐비지롤(Cabbage Roll),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이탈리안 웨딩 수프(Italian Wedding Soup)입니다.
고기와 야채로 속을 채워 돌돌 만 양배추를 토마토 소스와 함께 쪄서 만든 캐비지롤은 한국의 김치찜 비슷한 맛이었고, 독일어로 ‘신맛이 나는 양배추’라는 뜻의 사우어크라우트는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백김치 같았습니다. 그리고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에는 이탈리안 웨딩 수프를 미역국이라 생각하며 들이키곤 했답니다.

나의 뿌리 한식
이제는 캐나다에 온 지도 벌써 9년이 되어가고 셰프로서 한국의 맛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캐나다의 요리학과에서 요리 공부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요리의 기초부터 세계의 다양한 요리의 이론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며 열심히 배우던 어느 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한식이 수업에서 언급이 될까?’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캐나다에서 여러 나라 유학생들과 현지인에게 동서양의 요리를 가르치는데, 한식이 제대로 언급되거나 실습의 주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른 아시아 요리는 종종 언급되기도 하는데 말이죠. 요리학도인 제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이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제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나는 과연 한식을 잘 알고 있나? 외국인이 나에게 한식에 관해 물어보면 한국 요리의 역사와 종류, 만드는 방법 등을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나? 저의 솔직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습니다. 저는 한식을 잘 먹기만 했지, 한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한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한식에 대해 더 잘 알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뜬구름 잡듯 한식에 대해 공부하며 한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레 마미톤스에 한국인 최초로 한식을 전하다
몇 년 전 모교의 캐나다인 교수 셰프님의 부탁으로 레 마미톤스(Les Marmitons)라는 미식가 클럽의 요리 강습을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레 마미톤스는 고급 음식, 와인 및 요리 예술에 대한 공통 관심사를 가진 미식가 및 사회 지도층 신사 클럽으로, 공인된 마스터 셰프를 초대해 셰프의 안내에 따라 다양한 요리를 배우며 코스에 어울리는 와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이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요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아마추어 요리사들의 정기적인 미식 사교모임입니다.
‘레 마미톤스’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어린 요리사, 즉 주방장의 도우미를 의미합니다(프랑스어 발음으로는 ‘르 마미통’). 레 마미톤스의 전통은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30여 년 전 스위스 이민자들에 의해 북미에 소개되었습니다. 북미 최초의 레 마미톤스 지부는 1977년 몬트리올에서 설립되었고 그 후 캐나다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모임에 교수 셰프님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했는데, 어느 날 레 마미톤스로부터 한식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깜짝 놀랐지만 아주 짧은 고민 후 바로 대답했습니다. “안 될 것 없지요. 좋아요!”
그날부터 한식 강의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한식 요리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참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요리가 정말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구할 수 있는 한식 재료와 서양인의 기호를 고려한 끝에 “발효음식의 나라 한국”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코스 메뉴를 계획했습니다.

셰프의 노트 ©김혜리

한식 요리법? 느낌 아니까!
30여 명의 레 마미톤스 회원들이 코스별로 팀을 나누어 함께 요리를 했기 때문에 게스트 셰프로서 저는 자세한 조리법 설명서(레시피)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재료들의 이름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영문으로 레시피를 작성하고 사용할 재료에도 혼선이 없도록 하나하나 라벨을 붙이는 과정에서 한 가지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아, 그동안 내가 한식 요리를 할 때 내 느낌대로 요리해 왔구나.’
서양 요리 레시피를 보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정확한 용량, 온도, 조리시간과 만드는 방법, 몇 인분인지 등이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양을 요리할 수 있는 반면, 한식은 예로부터 만드는 사람의 손맛을 중요하게 여겨 ‘한줌’, ‘한소끔’, ‘적당히’, ‘솔솔’, ‘칼칼하게’, ‘자박자박하게’, ‘푹 고아낸다’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식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은 이런 표현 때문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식 재료의 영문 표기 역시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레시피를 작성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저도 제가 먹는 요리를 할 때는 그날 그날 기분 따라 입맛 따라 ‘느낌 아니까’ 요리법을 애용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정확한 한식 레시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식 요리법이 더 다양한 언어로 소개된다면 머지않아 세계의 요리학과 교재에도 실리게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캐나다 신사들의 단아한 만두 빚기
레 마미톤스 그룹 실습에 앞서 먼저 한식의 기본인 오미(五味)와 오색(五色) 고명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식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장(醬)을 소개하며 한식은 여유식(Slow food)으로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레 마미톤스 회원들에게 한식 강의를 하고 있는 김혜리 셰프 ©김혜리

▶오미(五味)
단맛(甘) : 설탕, 꿀, 조청, 물엿
짠맛(鹹) :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신맛(酸) : 식초, 감귤류의 즙
쓴맛(苦) : 생강
매운맛(辛) : 고추, 겨자, 천초, 후추, 생강

▶오색(五色) 고명
붉은색 : 고추, 대추, 당근
녹색 : 쪽파, 호박, 오이, 미나리
노란색 : 달걀 노른자
흰색 : 달걀 흰자
검정색 : 목이버섯, 석이버섯, 표고버섯

서양의 코스 요리에서 에피타이저는 보통 샐러드나 수프로 정해지는데 저는 한국의 만둣국을 첫번째 메뉴로 정했습니다. 만두 빚는 방법도 배우고 국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만두피에 비트와 녹차를 이용해 색을 내는 법을 알려준 후, 모든 과정은 회원들이 직접 만들어 나갔습니다.

즐겁게 만두를 빚고 있는 레 마미톤스 회원들의 모습 ©김혜리
직접 만든 만두 국물을 붓고 있는 레 마미톤스 회원의 모습 ©김혜리

두 번째 코스는 백김치와 연근 칩과 함께 접시에 담은 생선 무조림.

요리 시범을 보이고 있는 김혜리 셰프 ©김혜리
생선 무조림 플레이팅 ©김혜리

세 번째 코스는 불고기 비빔밥.

불고기를 양념에 재우고 있는 모습 ©김혜리
비빔밥을 플레이팅하고 있는 모습 ©김혜리

마지막 디저트는 찹쌀가루와 식용 꽃을 이용해 만든 화전과 호두곶감말이, 그리고 수정과를 만들고 그 옆에 솔잎에 잣을 끼워 함께 플레이팅했습니다.

한식 디저트 플레이팅 ©김혜리
한식 디저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혜리 셰프 ©김혜리

저의 요리는 본연의 맛에 충실하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살려 접시에 담는 것입니다. 시각적인 포인트를 살리되 멋을 부리기 위해 먹을 수 없거나 맛이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맛과 멋이 조화를 이룬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이날 와인의 경우, 한식과 페어링(Paring)할 수 있는 한국의 전통주를 캐나다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시어머니께서 알려주신 방법으로 제철 식재료들을 이용해 담가 두었던 효소와 함께 칵테일을 만들어 함께 시음을 했습니다.
레 마미톤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한식 강의를 하며 한국의 맛을 알릴 수 있었던 즐겁고 뜻깊은 경험이었고, 마지막에 레 마미톤스 회장님으로부터 감사패도 전달 받았습니다.

레 마미톤스 회장이 김혜리 셰프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김혜리
나이아가라 컬리지 알란 커(Alan Kerr) 교수님과 함께 ©김혜리

우리의 자랑스러운 K-Food가 머지않아 세계 곳곳의 요리 학교에서 당당히 소개되는 날을 꿈꿔 봅니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는 한식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쳐 혼란스러웠던 한 해가 지나가고 어느 덧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조

  1. 레 마미톤스 웹사이트 https://lesmarmitons.com
  2. 레 마미톤스 나이아가라 지부 https://niagara.lesmarmitons.com/photo-gallery

설날을 위한 특별식, 장미 만둣국 (Rose Dumpling Soup)

장미 만둣국 ©김혜리

▶ 만두피 재료 준비

  • 만두피 40개 분량
  • 중력분 4컵, 소금 1큰술, 식용류 1큰술, 차갑거나 미지근한 물 또는 비트즙 200ml

▶ 비트즙 만들기

  1. 빨간 비트 1개를 껍질을 제거한 후 믹서에 갈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2. 사용할 용량의 1.5배 정도의 차가운 물과 함께 믹서에 간 뒤, 체에 걸러 즙을 사용하거나, 착즙기를 이용해 비트즙을 만듭니다.
  • 천연색 만두피 : 노란 비트즙, 녹차 가루, 시금치즙 등의 천연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색의 만두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레시피 영상 참조)

▶ 만두피 만들기

  1. 믹싱볼에 미리 준비한 중력분, 소금, 식용유, 비트즙을 넣고 주걱으로 덩어리가 뭉쳐질 때까지 섞다가 반죽이 어느 정도 뭉쳐지면 손으로 반죽합니다. 반죽을 비닐봉지에 넣어 공기를 차단한 후 실온에서 1시간 정도 발효시키거나, 반죽을 하루 전날 미리 만들어 냉장 보관했다가 사용하기 2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두었다가 사용합니다.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만두소를 만듭니다.
  2. 숙성된 반죽을 비닐봉지에서 꺼내 매끄럽고 탄력이 생길 때까지 2분 정도 더 반죽합니다.
  3. 작업대에 밀가루를 살짝 뿌리고 반죽을 4~8등분 한 뒤,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시 비닐 봉지에 넣어 작업하는 동안 나머지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합니다.
  4. 반죽을 밀대로 고르게 밀어 얇고 넓게 민 후 밥그릇 또는 원형 쿠키커터 등을 이용해 여러 개의 만두피를 동그랗게 찍어내거나, 하나씩 밀어서 만두피를 만듭니다.

▶ 만두소 재료 준비

  • 당면 1다발(건면 기준 50~60g). 당면을 뜨거운 물에 15분 정도 불린 후 물기를 빼서 식힌 다음 잘게 썰어 준비합니다.
  • 단단한 두부 반모(250g). 두부를 으깬 후 면보에 짜서 물기를 제거합니다.
  • 다진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 200g
  • 양파 ½개(100g), 버섯(표고버섯, 느타리 버섯, 새송이 버섯 등) 100g, 당근 100g, 양배추 100g, 쪽파 또는 부추 40g, 달걀 1개(선택), 청양고추(선택)
  • 소금 1큰술, 후추 ½큰술, 맛술 또는 청주 2큰술, 마늘 1큰술, 생강 ½큰술, 간장 3큰술, 굴소스 2큰술, 참기름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 만두소 만들기

  1. 큰 믹싱볼에 다진 고기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마늘, 생강, 간장, 맛술 또는 청주, 굴소스, 참기름, 고춧가루를 넣고 잘 섞어줍니다.
  2. 잘게 썬 양파, 당근, 양배추, 쪽파 또는 부추, 그리고 끓는 물에 데쳐서 식힌 후 잘게 썰어 물기를 뺀 버섯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3. 마지막으로 당면, 두부, 달걀(선택), 청양고추(선택)를 추가해 재료들을 모두 잘 섞은 다음 냉장고에 30분 정도 숙성시킵니다.
  • 익은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김치만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장미만두 빚기

  1. 만두피 4장 사이사이에 물을 뭍여 조리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2. 각 만두피 중앙에 1큰술의 만두소를 올린 후, 만두피 윗면에 달걀물 또는 물을 살짝 바릅니다.
  3. 만두피를 아래에서 위로 접어 올려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입니다.
  4. 만두를 옆으로 굴리며 장미 모양을 만들고 끝 부분에 달걀물 또는 물을 뭍혀 마무리합니다.
  5. 만두피를 바깥쪽으로 살짝 펼쳐 꽃봉오리 모양을 잡습니다.
  6. 찜기에 면보를 깔고 만두를 올린 뒤 10~15분 정도 찝니다. (마지막에 찬물을 약간 부으면 만두가 더 쫄깃해지고 잘 떨어집니다.)
장미만두를 빚는 과정 ©김혜리

▶ 유투브 레시피 동영상
Carmen Kim Cooking & Art

[시가 있는 삶] 나무 앞에서 – 임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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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앞에서

나무는 결코 죽지 않는다
잘리고 깎이고 못 박혀도
죽지 않는다

기둥으로 문짝으로
안방 장롱으로 침대로
밥상으로 도마로
다시 살아난다

세상은
나무들의 천국
장롱이며 문들을
닦고 또 닦아주시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세상 나무들 깎고 다듬어
새사람 만드시는
목수, 그분을 생각한다

▶ 작가의 말
나무는 살아서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죽어서도 좋은 일을 많이 합니다. 아니 나무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 나무는 베어져 잘리고 깎이고 못박혀도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기둥으로 문짝으로 장롱으로 침대로 혹은 책상이나 밥상으로 도마로 다시 살아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나무들의 천국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매일매일 장롱이며 마루, 문들을 닦고 또 닦아 주셨지요. 나무 가구들을 보면 그래서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나무들을 보면 또 생각나는 분이 계십니다.
세상에 오셔서 나무를 깎고 다듬는 목수 일을 하셨던 그분, 나무 십자가에 못박히고도 살아나신 그분, 지금도 세상 나무들을 깎고 다듬어 새사람을 만들고 계신 그분이 생각납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Ymmh22@daum.net

[미국생활기]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엘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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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이 있었다
저희가 작년 3월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집을 팔고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워싱턴주 모제스 레이크까지 이사를 올 때는 나름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었어요. 이곳에 완전히 정착하려던 것은 아니고, 남편이 이곳에서 5년 정도 커리어를 쌓고, 저도 내년에 둘째가 유치원에 가게 되면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까 이 회사에 취직을 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미리 눈여겨 본 포지션도 있었지요.
모제스 레이크는 아무것도 없는 깡시골이지만 여기서 5년만 꾹 참고 지내면 저희 삶이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이곳에 오자마자 새 집도 짓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작년 12월 중순에 새 집에 입주를 했고, 짐 정리가 다 끝나지도 않은 3월 즈음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남편의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죠.

불길한 예감
그러다 4월에 2층 욕실의 누수를 발견하게 되었고, 건축회사와 옥신각신하며 어영부영 한 달을 보내고 5월 중순이 되었죠. 그런데 그 즈음부터 미국 여기저기에서 계속되는 외출금지령 때문에 문을 닫는 중소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대기업에도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파산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친구들의 그룹채팅에서 그 즈음에 제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모제스 레이크에 코로나 확진자가 2명(?) 정도 나온 상황이었는데 친구들이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까 걱정 된다고 했고, 저는 그 말 끝에, “나는 남편 회사에 정리해고가 시작될까 걱정이 돼.” 라고 했었어요. 왜냐하면 코로나 때문에 남편이 일하고 있던 항공업계도 큰 타격을 입게 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금지되거나 여행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항공업계도 좋을 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남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곧 CEO와 전 직원이 함께 하는 온라인 미팅이 있어. 아무래도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아… 올 것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아마도 정리해고를 시작하겠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올해 안에 끝내지 못할 경우 회사에 어마어마한 손실이라 어떻게든 올해 안에 끝내려고 전 직원이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래서 정리해고가 있더라도 남편은 그 프로젝트와 앞으로 있을 새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이니 운이 좋으면 정리해고를 피해갈 수도 있겠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죠.
며칠 후 남편이 온라인 미팅에 들어갔고, 저는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 중이었는데 미팅을 끝내고 나온 남편이 얘기 좀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 정수리부터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

코로나의 직격탄
“6월 1일부로 이곳 지사 전체를 잠정적으로 폐쇄한대.”
왓?!?!?! 일부 정리해고가 아니라, 이곳 모제스 레이크 지사 자체를 닫아버린다는 거였어요. 올해 안에 끝내야 했던 프로젝트는 모든 비행 테스트가 취소되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되었고, 그러면 이 지사가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온 주재원들의 월급과 체재비를 지급하면서까지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6월 1일부로 지사는 폐쇄하고, 모든 주재원들은 6월과 7월에 걸쳐 본국으로 돌아가고, 현지 직원들은 모두 정리해고 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은… 마치 코로나한테 양쪽 불꽃 싸다구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는데, 사실이 아닐 수만 있다면 양쪽 뺨을 얼마든지 더 들이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아주 조금 예상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일이 우리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랬지요.
아, 그때부터 온갖 걱정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대륙을 횡단하는 이사를 했고, 5개월에 걸쳐 새 집을 지었고, 입주한지 이제 겨우 5개월밖에 안 됐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하게 되면 재취업을 해야 하는데, 모제스 레이크는 진짜 깡시골이라 이곳에는 남편이 일할 만한 직장이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러면 이 집을 다시 팔아야 하는데, 이 회사가 문을 닫으면 사람들이 다 이곳을 떠나야 하니 집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테고, 그럼 집값도 떨어지겠죠. 사실 그 시점에 모제스 레이크에 있는 다른 항공회사가 이미 정리해고를 시작했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미국 전체에서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어서 재취업 시장의 상황도 아주 안 좋았기 때문에 남편이 얼마나 빨리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느냐도 문제였어요. 아직 이삿짐도 다 안 풀었는데 또 짐을 싸고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스트레스였고, 내가 원하는대로 예쁘게 지은 새 집에서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집을 팔아야 한다는 것도 너무 속상하고, 집을 팔아야 한다면 빨리 팔아야 하는데 하필 2층 욕실에 누수가 생겨서 당장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죠.
이곳 지사를 재오픈할 때까지 모제스 레이크에서 버텨보자는 생각도 했지만, 남편은 기약 없는 시간을 무모하게 기다리는 건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신은 일단 푹~ 쉬어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로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건 정신 챙기고 하나씩 해결해 가면 될 테고, 지금은 무엇보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열흘 뒤면 당장 무직자가 되는 와플이 아부지의 가슴에 난 스크래치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배운 여자답게 말했지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한 거잖아. 당신 탓이 아니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그동안 일하느라 고생했으니까 일단 한 석 달 동안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푹~ 쉬어. 맛있는 거 먹고, 게임 실컷 하고. 당신만 정리해고된 거 아니고, 당신 보스, 동료들도 다 같은 상황이잖아. 그러니까 서로 만나서 얘기도 하고 정보도 얻고 하면 위안이 될 거야. 그리고 그 후에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돌려보자. 안 되면 내가 알바라도 뛰지 뭐.”
그런데 남편은 매일매일 맛있는 거 잘~ 챙겨먹고, 게임도 실컷 하면서도 밤에 잠은 못 자고 이리저리 뒤척뒤척, 그리고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 취업 사이트를 뒤지며 방황을 하더라고요. 이러니 잔소리를 할 수도, 위로를 할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남편 회사의 정리해고 발표 후에 주재원으로 와 있던 일본인 친구들도 급작스레 이삿짐을 싸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이렇게 되니 제 삶이 갑자기 그냥 난장판이 된 것 같았어요. 정리해고, 새집 정리와 되팔기, 남편의 재취업, 또는 저의 파트타임 취업, 그리고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의 갑작스런 이별… 저~ 멀리 중국 우한의 폐렴이 미국 시골에 사는 우리 가족의 삶까지 이렇게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어요.

이 위기를 저와 와플이 아부지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 정리해고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smileellie777@gmail.com

[영화칼럼] 외로운 마음들이 모이는 곳, 인 디 아일(In the Ais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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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윤
미주 우리 사는 세상에서
‘박성윤의 영화는 내 인생’ 코너 진행
parksungyoontree@gmail.com

인 디 아일(IN THE AISLES, 2018)
감독 : 토마스 스터버
주연 : 프란츠 로고스키, 산드라 휠러, 피터 쿠스

인생 영화
영화 ‘인 디 아일’은 동독 출신 작가인 클레멘스 마이어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토마스 스터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통일 이후 소외와 고독으로 점철된 구동독 노동자들의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작은 행복들을 탐구한 작품이다. 삶의 근원적 우울과 쓸쓸함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회자되고 있으며, 베를린 국제영화제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수작이다.

고독한 마음들
소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뒷골목에서 근근히 살아오던 크리스티안은 구동독의 대형 창고형 슈퍼마켓의 야간팀에 취직해 수습사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트 영업 시간이 끝나면 매니저 루디의 위트 어린 멘트와 함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왈츠가 울려 퍼지고, 기다렸다는 듯이 물건을 나르는 지게차들이 매장의 통로 사이를 유연하게 누비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들을 가리기 위해 소심하게 작업복 소매를 잡아당기는 남자 크리스티안. 늘 말이 없고 수줍음을 타며 어깨가 구부정한 그에게 나이 지긋한 사수 부르노는 하나씩 일을 가르쳐주며 격려한다. 특히 수습사원이 정직원이 되려면 지게차 운전면허를 따야 했기에 부르노는 크리스티안에게 지게차 운전하는 법을 열심히 가르친다.
자신의 구역인 음료 코너 진열대를 정리하던 크리스티안은 어느 날 반대편 사탕 코너에서 일하는 마리온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리고 15분 휴식 시간에 휴게실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는 커피 친구가 된다.

이 영화는 크리스티안, 마리온, 부르노 세 인물의 이름으로 챕터를 나누어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유년 시절 이미 전과기록이 있는 크리스티안은 예전에 함께 어울리던 패거리를 피해 혼자만의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트레일러를 몰고 아우토반을 누비던 트럭 운전사 브로노는 통일 이후 대형 마트로 바뀌어 버린 창고 안에서 지게차를 모는 답답한 삶을 홀로 견디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남편의 상습 폭행으로 결혼생활이 불행한 마리온은 자신이 꿈꾸는 아름다운 해변의 퍼즐 조각을 맞추며 마음을 달랜다.

공동체, 따스함, 약간의 행복
동독 출신 작가 클레멘스 마이어와 스터버 감독은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오는 우울한 정서를 모티브로 풍요로워졌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현재 독일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갑작스러운 통일로 하루 아침에 자신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어버린 동독인들의 상실감과 경제적 불평등, 그리고 동독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차별과 소외는 이 세 인물이 느끼는 고독과도 맞닿아 있다.
“하루가 흘렀을까? 어쩌면 며칠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엔 햇빛이 들지 않았고,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어둑해진 뒤였다. 하루 일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면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각자 다른 공간으로 간다. 마치 다음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깊은 잠을 자러 가는 것 같다.”
크리스티안은 이 독백에서 자신이 일하는 매장을 ‘집’이라고 표현한다. 혼자 분리된 자신의 집보다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매장이 더 집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쓸쓸함과 소외감이 마음 시리게 전해진다.

한편 마리온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알고 있는 동료들은 크리스티안에게 “마리온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그녀도 너를 좋아해. 그녀에게 상처주지 마.”라고 말하며 마리온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서로의 간격을 유지하며 힘들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내어주는 이들의 애틋한 모습은 동료들에게 아름다운 활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부드러운 시선과 따뜻한 공감으로 채워져 있는 동료들 간의 유대감은 언더그라운드 같은 일터를 밝히는 마법의 연료가 된다.
첫 출근한 크리스티안에게 새 작업복을 입혀보며 옷깃을 털어주고 박스 뜯는 칼을 주머니에 넣어주는 매니저 루디의 일상적인 행동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담겨 있고, 크리스티안이 지게차 운전 시험을 볼 때 지게차 주위를 둘러싸고 그를 응원하던 동료들의 모습에서는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진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버리는 폐기장에서 같이 소시지를 뜯어 먹고 맥주를 나눠 마시며 파티를 할 때 삭막한 대형 마트는 정겨운 작은 마을이 된 듯하다. “결국 남는 것은, 공동체, 따스함, 그리고 약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오직 대형 마트의 통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깨달음이다.”라고 스터버 감독은 말한다.

그래도 다시 사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리온은 크리스티안에게 부르노에게서 배운 것을 알려준다. 지게차의 포크를 천장까지 올렸다가 천천히 내릴때 파도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지게차의 기계 소리는 파도 소리로 변하고 마트의 통로는 야자수가 늘어선 아름다운 해변으로 변한다. 그리고 크리스티안의 나즈막한 독백이 이어진다. “아, 나는 여태 왜 이 소리를 몰랐을까!”
고독이 긴 고립감으로 이어지면 사람들은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부르노는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시절의 자유를 그리워하며 깊은 우울감 속에 오랜 시간을 지내왔다. 그의 어수선한 부엌은 자신의 삶을 돌보지 않은 그의 무력감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느끼는 근원적 결핍과 소외감을 치유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공동체의 결속과 공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과 불신이 만연한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타인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것은 역시 힘들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코칭칼럼] 내 몸을 변화시켜 보셨나요

고현숙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helenko@kookmin.ac.kr

적당한 다이어트
나는 매일 아침 체중을 잰다. 오늘 재보니 1년 전보다 2kg이 줄었다.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 트레이너는 체중도 중요하지만 근육과 지방의 구성비가 더 중요하다며 허리 사이즈를 줄이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마른 비만도 있다지 않은가.
그래서 둘 다를 목표로 했더니 천천히 체중도 허리둘레도 줄어들고 있다. 변화는 미미하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니까…’ 라고 슬쩍 합리화를 한다. 내가 다이어트를 철저히 하지 않는 데에도 변명이 있다. ‘내 목표는 멋진 몸이 아니라 건강! 그러니 무리하지 말자.’ 남이 보면 아마 적당주의라 할 것이다. 하하…

운동할 힘 운동해야 생겨
그래도 꾸역꾸역 규칙적으로 근력운동을 해온지 벌써 5년째다. 내 멘토이자 절친인 한근태 코치의 강력한 권유 덕분이다.
그가 쓴 책 ‹몸이 먼저다›는 많은 사람에게 운동에 대한 동기를 일깨워 주었는데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내 경우 최소 주 2회 근력운동이 이제 루틴이 되었다.
예전에는 저녁이 되면 체력이 방전되어 쉬어야만 했고 운동은 ‘사치’로 여겨졌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해보니 운동을 해야 체력이 생겨 지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역설이었다.
나는 아직도 운동량이 충분한 편이 아니다. 유산소운동을 늘리라는 조언을 받고 있지만 잘 안 된다. 그래도 트레이너는 나에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체중관리를 잘하고 있다며 늘 격려해준다. 운동 자세가 좋다는 칭찬도 해준다. 회원의 의욕을 북돋기 위해서다. 그걸 알면서도 칭찬 받으면 신이 나서 한 동작이라도 더 열심히 한다. 선생님 기대에 부응하려는 착한 학생 같다. 하하.

좋은 자세가 젊음
운동을 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 우선 내가 몸치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벗어났다. 가끔 무거운 중량을 들거나 고강도 운동을 소화해서 트레이너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스트레칭은 처음에 악 소리 나게 힘들었지만 몸에도 길이 나듯이 유연성이 좋아지고 있다. 예전보다 자세도 좋아졌다. 둥글게 말렸던 어깨와 구부정하던 등이 조금 펴진 것 같다. 허리를 세워 꼿꼿하게 앉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예전에는 안 좋은 자세가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했는데 복근과 척추기립근이 탄탄하게 받쳐줄 정도로 건강해야 자세가 좋아진다는 걸 깨달았다. 나쁜 자세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 이것도 역설이다.
이제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자세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내가 자세가 안 좋았을 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다. 주름살의 적음이 아니라 곧은 자세가 곧 젊음으로 느껴진다. 얼굴의 고운 화장이 아니라 윤기가, 말의 내용뿐 아니라 에너지와 활력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몸에 대한 지식도 늘었다. 근육들의 이름과 기능, 단련법, 몸의 균형, 수축과 이완 같은 기능을 배우고 적용한다.

개인의 지속가능성 – 건강, 지식, 감성
코칭을 하면서 경영자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의 경영 성과가 무척 중요하지만, 나는 코치로서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항상 고려한다.
린다 그랜튼 교수는 책 ‹일의 미래›에서 수명 연장과 사회적 변화를 고려할 때, 우리는 75세까지 일해야 하고 일할 수 있는 세대라고 했다. 지금은 노화와 은퇴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활력을 유지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건강, 지식, 감성’, 세 가지를 들겠다.
일하느라 바빠서 운동할 시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조급해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감성 부족의 징표다. 조직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그야말로 역할(role)이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역할이란 배역과 같은 것이다. 그 배역에 충실하게 몰입하면서 뭔가를 배우고 이루고 성장해야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역할이 높다고 해서 인간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배역은 끝이 있고, 새로운 배역이 기다리지 않는가? 따라서 각자의 긴 인생 여정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건강과 지성, 감성의 수준을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의 몸부터 변화시켜라
한근태 코치가 최근 몸에 관한 후속작 ‹고수의 몸 이야기›를 썼다. 나오자마자 바로 읽었는데 공감 100%였다. 그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힘든 문제에 직면한 사람이 해결의 실마리를 묻는다면 내 처방은 간단하다. 가장 먼저 몸을 변화시켜라.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들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라. 그리고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고 느껴보라. … (중략) … 자기 몸 하나 변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변화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의 몸을 변화시켜라.”

2020년은 유례없는 불안과 변화의 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올 한 해가 마치 앞으로의 10년이 어떤 변동과 불안정성, 파괴적 혁신이 있을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이런 시대를 살아 가는 데 자신감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할까. 몸을 변화시키는 것은 나 자신을 스스로 믿을 만하게 만드는 노력이고,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담칼럼] 나에게 가장 좋은 것 선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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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lifeplusfamilycenter@gmail.com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것
큰딸이 대학에 갈 때 타주로 떠나는 아이에게 당부한 말이 하나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을 택하라는 것이었다.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음식, 가장 좋은 활동, 가장 좋은 곳, 가장 좋은 사람들, 가장 좋은 말을 선택하며 살라는 바람이었다. 늘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그늘을 떠날 때, 부모가 자신을 사랑해주었듯 스스로도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피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며 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이것은 당연하고 쉬운 말 같지만, 실제로 우리는 자신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지 않을 때가 많다.
좋은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을 선택해 기억하고, 좋은 사람보다는 나에게 상처주는 사람 옆에 머무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신에게 건강하고 좋은 환경보다는 유혹과 자극이 넘치고 결국은 해로운 환경을 선호하기도 한다. 몸에 좋은 음식보다는 당장 입맛을 만족시키지만 건강에는 안 좋은 음식을 선택하기 쉽다. 기쁨보다 미움을 선택하기도 한다.

“쓸모없는 흑인 남자”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라는 말은 언뜻 들으면 이기적인 가르침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항상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다보면 그 끝은 결국 하나님과 맞닿으리라는 믿음에서 나온 부탁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항상 가장 좋은 것을 허락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용기 있고 선하고 좋은 선택들을 했던 사람들을 본다.
최근에 40대 초반에 흑인으로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연방대법원 판사가 되었던 클레런스 토마스(Clarence Thomas)의 자서전을 읽게 되었다. 그의 정치적 견해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삶은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태어나서 딱 두 번 만났던 그의 아버지는 시계를 사주겠다던 그 단 하나의 약속도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그 책임감 없는 아버지에게서 세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미혼모로 혼자 아이들을 잘 키워낼 수 없었다. 어린 클레런스는 먹을 음식이 없고 씻을 물이 없는 할렘가의 아파트 계단에서 요강을 들고 내려오다가 넘어져 오줌 위에 뒹굴기도 했고, 가난한 흑인 아이라며 수없는 무시와 경멸 속에 자랐다. 학교도 툭하면 빠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결국 클레런스는 외할아버지와 의붓할머니의 손에 넘겨졌고, 그 일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숨도 못 쉬게 엄하고 체벌도 자주 했던 할아버지를 클레런스는 자신의 유일한 아버지로 묘사한다.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는 않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늘 열심히 일하며 손자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려고 몸부림쳤던 할아버지. 정직하게 노력하며 살았던 할아버지가 그의 가장 큰 롤모델이었다.

그러나 그가 성인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른 학교, 다른 직업을 선택했고, 두 사람의 정치적 견해 차이와 할아버지의 무지함에 대한 도전 등으로 인해 두 사람은 크게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머리가 커졌다고 자신에게 대들고 도전하는 클레런스에게 할아버지는 악담을 퍼부었다.
“너도 니 애비처럼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흑인 남자로 살 거다.”
그후 클레런스는 예일대 법학과를 어렵게 졸업했고, 졸업 후에도 인종차별 속에서 힘겹게 직장생활을 전전해야 했다. 그때마다 그는 할아버지의 말을 기억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처럼 쓸모없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꼭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버텼다. 그리고 대법원 판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셀 수도 없는 도전과 위협, 그리고 근거 없는 스캔들을 견뎌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에게 인생을 신념대로 살아가는 최고의 가치를 가르쳐준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신앙을 굳건하게 붙들었다.

더 좋은 선택
인종 차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개인적 차이를 보이는 삶의 모든 부면에서 우리는 차별을 받기도 하고, 차별을 하기도 한다. 생김새가 달라서, 성별이 달라서, 교육 수준이 달라서, 사회적 지위가 달라서, 하다 못해 키나 몸무게가 달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고 동시에 그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은 생각보다 잔인한 곳이기도 하다. 상처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부모에게 “쓰레기”라는 욕설을 듣고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내담자들을 만난다. 친구들이나 동료에게서 가십과 왕따의 희생양이 된 아픈 영혼들을 만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또 다시 희망을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최악의 환경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던 클레런스라는 사람을 그저 환경의 희생자로 주저앉히지 않은 힘은 무엇일까?
그는 분명 더 좋은 것을 선택했다. 차갑고 엄격했던 할아버지보다 강인했고 부지런했던 할아버지를 기억했다. 수많은 음모와 위협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옳은 것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선택했다. 자신을 좌절시키려는 적들보다 이 나라와 국민들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과 꿈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매일매일 걸음을 멈추지 않기로 선택했다.

연말이 들뜬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때로는 묘한 우울감을 준다. 아직 해내지 못한 일들에 대한 미련, 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 잘 안 풀린 상황에 대한 좌절감에 젖기 쉬운 때이기도 하다. 세상도 나도 우리 가족도 여전히 변하지 못했음에 한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새롭게 다가오는 새 날에 대한 기대, 이제껏 삶의 도전들을 감당하고 버틸 수 있게 했던 힘을 기억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누군가 던진 뼈아픈 한마디를 되새기기보다 이제껏 부족한 우리 곁을 지켜준 가족, 친구, 교우들에 감사하기로 작정할 수 있다. 이 어두운 시대에 절망하기보다는 이곳에 빛으로 오신 겸손한 아기 예수의 사랑을 기뻐할 수 있다. 더 좋은 것, 나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이 한 해를 마무리하기로 선택할 수 있다.

[영어칼럼] 한국어의 간섭을 줄이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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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KoreanEnglish.org 운영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자
contact@koreanenglish.org

영어로만 말하기
한국어를 쓰지 않아야 영어가 더 빨리 향상된다는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되도록이면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왜 한국어를 쓰지 않아야 영어가 더 빨리 향상되고, 한국어를 꼭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남극 언어 VS 북극 언어
언어적 측면에서 영어와 한국어는 마치 남극과 북극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의 양쪽 끝에 위치해 춥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거리가 말 그대로 극과 극으로 떨어져 있죠. 영어와 한국어 역시 둘 다 의사소통에 사용되는 언어이지만 언어적 특성이 거의 정반대인 극과 극의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주체 혼자 행동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는 한국어나 영어가 같은 형태를 보입니다. 주어가 나오고 동사가 나오는 문장의 기본 조합이 같은 것이죠.
그런데 주체와 관련된 객체, 즉 목적어가 등장하면서부터 한국어와 영어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런 이유로 영어를 배울 때 ‘주어 + 동사’의 기본 문장은 보자마자 쉽게 익히고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주어 + 동사 + 목적어’ 문장들은 익혀도 실전 대화에서 바로 나오지 않게 됩니다. 영어에서 주어와 목적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어의 관점과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 정보를 표현하는 내용이 덧붙을수록 두 언어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두 언어에 있어서 목적어와 추가 정보를 제시하는 순서가 다르다는 것은 서로의 언어 사용 방식, 즉 다시 말해서 사고의 방식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단순한 한국어 문장도 영어로 바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수 년간의 훈련
영어를 배울 때 반복해서 듣고 외우고 훈련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단어, 표현, 문법, 발음 등인데, 이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얻어야 하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어와 다르게 작동하는 영어의 핵심 원리를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입니다. 이 핵심 원리가 목적어와 추가 정보가 나올 때 순서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며 한국어를 쓰는 것은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 운동장을 그동안 쭉 해오던 방식대로 계속 왼쪽으로 도는 것과 같습니다. 왼쪽으로 도는 것은 편하고 쉽지만 영어를 위해 돌아야 하는 방향과는 반대입니다. 오랜 기간 충분히 훈련하면 오른쪽으로 도는 것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가능하지만 그것은 학습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학습자들이 그러하듯, 꾸준히 수 년을 투자하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구조적인 부분과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단어와 표현을 충분히 알고 자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영어든, 한국어든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신이 자주 쓰는 단어나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영어를 배우고 사용할 때 향상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두뇌에 가능한 한 많은 영어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사용하면 중간에 간섭이 일어나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더 오래 뇌리에 남게 됩니다.
영어를 오래 사용한 이민자들의 경우 한국어 사용이 줄어든 만큼 한국어 실력도 예전보다 떨어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영어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영어 실력도 향상됩니다. 따라서 영어를 배우는 동안 한국어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면 되도록이면 영어만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국어로 영어 배우기
일반적으로 한국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10년 정도 영어를 접하게 됩니다. 10년 이상 영어를 배웠는데도 왜 영어식 사고와 원리가 습득되지 않을까요? 그것은 수동적인 학습이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의 영어 교육과정은 영어의 ‘이해’와 ‘사용’ 중에서 주로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눈으로 영어를 읽고 머리로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이 당연시 되는데 이런 학습 방식은 한국어식 사고에 맞춰 영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읽으면서 여전히 한국어식 사고 방식에 맞춘 영어공부. 이런 방식으로는 영어의 핵심을 체득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영어를 익히면 전문 분야의 원서를 읽고 이해하는 영어 이해 능력은 향상되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영어 사용 능력은 거의 없은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영어를 한국어식으로 배우는 동안 한국어가 영어 학습 과정 전반에 간섭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간섭 줄이기
우선 한국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영어의 작동 원리와는 반대의 훈련을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어를 계속 쓰더라도 하루에 어느 정도 영어공부를 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영어학습을 실패로 이끄는 지름길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그룹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뇌의 많은 영역이 동원되는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면 그 노력의 반 이상이 헛수고가 됩니다. 따라서 일상에서부터 한국어 간섭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일상의 소소한 생활 패턴을 영어와 관련시켜 바꾸어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Good morning!”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가 매일 자주 사용하는 말을 하루에 하나씩 영어로 바꿔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문장은 500개 내외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문장씩만 영어로 바꾸어 말하기 시작하면 1년 365일이 지나면 아마도 대부분의 말을 영어로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가능한 한 영어 사용 기회를 많이 만들고 영어 공부가 수동적인 노출 학습이 아닌 능동적인 사용 학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변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그것이 부담된다면 혼자 말하기나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영어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에 영어 공부를 얼마나 하는지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국어 사용을 얼마나 줄여가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정착 이야기] 14. 미국에서 중고 물품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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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정착 서비스 대표
upcyclingstorenc@gmail.com
Kakao ID : LWHJOSEPH
T. 910-228-6759

살림살이 장만
미국에 입국해서 살 집을 정한 후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것도 큰 일입니다. 그런데 살림살이를 모두 새로 장만하자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고 특히 가구 같은 경우 엄청난 바가지를 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반드시 새 것을 사야 하는 품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최대한 중고 물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따라서 오늘은 중고 물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부 천국
미국에서는 지나친 소비가 문제가 될 만큼 소비의 천국이면서 동시에 그렇게 소비한 물건들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부도 많이 하는 기부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기부된 물품들은 대부분 중고 물품 가게인 GOOD WILL(GCF STORE)이나 HABITAT HUMANITY(RESTORE), 또는 SALVATION ARMY 등의 자선단체나 개인이 운영하는 THRIFT STORE에 보내집니다.
기부된 물품은 분류 및 정리 과정을 거쳐 판매가 되는데 가격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명 브랜드의 물품을 싸게 구입해 되팔면 차액이 크기 때문에 부자 동네의 THRIFT STORE에 물건이 보충되는 시간을 파악해 물건을 싹쓸이해다가 ebay에서 재판매하는 온라인 전문 판매자들도 있습니다.

구글 지도에서 ‘Thrift store’를 검색하면 내 주변의 중고 물품 가게들을 볼 수 있다.

구입 방법
THRIFT STORE는 대부분 작은 동네에도 있지만 물품이 많지 않아 가능하면 큰 도시와 가까운 지역(랄리, 더램)으로 가야 여러 번 발품을 팔지 않고 만족스러운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중고 물품 가게들은 온라인으로 물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가게에 직접 방문해서 그때그때 판매 중인 물건들을 둘러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야 하고, 배송비가 물건값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물건을 직접 실어 와야 합니다. 그래서 중고 물품을 구입하러 갈 때는 반드시 그 물품의 크기에 맞는 차량을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마음에 드는 물품을 골라 대금을 지불한 후 가게에서 그 물품을 보관해주는 시간은 가게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구입한 당일에 픽업하지 않으면 창고비를 추가로 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라인 중고 물품 사이트
ebay,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 크레이그 리스트(Craig’s list), OfferUp, letgo 등의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가 있습니다.
크레이그 리스트는 온라인 사기로 의심되는 게시물들이 많아 이용하실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ebay는 유명한 만큼 이용자가 많아 미국 전국에서 중고물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은 물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추천할만 하지만 부피가 큰 물품의 경우에는 신중하게 구매하셔야 하고, 특히 배송비 부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이 외에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나 OfferUp, letgo 등은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입니다. 각 사이트에서 자신이 찾는 물품을 검색해 게시자에게 연락을 하고 주소를 받아 찾아가서 직접 보고 흥정이 되면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입니다. 현지인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직접 만나 거래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지역에서만 거래를 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참고로 더램 지역은 안전상의 문제로 직접 거래 방식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가지 않을 물건들을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판매할 수도 있는데, 중고 물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은 가격을 원하신다면 이러한 온라인 중고 물품 사이트를 이용해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실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아마존에서도 반품된 물건이나 하자가 있어 수리한 물품을 중고 가격으로 조금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롬이 만난 사람] “제롬이 만난 사람” 연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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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사진가
jeromegraphy@daum.net
T. (864) 477-0643

새로운 시작과 끝
말 많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고,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가 다르게 매일 십만 명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맞이한 가을 추수감사절은 예년과 달리 마냥 기분이 좋을 수 없는 시절이다.

필자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KOREAN LIFE 신문에 인터뷰 글을 써왔다. 처음 인터뷰 글을 쓰기 시작한 취지는 유명하고 저명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사는 동네 이웃 사람들의 평범하고 친숙하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 미국에서 살다 떠난 사람, 서부에서 살다가 동부로 이사온 사람, 부모의 이민으로 따라오게 된 아이들, 한국인이지만 자라온 환경탓에 한국말을 못하는 사람, 미국인이지만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 유학 왔다가 아예 자리잡고 사는 사람 등등 ……. 이 타국 땅에서 만난 사람 누구나 사연 없는 사람이 없었고, 힘들고 서러운 경험 안 겪어본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거창하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늘 작은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세상의 유명한 사람들, 잘나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보다 더 보람 있고 의미 있었다고 자평하고 싶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과 거친 원고를 잘 다듬어주신 편집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이제 필자의 새로운 작업으로 인해 “제롬이 만난 사람” 인터뷰를 접으면서 이번에는 아무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하지 않고 그동안의 과정을 잠시 돌아보기로 했다.

그동안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필자가 인터뷰 요청을 하면 한 달에 두세 명에게 거절당하기는 예사였기에 매월 최소한 두 명 이상의 후보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두어야 했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이유도 다양했는데, 본인의 상황이 불편한 경우가 제일 많았고, 바쁘니까 무조건 자기 스케줄에 맞춰 달라거나, 사이가 안 좋은 누가 볼까봐, 혹은 필자가 진보 성향이라서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인터뷰까지 다 해놓고 마지막에 싣지 말아 달라는 부탁까지……. 그래도 모든 분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인터뷰를 해왔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2월호 신문이 나오고 나면 이제 모두들 성탄절을 기다리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좋은 일(코로나가 진정되기를…)들만 깃들기를 기원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필자도 그 시간에 동참하며 새로운 일을 즐겁게 받아들일 것이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다. 그리고 “제롬이 만난 사람” 연재는 이것으로 마치지만, 다른 작은 소식들로 가끔씩 쪽지기사를 올릴 것을 약속드리며 마침표를 찍는다.

새해에는 코로나가 진정되고 좋은 일들만 깃들기를! ©제롬

[시가 있는 삶] 버스에서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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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임산부와 함께 앉게 되었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동행하게 되었네

아이와의 인연으로
내 인생이 길어지자
나는 무상으로 어려지네

버스가 조금만 덜컹거려도 미안한 마음 일고
따갑게 창문 통과하는 햇살 밉다가
길가에 핀 환한 코스모스 고마워지네

아이가 나보다 선한 나를
내 맘에 낳아주네
나는 염치도 없어 순산이라네

▶ 함민복 (1962~ ) 시인, 1988 <세계의 문학> 등단.
시집으로 『 눈물을 가르는 눈꺼풀처럼 』,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 말랑말랑한 힘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시 해설
시인은 일상의 평범하고 소소한 경험에서 놀라운 인식과 느낌을 길어 올립니다.
버스를 탔는데 우연히 임산부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와 동행하게 된 것이지요. 이 짧은 시간 동안 옆에 앉은 아이와 동행이 되었다 생각하니 아이의 친구라도 된 듯 나는 저절로 어려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 아이와 함께 가는 동안 버스가 조금만 덜컹거려도 태어나지도 않은 이 아이에게 혹여 나쁜 영향이라도 미칠까 미안한 마음이 들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이 미워집니다. 그리고 반대로 길가에 핀 환한 코스모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시의 화자는 이렇게 아이에게 마음을 쓰다가 문득 자신이 평소의 자신보다 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된 것을 느낍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이렇게 놀라운 일을 한 것입니다.
시를 읽다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고, 우리 역시 내 나이보다 훨씬 어려지고, 평소의 나보다 선한 내가 내 안에서 태어나는 느낌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탄생은 염치도 없게 순산입니다.
여러분 주변에도 평소보다 내 마음을 더 순수하고 맑고 선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존재들과 더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 시간이 우리의 메마른 마음을 치유하고 우리를 더 선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줄 것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Ymmh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