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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기] 미국에서 학군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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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케이션? 학군!!!
여러분, 미국에서 집 살 때 첫째도 로케이션, 둘째도 로케이션, 셋째도 로케이션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좋은 로케이션이란 동네도 좋아야 하고, 상권 접근성도 좋아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바로 학군!!! 이것은 아마도 남극과 북극을 빼고는 “전 세계 월드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월드룰을 우습게 봤다가 완전 ‘딥빡’친 후, 다음부터는 절대 학군만큼은 타협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4점 짜리 학군
저희가 모제스 레이크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되었을 때, 제가 맨 먼저 한 일이 그 지역 초등학교 학군을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그곳 초등학교 수준은 처참했습니다. 학교 평점 10점 만점에 거의 3점 아니면 4점. 그 중에 제일 학군이 좋다는 곳이 6점. 남편의 이직이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학교 때문에 무를 수도 없고, 그곳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니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괜찮아, 와플이는 이제 킨더고, 이곳에서 학교를 오래 다녀봤자 초등학교 4~5학년까지인데 초등교육은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그리고 막상 모제스 레이크에 도착했을 때, 집 지을 지역이 4점 짜리 학군이어서 6점 짜리 학교와 잠시 고민을 했지만, 4점과 6점 사이에서 갈등하는 게 마치 ‘학교’와 ‘핵교’를 두고 고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냥 새 집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레 와플이의 학교는 4점 짜리 학교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되어 선생님과 면담을 해보니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학군 걱정 따윈 까맣게 잊어 버렸죠. 물론, 인터넷에 보면 도시에 있는 학교의 킨더 학생들은 이미 글도 줄줄 읽는다는데 와플이네 학교는 ABCD부터 시작하길래 확실히 시골학교라 좀 뒤쳐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와플이는 학교를 너무 좋아하고 선생님도 좋아해서 그거면 충분하다 생각하며 학교 생활을 잘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면서 4점 짜리 학교의 어마어마한 구멍을 보게 되었네요.

4점 짜리 선생님
처음 3월~4월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였으니 온라인 수업 준비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했어요. 그런데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도 온라인 수업은 하루에 딱 10분, 담임 선생님과 아침에 온라인 미팅을 하는 것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진 숙제를 하는 것이었는데, 그 숙제라는 것도 5분~1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것들이었어요. 결국 하루 중 약 20분 정도만 학교 활동을 하는 것이니 와플이는 그냥 풀타임 백수와 다를 게 없었지요;;;
에휴~ 보다 못한 이 에미가 와플이 쓰기책도 만들어서 와플이가 좋아하는 포켓몬을 주제로 글쓰기 놀이도 하고, 워크북도 규칙적으로 풀게 하고, 그리기, 오리기 등등 액티비티를 시켰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들도 그동안 온라인 수업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좀 더 체계적으로 수업을 하겠거니~ 하면서 지난 학기에 대해선 뒤돌아보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와플이는 뚜둥~ 1학년이 되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구글 크롬북도 받아오고,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사전면담도 하고, 아주 기대에 찼어요. 사실 이때 저희는 이미 쌔애틀 쪽에 아파트를 구해 남편이 혼자 거주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쪽 주소로 전학을 시켜도 됐지만 어차피 온라인 수업이라면 학교에 직접 갈 일도 없으니 친구들이 있는 이 학교에서 수업을 계속 듣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그대로 1학년을 올려보낸 거였어요.
본격적인 첫 수업을 앞두고 와플이의 구글 크롬북을 세팅해 놓기 위해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첫 화면에 락이 걸려 있고, 비번 넣는 곳도 없어서 몹시 당황! 그래서 학교 엄마들의 페이스북 그룹 모임에 물어보려고 들어갔더니 이미 이 문제로 글이 올라와 있었고, 저는 덧글을 보고 해결을 했습니다.
그렇게 첫 화면에 입성하자, 그 다음 단계는 유저 네임과 비밀번호를 넣으라는데, 아무것도 안내 받은 게 없어서 또 다시 당황! 그래서 다시 페북의 학부모 그룹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또 엄마들이 같은 문제로 이미 질문과 덧글이 달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얻은 정보대로 유저 네임과 비밀번호를 입력했건만 계속 오류가 떠서 슬슬 빡이 치기 시작했어요.
이미 늦은 시간이라 해결할 방법은 없고, 다음날 아침 학교에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안 받더라고요.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세팅을 해놔야 하는데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선생님한테 문자를 보내도 답은 없고…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그날 아침 미팅을 놓치고, 그날 수업은 그렇게 끝나 버렸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혹시나 하고 와플이가 킨더 때 사용했던 QR코드를 스캔해보니 유저 네임이 뙇~ 하고 뜨는데, 이런 즈엔장!!! 라스트 네임 뒤에 생뚱맞은 숫자 2개가 붙어 있네요. 아니 누가 안내를 좀 해주던가!!!
얼떨결에 유저 네임은 알았으니 이제 비번만 넣으면 되는데, 이제는 비번이 계속 틀렸다고 나오네요. 소문자 조합, 대문자 조합을 수십 번을 해봐도 안 되니까 이제 진짜 깊은 빡침이 올라왔습니다. 마침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비번 뒤에 마침표가 하나 붙어 있네요. 수박!!! 씨발라먹기 힘들어서 못해먹겠네!!!
힘겹게 유저 네임과 비번을 알아낸 후, 아침 미팅은 놓쳤지만 사전면담 때 선생님이 그날그날 아이들이 해야 할 과제를 온라인 상에 올려 놓겠다고 했으니 과제라도 시켜야겠다 하며 구글 클래스룸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면담 때 분명히 수학 과제, 쓰기 과제 등 엄청 많은 학습 준비를 해놓은 것처럼 말하더니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래, 첫날이니까 그럴 수 있지, 뭐…’ 하면서 다음날 미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미팅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와플이는 수업 준비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선생님이 미팅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우리 와플이는 전날 놓친 첫 수업을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아침에 알람소리 듣고 혼자 일어나서 스스로 샤워재계하고 옷 입고,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과의 미팅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뚜둥~ 미팅이 9시인데, 5분 전, 4분 전, 3분 전… 그리고 9시 1분이 지나도 선생님이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15분을 기다리다가 혹시 내가 또 삽질해서 엉뚱한 곳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싶어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숙제 올려진 게 있으면 그거라도 하자 싶어 들어가보니 오늘도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어요. 첫 날은 첫 날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이틀째 되는 날에도 아무것도 안 올려 놓으면 이 선생님은 수업 준비를 전혀 안 했다는 얘기잖아요? 온라인 수업이 하루에 30분밖에 안 되는데, 아무 과제도 없다면 와플이는 이렇게 또 한 학년을 풀타임 백수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건데… 하아~

9점 짜리 학군
제가 이렇게 단전에서부터 끓어 오르는 딥빡에는 이유가 있었답니다. 저는 이미 이사갈 동네의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해서 지역 정보나 학교 정보, 소식 등을 염탐하고 있었는데, 씨애틀 쪽은 개학이 모제스 레이크보다 빨라서 8월말부터 이미 학기가 시작되었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의 온라인 스쿨 스케줄을 알게 됐는데, 시간표가 딱 나와 있고 온라인 수업도 꽤 체계적으로 짜여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와플이네 학교도 지난 3개월 간의 온라인 수업 경험과 두 달 간의 방학 동안 학교와 선생님들이 수업 계획을 세웠을 테니, 새 학기부터는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할 거라는 기대를 했던 거죠.
그런데 수업 시간이 지나도 선생님이 안 나타나고, 수업은 하루에 30분으로 끝. 그 외에는 어떤 스케줄도 없고, 그렇다고 대체할 숙제나 액티비티를 주는 것도 아니고. 이 학교는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던 9:53분에 드디어 담임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시작했어요. 난 이게 더 쉬운 방법일 줄 알았는데… 양해 부탁드릴게요. 제가 아직 접속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 미안해요.”
진짜 이 메시지를 받는 순간 “으아아아아~~~~!!!!” 하며 분노 게이지 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9:55분에 저는 이미 와플이의 전학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었어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필요한 서류들 바로 스캔해서 전학 신청서를 제출해 버렸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수업에 참여 안 시켰어요. 수요일에 전학 승인이 났고, 새 학교로부터 연락이 와서 수업에 필요한 아이패드와 학용품, 수업자료들을 지급할테니 목요일에 와서 받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이 학교는 뭔데 또 이렇게 일이 일사천리야? 아이패드를 받으러 왕복 6시간 넘게 운전해서 씨애틀까지 가야 하다니… 그래서 ‘저에게 아이패드가 있으니 그걸로 당분간 수업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니, 아이패드에 모든 학습 프로그램이 다 세팅되어 있어서 학교에서 지급한 아이패드로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휴~
“얘들아, 옷 입어라! 씨애틀 가즈아~!!!”

그렇게 후다닥 챙겨 입고 아이패드 받으러 3시간을 달려 씨애틀까지 갔답니다. 학교에서 받은 아이패드와 학용품, 학교 수업 스케줄을 받아든 저는 정말 지인~짜 진짜로 격하게 감동했습니다. 아이패드 안에 어플 정리된 것부터가 너무나 체계적인데다가, 모든 설정도 다~ 완료되어 있었고, 수업에 필요한 어플들도 너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거든요. 게다가 온라인 수업 시간도 정규 수업 못지않게 잘 짜여져 있었어요. 오전 8:30분에 30분간 아침미팅, 이후 영어 수업, 오후에 수학 수업,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체육 수업과 미술 수업까지. 그리고 수업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해야 될 과제들까지 이미 다 올라가 있어서 정말 이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철저히 했구나! 하는 걸 한눈에 딱 알 수 있었어요.

새 학교에서 제공 받은 수업 계획서 ©스마일 엘리

그래서 그 학교의 평점은 몇 점이었냐고요? 9점이었어요. 9점 짜리 학교와 4점 짜리 학교 교육의 질을 확실하게 체험하게 된 셈이죠. 와플이는 다음날부터 바로 새 학교의 온라인 수업에 참여했는데, 수업에 임하는 선생님들의 자세 역시 확실히 진지했어요. 와플이 킨더 샘이 너무 좋으신 분이었지만, 온라인 수업할 때 껌을 씹으면서 미팅을 하시는 걸 보고 뜨악한 적이 있었거든요.

제 글만 읽으시고 혹시라도 학군이 나쁜 곳은 선생님의 자질이나 수준도 낮은 건가? 하고 오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랍니다. 선생님의 자질이나 수준은 그 선생님 개인의 역량과 성향이고요,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 옮겨가실 수도 있거든요. 학군을 결정하는 요소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인종비율, 저소득층 비율 등을 포함해서 다각도로 평가가 돼요. 하지만 좋은 학군의 선생님들 능력과 수준이 덜 좋은 학군의 선생님들보다 우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죠. 미국 공립학교의 재정은 학부모 기부액과도 큰 관련이 있는데, 기부액이 많은 학교일수록 선생님과 수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질 좋은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거든요. 또 기부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학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이 높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서 학교 평점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학군은 결국 학부모의 경제력, 학력과 깊은 관계가 있고, 그것이 곧 좋은 동네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 집을 살 때는 반드시 로케이션, 즉 학군을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저도 이번 일을 통해 학군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답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smileellie777@gmail.com

[상담칼럼] 문제를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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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L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lifeplusfamilycenter@gmail.com

문제아 VS 대변자
삶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문제해결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상담을 하다보면 집안에서 문제아로 지목되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문제이거나, 아니면 아이들 중에 한 명이 문제아로 꼽힌다. 그 사람만 정신차리면 만사가 편안해질 것 같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을 골칫거리로 바라보는 동안, 그 집안의 문제는 몇 해를 두고 계속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조직에서 사라지면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가족 시스템 이론에서는 문제아로 지목된 그 한 사람을 온 가족의 문제를 대표하는 대변자로 본다. 그래서 ‘문제아’라는 표현 대신 ‘희생양’이라는 표현을 쓴다. 가족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대표해서 보여주는 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기능적인 가족 전체의 문제를 짊어진 한 사람인 것이다.

빨강머리 아이
엄마에 의해 중고등부 수련회에 끌려온 한 아이가 있었다. 집에서 얼마나 속을 썩이는지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았다. 껄렁해 보이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툭하면 집을 뛰쳐나갔다. 아이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작심한 아버지에게 죽자고 대들었다. 궁리 끝에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딸을 교회 수련회에 억지로 데려다 앉혀 놓고 돌아갔다.
빨강 머리, 야한 옷차림, 쉬지 않고 씹는 껌 등 수련회에서도 단연 튀어 보였던 이 아이는 수련회 내내 시큰둥하게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집회나 찬양, 나눔 등의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앉아 있긴 했지만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거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 모두가 둥글게 둘러앉아 자신이 돌아갈 삶에 대해 나누고 기도를 부탁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기도제목, 서로에게 해주는 축복의 말을 들으며 내내 말이 없던 이 아이가 드디어 한마디를 툭 던졌다.
“우리 집은 나만 없으면 행복해요. 제가 제일 문제거든요. 나만 없어지면 조용할 거예요.”
자신도 스스로를 문젯거리,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기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졌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이 가정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근데요……, 내가 맞으면 우리 엄마가 안 맞아요.”

새로운 관점
이 아이는 가족에게 늘 골치 아픈 문제아였다. 그런데 가만히,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을, 특히 엄마를 보호하는 구원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아이에게 주어진 축복의 한마디를 통해 이 아이의 삶이 달라졌다. 자신이 가족의 문제아가 아니라 보호자라는 말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관점을 바꾸어 놓았다. 더 이상 문제아로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문제아’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러나 ‘보호자’라는 이름표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보호자는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도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다시 보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를 키우기도 하고 축소시키기도 한다.
10여년 전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로 몇 채의 빌딩과 땅을 포함해 엄청난 재산을 날린 채 길바닥에 나앉은 한 여성이 상담소를 찾아왔다. 심한 조울증에서 서서히 회복해 가던 그녀가 필자에게 해준 말이 있다. 그렇게 많던 돈을 모두 잃고 나서야 얻은 것이 있단다. 자신이 돈을 펑펑 쓰고 파티를 열 때 주변에 가득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러자 그제서야 돈이 없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친구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끝까지 자기 곁에 남아 그녀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아파하는 가족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녀에게 불면증과 조울증을 가져온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라는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니 진짜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는 뒤집어 보면 축복이 되기도 하고, 다시 보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문제의 끝은 파멸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문제를 문제로 남기기보다 하나님을 만나는 기회로 삼으신다. 우리 자신이 약하다는 문제점은 하나님의 강함을 경험하는 기회가 된다(고후 12:10).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은 우리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의지하기 시작하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인생의 끝조차 천국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문제는 또 다른 삶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영어칼럼] 불편함을 이기고 영어두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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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KoreanEnglish.org 운영자
영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자
contact@koreanenglish.org

영어권 국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학생들의 영어는 성인 영어학습자들의 영어와 큰 차이가 납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영어 두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어 두뇌
어린 시절 외국에서 생활하며 영어를 배운 학생들은 대부분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게 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어 간섭을 덜 받는 환경 덕분입니다. 어린 학생이 낯선 땅에서 영어를 배우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영어를 영어식으로 배워갑니다. 아이들의 경우 한국어 사용 기간이 길지 않아 한국어의 간섭이 적고,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져 오로지 영어로만 생각하고 말하게 됩니다.
물론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단어, 표현, 문장을 익히는 공부도 하지만 그 이상의 것들이 자연스럽게 뇌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것이 많은 영어학습자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영어 두뇌’가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영어 두뇌 형성의 걸림돌
보통의 성인들은 영어를 배울 때 한국어에 영어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공부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어에 영어를 대입해 이해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물론 소수의 학습자들은 그런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엄청난 학습량으로 그 벽을 뚫기도 합니다. 영어 전공자들이 그런 예입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외국에서 생활한 아이들의 유창함은 쉽게 따라가지 못합니다. 많은 학습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어 간섭 속에서 학습해왔기 때문입니다. 이 한국어 간섭이 결국 영어 두뇌 생성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어 간섭 줄이기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들은 현지에서 한국 학생들과 자주 어울리지 말라는 조언을 듣곤 합니다. 영어를 배우는 측면에서 보면 한국인을 만나 계속 한국어를 쓰는 것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죠. 영어학습에서는 한국어 사용을 줄이고 영어 사용을 늘려서 한국어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영어 두뇌를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집중학습과 노출학습
한국어 사용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필요한 것은 많은 양의 영어 학습입니다. 성인 학습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 집중학습과 노출학습을 잘 병행해야 합니다. 집중학습은 영어학습만을 위해 정해 놓은 시간에 다른 방해 없이 학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퇴근 후 집에서 하는 공부나 영어 프로그램 수강 등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이 있는 성인이 이런 집중학습을 장시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리스닝이나 리딩을 하며 노출학습을 해야 합니다. 집중학습을 새로운 것을 익히고 훈련하며 도전하는 학습으로 본다면, 노출학습은 한국어 사용을 줄이고 영어의 소리와 뉘앙스, 패턴에 익숙해지는 학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학습과 노출학습의 적절한 조합은 한국어 간섭을 줄이고 영어 두뇌를 형성하는 데 매우 실제적인 방법입니다.

불편함을 이겨야 편안해진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 특히 한국어와 전혀 다른 구조인 영어를 배우는 것은 우리 두뇌에 매우 불편하고 힘든 훈련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이겨내야만 편안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어 사용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영어학습의 중심은 반드시 영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영어식 구조와 패턴, 표현에 익숙해지는 영어 두뇌가 생성되며 영어식 영어를 습득하게 됩니다. 영어로 인한 불편함을 더 많이 감수할수록 더 빨리 영어 사용의 편안함을 얻게 됩니다.

실천 과제
영어 실력 향상이 기대에 못 미치는 학습자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루 중 대부분을 한국어로 말하고 생활하면서 아주 잠시만 영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반면 외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어린 아이들은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영어로 말하고 생활합니다. 1년만 지나면 이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성인 학습자들은 이런 근본적인 차이를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애쓰고 있다면 하루 중 얼마나 영어학습에 투자하고, 영어로 말하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처럼 영어에만 집중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한국어 사용 환경에서만 생활한다면 영어 두뇌 형성은 늦춰질 뿐입니다. 이점을 염두하여 더 나은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계속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자랑스런 한국인] 1:1 인공지능 홈트레이닝, 윌로(weelo)

고시 그만두고 창업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집콕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집에서 혼자 운동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다보면 내가 하는 동작이 맞는지 틀렸는지도 모르겠고, 매일 꾸준히 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1:1 인공지능 홈 트레이닝 서비스 윌로(weelo)이다.
윌로를 만든 앨리스 헬스케어의 강다겸 대표는 고시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부모님의 뜻에 따라 3년간 고시 준비를 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수험생활이 길어질수록 삶이 피폐해졌다.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 잠시 쉬면서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유명한 젊은 창업가의 강연이었는데, 기술이 우리 삶에 이토록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무관 대신 창업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창업 지식이 전무했던 그녀는 부모님 몰래 정부에서 지원하는 무료 창업교육을 수강했다. 그리고 2015년에 첫 회사를 설립했다. 아이템은 K-POP 댄스 강의 서비스였다.

투자를 받다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나가 우승하면서 미국 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전문가들의 제안을 듣고 아이템을 헬스케어로 확장해 2018년에 앨리스 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인공지능(AI)이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재활운동을 코칭해주는 서비스였다. 투자사로부터 “독창적이고 양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투자를 받아 개발에 더욱 집중하며 인재들을 채용해 팀을 꾸리게 되었다.
그런데 고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되었다. 재활운동의 주요 타깃은 중장년층인데, 이분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세대라서 비즈니스 상용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회사 구성원 대다수가 20대였기 때문에 ‘체력 증진을 통해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정하고 인공지능 기반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 ‘윌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맞춤운동
윌로를 이용하면 개인의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을 추천해준다. 고객이 웹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체력 측정 설문에 응답하면 그 결과에 따라 15분 짜리 맞춤형 운동을 추천받게 된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카메라를 통해 동작의 횟수를 세고 자세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피드백을 해준다. 예를 들어 스쿼트를 하고 있으면 ‘무릎이 나와 있으니 좀 더 뒤로 빼라’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동작을 제대로 하면 칭찬도 해준다.

모션 트래킹 기술
윌로는 별도의 기기를 구매할 필요 없이 집에 있는 컴퓨터나 노트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에게 300만장 가량의 운동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그렇게 6개월 간의 개발 끝에 지난 1월 드디어 베타 버전을 공개했고, 현재 대기업 몇 곳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
강다겸 대표는 윌로의 최대 장점으로 ‘확장성’을 꼽는다.
“트레이너가 개입할 필요 없는 윌로는 국가와 인종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3분기에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면 일반 PT의 10분의 1 가격(한화 1만 6,000원) 선으로 이용료를 책정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계약 성사 후 자금이 확보되면 두 번째 투자 유치에도 속도가 붙을 것 같아요. 이 시기를 잘 넘겨 전 세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휴대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윌로 모바일 서비스도 곧 출시 예정이다.

참조 : 더 비비드

[시가 있는 삶] 귀 – 임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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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 – 청력 검사
‘삐-‘ 소리 나는 쪽 손을 드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주 작은 소리예요 잘 들어 보세요
끝내 손을 들지 못했다

그 동안 사자 호통, 호랑이 외침만 듣고 살다가
토끼의 말, 다람쥐 하소연, 귀 막고 살다가
이렇게 되었구나
바람 소리, 강물 소리, 달의 말, 별의 노래
들을 수 없게 되었구나

그 동안, 귀또리가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침묵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귀를 닫은 것이었구나

▶ 작가의 말
병원에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습니다.
귀가 잘 들리는지 청력검사를 하는데, 헤드폰을 머리에 씌우고는 소리가 나는 쪽 손을 들라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겁니다. 아주 작은 소리예요. 잘 들어보세요.
그래도 들리지 않아 끝내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크게 떠들어대는 큰 소리만 듣고 살았더라구요.
작고 약하고 힘 없는 사람들의 말이나, 바람 소리 강물 소리 달이나 별의 속삭임엔 신경도 쓰지 않았더라구요.
그동안 귀뚜라미가 울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침묵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귀를 닫은 것이었더라구요.
앞으로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Ymmh22@daum.net

‘미나리’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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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가 제78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미나리’는 배우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이 연출을, 재미교포 스티븐 연이 주연 겸 프로듀서를 맡은 미국산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했다. 지난 해 미국 최고 권위의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세계 여러 영화상에서 7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그런데 영화 대사가 주로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골든글로브에서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분류하기 때문에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어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회사가 제작한 영화가 외국어영화 후보로 경쟁하는 현실이 바보 같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 내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26개나 받은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제 ‘미나리’는 4월에 열릴 아카데미(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미나리’도 비슷한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 미국 매체들은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윤여정을 강력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내다보고 있다.

한인 이민 가정의 이야기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1980년대 일곱 살 난 한국계 미국인 소년 데이빗의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아칸소주 시골로 이사 와 농장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한국인 부부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는 미국에 가서 열심히 살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한국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와 병아리 감별사로 일한다.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며 바쁘게 살아가던 중, 더 늦기 전에 자신의 농장을 시작해보고 싶은 제이콥이 가족들을 이끌고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사를 온다. 아칸소는 미국 중부에 위치한 작은 주로 인구가 260만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적고, 면적의 대부분이 농장이어서 미국 내에서 존재감이 약한 곳이다.
그런데 제이콥이 마련한 집은 황량한 벌판에 놓인 컨테이너였다. 토네이도가 몰려오면 컨테이너가 날아갈까봐 걱정이었다. 모니카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런 데서 어떻게 사느냐며 아이들 생각도 좀 하라고 불평을 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콥은 아들과 딸에게 이 앞에 커다란 농장을 만들 거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
아칸소에 와서도 병아리 감별사 일을 계속하며 농장 개간을 시작한 부부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를 한국에서 모셔오게 된다. 그런데 일곱 살 짜리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방을 나눠 쓰게 된 할머니가 영 탐탁지 않았다. 할머니가 화투와 한국 욕을 가르쳐주고 별로 자상하지도 않자,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도 않고 냄새가 난다며 싫은 티를 팍팍 낸다.
한편 제이콥과 모니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 때문에 계속 충돌한다. 모니카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제이콥은 지금 상황은 힘들지만 이곳에서 농장을 키워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
영화의 제목인 ‘미나리’는 순자를 통해 등장한다. 순자는 한국에서 미나리 씨앗을 가져와 계곡에 심었다. 미나리가 자라면 쌈도 싸먹고 약으로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어디서든 물만 있으면 잘 자라는 미나리는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인 셈이다.
정이삭 감독은 부모님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 데이빗이 바로 정 감독인 셈이다. 스티븐 연 역시 제이콥을 연기하며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4살 때 부모님과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2세대입니다. 아버지를 볼 때마다 미묘한 세대차,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느꼈는데, 이 영화를 통해 1세대인 아버지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오는 4월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을 기원한다.

[영사관 소식] 한국 입국시 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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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음성 확인서 의무화
한국 정부는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라, 지난 2월 24일부터 해외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영주권자와 유학생을 포함한 모든 내국인에 대해서도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였다. 외국인에 대한 PCR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는 지난 1월 8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 시민권을 소지한 한인들도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한국에 방문하실 계획이 있는 분들은 출발일 기준 72시간 이내에 발급된 PCR 음성 확인서를 검역 단계에서 항공사 측에 제출해야 한다.
만일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필수정보가 누락되었거나, 또는 출발일 기준 72시간이 경과된 확인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외국인의 경우 항공편 탑승이 불허되거나, 탑승을 했더라도 한국 입국이 불허된다. 내국인의 경우 시설격리동의서 작성 후 탑승은 가능하나, 진단검사를 받은 후 임시생활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된다. 격리 기간 시설 사용료(1인당 168만원)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적합한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PCR 검사 받기
PCR 검사란 유전자 증폭 방식의 분자검사로서, 유전자 검출검사 중 Real-time Reverse Transcript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를 원칙으로 하나, LAMP, TMA, SDA 검사도 PCR에 준하는 검사로 인정한다.
PCR 검사는 다양한 기관에서 유료로 받을 수 있는데, 코로나 테스트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가까운 CVS, Walgreens 등에서 가능하고, 국제공항 터미널에서도 신속 진단검사를 제공한다.
검사는 자가테스트 방식으로 검체 패키지를 받아 차 안에서 콧속(비강) 이물질을 채취해 시험관에 담아 제출하면 된다. 발급 소요 시간은 기본 36시간(긴급 12시간), 기본 24시간(긴급 4시간)이며, 비용은 영주권, 시민권, 긴급 여부에 따라 다르다. 건강보험이 있는 경우 보험사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보험이 없으면 연방 및 주정부가 전액을 부담한다.
PCR 음성 확인서에는 성명(여권과 동일), 생년월일(여권번호 또는 ID카드 번호도 가능), 검사방법, 검사일자, 검사결과, 발급일자, 검사기관의 직인이나 서명이 있어야 한다. PCR 검사 확인서는 한글이나 영문으로 발급받아야 하며, 온라인으로 발급받은 경우에는 검역 단계에서 제출할 수 있도록 인쇄한 상태로 준비해야 한다.
만 6세 미만의 영유아도 제출 의무 대상이나 미제출 가능하다. 다만 보호자가 유증상일 경우, 동반 영유아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 입국이 아닌 경유 또는 환승객의 경우에는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미국생활기] 리얼터 없이 집 팔기(sale by owner)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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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S에 등록하기
셀러가 혼자서 집을 팔려고 할 때 zillow 같은 부동산 웹사이트에 스스로 매물 리스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얼터들은 MLS(Multi Listing Services)라는 부동산 매매 데이터 베이스에 리스팅을 하고, 이곳에 리스팅된 매물은 자동으로 수십 개의 각종 부동산 웹사이트에 동시에 등록이 됩니다. 그래서 리얼터들은 바이어가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이곳에서 검색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MLS에 리스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부동산 라이센스가 있는 브로커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리얼터의 도움이 꼭 필요해요.
자~ 이제 혼자서도 집을 팔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리얼터를 고용하지 않고도 MLS에 집을 등록할 수 있는 “MLS flat fee listing service”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부동산 라이센스가 있는 브로커 업체들이 sale by owner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MLS 리스팅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업체들은 MLS 리스팅뿐만 아니라, 집 매매가를 분석해서 매매 희망가격을 결정하고, 오퍼를 봐주는 조건 등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서 패키지로 판매하는데, 가격은 보통 99불에서 500불까지 다양합니다. 그래서 셀러가 자신에게 필요한 항목이 들어 있는 패키지를 구입하면 MLS 리스팅부터 오퍼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비용은 500불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죠.
구글에서 “flat fee listing service”를 검색하면 수백 개의 업체와 수천 개의 패키지가 나옵니다. 그 중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패키지만 팔아먹고 실제 리스팅은 해주지 않는 먹튀 회사도 있더라고요. 어떤 리스팅 업체의 어떤 패키지를 구입해야 하는지는 다음 호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89불 패키지를 구입해 sale by owner로 집을 판매함 ©스마일 엘리

셀러(seller) 준비 서류
이때 셀러가 준비해야 할 서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seller disclosure인데요, 집에 큰 하자가 있어서 수리한 적이 있거나, 바이어가 꼭 알아둬야 할 집의 문제 등을 기록한 서류입니다. 쇼잉이 끝난 후에 오퍼를 하려고 하는 바이어의 리얼터에게 양식을 요청해서 작성한 후 보내주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2층 샤워부쓰 누수 문제를 기재했고, 빌더가 직접 수리했다고 썼어요.)
오퍼를 받은 이후부터는 바이어 리얼터가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주고, 셀러는 서류를 읽고 사인해서 다시 보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서 서명할 것도 없이 클릭-클릭-클릭 몇 번만 하면 끝납니다.
명의 이전과 모기지 완납 등의 처리는 타이틀 회사에서 준비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셀러가 직접 준비해야 할 서류는 없습니다. 타이틀 회사는 직접 선택하셔도 되고, flat fee listing service와 연계된 곳으로 하셔도 돼요. 저는 리스팅 서비스 업체와 연계되어 있어서 바이어의 오퍼를 수락하자마자 바이어가 곧바로 타이틀 회사에 매매동의서와 계약금을 입금해서 리스팅 이후 제가 할 일은 정말 하나도 없었답니다.
만약 서류의 내용을 잘 몰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불안하시다면 변호사(real estate attorney)를 찾아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을 받으실 수도 있습니다. 주에 따라서는 변호사를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제가 전에 살았던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그랬어요), 지금 살고 있는 워싱터주는 변호사 없이 타이틀 회사에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집에 큰 문제가 없고, 집 관리와 스테이징, 사진 촬영만 잘 준비한다면 이렇게 혼자서도 충분히 집을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완전히 리얼터 없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바로 바이어의 리얼터가 있기 때문이죠. 바이어의 리얼터도 결국 이 거래를 성사시켜야 커미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셀러를 도와주거든요. 바이어 리얼터는 물론 바이어의 입장을 대변하지만 집 매매를 성사시키려면 셀러에게 불리하게 진행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바이어 리얼터도 결국 셀러 편인 것 같다고 불평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런 맥락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셀러에게는 리얼터가 필요가 없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필요하다’입니다. 오퍼를 주고받을 때 리얼터의 노하우와 테크닉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바이어와 딜을 하다보면 껄끄러운 상황이 있고, 그때 상대방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계약이 잘 진행되도록 중재하는 역할도 해줍니다. 또한 머리 아프게 스스로 공부하고 신경쓰는 게 힘든 분들은 당연히 리얼터의 도움을 받으시는 게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비공식 쇼잉
MLS에 정식 리스팅이 되기 전에 제가 동네 페이스북에 곧 집을 팔게 될 거라고 글을 올렸더니 한 커플이 집을 보고 싶다고 해서 비공식 쇼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커플의 약혼남이 부동산 중개회사를 운영하는 브로커였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순진한 초보 셀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테크닉을 시전하면서 저에게 오퍼를 넣을 예정인데 조건은 오피스룸의 가구와 인테리어를 통째로 두고 갈 것, 거실의 섹셔널 소파도 두고 갈 것, 세탁기와 드라이 두고 갈 것! 그리고 제가 최대한 내릴 수 있는 최저가격이 얼마냐고 묻더라고요.
이 가구들은 모두 제가 새집에 이사 들어오면서 구입한 새 제품이라 8개월밖에 사용 안 했는데, 어떻게 귀신같이 새 제품들만 쏙쏙 골라서 놓고 가라는 건지… 거기다가 원하는 가격이 얼마냐고 묻는 게 아니라, 최저가격이 얼마냐라니!!! 셀러 리얼터 없다고 나를 호구로 보는 건가 싶어서 자존심 상하고 엄청 기분 나쁘더라고요. 그래서 안 팔아도 좋다는 심정으로 저도 쎄게 나갔습니다. 가구들은 집 값과 별개로 매매계약서를 따로 작성하고, 집값은 리스팅 가격보다 내릴 생각이 없으니 그쪽에서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 보라고요.

바이어가 탐내던 거실 가구와 인테리어 ©스마일 엘리


그러던 중 첫 공식 쇼잉 후 바로 오퍼가 들어왔고, 리스팅 가격보다 5000불 높은 가격이어서 바로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리얼터 커플에게는 집 펜딩됐다고 메시지를 보냈지요.^^ 미국에서 집팔기 동영상은 유투브 ‘smileellie 스마일 엘리’ 채널의 미국에서 집팔기 1, 2편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smileellie777@gmail.com

[참지 말고 사이다] 친정 없는 며느리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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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 자란 아들
결혼 10년차 부부입니다. 먼저 저는 친정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부모님께서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고, 당시 유산으로 5억 정도를 받았습니다. 저는 원래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유산 때문에 친지들과 갈등을 겪으며 어른들과 분쟁을 하는 동안 조용한 싸움닭이 되었습니다. 마음고생 많이 하며 싸운 결과로 유산은 저와 형제들이 1/3씩 무사히 상속을 받았습니다.
저희 남편은 외동 아들인데 대학 때부터 장학금과 알바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들었고, 결혼할 때도 부모님께 1원도 안 받았습니다.
시부모님은 지방에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계시고 노후 계획은 없으셨습니다. 시아버지는 인성은 좋으시나 가부장적이고 경제적 능력이 없으셨고, 시어머니는 평생 일해본 적이 없는데 허세나 허영이 심하고, 남의 자식들은 뭘 해줬네를 입에 달고 사시는 분입니다.
남편과는 같은 회사에서 만났고, 남편이 결혼하자고 쫓아다녀서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전에 시부모님의 상태를 전혀 몰랐습니다. 남편이 평소에 부모님과 데면데면한 사이여서 서로 잘 몰랐던 거죠.
시어머니께서는 저에게 친정이 없어 본인 아들이 장인 장모의 사랑을 못 받으니 서운하지만, 동시에 처가가 없으니 명절이건 어버이날이건 아들을 독차지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른한테 물어봐야지!
결혼 후 남편과 상의한 후 부모님 생활비와 집안 대소사비는 꼬박꼬박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시부모님과의 첫 갈등은 휴가와 외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휴가 계획을 아시고는 엄청 화를 내시더라고요.
“결혼을 했으면 휴가 때 시부모에게 같이 갈 거냐고 먼저 물어봐야지, 아무 의논도 없이 너희 외국여행 다녀온다고 통보하는 거냐? 물론 너희가 같이 가자고 해도 너희 불편할까 싶어 안 갈 거지만, 그래도 순서가 틀렸다!”
그리고 평소에 저희끼리 외식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며, 외식을 할 때는 먼저 어른들께 물어보고 거절하면 둘이 외식하는 거라는 훈계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외식이나 휴가는 저희가 쉬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 정하는 건데, 왜 어머님께 허락을 구해야 하나요? 정 그렇게 원하시면 앞으로 어머니는 아들이랑 오붓하게 휴가든 외식이든 다녀오세요. 저는 친구들과 따로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본인 부모는 본인이 챙기라고 얘기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쫓아다녀서 한 결혼이라 저에게 미안해 했고, 엄마가 저렇게 나올 줄 몰랐다며 사과하고는 어머님과 약간 다투는 듯했습니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저희 집에 가전제품을 사는 것도 말 안 하고 샀다고 서운해 하셨고, 미역국도 홍합을 안 넣고 소고기를 넣었다며 남편 입맛도 모른다고 화를 내셨습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편은 소고기파였고, 홍합이나 해산물은 질색인 사람이었습니다. 홍합이 싫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엄마가 계속 홍합 미역국만 끓여줬다고 하더라고요.

누구네 며느리는~
또 하나 잦은 갈등의 원인은 남의 집 며느리 타령. 누구네 며느리는 서울대 박사 출신이라더라, 누구네 며느리는 영국에서 최고 대학을 나왔다더라, 누구네 며느리는 이번에 차를 바꿔줬다더라,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명품백도 사줬다더라, 돈 뭉치를 줬다더라, 부엌을 통째로 갈아줬다더라 등등 결혼 직후부터 몇 년 동안 정말 열심히 시전하시더군요. 그러면 저는 또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 부러우세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가 지금 서울대나 유학을 갈 수도 없고, 저희 집 대출금 때문에 제 코가 석 자라 다른 며느리들처럼 뭘 해드릴 수도 없네요. 그리고 저희 대출금 있는 거 뻔히 아시면서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으시면 그런 말씀 못하실 텐데요.”
그러자 시어머니는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극대노를 하셨습니다. 니가 시어머니를 우습게 여긴다며, 친정이 없어서 순종적일 줄 알았는데 따박따박 대드는 걸 보니 내가 사람을 잘못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명절과 어버이날에는 일부러 친척들에게 전화를 돌려 “우리 아들 명절 내내 있을 거야. 얼굴 보러 와. 며느리 친정이 없어서 내내 여기 있을 거야.” 하시며 친척들을 불러들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여기 내내 있으면서 친지들도 만나. 나는 먼저 갈게.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 안 하면 그것도 불효지. 명절 당일 아침 먹고 나는 산소 갔다가 집에 갈테니 잘 지내다 와.” 하고, 시부모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시아버지께서는 “집에 손님들이 올 텐데 너도 명절 때 봐야 친해지지” 하시기에, “직계도 아니고 사촌들인데요, 뭘. 그분들보다 제 부모님 산소가 저에게는 우선순위잖아요.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잘난 우리 아들
그리고 저희 집 이사 때마다 시어머니 친척들이 몰려와 집들이를 했습니다. 두 번째 집을 살 때는 부동산 시세가 심상치 않아 아파트 매매할 때 부모님 유산까지 보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사 후에 시어머니가 집에 오셔서는 “내 아들이 잘나서 서울 한복판에 집을 마련해서 기분 좋게 왔다.” 하시며 여기저기 전화해서 친척들을 저희 집으로 소환하셨습니다. 미리 상의도 안 하고 갑자기, “누구누구 온다고 하는데 오지 말라고 하면 실례다.” 하시며 저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시키셨습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말씀드렸지요.
“어머님, 저는 연락받은 적이 없고, 선약이 있어서 음식 준비는 못하니 남편하고 상의하세요.” 하고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시며 어머니는, “아니, 집안에 손님이 오면 며느리가 맞이해야지 어딜 가냐? 며느리가 없으면 내 위신이 뭐가 되냐?” 하며 버럭 화를 내셨어요. 저는 또 조용히 말씀드렸죠.
“어머님, 어차피 다 어머님 손님이잖아요. 집도 안 내어 드리고 싶은데 어머님 위신 생각해서 집은 내어드리니 집들이 잘하세요.” 하고 그냥 나와 버렸습니다.
그날 반나절은 참 더디게 갔던 것 같아요. 한강을 계속 걸으며 이 결혼을 유지해야 하나 고민했고, 평소에 생각나지 않던 친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한참 방황하다 집에 들어가니 시아버지께서 오늘은 한마디 해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시어머니가 실수한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찌 됐든 웃어른이 마음 상해하니 니가 한 번만 숙여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차분히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서운합니다. 그동안 한 번도 어머님을 말려주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고개 숙이며 잘못했다고 하라는 부탁은 안 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고개 숙일 만큼 잘못한 일이 없고, 언제나 선을 넘으신 건 어머님이시죠.”
그날 남편이 처음으로 저에게 질린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화가 나서, “중간에서 당신이 잘했으면 나도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며느리는 아니었을 거야.” 하고 쏘아 붙였습니다.

고부간의 평행선
그후 2년 동안 남편만 시댁에 왕래했고, 이혼 직전까지 갔던 부부 사이도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남편이 엄청 노력하고 사과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됐고, 아이 계획은 없었지만 이미 온 생명이니 하나 낳아서 잘 키워보자 하고 남편이 시댁에 알렸습니다.
그러자 시어머니께서 기쁘셨는지 카톡과 문자를 보내오셨어요. “손주 낳을 귀한 너인데 함부로 한 거 후회 중이다. 출산하면 병원에서 아기 얼굴만 보고 가겠다.”
그렇게 출산 후에 시어머니께서 오셨고, 백일, 돌 때도 서로 건드리지 않고 조심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아들이 7살인데, 그간 저에게 큰 말실수는 없으셨습니다. 지난 일을 서로 잊지는 않았지만, 아들 하나에 손자 하나뿐이니 그들을 위해 오늘도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트 판

[상담칼럼]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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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희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lifeplusfamilycenter@gmail.com

전쟁의 서막
몇 달간 골치를 썩었던 문제가 있다. 언제부턴가 집 주위에 개똥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똥이 집 주위의 보도를 따라 열 군데가 넘게 늘어서 있었다. 며칠 동안 집 주변을 유심히 살펴본 결과 범인은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옆집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마다 옆집에서 데리고 나온 강아지가 우리집 주변에서 큰일을 보고 유유히 사라지곤 했다.
어느 날 마주친 옆집 아저씨에게 개똥을 치워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옆집 아저씨 왈, “겨우 이런 일을 가지고 투덜대다니, 참 좋은 이웃이네.” 하며 빈정대고 가버렸다. 순간 어이가 없고, 화가 치솟았다. 그날 이후 옆집과 개똥을 사이에 둔 전쟁이 시작되었다.
개똥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인터넷 검색도 하고,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우스운 일 같지만 이런 문제로 골치를 썩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던지 이래저래 한마디씩 조언을 해주었다. 그중에는 개가 똥을 싸면 그걸 옆집에 다시 던지라는 귀에 착 붙는 조언도 있다.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 마당에 뿌리는 약도 사다 뿌리고, 똥이 있는 자리에 깃발도 꽂아보고, Home Association에 이메일도 보냈다. 그러자 우리가 바짝 경계태세에 돌입한 것을 알아차린 옆집의 중학생 아이들이 이에 질세라 우리집 마당에 장난질을 하고 도망가기도 했다.
이쯤 되니 어느 순간 성경책을 읽다가도 창밖을 노려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솟아나는 미움에 죄책감을 느끼다가도, 옆집 사람들의 무례함에 약이 바짝바짝 올랐다.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이 반 년이 훌쩍 지나갔다. 개똥 가지고 씨름하는 일이 이렇게나 스트레스가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신경 쓰며 살기
얼마 전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던 이라는 황당한 제목의 책이 한국말로는 비교적 점잖게 <신경끄기의 기술>로 번역되어 나왔다. 원작으로 보면 제목보다 더 수위 높은 욕설이 난무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막말 뒤에 꽤나 깊이 있는 통찰력이 숨어 있다.
저자인 마크 맨슨(Mark Manson)은 우리가 평소 정말 많은 일에 신경을 쓰고 산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산다는 것이 늘 녹록치 않은 일이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많다. 그런 일을 당하면 우리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일지, 혹은 별볼일 없는 인간으로 비춰질지 신경을 쓰며 전전긍긍한다.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뒤에서 내 욕을 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또한 내가 뭘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무시를 당하지 않을까 늘 경계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골목길에 숨어 있던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평생을 이런 저런 일로 끊임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신경 끄고 살기
그런데 저자는 그 신경을 끄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경 써야 할 일과 신경 꺼야 할 일을 잘 구분하며 살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생각을 더 효율적이고 의도적으로 정돈하고 조직하자는 것이다.
두어 달 동안 개똥 때문에 옆집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결과, 옆집 가족들의 얄미운 태도와 개똥은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내가 기필코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 옆집 사람들에게 벌금을 물리고야 말겠다며 창밖을 째려보고, 또 어느 날은 용서에 관한 책을 들춰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옆집을 쳐다보지 않게 된 계기가 있었다. 손님들을 여럿 치르며 유난히 바쁜 한 달을 보내면서였다. 우리 집에 오고 가시는 손님들을 치르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어느 새인가 옆집 개가 나와서 똥을 싸는지 오줌을 싸는지 신경도 안 쓰게 되었다.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화가 나서 마당을 지켜보는 일이 없어지니 옆집 사람들도 시큰둥해졌는지 우리 집 앞으로 왔다갔다 하는 일이 줄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살펴보니 더 이상 개똥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내 신경이 우리 집에 오신 손님들을 잘 대접하는 데 쏠리다보니 옆집 사람들을 미워할 시간이 없어진 것이었다.

중요한 일에 집중
마크 맨슨에 의하면 신경을 끈다는 것은 세상사에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고 은둔자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덜 중요한 일에서 더 중요한 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그저 어깨 한 번 으쓱하며 피식 웃고 지나가고, 대신 진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마치 개똥에서 고개를 돌려 내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하는 것이다.
이 신경끄기의 기술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숙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음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사명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고난이 그저 삶의 작은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교회에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고 해서 교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상기시켜준다. 또한 사랑에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연약함과 단점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어쩌면 우리는 쓸데 없는 것에 목숨을 걸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옆집 개똥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반 년을 허비하듯이……. 그것은 우리가 진짜 신경 써야 할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잠깐 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신경을 온통 사로잡은 문제가 있다면 자문해보자. 이것은 나에게 진짜 중요한 문제인가? 만약 아니라면 고개를 돌려 진짜 중요한 것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