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것은 다 주의산만일 뿐이다.©KOREAN LIFE
고현숙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email protected]

집 정리
친구가 집 정리업체를 써서 집을 정리했다. 좀 넓은 아파트이긴 하지만 정리 비용이 거의 천만 원이나 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친구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가치 있게 쓴 돈이 그것이었다고 말해서 한 번 더 놀랐다. TV에서 나오는 집 정리 솔루션 프로그램 같은 거냐고 물어보니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물건 하나를 버리는 것도 폭력적이지 않더라.”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물건을 다 내놓고, 추억도 되새기고, 간직할 것과 보내줄 것을 분류한다. 보내줄 것은 남들에게 줄 것, 판매할 것, 버릴 것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내놓았단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굉장히 뜻깊었고, 옷과 물건들을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건을 살 때도 좀 더 신중해졌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예전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 마음이 심란했는데, 이젠 집이 무척 좋아졌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버리고, 선택하고, 집중하라
지난 연말, 한 해를 돌아보니 미처 하지 못한 일들이 마음에 남았다. 더 챙기지 못한 일들과 잘 살피지 못한 관계들. 한 해를 열심히 산 것 같지만 마음 한 구석이 못내 아쉬웠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에너지 부족이었다. 꼭 해야 할 일만 간신히 마무리했고, 마감시한이 있는 일은 임박해서야 시작했다. 습관의 문제라기보다는 남아 있는 에너지가 부족했던 탓이다.
왜 에너지가 부족했을까? 정리가 안 된 집처럼 삶이 산만했기 때문이 아닐까? 시스템의 무질서는 높은 엔트로피와 에너지 손실로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의 집 정리는 아마도 시스템의 질서를 높이고 엔트로피를 낮추어 에너지 손실을 막아주고 심신의 에너지를 충전시켜주었을 것이다. 집 안과 옷장, 책상의 어지러운 물건도 시각적 소음이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The One Thing
사람들은 강한 의지가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찬양하지만, 의지력의 수명은 스마트폰 배터리와 같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휴대폰은 꺼진다. 그래서 의지력이 바닥나면 예전 상태로 돌아가 자동화된 반응을 보인다. 더 이상 충동을 억제할 에너지가 없어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
그래서 새해 결심을 할 때는 새롭게 더할 것들보다 빼야 할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책 <원씽(The One Thing)>의 저자 게리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성공은 마치 도미노처럼, 선형으로 시작된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성공이란 가장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여기에 집중하는 데 달려 있다고. 그래서 매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대신 성공 목록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 올해를 어떤 해로 만들고 싶은가?
균형이란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보통 천칭 저울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 삶에서 진정한 균형은 쇼트트랙을 도는 선수나 서핑을 하는 사람처럼 중요한 한 지점으로 완전히 기울였다가 돌아오는 동적인 균형이다. 중요한 일에 완전히 몰입하고, 나머지는 뒤에 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모든 일을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에서 벗어나서 최우선순위에 집중하는 일, 거기에 우리 삶의 주도성이 있다. 따라서 신년 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질문할 것은 이것이다.

나의 경우 올해는 영향력의 해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많은 강의와 코칭, 원고 집필 요청을 다 수용하려고 하지 말자. 에너지의 한계를 인식하고 가장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의지력이 높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자. 그래서 이 청룡의 해가 저물 때에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 목표의 달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보자.
여러분은 새해를 어떤 해로 만들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 가장 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