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로젠탈과 제이슨 로젠탈 부부의 행복했던 모습 ©People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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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과 결혼하실 분을 찾습니다
미국의 동화작가 에이미 로젠탈(Amy Rosenthal)은 2017년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그녀는 사망하기 열흘 전에 뉴욕타임스의 모던 러브 칼럼에 자신의 남편과 결혼해줄 여성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You may want to marry my husband).

“51세가 될 때까지 저는 그이와 26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최소한 26년은 더 함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배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습니다. 기껏해야 맹장염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맹장염이 아니었습니다.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데, ‘난소암’이라는 겁니다.
‘암’이라는 단어 cancer와 ‘무효화한다’는 단어 cancel이 왜 한 끝 차이인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남편과 결혼해주실 여성분을 찾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리는데, 그이는 금방 사랑에 빠질 만한 남자입니다. 제 아버지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해줘서 만났는데, 저는 첫눈에 반했습니다. 지금까지 9,490일을 함께 살아본 제가 장담합니다.
키 178cm, 몸무게 73kg, 희끗희끗한 머리에 갈색눈을 가졌습니다. 성공한 변호사이자, 훌륭한 아빠, 옷 잘 입는 멋쟁이에다 기막힌 요리사이고, 집안 구석구석 못 고치는 것이 없습니다. 아 참, 엄청나게 잘 생겼다고 말했나요?
제 소망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부디 좋은 여성분이 이 글을 읽고 그이를 만나 새로운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깊어진 사랑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래 살수록 서로 데면데면해지는 부부가 많은데, 이들 앞에서는 그런 말이 무색했다. 이들은 첫눈에 반했지만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이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깊어지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나 좋은 남편이면 죽어가는 아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까? 도대체 그녀의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내가 나에 대한 광고를 낸다면?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을 자신있게 살아왔다. 아내에게도 제법 괜찮은 남편이라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런데 아내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남편일까? 만약 내 아내가 신문에 나에 대한 광고를 낸다면 어떻게 적을까? 내가 생각한 문구는 이렇다.
“꽤 괜찮은 남자입니다. 성실하고 따뜻하고 유머감각이 좋습니다. 좋은 아빠이고, 좋은 할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좋은 남편입니다.
단,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늘 집안을 어지르는 저지레꾼입니다. 장롱문은 늘 열어놓고, 화장품 뚜껑도 자주 열어 놓습니다. 무언가를 쓰고 제자리에 두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아, 물건도 잘 잃어버립니다. 그동안 잃어버린 우산을 합치면 우산 가게를 차릴 수도 있습니다. 지갑, 시계, 핸드폰도 숱하게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자주 오버를 합니다. 그래서 오버할 때 옆에서 브레이크를 잘 밟아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연식이 오래됐다는 겁니다. 아직은 그런대로 굴러가지만 언제 설지 모릅니다. 그래도 사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애프터 서비스는 안 됩니다. 그리고 반품도 불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