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30대 중반 여자. 미국에서 20년 넘게 산 1.5세 시민권자. 결혼 5년차임. 부모님께서 이민 오자마자 영어는 하나도 못하고 한국말만 할 때부터 한글학교 보내고 한글 책 읽게 하셔서 한글은 잘 배운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어떤 언어보다 아름답고 자랑스럽습니다.

10여 년 전에 유럽 배낭 여행 갔다가 지금 신랑(1살 연상)을 한인 민박에서 만남. 민박집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무지 좋아서 민박집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맥주 사서 야경 보며 마시고 놀았음. 나는 미국에서 갔으니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 새로웠고, 그 친구들은 내가 새로웠을 것임. 그때도 신랑에게 호감은 갔으나 신랑은 군 제대하고 한국에서 복학해야 하는 학생, 나는 미국에서 평생 살 사람이므로 여행에서 갖는 설렘만 만끽하며 진짜 예쁜 추억으로 남음. 그땐 카톡도 없어서 이메일하고 MSN 메신저로 연락 열심히 하다가 서로 바빠서 잊고 지냄.

그러다 몇 년 후에, 신랑이 내가 사는 곳에 주재원으로 온다고 연락 옴. 어쩌다 보니 결혼함. 나는 나 사는 게 바빠서 결혼 생각 정말 없었는데 진짜 사랑 하나 보고 결혼함. 주재원 기간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한 부분도 많긴 함. 결혼 과정도 엄청 복잡했음. 나는 결혼 생각이 없었기에 결혼식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었음. 한국에서 오는 내 손님 10명이나 될까 말까 했지만, 신랑쪽 입장 생각해서 시어머니가 정해주신 식장, 날짜에 식 올렸음.

신랑이 처음 취업하고 부모님이 3억을 주셔서 신랑이 대출 껴서 아파트를 샀음. 그 아파트를 전세를 주고 남은 대출 갚고 나머지 미국에 들고 와서 집 다운페이하고 집을 샀음. 대출만 7억임. 10억짜리 집이지만 방 3칸 화장실 2칸에 지은지 30년 넘은 집임. 그냥 이 동네 집값이 미쳐서 그럼.

내 직업은 nurse practitioner임. 간호사는 간호사인데 약 처방 가능한 간호사임. 그런데 내가 경력이 많지 않아서 스케줄이 들쭉날쭉임. 이틀 내리 쉬는 법도 없고, 아침에 일했다, 오후/저녁에 일했다 그럼. 게다가 여기 법이 바뀌어 내 직업이 박사학위를 받아서 DnP가 되야 하는 쪽으로 흘러가 작년에 박사과정을 시작했음. 진짜 진심 너무 바쁨.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바쁨. 그래도 신랑이랑 알콩달콩하고 내가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라 신랑이 많이 배려해주고, 난 그런 신랑이 고마워서 나도 진짜 최선을 다함. 행복함. 결혼해서 지낼수록 결혼 잘했다고 느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더 괜찮음.

시부모님께서는 1년에 한번씩 한 달씩 오심. 자식 보고 싶은거야 당연한 거고, 자식의 도리가 있으니 최대한 맞춰 드림. 현지 관광도 보내 드리고, 캐나다 관광도 보내 드리고, 알래스카 크루즈도 보내 드리고 최선을 다했음. 휴가가 부족해서 직접 모시고 다닌 건 5년 동안 다 합쳐서 한 달 정도지만 나로서는 최선이었음. 그리고 시부모님께서 경비를 반 정도는 본인들이 내주셔서 난 전혀 불만 없었음.

그런데 시누이랑 동서가 날 자꾸 못된 사람으로 만듦. 시누이는 10살 딸, 돌쟁이 딸이 있는 전업주부, 동서는 3살 딸이 있는 전업주부임. 시누의 첫째가 6살이 되면서 여름에 자꾸 우리에게 애를 보낸다는 거임. 우린 둘 다 애 싫어해서 애 없이 사는 딩크족인데 애를 우리에게 보낸다는 거임. Robotics 영어캠프에 보내겠다고 좀 부탁한다는 얘기를 서너번 함. 처음엔 내가 되게 미안해 하며 안 되겠다고 상황 설명했는데, 이제는 시누가 화를 냄. 혼자서도 잘하고 등하교만 시켜주면 되고 밥만 주면 되는데 그게 안 되냐고 함.

애 키우는게 그게 다였으면 나도 애 낳았음. 열 받아서 내 사정은 이러이러해서 절대로 안 되겠다고 하니, 자기가 같이 오겠다고 2달 동안 방 한 칸만 내 놓으라는 거임. 어차피 우리 엄마아빠가 사준 집이니까 자기도 쓸 권리가 있다고. 나중에는 동서까지 합세해서 자기 딸도 데리고 같이 오겠다고 4명이서 한 방 쓸 테니 별 문제 없지 않냐고 쌍으로 날뜀.

더 이상 내 소관이 아니라 신랑한테 토스.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시누가 정중하지만 무례한 톡을 남김. 내가 한국을 너무 모르고 외동이라 동기간에 정을 너무 모른다고. 내가 잘못해서 형제간에 사이만 안 좋아졌다고. 내가 아쉽다고 함. 정말 내가 한국인의 정, 동기간의 정을 모르는 거임?

출처: 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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