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정기검진을 갔다가 치위생사 최정희님으로부터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최정희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남미로 이민을 갔다가 나중에 미국으로 왔다고 하는데, 한국말을 너무 잘하시길래 놀랐더니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님의 말씀을 인용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전 세계 이민가정 중 미국으로 이민 온 가정의 한국 아이들이 한국말을 제일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예전에는 남미로 이민을 간 한국 아이들은 한국말을 상당히 잘했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미로 이민을 간 한국 부모님들이 남미보다 한국이 더 잘 살고 자랑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너는 한국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는 한국말을 잊어 먹으면 안 돼.”라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민을 온 경우에는 미국이 한국보다 잘 살고, 미국 주류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기 바라고, 한국말을 못하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 지인들을 보면 자녀가 한국어를 잘 못해서 영어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최정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본인도 그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첫째, 둘째 아이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셋째, 넷째 아이에게는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영어로 말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한국어를 쓸 일이 적고, 또 아이들이 한국어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계속 밥을 굶기면서 강요를 할 수도 없다고 하셨다. 충분히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최근에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 2세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만 자랐고 한국인이 거의 없는 학교를 다녔는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잘했다. 어떻게 이렇게 한국어를 잘하냐고 물어봤더니 대답이 가슴이 깊이 꽂혔다. 자기는 엄마가 혼자 길렀는데, 엄마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고 존경하는데 엄마랑 얘기를 하려면 자기가 한국말을 할 줄 알아야 했다고 대답했다. 가슴이 찡하면서, 우리가 언어를 왜 배우는지 또 하나의 이유를 상기시켜 주었다. 바로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서 그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인 1.5세, 2세 아이들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치기 어렵다면 아이들에게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어느 것도 쉬운 방법은 아니지만, 유태인 가정에서는 기본적으로 3개국어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하니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너무 부담스럽게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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