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4살이던 2016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오디션에서 1등을 하고, 이어 14개의 콩쿨을 휩쓸었으며, 15살에 이미 성숙한 음악적 해석을 보여주며 평단의 찬사를 받은 피아니스트 네이든 리(Nathan Lee, 이홍원)가 지난 3월 26일, 노스 캐롤라이나 더램에서 트라이앵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가졌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세계적인 연주자의 반열에 오른 귀한 손님을 만나기 위해 네이든과 어머니가 머물고 있던 호텔을 찾아가 인터뷰를 나누었다. 사실 인터뷰를 가기 전 네이든의 연주 영상을 찾아보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몸집이 작은 초등학생 같은 연주자가 마치 피아노와 하나가 되어 피아노와 대화를 하는 듯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신들린 연주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정말 꼭 한번은 보시도록 추천하고 싶은 영상이었다. 인터뷰는 어머니와 Nathan이 함께 진행하였고, 먼저 어머니께 질문을 드렸다.

▶ 어머니, 네이든이 6살에 피아노를 시작해서 9살에 데뷔를 했다고 하던데, 피아노를 시작하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랑 애들 아빠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애들이 세 살 정도 됐을 때부터 콘서트에 자주 데리고 갔어요. 그런데 지루해 하지 않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다가 6살 때 어떤 피아니스트 공연을 보고 자기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한 4~5개월을 졸랐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8살 때 피아노를 그만 두고 첼로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첼로를 배웠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가 첼로 선생님한테 자기는 첼로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다시 피아노를 하고 싶으니까 피아노 선생님을 좀 소개해 달라고 그랬대요. 그래서 그때 만난 선생님하고 지금까지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걸 언제 알게 되셨나요?

특별하다기보다는 그냥 감수성이 좀 남다르다는 느낌을 가끔 받았어요. 예를 들어, 킨더 뮤지컬 프로그램에서 전통음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단조 음악을 듣더니 “엄마, 나는 이 음악이 슬퍼서 싫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6살 때 피아노 선생님이 Nathan이 보통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리고 피아노 교재를 새로 시작하면 막 틀리면서도 혼자 2시간씩 연습해서 책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더라고요.

▶ 피아노 레슨은 얼마나 자주 받나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사샤 선생님하고 공부하면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받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연주 여행을 많이 하게 되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거 같아요.

▶ 그럼 나머지 시간에 연습은 어떻게 하나요?

주로 혼자 연습해요. 아이가 음악에 대해서는 자기 고집이 좀 있는데, 선생님이 듣고 이 부분은 이렇게 연주하라고 하면 선생님 앞에서는 그렇게 하고 무대에 가서는 자기 마음대로 연주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선생님한테는 그렇게 느껴지시나 보지. 그런데 나한테는 이렇게 느껴지니까 이렇게 연주하는 거야.” 그래요. 아이의 성향인 것 같아요. 사실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도 저희나 선생님이나 다 말렸어요. 14살이면 아직 너무 어리니까 내년에나 한번 해보자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비행기표를 안 끊었어요. 가서 열흘은 있어야 하는데 교통비며 호텔비도 만만치 않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끝까지 포기를 안 하고 방에서 혼자 계속 연습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는 거 알지만 해보고 싶어 하니까 할 수 없이 가면서도 실망 많이 할까봐 저는 그게 더 걱정이었어요.

▶ 그런 큰 대회나 공연 전에 떨지 않나요?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그런 부담은 안 느끼고 오히려 저보다 더 대범해요. “엄마, 연주자 어떻게 맨날 틀리지 않고 연주해? 그냥 내가 연습할 만큼 했으면 그 다음엔 내 손을 떠난 거야.” 이렇게 말해요. 그런데 저는 아이가 무대에 올라가면 제가 더 긴장돼서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 네이든에게 물어 볼게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살면서 좋은 점, 안 좋은 점은 뭔가요?

좋은 점은 여행을 많이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안 좋은 점은 피곤해요. 공부도 하고, 연습도 하고, 연주 여행도 해야 되니까요.

▶ 자신에게 이런 특별한 재능이 주어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음악을 좋아할 뿐이에요. 그것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을 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사샤 선생님, 그리고 프랑스 연주자 장 이브(Jean Yves) 선생님이에요. 장 이브 선생님은 인간적으로 훌륭하고 따뜻한 분이에요. 공연이 있을 때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격려도 해주세요.

▶ 연주자로서 자신의 절정기가 언제쯤일 거라고 생각하나요?

한 70살~80살 정도일 것 같아요. 나중에 나이가 들면 저도 장 이브 선생님처럼 젊은 연주자들 가르치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 한국계 아티스트로서 한국인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는데,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언제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는 좋아서 하는 건데, 관심 가져 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팔로우해 주셔서 감사해요.

▶ 마지막으로 어머니도 한 말씀 해 주시겠어요?

클래식 음악은 아직도 서양 문화이고, 콘서트에 가보면 대부분 나이 많은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세요. 그리고 어린 학생들 대상 콩쿨은 대부분 아시아 어린이들이 우승을 하는 데, 30대 이상 중견 연주자로 넘어가면 거의가 또 서양 사람들만 남아 있어요. 클래식 음악의 저변이 아직 넓지 않아서 아시아의 재능 있는 학생들이 큰 연주자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콘서트를 보러 와 주시는 한 분 한 분의 관심이 가장 큰 응원이고 격려가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는 네이든의 공연을 보러 갔다. 연주는 더할 수 없이 멋졌고, 끝없는 기립박수와 앵콜 공연이 이어졌다. 어리고 앳되어 보이는 한국 소년이 이렇게 훌륭한 연주를 해주는 것이 더더욱 감동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부터 사람들은 흥분 속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네이든의 피아노 연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멀리 서부 워싱턴 주에 사는 네이든이 동부의 워싱턴 DC로 날아와 공연을 하고 노스 캐롤라이나 더램, 보스턴, 뉴욕 공연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연습을 하기 싫을 때는 동생과 놀고, 정치 뉴스를 즐겨 읽으며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목소리에 동참하고 싶다는 평범한 10학년 소년이 훌륭한 연주자로 잘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멀리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QR코드 앱을 다운받아 아래의 QR 코드를 스캔하시면 네이든의 놀라운 연주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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