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공대 아시안 학생 증가와 다른 명문대 아시안 학생 비율 ©Economist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하버드, UNC의 아시아계 학생 차별 위헌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 29일, 하버드와 UNC가 입시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하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학들이 오랫동안 개인의 능력이나 학업이 아니라 피부색으로 학생들을 평가해왔다”면서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차별적인 입시 정책은 헌법의 평등 보호 조항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칼럼을 통해 “인종을 이유로 차별받아야 하는 미국인은 아무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리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역사 속에서 이민 제한과 분리 정책을 겪은 바 있”으며, “하버드가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함으로써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꼬집었다.
하버드와 UNC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은 “학부와 대학원 입학지원서에서 인종 분류 체크박스를 없애라는 명령”이라며, “모든 인종이 이를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안 해방의 날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학생들의 대학 입시는 물론, 직장에서의 채용과 승진 등에 있어서도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1년 흑인 노예 해방을 기념해 6월 19일을 ‘Juneteenth Day’로 지정한 것과 견주어, 필자는 대법원이 하버드의 아시안 차별에 철퇴를 가한 2023년 6월 29일을 아시안 인권 신장을 기념하는 ‘아시안 해방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욕타임스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 이민 역사에서 아시안에 대한 차별은 유난했다. 1870년대 중국계 이민자들이 캘리포니아의 광산과 철도 건설에 종사했을 때 ‘중국인 배척법’을 만들어 중국계 이민을 금지시켰다. 또한 1924년에는 ‘이민법’을 만들어 아시아 국가, 특히 당시 이민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일본계 이민을 금지시켰다.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은 더 심해졌다. 그러다 1965년 새로운 ‘이민 및 국적법’이 통과되면서 아시아계 이민 제한이 풀려 이때를 기점으로 아시아계 이민자가 증가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아시안 이민 역사가 60여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인종으로서 아시안이 겪은 직·간접적 차별은 헤아릴 수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차별이 바로 대학 입시에서 인종 쿼터를 제한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아시안 학생들을 ‘다양성’이라는 미명 아래 탈락시키는 일이었다. 학업성적, 인성, 과외활동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탈락했을 때 그 억울함과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아시안 파워
캘리포니아주는 1996년 주민투표를 통해 공립대학 입학사정에서 인종차별을 금지시켰다. 이어 워싱턴(1998), 플로리다(1999), 미시건(2006), 네브라스카(2008), 애리조나(2010), 뉴햄프셔(2012), 오클라호마(2012) 등 8개주가 차례로 공립학교 입학사정에서 인종차별적인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시켰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의 경우 UC버클리의 아시아계 신입생 수가 25%에서 52.1%로 급등했고,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역시 아시아계 신입생이 24.5%에서 42.5%로 급상승했다. 반면 사립대인 스탠퍼드의 아시안 학생 비중은 여전히 25.08%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종차별이 금지되면 아시안 학생들의 숫자가 버클리를 상회하는 5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안 학생들이 이처럼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 내 아시안 인구는 6%지만, 아시아계 이민자의 50%가 학사학위 소지자이다. 그리고 수학/물리학 올림피아드 팀의 30%, 전국적 장학금인 National Merit Scholarship 수혜자의 약 30%가 아시안 학생이다. 또한 뉴욕시에 거주하는 아시안 인구 비중은 13%이지만, 뉴욕시에서 가장 우수한 두 고등학교의 아시안 학생 비중은 각각 75%와 60%를 차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기술혁신을 주도한 혁신가들의 출신 국가별 분포에서도 인도, 중국, 대만 등 아시아계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이 아시안 학생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준 만큼, 앞으로 더욱 눈부신 약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