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겨레의 큰 스승, 세종대왕 나신 날 기림 행사 ©urimal.org

5월의 반성문

5월은 반성문 쓰는 달

1일 근로자의 날
모범 근로자가 아니었고
5일 어린이날
착한 어린이 아니었고
8일 어버이날
결코 효자도 아니었고
21일 부부의 날
주변머리 없는 무능한 남편이고
15일 스승의 날
스승의 은혜도 다 까먹고
오늘이 세종대왕님 생신인 것도 몰랐다

반성문은 영어로 ‘글로벌’이라며
아동문학가 엄 선생 껄껄 웃는다
그러고 보니 시인이라면서
지축 울릴 절창 한 편 못 쓰고 있으니
마땅히 글로 벌 받아야 한다

이제부터 시 한 편 한 편을
반성문 쓰듯이 써야겠다고
5월에 다짐한다

▶ 시인의 말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스승의 날, 세종대왕 탄신일 등 5월은 기억해야 할 날들이 참 많은 달입니다. 그런데, 이런 날을 맞으면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게 많습니다. 반성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모범 근로자도 아니었고, 착한 어린이도 아니었고, 효자도, 유능한 남편도 아니었습니다. 스승의 은혜도 다 까먹었습니다.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 덕분에 공부도 하고 시도 쓰면서 세종임금 나신 날도 몰랐습니다. 이제부터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모범적으로 살며, 글을 쓸 때도 한 편 한 편을 반성문을 쓰듯이 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