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2월 ©calendarlabs

2월

일 년 열 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 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정연복 (1957~) 서울 출생. 연세대 영문과와 감리교신학대학원 졸업. 번역가이며 시인.《한국기독교》 편집위원.
저서 : 『함께하는 예배』, 『오늘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등이 있다.

시 해설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은 1월의 새해와 3월의 봄을 맞이하는 설렘에 묻히긴 하지만, 이 두 달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존재감이 작은 달이라고 하더라도 2월은 꿋꿋이 3월의 따스한 봄날을 준비합니다.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땅속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싹들이 솟아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추운 세상과 따뜻한 희망을 잇는 징검다리, 나도 2월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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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