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분단의 아픔이 너무 길다. ©webeconomy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문병란 (1935~) 시인. 전남 화순 출생. 1959년 <현대문학>에 시 ‘가로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문병란 시집』,『죽순 밭에서』등이 있다.

시 해설

이 시는 서로 사랑하면서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져 간절히 그리워하는 견우직녀 설화를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이별 상황의 고통과 아픔을, 전반부에서는 ‘너무 길다’는 말을 반복함으로써 강조하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여야 한다’를 반복하며 그대와 재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장한 어조로 호소력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 민족의 상황으로 확대해 보면 남과 북의 분단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남북 분단의 아픔이 너무 길다는 고통의 호소와 함께 다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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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