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고 문자라도 보내야 할까보다. ©Freepik

죄송합니다

손전화에 들어온 문자 한 통
“죄송합니다”
누굴까

다음날 또 들어왔다
무엇이 죄송하다는 걸까

또 한 해가 간다
돌아보니, 내게도 죄송한 것 헤아릴 수 없다
우선, 문자라도 보내야 할까보다
하늘에 땅에 책상, 거울, 그리고 길에게
토끼와 거북이에게도

“죄송합니다”

▶ 시인의 말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아쉬움이 남지요.
좀 더 잘 하지 못한 것, 좀 더 잘 대해주지 못한 것이 많으니까요.
어느 날 누가 문자 한 통을 보내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
그 문자를 받고 생각하니 저에게도 죄송한 일이 너무너무 많은 거예요.
직접 찾아뵙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겠지만
급한 대로 우선 문자라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 먼저 하느님께, 그리고 그 동안 제가 만난 분들에게,
자연과 동물은 물론 함부로 사용했던 사물들에게도 말입니다.
새해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