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넘기 위해 오늘도 내 안의 산을 오른다. ©brunchstory

내 안의 산

세상에 가장 오르기 힘든 산
누구는 태산을 말하고
누구는 히말라야 14좌를 말하지만
어디, 내 안의 산만큼 험하랴

육 척 채 안 되는 키
그 안에 솟은 산이련만
어찌 이리 힘겨운가
나를 넘는 일

수없이 작정하고 도전했건만
번번이 넘어지고 미끄러졌네
새들도 넘으려다 날개 접었네

이 산을 어이할꼬
예서 그만 주저앉으면
정말 분하지 않은가
나 아직 젊지 않은가

시인의 말

사람들은 중국의 태산이나 히말라야 14좌 같은 봉우리들이 오르기 힘든 산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산도 힘들겠지만 진짜로 오르기 힘든 산은 내 안에 있는 산이란 걸 살수록 절실히 깨닫게 된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산이니 기껏해야 내 키 높이에 불과한 뻔히 아는 높이일 것이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정복에 도전했건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머리를 드는 내 자아, 내 판단, 내 고집, 내 자존심, 내 어리석음, 내 무능!
내가 나를 이기고, 보란 듯이 산봉우리를 넘는 시원한 맛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이대로 주저앉기엔 너무 억울하다. 아직 나에겐 남은 날들이 있고, 아직은 나 젊지 않은가!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반가운 엽서』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임문혁 시인의 새 시집 <반가운 엽서> ©시와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