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 ©coolwallpapers

강을 보내며

강을 보내는 것은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

물길은 연이어 물을 밀며 간다
돌이킬 수 없는 발길, 띄워 보낸 종이배,
쏟아놓은 말들이 흘러간다

영원한 보헤미안

강가에 얼마나 많은 풍경을 두고 왔던가
강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두고 왔던가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순간들

강을 보내는 것은
수없는 풍경을 뒤에 두는 일
강을 보내는 것은
두고 온 사람 오래 품게 되는 일

▶ 시인의 말

올해도 거의 다 가고 벌써 11월입니다.

강을 보내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그것은, 한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이배도 우리가 쏟아놓은 말들도 다 흘러가버립니다. 강물뿐 아니라 인생의 시간도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시간이 쌓이면 우리는 그것을 세월이라 부릅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이 흘러간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흐르는 세월도 한번 가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세월의 강가에 얼마나 많은 일과 추억을 두고 왔던가요! 세월의 강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두고 왔던가요! 그 순간 그 사람들, 생각해보면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었네요.
강을 보내는 것은 수없는 풍경을 뒤에 두는 것이요, 강을 보내는 것은 두고 온 사람 오래 가슴에 품게 되는 일입니다. 흘러가버린 뒤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세월을 아끼고, 순간순간을 진실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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