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삶] 강을 보내며 – 임문혁 [시가 있는 삶] 강을 보내며 – 임문혁](https://koreanlifenews.com/wp-content/uploads/2021/11/강-768x512.jpg)
강을 보내며
강을 보내는 것은 얼마나 서러운 일인가
물길은 연이어 물을 밀며 간다
돌이킬 수 없는 발길, 띄워 보낸 종이배,
쏟아놓은 말들이 흘러간다
영원한 보헤미안
강가에 얼마나 많은 풍경을 두고 왔던가
강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두고 왔던가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순간들
강을 보내는 것은
수없는 풍경을 뒤에 두는 일
강을 보내는 것은
두고 온 사람 오래 품게 되는 일
▶ 시인의 말
올해도 거의 다 가고 벌써 11월입니다.
강을 보내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그것은, 한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이배도 우리가 쏟아놓은 말들도 다 흘러가버립니다. 강물뿐 아니라 인생의 시간도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시간이 쌓이면 우리는 그것을 세월이라 부릅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이 흘러간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흐르는 세월도 한번 가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세월의 강가에 얼마나 많은 일과 추억을 두고 왔던가요! 세월의 강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두고 왔던가요! 그 순간 그 사람들, 생각해보면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었네요.
강을 보내는 것은 수없는 풍경을 뒤에 두는 것이요, 강을 보내는 것은 두고 온 사람 오래 가슴에 품게 되는 일입니다. 흘러가버린 뒤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세월을 아끼고, 순간순간을 진실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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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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