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의 인종차별적 입학사정제도에 항의하는 아시안계 학생들 ©Dunia Pendidikan

■ ‘동문이냐’, ‘기부했냐’ 등 5개 비밀평가로 당락 결정
■ 아무리 성적 좋아도 돈 없고 빽 없으면 입학 못해
■ 학생들은 할 만큼 했다. 나머지는 부모들의 몫

안치용 기자
시크릿 오브 코리아

지난 2014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FA)’에 의해 시작된 하버드대 아시안 학생 입학차별 의혹 소송이 재판에 돌입하면서 4년간의 재판준비 과정에서 아시안 학생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아시안 학생은 하버드대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10가지 사정요인 중 성적은 물론 교사평가, 과외활동평가, 심지어 하버드대가 자체적으로 고안한 성적평가에서도 백인들보다 월등히 우수했다. 그동안 아시안 학생이 백인에 비해 과외활동 등에서 밀린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부모가 하버드대 출신이 아니고, 하버드대에 기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입학에서 차별받고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아시안 학생들의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시안 학생들이 이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불공정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이 아시안 학생 입학차별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시안 학생들 최저합격률

재판과정에서 하버드측이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자료가 공개되었다. 지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졸업연도로는 2000년 클래스부터 2017년 클래스까지의 아시안 학생들의 평균 합격률은 8.1%로 하버드대 지원자 전체평균 합격률 9.3%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중 백인은 11.1%, 흑인은 13.2%, 히스패닉은 10.6%로 아시안 학생은 인종별 합격률에서 최저를 기록했다.

과거 18년간 아시안 학생들의 합격률이 전체 평균합격률을 앞섰던 적은 2005년도 단 한 번뿐이었고, 나머지 17년간 아시안 합격률은 전체 합격률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지난 18년 내내 아시안 합격률이 각 인종 중 가장 낮았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로 아시안 학생들이 하버드 입학사정에서 각 인종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것일까? 결과적으로 보면 아시안 학생들의 입학사정 평점이 가장 낮아 합격률이 최저를 기록했지만, 하버드대가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아시안 학생들은 학교성적뿐만 아니라 과외활동에서도 백인 학생들을 앞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하버드대 10대 사정항목

하버드대는 재판 과정에서 2000 클래스부터 2019 클래스까지의 입학사정 정보를 SFFA측에 건넸다.

SFFA측이 이 정보를 검토한 결과 하버드대의 입학사정 기준이 10가지 항목이라는 점이 처음으로 밝혀졌고, 지원자들에 대한 항목별 평가결과도 드러났다. SFFA는 이 방대한 자료를 듀크대 경제학과 피터 아키디아코너 교수에게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듀크대는 아이비리그 대학은 아니지만 동부의 명문 사립대로 그동안 하버드대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아키디아코노 교수가 원고측 전문가로 나설 경우 학교측으로부터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원고측의 의뢰를 마다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하버드대가 입학사정에서 고려하는 10개 항목은 SAT1과 SAT2, 동문개인평가, 동문집단 평가, 가이던스평가, 교사평가1, 교사평가2, 개인인성평가, 과외활동평가, 고교성적평가로 밝혀졌다. 아시안 학생들은 10개 항목 중 SAT1과 SAT2, 동문집단평가, 교사평가1, 과외활동평가, 고교성적평가 등 5개 항목에서 백인 학생들을 압도했다.

분석 결과

구체적으로 아시안 학생은 고교 성적평가 3등급 이상이 60.21%에 달한 반면, 백인은 45.29%에 불과했다. 과외활동평가에서도 3등급 이상은 아시안 학생이 28%인 반면 백인은 24%에 그쳤고, 교사평가1에서도 3등급 이상은 아시안이 31.49%인 반면, 백인은 31.31%였다. 동문집단평가 3등급 이상도 아시안 학생이 51.14%인 반면 백인은 46.65%로 아시안 학생이 더 우수했다.

특히 학교성적 최상위 등급인 10등급 이상의 아시안 지원자 비율은 17.92%로 백인 8.6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성적 10등급 이상 중 아시안 학생 합격률은 12.69%에 불과했고, 백인 학생 합격률은 15.27%로 아시안보다 월등히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다섯 항목에서 아시안 학생들이 어떤 평가를 받은 것일까? 교사평가2에서 3등급 이상은 아시안 학생이 32.16%인 반면 백인이 32.98%, 가이던스 카운셀러평가 3등급 이상은 아시안 학생이 26.17%인 반면 백인은 26.62%, 동문개인평가 3등급 이상은 아시안 학생이 62.25%인 반면 백인은 63.13%를 기록하여 백인 학생이 1%도 안 되는 근소한 차이로 아시안 학생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인성평가 최저

오직 단 하나 개인인성평가에서만 3등급 이상 백인 학생이 21.27%인 반면 아시안 학생이 17.64%로 백인보다 4% 가량 낮은 것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인성평가는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힘들어 지극히 자의적일 수 밖에 없다. 교사평가, 가이던스 카운셀러 평가, 동문개인평가 등도 자의적일 가능성이 크지만, 아시안 학생과 백인 학생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개인인성평가 1개 항목에서만 아시안 학생이 백인 학생에게 뒤지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아시안계 일각에서 과외활동평가 등에서 아시안이 백인에게 밀린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학교성적뿐만 아니라 과외활동평가에서도 아시안 학생이 훨씬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식 사정항목 5가지

그렇다면 아시안 학생이 이렇게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왜 합격률이 낮은 것일까? 입학사정 10대 항목 외에 다른 요인이 고려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하버드대학은 지원자들에게 대략 36개 문항의 질문에 답하도록 요구하지만, 비공식적으로 5가지 요소를 더 고려햐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 인종이 무엇이냐, 둘째 부모가 하버드대나 레드클리프를 나왔느냐, 셋째 하버드대학에 기부를 했느냐, 넷째 하버드대 교직원의 자녀인가, 다섯째 체육특기생인가 하는 점이다. 인종과 동문여부, 그리고 기부여부가 입학사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점이 개인인성평가 점수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수저들 위한 Z리스트

바로 이같은 비공식 입학사정 요인을 바탕으로 유예결정(Defer) 리스트, 이른바 ‘Z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예결정이란 당초 지원한 학과가 아니라 다른 과로 입학을 시키거나 입학은 허가하되 1년 뒤에 입학하게 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 Z리스트로 입학하는 학생이 50~60명에 달했다. Z리스트는 이른바 금수저를 위한 특혜입학 리스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 특혜입학에도 최소 4가지 이상의 범주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째는 동문자녀 특례입학이다. 하버드대는 동문자녀를 뽑지 않을 경우 동문들이 기부를 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동문자녀를 특례입학시킨다고 말했다. 둘째는 학장 및 국장 추천 특례입학이다. 이 대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셋째 교직원자녀 특례입학이다. 하버드대 교수나 직원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인데, 그 이유가 걸작이다. 교직원자녀가 다른 대학에서 특혜를 받을 경우, 교수 등이 그 학교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특혜를 준다고 답했다. 넷째는 체육특기생 특례입학인데, 하버드대는 스포츠를 통해 학생과 동문을 결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체육특기생에 특혜를 준다고 답했다.

아시안 학생 할만큼 했다. 이제 부모가 나서야 할 때

하버드대 아시안 학생 입학차별 소송은 아시안 대 아이비리그대학 및 유명 사립대의 싸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예일대, MIT, 프린스턴, 스탠포드, 펜실베니아대, 콜롬비아, 코넬, 다트머스, 듀크, 에모리, 조지워싱턴, 존스홉킨스, 반더빌트,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등이 인종차별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만약 하버드대가 질 경우 자신들의 대학도 소송에 직면할 것을 의식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하버드대가 승리하도록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측 변호인단의 대표 변호사는 ‘윌리엄 리’라는 중국계 변호사로 밝혀졌다. 지적재산권 문제 전문가로 애플대 삼성 소송에서 애플측을 변호하기도 한 윌리엄 리는 하버드대 출신이다. 하버드대가 아시안 차별 소송에서 보란듯이 아시안 변호사를 내세워 아시안 차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연방법무부는 SFFA의 주장이 타당하며 하버드측의 기각 요청은 근거가 없다며 원고측을 지지하는 이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불꽃튀는 소송 과정을 통해 명백히 밝혀진 것이 있다. 아시안 학생들은 성적뿐만 아니라 과외활동평가에서도 백인 학생을 압도했다. 사실상 이제 아시안 학생들은 더 노력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아시안 학생들이 할 만큼 했음이 명백히 입증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부모들의 몫이다. 우리 자식들에게 가해진 불평등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 그것이 미국땅에 사는 아시아계 부모들의 마지막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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