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스미스가 대법원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Jezebel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지난 6월에 연방 대법원의 회기가 마무리되면서 주요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우리 한인들과도 직접 관련되는 주요한 판결들을 요약 정리해 드리고자 한다.

학자금 융자 탕감 위헌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 3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융자 탕감 정책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요지는 바이든 정부의 학자금 융자 탕감 정책이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4천만명 이상의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대한 정책 결정(major policy decisions)’에 해당하기 때문에 행정부에서 단독으로 결정해 집행할 수 없고, 의회에서 법안을 검토하고 통과시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그동안 학자금 탕감 소식에 기뻐하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허탈감에 빠진 것은 물론, 당장 융자금 전액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난 2020년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융자금 상환 일시중지 조치도 10월부터 재개되며, 9월부터는 융자금에 대한 이자가 붙게 된다. 만약 10월부터 융자금 상환을 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하게 되고, 신용등급이 떨어져 향후 은행 융자 등을 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먼저 기존 소득기반 상환 프로그램 ‘REPAYE’(Revised Pay As You Earn)를 수정한 ‘SAVE’(Saving on a Valuable Education) 플랜을 발표했다. SAVE 플랜은 연방빈곤선의 225%를 웃도는 소득의 5%까지 갚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대출 잔액이 1만 2,000달러 이하인 경우 10년만 갚으면 잔액이 탕감된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어도 최대 12개월간 ‘온 램프’ 기간을 두고, 연체하더라도 크레딧 리포팅 에이전시에 알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학자금 융자가 남은 분들은 웹사이트(studentaid.gov)에서 자신의 연락처를 업데이트해 청구서와 납부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공공부문 종사자라면 공공서비스 부채 탕감(PSLF) 기준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만약 월 상환액을 줄이고 싶다면 소득기반 상환 계획을 신청하면 된다.

일요일 근무 VS 종교의 자유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일요일 근무를 거부한 우체국 직원의 종교적 자유를 법적으로 보호해주었다. 이 판결은 연방대법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전국적으로 근로자의 종교적 권리 행사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특히 직업과 신앙 사이에서 한 가지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제럴드 그로프는 기독교인으로서 일요일에는 기도하고 안식을 취하는 삶을 추구했다. 그는 2012년에 연방우체국(USPS) 직원이 되었는데, 우체국이 아마존과 제휴하면서 일요일에도 배달을 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그는 일요일 근무를 피하기 위해 한적한 시골 우체국으로 전근을 갔지만, 그곳에서도 일요일 배달이 시작되자 그는 다른 요일에 교대 근무를 하는 대신 일요일 근무 면제를 요청했다. 경영진은 처음에 그의 요청을 수용했지만 나중에는 수용을 중단하였고, 일요일 근무 거부를 이유로 그를 징계했다. 그로프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며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1964년 민권법을 근거로 우체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자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일요일 근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Getty Images

그는 소장에서 “주일을 지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해고 위협으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며 “일요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종교적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연방우체국은 그로프의 일요일 근무 거부로 다른 직원들의 사기 저하, 업무 부담 가중, 부정적 분위기 등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종교적 편의 제공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이나 적대감이 합리화되고 고용주에게 방어수단으로 쓰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참고로 이번 판결은 직원이 최소 15명 이상인 모든 업체에 적용된다.

성소수자의 권리 VS 종교의 자유
대법원은 성소수자의 권리와 종교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또 하나의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커플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다시 말해 성소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더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콜로라도에 사는 로리 스미스는 결혼 전문 웹 디자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독교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했다. 그런데 콜로라도주 법에는 일반 사업장에서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시 처벌받는 조항이 있었다. 그래서 동성 커플의 웨딩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제빵사 잭 필립스가 고소를 당해 7년간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에 로리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지만, 서비스를 거부할 경우 주 법에 따라 벌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게 된다. 콜로라도주 법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에 따라 콜로라도주는 로리 스미스에게 그녀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여 동성 커플에게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