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일련의 과정이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다. ©KOREAN LIFE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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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변화
2024년이 밝아오고 우리는 또 다시 시작점에 선다. 1월에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은 운동기구이고, 제일 많이 읽는 성경은 통독표 처음에 등장하는 창세기다. 하지만 우리가 해마다 결심하는 긍정적인 변화들은 첫 달이 지나기 전에 벌써 흐지부지된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삶의 변화들을 지속할 수 있을까?
제프리 코틀러(Jeffrey Kottler)는 <지속적인 변화 이룩하기(Making Changes Last)>라는 저서에서 변화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하는지가 변화를 유지시키는 척도다.

얼마나 진지한가
많은 사람들이 부부나 자녀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원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말하는 방식을 바꾸려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변화는 지속되지 않는다.
예전에 소통에 관한 세미나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가족에게 칭찬을 하라는데, 도저히 칭찬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아요. 게을러 빠지고 지저분한데 도대체 어떻게 칭찬을 하라는 건가요?”
게을러 보이는 사람은 대부분 성격이 까다롭지 않고 털털하다. 급할 게 없고 서글서글하다. 칭찬을 하려고 들면 ‘언제나’ 칭찬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칭찬하기를 실천하려면 마음의 작정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생각을 뒤집어 보고, 고운 눈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굳은 마음으로 작심하지 않으면 세상 어려운 것이 바로 가족을 칭찬하는 일이다.

할 수 있다고 믿는가
변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이다.
자신의 삶이 너무 외롭다고 호소하는 분을 상담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분에게 본인이 먼저 사랑을 표현해 보도록 제안했다. 그러자 그분은 자신이 사랑을 받거나 무조건적인 수용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부모나 친구에게 사랑 받아본 적이 없어서 사랑을 주는 일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원래 성격이 무뚝뚝해서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자신이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먼저 다가가는 것은 못한다고 선을 긋는다.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실제로도 불가능하다.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거듭 강조하신다.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 (민 14:28)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가
변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실패를 다루는 태도이다. 우리가 굳은 결심을 하고 최선을 다해도 때때로 실패를 겪는다. 올해는 술은 끊겠다고 수없이 다짐해도 또 다시 유혹에 넘어간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일주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살을 빼려고 해도 체중계에 변화가 없으면 확 놓아버린다. 중독을 다룰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재발(relapse)이 일어날 때이다.
우리는 마음먹은 변화가 지속되지 않으면 다 포기해 버리곤 한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실패에 직면하고 언제, 어디서, 왜 실패했는지 되돌아볼 때, 실패는 성공을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다. 술병을 다시 집어 든 순간에 어떤 스트레스가 작용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유혹이 된 시간과 장소는 어땠는지 꼼꼼히 되짚어야 한다. 휴대폰 중독, 음식 중독, 반복되는 가족 간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그런 요인들을 줄여가고 피해갈 방법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술을 마셔야 잠이 드는 습관을 깨려면 미리 낮에 몸을 최대한 피곤하게 만들어야 한다. 밤새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생활이 후회된다면, 다른 건강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자꾸 욕을 하는 습관이 문제가 된다면 욕 대신 감사, 칭찬, 긍정적인 말들을 생각하고 연습할 수 있다. 피곤할 때 가족들에게 짜증을 낸다면, 내가 덜 피곤하도록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문제행동으로 이어지는 원인을 피하고, 문제행동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행동들을 강구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절반의 성공
실패한 후에 좀 더 빨리, 좀 더 미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것은 절반의 실패이자 동시에 절반의 성공이 된다. 작년에는 2주만에 완전히 집어치운 운동을 올해는 한 달 쉬고 다시 시작했다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맨날 창세기에서 멈춘 성경통독을 올해는 선지서까지 나갔다면 정말 잘한 일이다. 짜증내고 욕하는 횟수보다 주님께 나아가 기도하는 시간이 늘고 빨라졌다면 삶의 질은 분명히 달라진다.
실패의 기간이 줄어들었다면 그만큼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의미다. 넘어진 다음 일어나는 시간이 빨라졌다면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칭찬할 만한 일이다. 실패한 후에도 다시 일어나는 작은 성공들을 축하하며 살다보면 우리 삶은 생각보다 감사하고 기뻐할 일이 많다. 칭찬할 일이 많아진다.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감사와 기쁨, 칭찬이 점점 늘어가는 올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