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불안과 건강한 대안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며, 도전에 맞서 한 걸음 더 성장하도록 이끈다. ©KOREAN LIFE
심연희
NOBTS 겸임교수
Life Plus Family Center 공동대표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RTP지구촌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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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코드, 불안
기록적인 폭염이 전 세계를 뒤덮어 수백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미국의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거라고 한다. 기업들이 올해 최대규모로 정리해고를 단행한다고 한다. 아는 지인이 암에 걸려서 살던 집과 평생 모은 저축액을 모두 날렸다고 한다.
우리가 이처럼 다양한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형성되는 불안감은 어떤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염된다. 특히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아시안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에 대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피부로 느끼곤 했다.
불안감은 우리의 일상을 위축시킨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비난의 대상을 찾기도 하고,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과 반응을 보인다. 만약 역대급 허리케인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켓의 생필품 코너는 하루만에 텅텅 비게 될 것이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린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이 강렬한 불안감의 소용돌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까?

불안은 정상적 감정
맨 먼저 불안감의 원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안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삶이 위협을 받는 것이다. 전쟁, 이상 기후, 질병, 낯선 환경과 변화 등 우리 삶의 안정감을 흔드는 실제적인 요소들이 불안의 원인이 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총성이 들리는 동네에서 산다든지, 시험을 앞둔 직전이라든지, 암검진 결과를 기다린다든지 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불안감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감정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불안감 덕분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인가를 성취하려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그 불안감을 애써 무시하거나 억지로 잊어버리려고 하면 꼭 물 속에 집어 넣은 공처럼 엉뚱한 데로 튕겨 나오게 된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땀이 나고 숨이 안 쉬어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혹은 불안감에 완전히 사로잡혀 두려움에 압도되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불안감의 쓰나미에 휩쓸려 삶의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감에서 도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을 차분히 마주하고 들여다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느끼는 불안감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비합리적인지 수준인지 판단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불안감 자체를 인정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불안의 실체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그 감정의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나에게 소리 지르고 때리던 아버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면 ‘괜히’ 불안해진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잘 자라 왔으면서, 자기 아이는 사소한 문제만 있어도 당장 어떻게 될까봐 ‘괜한’ 걱정을 한다. 또한 지금의 남친, 여친과 헤어지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텐데, 헤어지면 어쩌나 ‘미리’ 걱정을 하면서 되려 사이가 안 좋아지고 싸움이 난다. 이처럼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괜한 걱정을 붙들고 혼자 불안해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건강한 대처방안
자신이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에는 건강한 대처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불안감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시험 공부를 하는 것이다. 발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발표 준비를 열심히 해야 불안이 누그러진다. 서류 제출 마감기한 때문에 불안하다면 빨리 서류 작성을 시작해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시간에 쫓긴다면 효과적인 시간관리 체계를 갖추고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것이 불안감에 대처하는 건강한 방법이다.

불안의 힘
불안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적당한 불안과 건강한 대책은 건강한 삶으로 이어진다. 신종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한 건강한 대책은 무엇일까? 손을 열심히 씻는다. 건강한 음식과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인다. 신체적 증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잠재적 위험에 빨리 대응한다. 이처럼 적당한 불안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지켜준다.
또한 적당한 불안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그동안 삶의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이겨냈던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힘든 일을 겪으며 나름 잘 대처해왔다. 코로나라는 엄청난 위기를 겪으면서 인간은 백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에 적응하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역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쓰러져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능력이 있다는 자각과 믿음이 오늘을 다시 시작하고 열심히 살아가게 한다. 지금의 직장에서 잘리면 어떻게 될까? 다른 직장을 구할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어떻게 할까? 기회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든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힘든 일을 겪겠지만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잘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하고 또한 지혜롭다.
마지막으로 불안에 잘 대처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상황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불안감은 우리가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반복적으로 가르친다. 때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럴 때는 하나님의 손에 맡겨 드리는 것이 최선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끝이 하나님이 아니라면 불안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어려운 일을 만나겠지만 하나님과 함께 걸을 때 넉넉히 이길 수 있다. 그래서 불안은 우리를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게 하는 도구가 된다. 우리를 밀어가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