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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장석주
(1955~ ) 충남 논산 출생.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출판기획자, 대학교수, 방송진행자.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동아일보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시인과 문학평론가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시집『오랫동안 』과, 산문집『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고독의 권유』등이 있다.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 수상.

▶ 시 해설
가을입니다.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대추가 빨갛게 잘 익었습니다. 여러분은 붉게 잘 익은 대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시인은 우리와는 좀 다른 생각을 합니다. 대추 색깔이 어찌 저렇게 붉어졌을까, 대추 모양이 어떻게 저리 매끈하니 둥글어졌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추가 저절로, 저 혼자서 저렇게 붉어지고 둥글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곰곰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시인은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합니다. 태풍, 천둥, 벼락, 번개가 대추를 붉게 만들고, 무서리, 땡볕, 초승달이 대추를 둥글게 만들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대추나무는 기다림 속에 꽃이 피었다 지고, 여름을 지나 대추 열매로 여물었습니다. 붉고 둥글어지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견뎌내고 마침내 ‘세상과 통’하였습니다.

어디 대추뿐이겠습니까. 세상 만물이 다 그럴 것입니다. 우리 인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기다림 속에, 천둥 번개와 태풍, 땡볕과 무서리 속에 익어가고, 둥글어지며 삶의 끝자락에 잘 익은 대추 한 알로 남기를 바래 봅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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