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과 미래 사회의 모습 ©Hyundai

자율주행보다 자율비행이 더 빨리 상용화될 것, 2024년부터 서비스 시작

2035년이면 Km당 요금 500원, 2차 전지와 우주인터넷 등 관련 분야 동반 성장 전망

현대자동차가 우버(Uber Elevate)와 함께 손잡고 만든 5인승 에어택시 S-A1의 모습 ©Hyundai

UAM, 2천조원 시장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UAM이 교통 혼잡과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으며, 2040년 세계 UAM 시장 규모는 약 1조 5천억 달러(한화 2천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토요타는 전체 투자금의 67%를 UAM의 선두주자인 조비(Joby Aviation)에 투자했고,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도 미래에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50%, UAM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전세계 자동차 회사, 항공기 회사, 건설사 등이 이 분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UAM이란 무엇인가?
UAM은 Urban Air Mobility의 약자로 도심에 이착륙할 수 있는 에어택시 또는 화물수송기를 말한다. 쉽게 말해 택시처럼 허가를 받은 운송사업자가 하늘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나르는 신개념 운송 시스템이다. 넓은 의미로 보자면, 단순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항공기 자체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 운영 시스템 등 전반적인 항공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진정한 모빌리티 혁명은 전기차가 아닌 UAM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고, 거기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자율주행 전기차를 이용해도 우리의 이동 시간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UAM은 우리의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발중인 에어택시의 평균시속은 약 300km로 UAM 서비스 노선 평균거리인 40~80km 거리를 약 5~7분만에 이동할 수 있고, 항속거리는 250km 정도이다. 따라서 시내에서 10km 이내의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동차가 더 빠르지만, 25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할 때는 에어택시가 훨씬 빠르다.
또한 100% 전기 배터리로 추진되는 항공기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도 없고, 소음도 기존 헬리콥터에 비해 100배나 더 조용하다. 전기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품 수도 적고 구조가 단순해 기체 가격, 유지 비용도 기존 헬리콥터보다 4배나 싸다. 나아가 전기 에너지로 여러 개의 추진체가 독립적인 구동을 하기 때문에 기존 헬리콥터에 비해 안전하며, 지상과 달리 하늘은 이미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자율비행 기술을 적용하기도 훨씬 유리하다. 지상은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기까지 많은 변수가 있지만, 하늘은 지금도 허가받은 비행기나 헬기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UAM 서비스는 오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넒어지는 생활 반경, 낮아지는 주거 비용
UAM 산업은 도시를 더 크게 확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2025년부터 도입되는 UAM 노선은 서울 도심 지역과 인천/김포공항을 오가는 2개의 공항셔틀 노선인데 요금은 km당 3,000원 수준으로 인천공항에서 잠실까지 20분에 약 15만원 정도다. 그런데 2030년에는 운항 노선이 20개 이상으로 늘어나며 km당 요금이 2,000원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서울 근교의 전원주택 단지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35년부터는 UAM 노선이 200개 이상으로 늘어나고 택시처럼 승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으며, km당 요금이 500원 수준으로 내려가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사람들이 굳이 비싼 도시에 거주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도심 외곽에 살며 출퇴근을 하거나,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며 서울의 병원에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경치 좋은 시골의 카페나 맛집, 지역 축제, 여행 등을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어 전국이 1일생활권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UAM을 활용한 항공관광 상품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랜드 캐년 헬리콥터 투어는 1인당 10분에 15만원인데, 에어택시가 상용화되면 4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UAM의 상용화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UAM 인프라 선점 경쟁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UAM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직이착륙 비행장 시설이 필요한데, 이를 버티포트라고 부른다(Vertical Flight + Port = Vertiport). 버티포트 건설 사업은 부지확보, 설계, 시공 등의 건설 역량과 더불어 교통관리 시스템 개발, 승객 터미널, 보안검색, 에너지 생산, 저장, 소비 최적화 등의 역량이 총집중되는 만큼 각 건설사들이 미래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버티포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최소한 이착륙 시설(FATO, Final Approach and Take Off Area) 2개와 주기장 5개가 필요한데, 그 크기가 축구장 정도의 면적이다. 도심의 고층 빌딩 옥상에 이 정도의 공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기차역이나 철도 위 혹은 고속도로 위에 버티포트를 건설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기차역은 사용자들의 접근성이 좋고, 수요가 증가할 경우 시설을 확장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LA, 휴스턴, 올랜도 등을 포함한 여러 도시들이 에어택시 정류장을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Hyundai

미국에서는 주차장 건물을 활용해 버티포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리프(Leaf)는 북미 지역에 5,000여 개의 주차장 건물을 보유한 기업인데, UAM 기업인 조비(Joby Aviation)와 아처(Archer Aviation)가 리프와 버티포트 구축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이다. 주차장 건물을 버티포트로 전환할 경우 그 시너지가 훨씬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작은 규모의 버티포트 외에 규모가 크고 에어택시의 이착륙 기능뿐만 아니라 충전 및 기체 관리 기능까지 갖춘 곳을 버티허브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한화시스템과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에 버티허브를 준비하고 있다.

김포공항에 건설 예정인 도심 최초 UAM 버티허브, Project N.E.S.T. 조감도 ©한국공항공사

미국의 경우 전국에 약 5,000개의 공항이 있는데, 그 중 약 30개의 공항이 전체 승객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로컬 공항의 이용률은 매우 저조한 편이다. 따라서 이런 로컬 공항 시설을 활용하면 수직이착륙기인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Landing)과 짧은 활주로가 필요한 eSTOL(eletric Short-Take-Off Landing) 에어택시를 적절히 활용해 승객과 화물 운송 시스템을 원활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불황의 돌파구로 UAM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롯데건설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계열사 점포 옥상을 버티포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리고 한국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파리공항공단 초청을 받아 지난 2022년 ‘유럽 첨단 항공 모빌리티 실증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프랑스가 2024년 파리올림픽에 맞춰 UAM 2개 노선을 시범 운영하기 위해 마련된 유럽 최초의 UAM 실증 행사였다.

UAM과 동반 성장할 산업, 2차전지와 우주인터넷
UAM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전기차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기차보다 배터리 용량도 크고 모터의 토크 밀도나 출력도 강하지만 무게는 더 가벼운 에어택시 개발이 가능해졌다. 또한 자동차의 자율주행이나 UAM의 자율비행에 관한 기술도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동반 성장할 산업이다.
UAM이 초기에는 조종사가 탑승해 운행을 하지만, 곧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원격조종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AI가 컴퓨터로 조종하는 자율비행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우주인터넷 시스템이다.
우주인터넷이란 저궤도 위성통신을 말하는데, 지구의 저궤도(약 500~2000km)에 수천 개의 위성을 띄워 전 세계 어디서나 안정적인 초고속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주인터넷은 자율주행과 자율비행을 위한 핵심적인 통신 인프라로 활용될 것이다. ©한화시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통신 인프라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4G, 5G 등의 지상 통신망이다. 그런데 지상 통신망은 빠르고 안정적인 반면,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면 스마트폰 통신이 끊어진다. 또 다른 하나는 정지궤도 위성통신이다. 이는 지상 35,786km의 정지궤도에 위성을 띄워 통신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신 속도가 느리고 지연 시간이 길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UAM 자율비행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저궤도 위성통신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새로 구축될 우주인터넷은 6G 시대의 핵심적인 통신 인프라로 활용될 것이다.
모건 스탠리가 2040년 세계 민간 우주 시장 규모가 약 1,2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 중 절반 가량인 670조원이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인 우주인터넷 시장의 규모이다.
현재 우주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아마존의 카이퍼, 영국의 원웹(OneWeb), 유럽연합, 중국의 톈빙기술 등이 있다. 시장의 선두주자인 스페이스X는 현재 3,500여 개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53개국에서 150만명의 이용자들에게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있다.
UAM 산업에서 에어택시 항공기 생산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지만, 항공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대량 생산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항공기가 정밀기계이다보니 부품 수가 자동차의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주로 기존의 항공기 및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자신들의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슈퍼널(Supernal)과 우버, 그리고 한국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이 미국 방산기업 카렘(Karem Aircraft)과 함께 설립한 오버에어(Overair)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12개 정도의 기업이 이 분야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향후 인수합병을 통해 5개 정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현재 항공기 인증을 해주는 곳은 미국 FAA(미연방항공청), 유럽연합 EASA(유럽연합항공안전청), 중국 CAA(중국민용항공국), 한국의 국토교통부 등이다.

UAM에 투자하고 싶다면 이에 대한 책도 읽어보자. ©경향BP

UAM 산업이 가시화되면서 부동산도 기존의 역세권 대신 항세권이 주목받고 있다. 버티포트 주변으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에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이나,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UAM 산업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한다.

정경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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