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공지능 변호사 ROSS ©steemit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지난 호에서는 의료 영역의 자동화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법조계에 어떤 4차 산업혁
명 바람이 불고 있는지 살펴보자.

10년 전까지만 해도 법조계에서 컴퓨터 기술 사용은 문서관리 정도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고
객들이 수임료를 꼬박꼬박 내는 한 변호사들에게 컴퓨터 기술을 도입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의 한 분야인 Machine Learning을 통해 학습하는 컴퓨터 기술이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법조계에도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 근원지는 이런 최신 기술에 민감한 고객들의 용역 시간 단축 및 시간당 수수료 인하 요구, 그리고 이 분야의 혁신적인 기업가(entrepreneur)들이다.

인공지능 변호사

지난 6월 칼럼에서 ‘인공지능 변호사’의 등장을 언급했을 때, 독자들 중에는 실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변호사’를 연상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법률회사 베이커와 호스테틀러(Baker & Hostetler)가 IBM의 인공지능기술 WATSON에 기반을 둔 ROSS와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을 때, 워싱턴 포스트나 포브스 같은 주요 매체들이 인공지능 변호사가 등장했다고 들뜬 기사들을 쏟아 냈었다.

하지만 내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변호사’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좀 이른 감이있다. 이 서비스의 핵심 내용은 법률문서 검색, 검토, 분석 등으로 변호사가 하는 일 중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이터를 다루는 부분으로 국한되어 있다. 실제 법정에서 고객을 위해 변호하는 로봇 변호사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법률 + 기술 = LegalTech

ROSS 이후 40개 이상의 법률기술 회사들이 생겨나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시장에 내
놓고 있다. 변호사 업무는 일단 깊은 전문지식과 훈련을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소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들을 숙지해야 하고,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방대한 문서를 주어진 시일 안에 다 소화해야한다. 또한 과거의 비슷한 판례들도모두 검토해야 한다. 이에 더해 담당판사의 성향 파악도 소송결과를 유리하게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 점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지적재산권 소송의 경우 이와 관련된 업무량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출시된 인공지능 법률 서비스는 인간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변호사 또는 일반인들
에게 효율적이고 편리한 도구(tool)로서의 역할을 한다. 지난 호에서 살펴본 의료계의 인공지능이 의사의진료와 환자를 돕는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폰 시대의 법률 서비스

인력거에서 자동차로 발전하면서 인간이 하던 힘든 노동을 기계로 대체했듯이, 변호사나 판사가 해오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루한 지식노동을 점점 컴퓨터로 대체해 가는 추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앞으로의 법률서비스 변화를 어렴풋이 예견할 수 있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마치 우리
의 개인비서처럼 여러 가지 요긴한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런 서비스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이 인간 비서를 대체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인간 비서를 고용해 업무를 처리한다. 반면 개인비서를 고용할 여건이 안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업무를 처리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때 변호사를 고용할 여력이 있거나 혹은 변호사
에게 투자한 비용 이상의 보상이 담보되지 않는 한, 많은 사람들은 변호사를 고용하는 대신 자신이 직접 일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해결하지 않는 선택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가 수행하는 법률 업무가 점점 확대되면서 인간 변호사의 도움 없이 컴퓨터 법률 서
비스만으로 해결되는 법률 문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개인비서로 자리잡은 스마트폰으로부터 추가 비용 없이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의 변호사 업무 분야

1. 사실관계 사전 확인 작업
(Due diligence)

소송 변호사가 법률 문서에 적시된 사실들을 검토하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컴퓨터가 방대한 문서를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검색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돕는다 . 예를 들어 부동산 계약서의 경우, 등기부
(deeds of trust)를 온라인으로 열람하여 대상 부동산이 저당이 잡혀 있는지 확인한다. 등기부의 온라인 검색이 실현되기 전에는 이 간단한 작업도 변호사가 직접 등기소에 가서 문서를 떼어 봐야 했으므로 시간이 좀 걸렸다. 온라인 검색이 실현된 후에는 시간이 훨씬 빨라졌지만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과 인건비가 들었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컴퓨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느 때나 이 일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인건비를 부과하지 않는다.

2. 판결 결과 예측 기술
(Prediction technology)

소송 결과 예측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변호사는 소송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능하
면 정확한 결과 예측을 고객에게 알려줘야 고객이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를 결정할 수 있다. 보통 판례를 검색해서 가장 비슷한 판례들을 찾아내 분석하고 소송과 판례를 둘러싼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환경, 그리고 담당 판사의 성향까지 분석해야 좀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

이 방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대개 완벽하지 않은 검색과 분석을 토대로 결과를 예측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컴퓨터의 문서 검색과 분석 기능은 인간과 비교가 무의미 할 정도로 빠르다. 결과 예측의 정확성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인간 변호사의 평균보다 높고 또한 계속 향상되고 있다.

3. 법률 문서 작성
(Document automation)

법률회사들은 각각의 법률 문서를 처음부터 작성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템플릿을 이용해 최소한의 입력으로 간편하게 작성해왔다. Legal Zoom과 같은 회사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온라인 법률 문서 작성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이런 문서 작성이 더 정확하고 쉬워지고 있다.

4. 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세계 거대 기업들간의 특허 분쟁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특히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 친숙하다. 소프트웨어 관련 특허 소송은 매우 복잡하다고 알려져 있고, 그 복잡성과 관련 자료의 방대함은 갈수록 심화되어 인공지능의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여러 법률 관련 업무 분야에 특화된 법률기술 기업들 ©TOPBOTS

흥미로운 법률기술 기업들

부당한 벌금? DoNotPay

영국의 18살 학생 프로그래머 조수아 브라우더(Joshua Browder)가 2015년에 DoNotPay라는 이름으로 주차위반 티켓 질의 봇(parking ticket bot)을 개발했다. 무료인 이채팅 봇(bot) 웹사이트는 1년 동안 16만 개의 주차위반 티켓을 무효화시켜 사용자들이 3백만불에 해당하는 주차위반 과태료를 물지 않아도 되었다. 이 사이트는 또한 과태료 보험 청구서 작성을 도와주고 있다.

Case Cruncher Alpha

Case Crunch는 영국 캠브리지 법대생들이 시험삼아 만들어본 인공지능 사례 분석 프로그램인데, 런
던의 손꼽히는 법률회사 변호사들 100명과 겨뤄서 정확도 86.6% 대 66.3%로 이기면서 창업되었다. 인간 변호사 100명과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주어진 과제는 수백 개의 지불보증보험 판매오류 사례를 분석해 금융 옴부즈맨이 청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예측하는 일이었다. 이 인공지능 사례 분석 프로그램은 위의 DoNotPay처럼 인공지능이 뒷받침된 질의응답 대화봇(chat bot)이다.

인공지능 판사

재판의 공정성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적인 판결이 언론에 종종 보
도되면서 시민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판사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자기도 모르게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는 인간 판사 대신 인공지능에게 그 동안의 판례를 학습시켜 판사 업무를 맡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원에서 피고의 보석금 산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 AP

그러나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법전과 판례 외에도 상식이나 윤리 그리고 여러 가지 정황과 사회적 환
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재판을 담당하기까지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판사가 하는 일 중에서 비교적 간단한 일들은 이미 인공지능이 담당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 법원에는 보석금(bail) 제도가 있다. 재판이 보통 수주일 내지 수개월 후에 열리기 때문에 재판날까지 피고가 수감되어야 하는 경우 피고가 보석금을 내면 재판날까지 수감되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재판일에 맞춰 피고가 돌아오면 보석금은 돌려준다. 이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서 각 피고가 ‘포기하기에는 너무 큰’ 적정한 수준의 보석금을 정하는데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법원이 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복잡한 인간 사회의 한 단면인 법률 영역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는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에 의한 창작에 대해서 알아보자.

칼럼에 대한 회신은 munjo.yu@gmail.
com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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