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 : 중앙 집중에서 P2P로 혁신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유문조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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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의 핵심인 인공지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심화되는 정보와 부의 집중

자본주의는 태생부터 공장과 같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과 그들에게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들도 나뉘어졌고, 부와 권련이 자본가들에게 집중되었다. 3차 산업혁명 이후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반 서민의 연봉은 70년대에 비해서 실질적으로 9% 가량 하락한 반면, CEO들의 연봉은 30배 이상 뛰었고, 대자본가들의 자본수입은 그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세계 최고 부자 8명이 세계 하위 인구 절반이 가진 재산보다 더 많이 가진 기막힌 현실이 초래되었다.

이런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 시대에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의 유물인 중앙 집중적인 조직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보험회사, 의료정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정보와 데이터가 소수의 회사들에 집중됨으로써 승자독식이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심각한 정보 소유의 비대칭으로 디지털 경제의 풍요를 극소수가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 집중에 따른 폐해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적십자(Red Cross)는 총 5억 달러가 넘는 성금을 받았다. 그런데 이 중 25%가 조직 운영비로 사용됨으로써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쉽게 말해 중개인이 중간에서 이득을 가로채는 것인데, 이는 정보를 독점한 모든 중개인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혐의로 곤경에 빠진 페이스북이나, 기존 업계의 지층을 파괴하고 성공한 Airbnb, Uber, Ebay 등은 사용자들의 핵심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부를 축적했다. 은행들도 고객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번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국세청 감사를 받게 되어 은행에 그 동안의 계좌 거래내역을 요청하면 종종 터무니없는 비용을 요구한다. 계좌 거래 내역은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소유인데도 은행이 가지고 있는 내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중개인인 은행이 내 정보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는 중남미 등 가난한 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본국의 가족들에게 송금 하는 총 액수가 5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Western Union과 같은 국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수수료가 무려 10%까지 붙는다. 송금이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주일이나 걸린다.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즉시 전송되는 인터넷 시대에 1주일이라니 어처구니없는 불합리이다.

집중된 부의 문제

한 곳으로 집중된 정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집중된 정보는 해커들에겐 꿀단지이다. 지난 2013년 30억개의 Yahoo 계정이 해킹되어 유출되었고, 2017년에는 미국 신용 조회 업체인 Equifax에서 미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억 4천만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었다. 2014년에는 금융 업체인 JP Morgan Chase의 7천 6백만명의 고객정보가 해킹당했다. 올해에는 Marriott International호텔이 가진 5억명의 고객 정보가 해커들에게 도난당했다. 이외에도 수백 건의 사례들이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바람은 양극화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무노동에 의한 생산은 자본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20세기까지의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착취하는 자본가와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힘겨루기를 통해서 경제적 정치적 균형을 잡았다. 그런데 이제 공장들이 자동화되면서 노동자가 없는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고, 노동자들은 착취보다 더 무서운 ‘쓸모 없어짐’에 직면하게 되었다. 20세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노동자들이 부를 창출하는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부의 재분배, 정치적 권리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무기로 싸울 수 있었지만, 21세기에는 해고 통지서가 날아올 뿐이다.

이런 녹록치 않은 미래에 희망의 등불이 하나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는 부당한 부의 집중을 막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개요

블록체인은 경제적 평등, 분배 정의, 개인정보보호, 정보 보안, 선거 제도의 현대화 등 많은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다. 그리고 동시에 신생 기술로서의 과제도 많이 안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모음으로, 블록에 일정 시간 동안 확정된 거래내역을 담는 일종의 금융장부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P2P(peer-to-peer)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정보를 담고 있는 원장(블록체인)을 모든 노드(peer)가 저장 및 업데이트하고 무결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블록체인은 1991년에 처음으로 블록체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소개되었다. 당시 이 논문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08년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개인 혹은 그룹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만들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국가나 은행등 제3자가 신용을 보증했다. 그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은행 같은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인터넷 화폐 개발 노력이 있었지만 돈을 보내고 난 후에는 그 돈을 더 이상 소유해서는 안되는 ‘이중 지출’ 문제를 확실히 풀지 못했었다. 비트코인은 중개인 없이 직접 서로 협력과 암호 기법, 그리고 컴퓨터 코드로 신용을 보장한 블록체인 기술로 ‘이중 지출’ 문제를 처음으로 해결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비트코인(Bitcoin)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암호화페의 한 브랜드이다.

블록체인은 전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양극화에 대한 기술적 대응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공동체적 저항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뿐만 아니라 비지니스, 사회, 그리고 개인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나라에서 미국으로 온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할 때 암호화폐 기반의 국제 송금 업체인 Abra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2%이고, 30분 안에 송금이 완료된다.

블록체인 기술의 이해

블록체인 기술은 일단의 규약(protocol)과 암호화 기법을 사용하여 조작이 불가능한 분산 데이터 공유 기술이다.

1.특징

블록체인은 P2P 기반 분산처리 방식으로 인한 분산성, 누구나 참여 가능한 확장성, 모든 내용에 접근 가능한 투명성 등의 특징을 지닌다. (아래 표 참조)

출처 : 홍승필, 금융권 블록체인 활용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 전자금융과 금융보안 제6호

2.구조 및 동작

블록체인은 이전 블록의 정보(해시 값), 현재의 거래 정보 및 해시 값 등을 포함하여 블록을 생성하므로 블록의 내용을 조작할 수 없으며, 거래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투명하게 관리가 가능하다.

해쉬란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수학적 함수를 사용하여 생성되는 역변환이 불가능한 긴 숫자이다. 이 해쉬를 정보와 생성 시간과 함께 데이터 블럭에 저장한 다음, 새로 생성되는 블록에 체인으로 연결할 때 이 해쉬값도 같이 저장하여 데이터 조작을 방지한다.

3.데이터 암호화

블록에 담겨지는 정보는 수학적으로 증명된 (공개/비밀 키) 암호 알고리즘에 의해서 안전하게 암호화 된다.

4.채굴(mining)

정보를 블럭에 담아 해쉬와 함께 봉인하여 네트웍에 퍼뜨리는 작업. 채굴 작업은 하나의 노드의 독과점 방지를 위해 challenge를 풀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다음 블럭을 채굴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5.승인 방식

참여하는 독립적이고 분산된 컴퓨터들의 51% 이상 찬성을 얻으면 승인되는 집단 승인 방식을 취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웹

지금은 web 2.0시대로 불린다. 읽기만을 목적으로 한 web 1.0에 비해 web 2.0에서는 사용자가 여러가지의 동적 상호작용을 한다. 그런데 소수의 웹 중개인들에게 정보가 집중된다. 이 집중 현상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각 사용자에게로 분산시키려는 방향이 분산 웹이다.

다음 신년 호에서는 11년 후인 2030년, 4차 산업혁명이 많이 진전되었을 때 일상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함께 상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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