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포장하고 받을 사람 이름표까지 이쁘게 달아줍니다. ©스마일 엘리

드디어 크리스마스 쇼핑이 끝났답니다. 시부모님의 선물은 물론이고, 남편의 형제자매, 그리고 조카들 선물까지 구입을 끝내고, 어제 하루종일 집에 앉아 포장지 재단하고, 포장하고, 카드 작성하다보니 하루가 다 갔네요. 휴우~~~

지난 주에 제가 주최한 파티에 모인 미국 친구들이 다들 결혼한 주부들이다보니 관심사도 비슷하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가 크리스마스로 이어졌습니다. 명절이면 한국에서 며느리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집니다만,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명절이 다가오니 며느리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지더라고요. 미국의 며느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들뜨고 설레는 마음과 더불어 부담감도 함께 오더라고요. 그럼, 미국 며느리들의 명절 고민 함께 들어보실까요?

크리스마스 선물 비용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최대의 명절인 만큼, 함께 모여서 식사하고 선물과 카드를 교환하는 가족들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 크리스마스를 위해 가족 개개인의 선물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특히 결혼한 사람의 경우 시댁과 친정 가족들의 선물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다보니 12월 한 달 지출로 가정 경제가 휘청~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11월 땡스기빙을 시작으로 블랙 프라이데이 때부터 시작한 쇼핑이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까지 이어져 가계 지출이 커진 이유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남편의 직장에서 이메일이 한 통 왔는데,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과 크리스마스 쇼핑으로 과다한 지출을 해서 곤란한 상황에 놓인 가정을 위한 대출 상품이 있으니 주저 말고 이용하라는 내용이더라고요.^^;;

선물을 양가 부모님만 챙기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내면 좋겠지만, 자신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조카들이 있다면 조카들의 선물을 절대로 빼놓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미국은 어린이날이 없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은 1년에 자기 생일과 크리스마스 단 2번밖에 없거든요.

한국의 아이들이 명절에 세뱃돈을 얼마나 받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미국의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얼마나 많이 받게 될까에 대한 기대가 있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미리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 리스트를 적게 한다는군요. 그리고 그 리스트에서 부모와 친척들이 선물을 골라서 사줍니다.

형제자매들의 선물 역시 서로 안주고 안 받기로 하면 좋겠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그 나누는 기쁨을 즐기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의미인지라 그럴 수도 없으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온 가족의 선물을 다 챙기게 되는 것이지요. 양가 가족만 챙기는 사람들은 그나마도 다행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경우, 크리스마스를 맞아 따로 그분들의 선물까지 준비한다고 하니 과연 남편 직장에서 대출 상품 안내를 할 만도하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선물 비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떤 가족들은 크리스마스 선물 금액에 제한을 두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20불이 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을 고를 것’ 이런 조건으로 가족들의 선물을 준비하는 거죠.

저도 미국 시댁을 둔 며느리로서 이런 고충에 동감하고, 그나마 한국은 크리스마스를 챙기지 않으니 저로서는 다행인 셈입니다.

선물 고르기

친구들 중 한 명은 모든 가족들에게 Visa 기프트 카드를 선물 상자에 담아 포장해서 보내기 때문에 선물에 대한 고민을 아주 쉽게 해결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것을 선물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물하는 대상이 부모님, 형제자매, 아이들까지 다양한데다 비용도 고려해서 선물을 골라야 하니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닙니다. 저만 해도 선물 때문에 정말 며칠 동안 고민했으니까요. 게다가 아이들 선물은 더더욱 고민스럽더라고요. 저도 올해 선물 고르면서 ‘내년에는 그냥 기프트 카드로 떼워 버릴까보닷!’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시댁쪽 아이들 선물을 뭘 사야할지 모르겠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자 남편이,

“선물 리스트 보내 달라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고민해?”

하더라고요. 역시!!! 저희 시댁 식구들도 아이들에게 선물 리스트를 작성하게 했더군요. 진작에 부탁할 걸 그랬나봐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른 크리스마스 카드들 ©스마일 엘리

카드 고르기

그리고 카드 고르기! 이것 또한 머리 아픈 일 중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수백 종류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출시됩니다. 여기서 디자인이 예쁜 것만 고르면 되느냐? 그게 아니거든요!

카드에는 이미 내용이 쓰여 있는데, 받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그리고 보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집니다. 아주 오글거리는 내용도 있고, 빵 터지게 유머러스한 내용도 있고, 또 아주 심플하게 기본에 충실한 내용의 카드도 있습니다. 받는 사람과 나의 관계를 잘 생각해서 내용을 잘 골라야 합니다. 그래서 카드를 고를 때는 일일이 카드를 열어서 내용을 다 살펴봐야 하는데, 보낼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다 사람에 따라 내용도 다 다른 것을 골라야 하니 카드 고르는 데만도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아, 그리고 선물 비용도 부담이지만 사실 카드 비용도 무시 못할 비용입니다. 저렴한 것은 3불, 빤짝이 좀 붙었다 싶으면 5불~6불, 거기에 입체적인 거 하나 더 붙으면 막 10불까지 갑니다. 똑같은 디자인의 카드를 묶음으로 판매하는 카드 세트도 있긴 하지만, 역시나 가족들에게는 정성을 담은 맞춤형 카드를 더 선호하게 됩니다.

선물 포장과 카드 쓰기

여러분 혹시 선물 포장이 은근히 중노동인 거 아시나요? 한두 개 정도야 기분 좋게 포장할 수 있지만, 4개째 정도부터는 더 이상 즐거운 선물 포장이 아니라 단순 막노동이 됩니다. 저도 한국에서 명절에 전 좀 부쳐봐서 아는데, 선물 포장하는 일이 전 부치는 것만큼 힘들어요. ㅠ.ㅠ 그런데 제 친구들은 다들 전업주부라 그런지 선물 포장과 카드 작성을 자신들이 직접 다 한다는군요. 제가 작년에 선물 포장하느라 허리 아파 죽을 뻔했다고 하소연했더니 한 친구 왈,

“넌 시댁 식구들 선물만 준비한다면서? 나는 양가 가족들 선물 포장하느라 밤을 샌 적도 있어!”

그 말에 바로 입 다물고 조용히 찌그러졌습니다. ㅡ.ㅡ;;; 왜냐하면 저는 시댁 식구들 선물 포장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지치더라고요. ‘저것들을 언제 다 포장하나~’ 하며 구입해 놓은 선물들을 쳐다보며 며칠 동안 한숨만 내쉬었더랬죠. 시작할 엄두가 안 났거든요.

카드 작성의 경우는 대부분 그냥 싸인만 해서 보낸다는군요. 물론 내용을 추가로 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미국인 친구들은 선물 포장과 함께 하면 “너무 많은 일”이 된다며 하소연하더라고요.

포장도 포장이지만, 무엇보다도 카드 작성이 저는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남편은 내용이 이미 다 쓰여있으니 그냥 싸인만 해서 보내면 된다는데, 저는 아무리 그래도 싸인만해서 보내는 건 너무 성의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남편 말대로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그냥 싸인만 해서 보내긴 했는데, 시부모님의 경우야 제가 가끔씩 이메일도 드리고 저희들 소식을 전해 드리고 있으니 근황을 잘 알고 계시지만, 남편의 친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우는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메일도 따로 드리지도 않으니 저희 소식을 알 길이 없잖아요.

그런데 카드에 자필 내용도 없이 싸인만 달랑 해서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남편에게는 싸인만 하게 하고, 제가 따로 카드 왼쪽 면에 간단하게 메시지를 썼는데, 각 카드마다 내용들을 제 머리속에서 쥐어 짜내려니 차라리 머리털을 뽑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ㅡ.ㅡ;;;

그래도 저의 이런 창작의 고통(?) 덕분에 온 가족들이 제 크리스마스 카드 메시지에 작은 미소를 지으신다면 이 이상 기쁜 일도 없겠지만요.^^;;

이러고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지 않습니까? 한국은 한국 며느리들 나름의 고충이 있고, 미국은 미국 며느리들 나름의 고충이 있으니 말이죠.

스마일 엘리(Smile Ellie)

국제결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현재 사우스 캐롤라이나 블러프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미국 생활정보, 일상, 문화 차이를 소개하는 smile ellie의 일상 시트콤 블로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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