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상선 바렌스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2011년에 만들어진 영화 "NOVA ZEMBLA" ©KOREAN LIFE
강원근 목사
뉴욕감리교회 담임목사
미주 웨슬리부흥전도단 단장 [email protected]

다른 파장의 소리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꾼들은 소리 연습을 할때 폭포 앞에서 연습을 한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을 한들, 한 인간이 뿜어내는 소리가 그 거대한 폭포의 소리보다 절대로 클 수 없다. 하지만 소리의 경지에 이른다는 ‘득음’을 할때, 드디어 소리꾼의 소리는 폭포소리 속에서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폭포 소리보다 더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폭포가 내는 소리의 파장과는 다른 파장의 소리를 냄으로써 그 폭포의 소리를 뚫고 나오는 것이다.

기독인의 구별된 파장

목회를 하다보면, 많은 기독인들이 교회의 예산과 교회 건축비용의 크기를 자랑하듯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하지만 그 교회의 예산과 건축비용이 아무리 크다 한들 1억달러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1억달러는 10억달러보다 적은 금액이고, 10억달러는 100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따라서 기독인과 교회가 자랑해야 할 것은 이처럼 상대적인 물질이 아니다. 기독인이 자랑해야 할 것은 오히려 그 물질의 아성을 뛰어넘는 절제되고 단순하며 겸손한 삶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독인은 가지고 있어야 할 구별된 파장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요소 & 보이지 않는 요소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설명하는 국제정치 이론 중에 ‘Long Cycle Theory’(장기순환 이론)라는 것이 있다. 지난 500년 동안 장기적으로 세계를 재패했던 국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포르투갈(16세기), 네덜란드(17세기), 그리고 영국(18~19세기)은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연안국가들이었다.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정치적으로 잘 조직이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라의 크기에 비해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막강한 해군력을 갖춘 나라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로 그 나라들의 성장 원인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만큼 성장하지 못한 국가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어떤 나라는 크게 성장하고, 다른 나라는 성장하지 못한 것일까? 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나라의 성장에는 눈에 보이는 요소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나라 국민들의 생각과 전통에 스며 있는 ‘근성’ 내지는 ‘국민성’ 혹은 국민들의 ‘사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네덜란드 상인들

1596년 한여름에 새로운 무역로를 찾아 북극해로 들어갔던 네덜란드의 상선 바렌스호는 큰 빙하들 사이에 갇히고 말았다. 선원들이 죽어 가는 극한 상황에서 약 50여일을 버티던 그들은 지나가던 러시아 상선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살아 남은 선원들이 네덜란드로 돌아왔을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인내심을 크게 칭찬했다.

그런데 그 칭찬을 뛰어넘는 훨씬 더 큰 감동이 있었는데, 그들이 그 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상인으로서의 양심을 지켰던 것이다. 그들은 다른 상인들이 그들에게 대신 팔아 달라고 부탁했던 옷과 식량, 약품 등을 전혀 손대지 않은 채 고스란히 그대로 가져왔던 것이다. 선원들은 영하 40도의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 그리고 괴혈병에 시달리면서도 고객들이 맡긴 화물을 끝까지 지켰다.

이처럼 상인으로서의 도리를 자신의 목숨만큼 중시하며 그 상도를 끝까지 지켜낸 네덜란드 상인들의 이야기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 후 ‘네덜란드 상인은 신용을 목숨처럼 여긴다’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그 소문을 등에 업은 네덜란드는 유럽 해상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그로부터 100여년간 세계 제일의 번영을 꽃피우는 나라가 되었다.

작은 일에 극히 충성됨

지금 기독교는 네덜란드 상인들과 같은 특유의 근성을 가지고 이 세상과 다른 파장을 내고 있는가? 기독교는 영적 진리를 전파해야 할 종교적 사명 이외에도, 이 세상과는 다른 도덕적 파장을 냄으로써 하향식 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세상의 도덕을 끌어올려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 사명은 거룩한 근성을 가지고 현재 서 있는 곳에서 작은 일에 극히 충성할때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세상과는 다른 파장을 냄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기독인들이 큰 것을 자랑하기에 앞서, 작은 것에 충성됨을 자랑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축복한다.

▶ 강원근 목사는 뉴욕감리교회 담임목사이며, 미주 웨슬리부흥전도단 단장으로 섬기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B.A. 영어), 서강대학교(M.A. 경제학), Syracuse 대학교(Ph.D. 정치학, M.A. 국제관계학), Yale 대학교(M.Div. 신학)에서 수학했다.

한국산업은행 조사부에서 근무한 후, 미국으로 와서 Syracuse 대학교 네비게이토 선교회 대표로 섬겼고, Yale 대학교 네이게이토 선교회를 개척했다. WTO(세계무역기구)에서 Visiting Scholar로 일했으며, 미국상무부 경제분석국에서 국부통계를 연구했다. 저서로『Christian Social Movement Vitality』(VDM, 2009), 『우리는 누구인가』,『동구권 금융개혁의 교훈』외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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