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택 목사 UMC 연합감리교회 은퇴 목사

“휴가 잘 다녀 오셨습니까?” 여름철이면 만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인사다. 일상을 잠시 떠나 휴가를 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다. 잠시만이라도 몸도 푹 쉬고, 맘도 편안히 보냈으면 좋겠다. 산이 좋을까, 바다가 좋을까?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문득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일화가 생각난다.

고별 교향곡(Farewell, 45번)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 오스트리아 출생)이 니콜라우스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악장으로 있을 때다. 니콜라우스 공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한 화려한 궁전을 노이지트라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지었다. 여름이 되자 니콜라우스 공 일행이 별궁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하이든의 궁정 악단원들을 동행했다. 피서지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는 귀족들의 풍류는 더 없이 근사했다. 그 해의 여름이 너무나 아름다워 귀향할 생각도 잊은 채 하루 하루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어느 덧 6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귀족들에게는 최고의 여름 휴가였지만 악단원들은 어땠을까? 날마다 음악회 준비로 몸도 피곤하고 맘도 편치 않았다. 가족들과 6개월이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연주홀로 사용되는 에스테르하지 궁전 홀 © 클래식 노트

단원들의 사정을 잘 아는 하이든이 어느 날 새로운 곡을 발표했다. 모든 악기가 ‘짠짜라잔’ 하며 생동감 있게 시작된 연주가 4악장에 이르자 오보에를 연주하던 단원이 슬그머니 빠져 나가는 게 아닌가? 이어서 호른 연주자가 나가더니 첼로와 비올라 연주자도 떠났다. 마지막에는 2명의 바이올린 주자가 조용히 사라지듯 곡이 끝났다. 지휘자가 귀족들에게 돌아서서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퇴장했다.

이 곡의 이름이 바로 “고별 교향곡(Abschiedes/Farewell, 45번)”이다. 니콜라우스 공은 그 뜻을 깨닫고 다음 날 모든 단원들에게 휴가를 주었다. 귀족들만의 휴가가 아니라 모두의 휴가가 시작된 것이다. 하이든이 슬기로운 재능으로 단원들의 마음을 대변해 준 덕분이었다. 우리도 가족, 교회, 공동체를 둘러보며 모두가 편안한 휴가를 즐기게 하자.

익살과 해학의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은 귀족에게 무조건 따르는 자(follower)가 아니었다. 단원들을 권위로 다스리는 자(ruler)도 아니었다. 음악을 통한 지혜로운 중재자요, 협력자였다. 동료의식(fellowship)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그것이 30여 년 동안 하이든이 충실한 악장이자 부지런한 작곡가로 살아간 비결이 아닐까?
하이든은 평생에 걸쳐 시계와 군대를 비롯한 108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를 이어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교향곡을 발전시키고 완성하였으므로 하이든을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그는 작품을 통해 종종 익살과 해학을 보여 주었다. 하이든이 런던에 초청을 받아 방문했을 때 놀람 교향곡(No. 94 ‘The Surprise’)을 발표했다. 처음에는 음악이 아주 조용하게(p~pp)로 시작된다. 그러다 별안간 팀파니와 함께 모든 악기가 강하게(ff) 울려 퍼진다. 음악회에서 흔히 잘 조는 귀부인들을 놀라게 하려고 만든 곡이었다.
하이든이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작곡했을 때 한 친구가 물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네의 곡들이 어떻게 그토록 아름답고 경쾌한가?” 그가 대답했다. “내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작곡할 때 내 마음이 기쁘고 즐거우니 나의 펜과 오선지도 따라서 춤을 추기 때문이네.”

참된 휴가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휴식은 몸만 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휴식, 영혼의 휴식도 필요하다.
그런데 푹 쉬는 몸, 편안한 맘으로 참된 휴가를 누리기 위해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고민하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참된 휴가란 계절과 장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디서나 여호와를 나의 목자로 삼고,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하듯 내 영혼이 주를 찾으며 여호와를 앙망할 때, 우리는 새 힘을 얻게 되고, 푹 쉬는 몸, 맘 편한 진정한 휴가가 시작된다.

예수님은 항상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예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 11: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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