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종택 목사 UMC 연합감리교회 은퇴 목사

텍사스주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할 때 이야기다.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웃에 사는 분에게 요령을 물었다. 그분은 내가 한국에서 이미 10여년 운전을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만만하게 운전하라고 일러 주었다. 그분의 말에 따라 며칠 동안 필기 준비와 실기를 연습했다.

자신만만하게 운전하라
운전국(텍사스 Department of Public Safety, DPS)에 가보니, 어릴 때 한국에서 봤던 서부 영화가 생각났다. 경찰관들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서류 접수를 한 후 필기시험을 마치고 실기시험을 치르러 갔다. 감독관이 옆자리에 앉았다. ‘자신만만하게 운전하라’는 조언을 되새기며 차의 시동을 걸었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시동을 걸자마자 좌우를 살피며 바로 출발했다.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가볍게 경적을 한번 울려주고 상향등을 깜빡였다. 사거리를 재빠르게 통과하니 STOP 싸인이 나타났다. 브레이크를 가볍게 밟는 동시에 좌우를 살피면서 신속하게 지나갔다.

그러자 감독관이 즉시 차를 세우라고 했다. ‘아, 한국사람 운전 실력은 미국 시험관도 인정하는구나!’ 당당히 합격했다고 생각하며 차를 세웠다. 그런데 감독관이 매우 놀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너무 빨리 달려서 위험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세요.”

침착하게 운전하라
첫번째 시험에 떨어지고 와서 다른 분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분이 허허 웃으며, 사고나지 않고 탈락만 했으니 다행인 줄 알라고, 여기는 미국이니 다음에는 침착하게 운전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두 번째 감독관은 금발의 여자 경찰이었다. “굿모닝, 맴”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고, 이번에는 침착하게 정해진 코스를 주행했다. ‘이번에는 분명히 합격이다.’ 생각하고 감독관을 바라보았다.
감독관은 미소 띈 얼굴로 나를 보더니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당신은 행동이 너무 느려서 아주 위험합니다. 다음에 다시 오세요.”

아니, 미국식이면 될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있나? 또 쓴 잔을 마시고 돌아왔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운전을 하라는 말인가? 문득 1971년 수원에서 처음 운전교육을 받던 때가 떠올랐다. 운전 교본 속에 있던 3가지 기본수칙이 생각났다. “상황을 관찰하라. 정확히 판단하라. 신속히 조작하라.” 교통법규대로 운전하라고 강조하던 조교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을 받은 후 초보운전 때가 생각났다. 30년 경력의 모범 버스기사에게 실전 운전을 배웠다. 그분이 내게 물었다. “누구를 위해 길을 만들었을까요? 사람이 먼저일까요, 자동차일까요?” 그분이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자기 자동차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길은 먼저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니 항상 보행자에게 양보하라. 상대 운전자와 서로 눈이 마주치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대형사고는 피할 수 있다. 꼭 마음에 새겨두라.

초심으로 운전하라
세 번째 시험을 치르러 갔다. 운전자의 기본수칙과 실습 때 들은 말씀을 되새기며 기본에 충실하게 임했다. 그리고 마침내 면허증을 받았다. 그때의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의 어리석음에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진다. 만약 첫 번째에 합격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식 운전으로 합격했다며 건방을 떨고 다녔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두 번째에 합격을 했다면, 아마도 어설프게 배운 지식을 미국식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그 후 운전 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첫째, 관찰하고 판단하고 조작하라. 둘째, 보행자와 상대방을 배려하라. 셋째,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수칙에 따라 운전하라.

세 번만에 합격하며 배운 소중한 교훈 덕분에 지금까지 아무런 사고가 없었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속도위반과 주차위반으로 벌금을 내기는 했지만.

인생길의 운전 수칙
삶이란 그날이 올 때까지 나의 하루하루를 운전해 가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은 한번 받은 면허증으로 수십 년을 하지만, 나의 삶은 어떤가? 삶의 운전은 면허가 없지만 자동차 운전보다 훨씬 어렵다. 나이를 먹어도 수 없이 실패하고 탈락하며 배우는 과정이 그날까지 계속 된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상 그날까지 운전해 가야 할 길에 이런 기본원칙을 가르쳐주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복음14:6). 이 길(way)은 우리 인생의 차선이다. 진리(Truth)는 그 인생길의 교통법규다. 그리고 생명(Life)은 육신의 안전을 넘어 영원한 안전과 생명이다.

우리가 가는 길에는 넓은 길도 있고 좁은 길도 있다. 빠른 길과 느린 길도 있다. 어떤 길을 가든 마음속으로 늘 다짐하자. 자동차 운전만이 아니라 삶의 그날까지 초심으로 기본원칙을 지키며 “상황을 관찰하고 정확히 판단하고 신속히 행동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그들을 배려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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