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역사상 최대 영토를 거느린 아틸라 왕 제위기의 훈제국 ©KOREAN LIFE
이준길 변호사 (NC)
법학박사 (S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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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정복자
여러분은 혹시 세계 3대 정복자가 누구인지 아는가? 지난 호에 소개한 몽골제국의 칭기즈 칸과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그리고 마지막은 훈제국의 아틸라 왕이다. 칭기즈 칸과 알렉산더 대왕은 많이 들어봤지만, 훈제국의 아틸라 왕은 아마도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훈족의 이름인 ‘훈(Hun)’은 몽골어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북방 유목민족으로 중국의 북쪽 초원에서 유목과 목축을 하며 살았고, 부족한 생필품을 얻기 위해 중국 본토를 자주 침략했다. 그들에게는 좋은 말과 강한 활이 있었고, 말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바지와 말안장, 등자 등을 발명해 말 위에서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했다.
중국은 추수가 끝나면 늘 훈족에게 약탈을 당했고, 이걸 막기 위해 조공을 바쳐야 했다. 진시황제는 훈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고, 한고조는 그들에게 60년간 각종 공물을 바치고 공주를 시집 보내야 했다. 훈족에게 오랫동안 시달리며 자존심이 상한 중국은 그들을 흉악한 북쪽 오랑캐라는 의미로 흉노(匈奴) 또는 북적(北狄)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한무제가 43년간 훈족과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결과, 훈족은 경제적 요충지를 빼앗기고 세력이 약해지며 분열했다. 그리고 서쪽으로 밀려나면서 서기 151년을 끝으로 중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훈족은 글자가 없어 자신들의 역사 기록을 남기지 않았지만, 중앙아시아에서 동유럽 쪽으로 이동하며 여러 민족과 섞이고 합쳐졌다.

유럽 최대 강국, 훈제국
그로부터 약 200년이 지난 374년, 훈족(Huns)이 유럽의 역사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중무장한 훈족의 기마군단이 파죽지세로 유럽으로 진격했던 것이다.
그들의 놀라운 기동력과 뛰어난 기마전술은 게르만족 등 유럽 세력을 단숨에 압도해 버렸다. 훈족의 진격 속도는 하루 평균 130km로 로마군보다 4배 이상 빨랐고, 훈족의 활은 사정거리 300m로 유럽인의 2배나 되었으며, 갑옷도 뚫을 정도로 강력했다. 유럽인들이 그들을 ‘신의 저주’ 또는 ‘신의 채찍’이라 불렀을 정도로 훈족은 유럽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훈족에게 쫓긴 유럽의 여러 부족들은 로마제국의 영토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고 오늘날 유럽 지도의 근간을 형성하게 된다.
434년 훈족의 아틸라 왕은 동로마, 서로마제국을 침공해 로마 주변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은 아틸라 왕이 죽는 453년까지 조공으로 황금을 바쳐야 했는데, 그 액수가 매년 늘어 350파운드, 700파운드, 1400파운드에 배상금까지 추가되었다.
그리고 서로마제국의 공주 호노리아가 아틸라 왕에게 청혼하며 자기와 결혼하면 서로마제국 땅의 절반을 결혼지참금으로 가져가겠다고 한다. 아틸라는 그녀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서로마제국 땅의 반을 요구한다. 그러자 서로마 황제는 누이를 급히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고 청혼은 없던 일로 무마한다. 그러자 아틸라는 다시 서로마제국을 침공하고, 황제는 로마로 피신해 대주교(교황) 레오 1세를 통해 아틸라와 화해를 간곡히 요청하게 된다.

유럽을 제패한 아시안
훈족은 4세기부터 5세기까지 약 100년 동안 유럽을 휩쓸며 서로마제국의 붕괴를 불러왔다. 이후 13세기에는 몽골군이 유럽을 호령했고, 15세기에는 돌궐족의 후예인 오스만제국이 동로마제국마저 패망시켰다. 결국 로마제국은 아시안에 의해 종말을 고한 것이다.
오늘날 훈족의 후예를 자처하는 국가로는 헝가리(Hun+gary, 훈족의 땅), 몽골, 터키 등이 있고, 유럽의 문화 속에는 훈족의 아틸라 왕을 소재로 한 문학, 연극, 오페라, 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다수 있다.
우리가 서양 중심의 역사를 배워 훈족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유럽계 백인 중심의 사회에 살다 보니 세상의 중심이 유럽계 백인들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유럽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거느린 것은 훈제국의 아틸라 왕이었고, 세계 최대 단일제국을 건설한 사람은 몽골제국의 칭기즈 칸이었다. 과거 아시안 조상들이 전 세계를 제패했던 것처럼 지금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음을 믿으며 과감하게 도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