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및 한국 병원의 오진율이 10%를 넘고, 암 진단에서는 PET-CT 스캔이 주로 이루어진다. ©Daily Telegraph
강윤식 박사
기쁨병원 대표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16 한미 참의료인상 수상 gibbeumhospital.com

안녕하세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기쁨병원의 대표 원장 강윤식 박사입니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되는 첫 달에 고국을 떠나 멀리 미국에 살고 계신 교민분들께 건강 칼럼을 통해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건강 칼럼 코너에서 앞으로 12회에 걸쳐 건강검진, 대장내시경검사, 탈장과 치질에 대한 칼럼으로 여러분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이 칼럼을 통해 건강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건강검진
건강 칼럼의 첫 번째 주제로는 먼저 건강검진을 선택헸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분들이 미국 병원을 이용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작은 병이 큰 병으로 진행되기 전에 미리미리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예방도 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우선 건강검진이란, 여러분이 이미 잘 알고 계시듯이, 어떤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서 완치시키기 위해 하는 검진입니다.
건강검진의 또 하나의 목적은 미리 위험성을 확인해 적절한 약을 복용함으로써 질병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거나 전구 병변을 미리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특정 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고지혈증을 확인해 약을 복용함으로써 동맥경화 등 혈관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경우나,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 용종을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97%의 대장암 발생을 차단하는 것 등이 좋은 사례입니다.
이처럼 건강검진은 이미 우리의 일상용어가 된지 오래 되었지만, 조금만 더 깊이 살펴보면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을 통해 어떤 질병들을 찾아야 하는지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강검진을 받을 때 최대한 많은 병을 찾아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온갖 검사란 검사는 다 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또한 실제로 많은 건강검진센터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검사를 하다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처럼, 건강하던 사람도 검사 과정에서 자칫 없던 병을 얻거나 예상치 않은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점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건강검진할 때 주의할 점
첫째, 대부분의 검사는 크고 작은 합병증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희귀질환의 경우 이 질환을 발견하는 확률보다 이 질환을 찾는 검사 과정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둘째, 모든 검사는 위양성(false positive)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위양성이란 ‘가짜 양성’이란 뜻으로 실제로는 정상인데 특정 질환이 있다고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오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인을 위한 2차 검사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2차 검사에서 조직검사나 혈관 조영 등 침습적인(invasive)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결국 위양성이 나올 경우, 안 해도 되는 침습적인 2차 검사를 해야 하고, 또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셋째, 과도한 검사를 진행함으로써 지나친 방사선 피폭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암 검사에 많이 쓰이는 PET-CT라는 검사입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할 때는 어떤 병을 찾아낼 것인지 목표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렇게 정해진 질환을 대상으로 최적의 선별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건강검진 대상 질환
우리가 건강검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질환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유의하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
② 증상 없이 진행되는 만성질환
③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질환
④ 조기 발견의 경우, 명확한 치료 대책이 있는 질환
⑤ 조기 치료를 시행할 경우 명백한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질환
⑥ 검사를 받는 사람에게 지나친 해를 주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찾아낼 수 있는 질환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만약 ① 치명적이긴 하지만 그 발생빈도가 극히 미미한 질환을 일반인을 위한 건강검진 대상 질환으로 삼는 것은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 요소를 고려할 때 오히려 피해가 더 클 수 있습니다.
또한 ② 노인성 폐렴 등 급성질환은 검진 대상이 될 수 없고, ③ 치명적이지 않은 양성종양 등도 검진 대상이 아닙니다.
④ 조기 발견을 해도 치료 대책이 없거나, ⑤ 조기 치료를 하더라도 결과에 차이가 없는 질환도 건강검진 대상으로 삼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⑥ 심장 구조나 기능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혈관 속으로 카테터를 넣어 검사하는 심장 혈관 조영술처럼 너무 복잡하고 침습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면 일반인을 위한 건강검진 대상으로는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건강검진이란 질병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태가 아닌 일반인이 혹시나 하는 이유로 확인하는 과정인데, 시간, 비용, 통증 및 부작용 등 불필요한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무조건 많은 검사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따라서 다음 칼럼에서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은지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모든 분들이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