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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성찰노트]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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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성찰노트]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게

 

나는 문득 어떤 사람의 뺨을 서너 대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그 충동이 여러 해를 두고 나를 스칠 때마다 나는 내 안에서 왜 이런 충동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내 안에 잠재된 ‘폭력성’이 부끄러웠다.

내가 발견한 또 하나의 문제는 ‘억울한 상황’에 대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패턴이었다. 상대방이 나를 탓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님에도 말을 왜곡해서 들으며 ‘그래서 지금 이게 나 때문이라는 거야? 이게 내 탓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가끔 있었다.

나에게 이런 감정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나에게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고, 이런 성격 때문에 내 삶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게 싫어서 이 문제가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문득 아버지로부터 ‘싸대기’를 얻어 맞고 분노에 떨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일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식구들과 TV를 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밖에서는 무능하고 집에서는 독재적인 아버지를 매우 싫어했고, ‘나는 왜 하필 이런 사람 밑에서 태어났을까’ 하며 아버지와 최대한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날 TV에서는 병든 아버지를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싸우는 삼형제와 안방에 누워 그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밥 먹던 숟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며 “너도 나중에 그럴 놈이야, 이 새끼야!”라고 소리쳤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너무 어이 없고 불쾌했다. 그래서 나는 “혹시 나중에 그럴지언정, 지금은 아니니까 저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고, 순간 “뭐야, 이 새끼야?”하며 싸대기가 날아왔다. 정통으로 얻어맞아 눈앞에 번개가 쳤지만 폭력 앞에 입 다무는 비겁자가 되기 싫었던 나는 “제 말이 틀렸어요?”하고 받아쳤고, “뭐?”하며 다시 한번 풀 스윙이 날아왔다.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을 참으며 분노와 증오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았고, 곧 세 번째 풀 스윙이 날아왔다. 같이 밥을 먹던 형제들은 얼어붙었고, 부엌에 있다가 고함소리를 듣고 달려온 어머니가 ‘밥 먹다가 애한테 왜 그러냐’고 말린 덕분에 그날의 헤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후로 나는 아버지와 같이 밥 먹는 일을 최대한 피했고, 어쩌다 같이 밥상에 앉게 되면 아버지의 젓가락이 닿은 반찬은 손을 대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런 관계가 지속되었다.

이 기억이 떠오른 순간, 나는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렸구나!’하는 시원함과 동시에, 과거에 풀어내지 못한 감정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끈질긴 영향을 주는지를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욱’하는 감정을 참는 것은 현명한 일이지만, 그 상황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내 마음에 뭉친 감정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어디 가서 소리를 지르든, 누구한테 하소연을 하든,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든, 지칠 때까지 몸을 혹사시키든, 어떤 방법으로든 몸과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야 했다. 풀어낸 감정은 가벼워지거나 흩어져 날아가지만, 풀어내지 않은 감정은 무겁고 어두운 앙금으로 내 몸과 마음에 가라앉아 있다가 그것을 자극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찌릿’하고 반응하며 때로는 크게 폭발한다.

이 경험을 돌아보면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우리가 때로 자기 감정에 못 이겨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아이들을 억울하게 혼내기도 하지만, 그 일이 지나고 나면 꼭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주라고. 어떤 말로 아이의 마음을 풀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말 대신 가벼운 스킨십도 좋다. 아이에게 굳이 사과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아이가 잘 때 아이의 가슴과 배를 쓸어주며 ‘그 일 때문에 섭섭했지? 그래도 네 마음에 앙금이 남지 않게 마음을 풀고 지나가면 좋겠다.’ 이렇게 마음으로 말해주면 된다. 아이가 그 마음을 알까? 인간은 영물이라고 하니, 아마도 무의식은 알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내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을 때에도 그 당시에는 감정을 억누르고 조용히 지나갔더라도 그 상황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라고 권하고 싶다. 당장 시간이 없다면 주말이나 다른 날을 정해 두고, 그날 무엇을 할지 생각해 두자. 우리 안에는 ‘묵은 감정’도 많고 그 위에 날마다 새로운 스트레스가 더해진다. 묵은 감정은 반나절이나 하루 마음 먹고 풀어내야겠지만,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 바로 털어내면 좋겠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오늘 내 가슴에 남은 앙금이 있나 살펴보고 마음을 위로해주자. ‘그 일 때문에 힘들었지?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이제 마음 풀고 편안히 자.’

나이가 먹으면 나잇살이 찐다고 한다. 우리 몸의 대사율이 떨어져 그렇다는데, 나는 한편으로는 그게 풀어내지 못한 묵은 감정들이 군살로 남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묵은 감정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상처받은 마음들이 조금씩 위로 받으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군살도 저절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나 여자나 나이들수록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데, 좋은 음식 찾아 먹기 전에 내 몸과 마음에 남은 해묵은 응어리부터 풀어내면 저절로 다이어트도 되고 인생이 상쾌해질 것 같다.

오늘 밤부터 자기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마음을 살펴보자. 그리고 과거의 어떤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과 배를 쓸어 내리며 ‘그 인간 때문에 내 몸과 마음이 참 고생이 많다. 이제 무겁고 어두운 마음 풀어내고 남은 인생은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자.’라고 말해주자.

나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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