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대해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반드시 말로 표현해 보자. ©Getty Image
김종명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email protected]

인정받은 경험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건강한 치아를 가진 사람을 뽑아서 상을 주는 ‘건치상’을 받은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이게 내가 받은 최초의 상이다. 이 상을 받기 전까지 나는 엄마가 그렇게 양치질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상을 받은 후엔 완전히 달라졌다. ‘건강한 치아’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을까?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양치질을 했다.
고등학교 때 윤리 수업 시간에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이 나에게 발표를 잘한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딱 한 가지, 내 사투리만 고치면 매우 훌륭한 연설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이날 이후 나는 말하기 전에 먼저 말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연습하는 버릇이 생겼다. 전화 통화를 하기 전에는 말할 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이 습관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초등학교 때 ‘건치상’을 받은 걸 계기로 지금까지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고 있고,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계기가 되어 평생 동안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사투리는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말로 표현해야 한다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아나? 척하면 척, 이심전심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은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석가모니와 가섭이라는 제자 사이에 단 한 번 일어난 사건일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 귀신도 모른다. 하물며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 생각은 그저 무수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했더라도 말로 표현되지 않은 생각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면서 서로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서로는 어떤 존재로 비춰질까? 360도 다면평가를 할 때, 팀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고 하는데 팀장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도 없다면 어떻겠는가?

존.이.공.탁.
어떻게 하면 코칭을 잘할 수 있는지 묻는 후배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존.이.공.탁’ 하면 된다. 먼저 고객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존중하고(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며(이), 공감을 표현하고(공), 고객에게 탁월한 부분이 있음을 믿으면(탁) 좋은 코칭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마음이 따듯하시군요’, ‘책임감이 강하시군요’, ‘정리정돈을 잘하시는군요’, ‘남을 잘 도우시는군요’,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등 내가 들은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해 말로 표현하면서 고객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코치의 말을 들은 고객은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게 되고, 그 일을 더 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코치와 고객 사이에 깊은 신뢰 관계가 만들어진다. 내가 ‘건치상’을 받은 일,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을 들은 일, 그리고 후배들에게 말해준 그들의 강점은 모두 표현을 통해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고, 표현되었기에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저 사람은 뭘 좋아할까? 무엇에 보람을 느낄까? 뭘 더 잘하고 싶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그때 떠오른 생각들을 말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