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치핀은 바퀴가 굴러갈 때 축에서 빠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준다. ©selah Memphis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조교수
강점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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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서비스
얼마 전 아이 친구의 엄마들과 함께 펜션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여행 날짜를 우리가 정한 것이 아니라 그 펜션의 비는 날짜에 맞춰 다녀왔습니다. 놀랍게도 그 펜션의 주말 예약은 1년치가 이미 꽉 차 있었는데, 마침 취소된 자리가 하나 나와서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외관은 그냥 평범해 보이는 펜션입니다. 그런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그곳엔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세상은 늘 변해왔지만 최근의 변화 속도를 보면 어질어질합니다. 앞으로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유망한 산업’은 뭘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더 고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래도 전문 자격증이라도 하나 있는 게 낫겠다 싶어 의대에 몰립니다. 최근에는 초등 의대반도 생겼다고 하니 바야흐로 의대 전성시대입니다.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요? 미래 사회에도 의사만 유망할까요?
그 예약하기 힘든 펜션에서는 다른 펜션에는 없는 ‘우렁각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젊은 사장님 두 분이 오셔서 뚝딱뚝딱 저녁을 차려주고 갑니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다시 오셔서 설거지를 샤샤샥 해주고 가시더라고요.
아이들과 놀러와서 충분한 시간을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 놀러 와서까지 부엌일에 발이 묶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맛있고 좋은 음식을 해먹이고 싶은 부모의 욕구를 제대로 읽고 반영해서 펜션 사업에서 예술을 창조한 것입니다.

꼭 필요한 인재, 린치핀
21세기 최고의 마케터로 알려진 세스 고딘(Seth Godin)은 수많은 마케팅 관련 책을 쓴 작가이자 기업가이자 강연가입니다. 그의 책『 보랏빛 소가 온다 』는 어떤 상품이 살아남는가를 말하고 있다면,『린치핀』은 어떤 인재가 살아남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가 유망하고 뜨고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든 어느 조직이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 남다른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가 바로 ‘린치핀’이다.”
린치핀(Linchpin)은 수레 등의 바퀴가 돌아갈 때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어떤 일의 핵심(key)이나 구심점이 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우리말로는 ‘비녀장’이라고 합니다. 이 린치핀이 없으면 바퀴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습니다. 세스 고딘의 메시지는 앞으로 어느 산업이 유망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 조직이 계속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게 만드는 린치핀 같은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린치핀이 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눈에 띄어라, 관대하라, 일에서 예술을 창조하라, 스스로 판단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공유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에게 보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Stand out, be generous, create art in your work, judge for yourself, connect and share. … People can’t help but reward you.)”

일에서 예술을 창조하라
우리는 흔히 예술을 그림, 조각, 음악 같은 것으로 한정지어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예술가는 나와는 다른, 천재적인 창조성을 타고난 사람이라 여기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예술이 꼭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것일까요?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야기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 또한 예술입니다. 예술가는 남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시류에 편승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도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늘 가장 유망한 인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