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캐롤라이나 그린빌에 한국문화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굉장히 놀라웠다. 노스 캐롤라이나에는 2016년 9월에 개원한 그린스보로 한인교육문화센터가 있지만,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샬럿이나 랄리에도 이런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린빌 한국문화원은 2014년 5월에 개원해서 벌써 5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린빌 한국문화원 윤숙영 원장님과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드디어 그린빌을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한국문화원의 윤숙영 원장님과 이석한 이사님과 대화를 나누며 그린빌 한국문화원이 설립된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뜻을 가진 한 사람으로부터
그린빌 한국문화원은 현재 학생수 43명, 교사 7명으로 운영되는 한글학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어반, 한글반, 한국 요리반, 사진반, 풍물반, 한국 인문학반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총 7명의 이사진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한국문화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글학교 교사들 외에는 거의 모든 일이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린빌 한국문화원

문화원 건물이 아담한 개인주택처럼 생겨서 이 건물을 어떻게 마련하게 되었는지 여쭤 보니 윤숙영 원장님께서 놀라운 히스토리를 말씀해 주셨다. 한국어에 큰 관심이 없던 딸 아이가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것을 보고, 누군가 옆에서 작은 계기를 만들어주면 한인 2세들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한국문화원에 대한 구상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문화원으로 사용할 공간이 없어서 본인의 부동산 사무실 건물을 생각했는데, 교실을 만들 공간이 없자 차고를 교실로 개조해 한글학교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차고를 교실로 개조할 때 견적이 12,000불이 나와서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집이 하나 팔리면서 정확히 12,000불을 중개비로 받게 되어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뜻을 가진 한 사람이 움직이자 하늘이 도우신 것 같았다.

“앞뒤를 안 재야 일이 됩니다”
교실이 마련된 후에도 책상과 의자가 없어서 가라지 세일을 해서 의자를 마련하고, 한글 교재가 없어서 자원봉사자들과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교재를 직접 만들어 수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1년 후부터 동남부한국학교협의회를 통해 한글 교재를 공급받게 되었고, 재외동포재단에 보조금을 신청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교실 공사를 마무리하며 턱이 진 곳을 메우려고 맨손으로 시멘트 작업을 하고 있던 윤원장님에게 한 자원봉사자가 물었다고 한다. “원장님, 도대체 이런 일을 왜 하시는 거예요?” 원장님의 답은 명료했다. “이런 일은 앞뒤를 안 재야 일이 됩니다. 누군가 해야 되는 일이고, 또 주변에서 아낌 없이 도와주니까 할 수 있는 거죠.”

“선생님, 이거 너 먹어.”
한국문화원을 시작하고 가장 기뻤던 일이 무엇인지 여쭤 보니, 단연 한글학교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존대말을 모르던 아이가 처음에는 “선생님, 이거 너 먹어.”라고 말을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며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존대말과 함께 예의바른 태도를 갖게 된 것이 마치 복권 탄 것처럼 기쁘다고 하셨다.

학생들과 수업 중인 윤숙영 원장

힘들 때가 언제인지 여쭤 보니,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새로 교사를 구하는 일이 늘 걱정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작은 학교일수록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막상 도움을 청하면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속상하고 힘이 빠질 때가 있다고 하셨다.

한국 문화 알리는 일 하고 싶어
한국문화원과 관련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여쭤 보니, 우선 건물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지금은 건물이 작아서 학생들을 다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그리고 조금 더 많은 지역사회 한인들이 문화원에 대해 ‘이건 우리 일이고, 내 일이다’ 생각하고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셨다. 마지막으로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미국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명실상부한 한국문화원이 되기를 바란다는 비전을 전하셨다.

그린빌 한국문화원의 한국 요리 클래스

세상의 모든 일은 한 사람의 꿈에서 시작되고, 많은 사람이 그 꿈에 동참하면서 꿈은 서서히 현실이 된다. 그런데 꿈의 앞뒤를 너무 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뜻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면 하늘이 도우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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