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email protected]

이곳 그린빌에 자리잡고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을 훌쩍 넘겼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낮선 곳에 무작정 와서 아무렇지 않게 잘 적응했다고 한다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일 것이고, 성격이 무던하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속으로 눈물을 떨군 적이 많았다.

이민자와 스폰서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영주권을 보장해 주는 루트는 비숙련직을 통한 이민일 것이다. 물론 전문기술이 있어서 그에 맞는 숙련직 이민을 찾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시간과 재정이 문제가 되고 또 수속 절차 역시 쉽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필자는 사진을 15년 정도 업으로 삼고 있었으니 숙련직 이민이 가능한 조건이었지만, 어느 이주공사도 스폰서를 찾아주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사진사를 고용하려는 미국 스폰서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방법이 비숙련직 이민이었다. 비숙련직 이민 스폰서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닭공장이나 청소회사 등이다. 필자는 그 중에서 청소업체 비숙련직 이민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다.

미국인 매니저 친구
낯선 땅 이곳 그린빌의 청소회사에서 세컨 시프트에 배정받아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날 사무실에서 처음 만나 4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는 유일한 미국 사람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April Wheatly라는 여성이다.

April은 Nutra(건강 보조 식품) 공장 두 곳의 로케이션 매니저인데, 17년 경력의 베테랑다운 아우라가 물씬 풍겨 나오는 인물이다. 17년간 이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녀는 5명의 한국인, 그리고 1명의 중국인과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보는 미국인들에 대한 느낌도 중요하지만 미국 현지인들은 이민자인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해서 오늘 그녀와의 마주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미국인이 보는 한국 이민자들
먼저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는 뜻에서 지금까지 같이 일했던 한국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지 물어보았다. “솔직히 성진, 현주, 석한, 진까지는 기억하는데 마지막 한국 사람은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는 얼마 일하지 않고 금방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기억해요. 그때 좋지 않은 일이 좀 있었거든요.”

가볍게 던진 첫 질문에 약간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웬만하면 계약기간 1년을 채워야 나중에 시민권 신청 등 다른 일에 불이익이 없을 텐데, 그 마지막 한국인은 왜 그랬을까 하는 우려가 머리를 스쳐갔다.

이어서 미국 회사에서 이민자들에게 영주권을 스폰서해 주며 일자리를 제공하는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을 물어보았다. “이런 이민 시스템이 그들에게는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대신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에 따르는 문제도 있지만요.”

그녀가 말한 그 “문제”에 대해 내가 궁금해 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녀가 이렇게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이고, 그 다음은 문화 차이죠.

한국인의 경우 고학력자가 많아서 말로 대화하기는 좀 힘들어도 글로 쓰면 다 알아듣고 통한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두번째는 문화 차이죠. 이민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큰 오산이에요. 이곳은 미국에 있는 미국회사예요. 회사 운영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만 그들의 문화적 차이까지 회사에서 이해해 주지는 않아요. 회사의 규칙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죠. 그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생활 양식이나 정서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냥 똑같은 직원일 뿐이에요.”

맞는 말이다. 최소 계약기간 1년동안 이민 노동자는 그들에게 있어 단순한 최저시급 노동자일 뿐이다. 이 또한 우리가 선택한 일이니 우리가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 그들에게 각 나라 이민자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건 무리일 테니.

한국인의 장점과 단점
그녀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낀 한국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먼저 단점부터 얘기할게요. 무엇보다 언어 문제예요. 대화의 어려움에서 오는 문제가 종종 있어요. 물론 그건 인간적인 단점은 아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서는 분명한 단점이에요.

장점은 한국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120%를 발휘해요. 누구보다 손이 빠르고 정확해요. 시간 약속도 정말 잘 지키고 결근률도 가장 낮아요. 우리 미국인들은 절대 그렇게 일 못해요. 그래서 한국인이 맡은 구역은 컴플레인이 적어요.”

이 부분은 솔직히 우리가 잘한다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것 같다. 처음에 내 구역을 할당받아 4시간만에 일을 끝냈더니 다른 친구 들이 화를 냈다. 또 빨리 끝냈다고 집에 빨리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적응해야 했다.

앞으로도 한국 사람들을 나처럼 계속 환영해 주겠냐는 우문에, “ 물론이죠. 단, 내가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만 환영해요.” 그렇다. 한국 사람이라고 다 성실한 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한국 친구가 아니라 그냥 좋은 친구로 기억하고 있었다.

작별인사를 나누고 주차장에서 바라본 옛 직장의 회색 건물이 오늘은 밝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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