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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커뮤니티] 가족에게 상처받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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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커뮤니티] 가족에게 상처받은 당신에게
모두가 진정으로 평안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정의 달을 보내기 바란다. ©freepik

가정, 사랑과 상처의 근원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아시아 · 태평양계 미국인 문화유산의 달’이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유산이 뭔가 생각해보면, 한국인은 가족을 중시하고 정이 많은 민족이다. 그런데 동시에 체면을 중시하고 한이 많은 민족이기도 하다. 이런 이중성 때문에 의외로 가족 내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가정의 달에 남모를 가면을 쓰고 화목한 가족을 연기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가장 깊은 사랑과 위안을 얻는 곳도 가정이고, 가장 깊은 상처와 원망을 갖게 되는 곳도 가정이다. 특히 내가 어리고 약한 존재였을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동안 쓰디쓴 기억으로 남아 내 마음을 힘들게 하고 내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

두 번째 화살
부모에게 상처받은 순간 내 마음에 첫 번째 화살이 꽂혔다면, 그로 인해 수십년간 고통받고 사는 것을 ‘두 번째 화살’이라고 한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것만도 가슴 아픈데, 두 번째 화살까지 안고 수십년을 산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두 번째 화살은 특히 우리의 심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텔로미어가 가장 짧은 사람들은 마음속에 분노와 복수심, 슬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요양원을 운영하는 어느 원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치매 걸린 분들은 다 착한 분들이에요. 젊었을 때 너무 참고 살아서 화병 걸린 분들이 나이 들어서 치매에 걸리더라고요.”
화병은 대부분은 착한 사람들이 걸린다. 예의, 도리, 눈치, 체면, 명분, 환경, 신앙, 이런 것들 때문에 싫어도 차마 싫다고 말하지 못한 사람들이 화병에 걸린다.
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이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 몇 년 살아보니 한국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좋은데, 감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는 대신 돌려 말하거나 뒷담화를 많이 해요.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감정을 참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이것은 한국의 정 문화가 가진 어두운 그림자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서 잘 해줄 거라 기대하다가 실망하고 서운해 하며 상처받고 뒷담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상처의 치유
산다는 것은 상처를 받는 일이다. 가난의 상처, 못 배운 상처, 무시당한 상처, 이해받지 못한 상처, 열등감의 상처, 뜻을 이루지 못한 상처 등 살면서 모든 사람이 크고 작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이런 상처들이 치유되지 못하고 원망과 분노가 계속 쌓여 한이 된다.
상처를 받으면 시간이 멈춘다. 그 상처가 치유되기 전까지는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 치매에 걸려도 잊히지 않고 우리를 괴롭힌다.
그런데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나 자신과 우리 가정을 변화시킨다. 부모에 대한 원망을 평생 안고 살아봐야 나만 불행하고 내 수명만 단축된다.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 ‘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생각 대신, 안타깝지만 그것이 당시 내 부모가 가진 인간적 한계였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아무리 성숙한 관계에서도 실망과 상처를 경험하는데, 하물며 미성숙한 부모자식 관계에서는 더 심한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나에게 깊은 상처로 남은 경험을 내 몸과 마음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마음의 모닥불
여름에 친구들과 캠핑을 가면 밤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런 것처럼 저녁에 잠자리에 누웠을 때 마음 속에 저만치 모닥불을 피워 놓고 바라보자. 그리고 나에게 상처가 되었던 말과 행동을 떠올려보고, 그것을 하나씩 모닥불에 던져 넣자.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
“이것은 쓰레기 같은 말이고 행동이다. 나는 이 쓰레기를 더 이상 내 안에 담아두지 않겠다. 이것에 더 이상 영향받지 않겠다. 내 부모의 부족함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도 않겠다. 이것을 모닥불에 던져 태워버리고, 내 기억에서도 지워버리겠다. 나는 이제 자유롭다. 내 마음은 이제 깨끗하고 고요하다.”
힘들었을 당신에게 무한한 사랑과 축복을 보낸다.

정경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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