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저 빨랫줄 참 길게 눈부시다
태양을 널었다가
구름을 널었다가
오징어 떼를 널었다가
달밤이면 은빛으로 날아다니는 갈치 떼를 널었다가
옛날에는 귀신고래도 너끈하게 널었다는
그래도 아직 단 한 번 터진 적 없는
저 빨랫줄
한라산과 백두산이
가운데쯤에 독도를 바지랑대로 세워놓고
이쪽, 저쪽에서 팽팽하게 당겨주는
참 길게 눈부신
저, 한국의 쪽빛 빨랫줄
▶ 배한봉 (1962~) 시인.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신인상 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흑조』,『우포늪 왁새』,『악기점』,『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주남지의 새들』,『육탁』등이 있다.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김달진창원문학상, 경남문학상, 박인환문학상, 서귀포칠십리문학상, 풀꽃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시 해설
바다 끝 수평선을 빨랫줄로 인식하니 참 신기한 일들이 펼쳐집니다.
그 수평선 빨랫줄에는 태양도 널 수 있고 구름도 널 수 있습니다.
오징어 떼, 갈치 떼는 기본입니다. 달빛에 은빛으로 날아다니는 갈치 떼는 상상만 해도 환상적입니다. 정말 귀신고래도 너끈하게 널었겠습니다.
수평선 빨랫줄이기에 무엇을 널어도 터질 리가 없지요. 백두산과 한라산을 잇는 이 긴 빨랫줄은 중간의 독도쯤에 바지랑대를 세워놓고 팽팽하게 당겨주어야겠지요.
참 눈부신 쪽빛 상상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