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계획
올해 가지 뻗기 20cm
몸 둘레 늘리기 7cm
열매 맺기 배가 운동
이런 목표 나무에겐 없다
주간계획, 월중행사표 그런 것도 없다
햇볕 비추는 대로 쬐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흔들리고
물오르면 잎 틔우고
꽃 지면 맺힌 열매 키울 뿐이다
그래도, 한 해에 키가 훌쩍 자라고
허리 통통하게 굵어지고
잎들은 셀 수도 없이 늘고
열매들 올망졸망 매어단다
바람이 와서 팔 흔들면
잡았던 손 놓아 잎들 보내고
열매들 향기롭게 익힌다
그저 그렇게 서 있을 뿐인데
결국엔 다 이룬다
▶ 시인의 말
새해를 맞이하면 우리들은 늘 새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하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계획과 결심은 많이 흐트러지고 약해졌음을 확인하곤 합니다.
그런데 나무는 그러지 않습니다. 새해를 맞아도 계획을 세우거나 목표 같은 걸 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자연이 공급해 주는 대로 햇볕을 쬐고, 뿌리에서 영양분을 빨아 올리고, 비나 눈도 맞고, 바람이 불면 흔들립니다. 그러면서 잎 피우고 열매 맺고 때가 되면 단풍 들고 또 그 단풍잎 미련 없이 다 떠나보냅니다. 연초에 아무 계획 세우지 않았어도 한 해가 다 가고 연말에 보면 나무는 모든 걸 다 이루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너무 내 계획 내 목표 내 뜻 고집하지 말고, 나무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신이 베푸시는 은혜를 받아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