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 근처에는 소방서가 있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불이 이렇게 자주 나나?’ 하는 거였다. 그런데 최근에 그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해 준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날 아침 남편과 나는 아침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과일을 꺼내 식탁에 앉아 있었고, 남편은 아몬드 머핀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기다리다가 마침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길래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니 맙소사, 전자레인지에서 진한 하얀색 연기가 마구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남편을 불렀고, 남편은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얼른 전자레인지 코드를 뽑았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자 연기가 순식간에 부엌을 꽉 채웠고 이어서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화재경보음이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아, 그 당황스러운 순간이란!

우리가 뭔가 엄청난 사고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겁이 나고, 이 방 저 방에서 울려대는 화재경보음 소리가 너무 크고 끔찍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고, 부엌에 연기는 가득하고,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달려 오고, 화재경보기를 끄고 싶어도 어디서 끄는지 찾을 수가 없고, 아…… 그 총체적 난국에 결정적 한방을 날리듯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엄청 쫄아서 떨리는 목소리로 소방관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소방관 4명이 왔는데 방화복으로 완전무장을 해서 벌써 땀을 흘리고 있었다.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토스트를 태워서 연기가 났다’고 무전을 보내자 다른 한 명이 아주 커다란 팬을 메고 와 부엌문 앞에 틀어 놓고 태풍을 날리기 시작했다. 부엌 살림이 다 날아갈 것 같은 강력한 바람에 연기가 서서히 빠져 나가자 상황이 거의 종료된 듯 싶었다.

그러자 문득 ‘이거 벌금 나오는 건가?’ 싶은 걱정이 들었다. 병원비 무지막지하게 나오는 미국 사회에서 혹시 소방차 출동비도 엄청 나오는 거 아닌가 싶어 또 다시 겁먹은 목소리로 ‘우리가 벌금을 내야 되냐’고 물었더니, ‘이건 당신들의 실수였기 때문에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하하. 쫄았던 마음이 펴지자 금세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화재경보기를 어디서 끄는 건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 친절한 소방관 아저씨가 우리에게 비밀의 문을 열어 보여주는 것이었다.

건물 입구에 “FACP”라는 빨간 싸인이 붙은 문이 있는데 소방관이 허리춤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그 열쇠로 문 옆의 키박스를 열고, 키박스에 보관된 열쇠를 꺼내 FACP (Fire Alarm Control Panel)라고 써 있는 문을 여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화재경보기 제어장치가 설치돼 있었는데 깜빡깜빡 잘 작동하고 있었다.

소방관이 설명하기를, ‘만약 우리가 이 문의 키를 가지고 있고, 완전히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이 버튼을 눌러서 알람을 리셋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이 제어장치에는 어느 방에서 처음 경보가 울렸는지 나타나는데, 만약 알람을 리셋해 버리면 소방관이 출동했을 때 화재 위치를 확인할 수가 없고, 건물의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이 피신하지 않을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했다.

그리고 소방관 대장 같은 분이 건물을 쓱 둘러보시더니 계단 아래나 건물 입구에 물건을 놓아두면 안 되고, 며칠 후 방문했을 때 안 치웠으면 벌금을 매기겠다고 했다. 예썰! 그렇게 소방차가 돌아간 뒤 아직도 연기 냄새가 배인 부엌에 들어가니 입맛은 싹 달아나고 전자레인지 근처에는 가기도 싫었다. 덕분에 이틀 동안 밖에 나가서 밥 먹은 건 의외의 소득!

이번 일을 통해 배운 점. 첫째, 화재경보기는 불이 났을 때 사람들이 빨리 건물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들려고 사람이 견디기 힘든 끔찍한 소리를 낸다는 점. 둘째, 아몬드 슬라이스가 들어 있는 빵은 과열되면 아몬드가 타면서 아주 작은 한 조각에서 엄청난 연기가 뿜어 나온다는 점. 셋째, 건물 계단 밑이나 입구에 물건을 놓으면 안 되고, 특히 나무나 휘발유를 두면 소방안전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누가 또 토스트를 태웠나?’ 하며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P.S. 글을 읽으신 독자께서 알려주신 바에 따르면 소방차 출동의 80% 정도가 인근의 시니어센터 또는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의 위급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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