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기댄 한 그리움 ©younchoi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정희성 (1945~ )
시인.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에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 『 돌아보면 문득 』등이 있다.

시 해설
겨울! 외롭고 가슴 시린 계절입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날줄과 씨줄로 만나서 한 폭의 비단을 짜낼 수 있다면, 어떤 겨울의 추위도 우리를 춥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한 슬픔이 다른 슬픔의 손을 따뜻이 감싸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눈을 그윽한 눈길로 들여다보아 준다면, 그런 슬픔은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 참고 기다리며,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세상의 어떤 추위도 우리를 춥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서로가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아 주고, 따뜻한 손길이 되어주고, 오래 참고 기다리면서, 마음과 마음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고운 비단을 짤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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