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아, 저, 하얀, 무수한 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어들고 싶게 하는

 

▶ 황인숙 시인
(1958~ ) 1984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등이 있음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 시 해설
요즘 종종 비가 오지요? 그래서 오늘은 황인숙 시인의 비에 대한 시 2편을 골라 보았습니다.
첫 번째 시, <비>는 참 맑고 순수하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게 하는 시죠?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가 하얀 종아리 같다네요. 그 종아리의 맨발은 빗물 위에 찰박찰박 장난질을 치고 있네요. 그 작고 작은 앙증맞은 발이 얼마나 깨끗한지 티눈 하나 없네요. 우리도 그만 그 맨발들 사이에 끼어들어 찰박거리고 싶네요.

두 번째 시, <비>는 누군가를 향한 우리의 동경을 표현한 시입니다. 비 오는 날, “와, 비 온다!” 하며 전화할 수 있는 사람, 비를 핑계 삶아 일 끝나고 잠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면 우리네 삶이 얼마나 싱그러울까요?

 

임문혁
시인, 교육학박사, (전) 진관고등학교 교장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외딴 별에서』, 『이 땅에 집 한 채…』, 『귀.눈.입.코』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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